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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7/17 07:08:20
Name 웃다.
Subject [일반] 내가 살아갈 삶의 무게를 생각하게 된 계기
삶의 무게를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는 지금은 헤어진 당시의 여자친구 덕분이었습니다.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할 거야?"

재무 설계사를 만나고와서 상담을 받고 저에게 한 질문이었습니다. 대학교 졸업 전 용돈 계획은 짜본 적은 있지만 결혼과 결혼 이후 삶에 대해 자금 계획을 짜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 질문이 당혹스러워 화를 냈습니다.

지금와서는 제가 가장 안 했으면 했던 순간이 그 순간입니다. 그 때 화를 내지 않고 안정감있게 계획을 말할 수 있었으면 지금은 나는 결혼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튼 저는 그 때 화를 냈고 그 여자와 헤어졌습니다.

그 때 이후로 저는 제가 살아갈 삶에 대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저는 졸업 이후에도 제가 살아가는 삶의 만족도를 떨어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눈치 안 보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눈치 안 보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놀고 싶을 때 노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힘든 일이었습니다.

일단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제가 그 당시 월세를 내던 곳은 한 달에 2000불을 냈습니다.
졸업 후 제가 저를 채용하기로 했던 직장에서 주는 봉급은 방 값내고 밥 먹으면 끝이었습니다. 그 봉급으로는 외식은 고사하고 쇼핑은 절대 할 수 없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저금도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일하고 집에와서 티비보고 게임만 하면 살 수는 있지만 저는 소고기를 먹고 싶을 때 먹고 제가 사고 싶은 것을 사는 삶을 살고 싶었지만 저는 졸업 후 주워진 삶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자 문제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바꿔 봉급을 올릴 수도 없었습니다.

일단 이사를 갔습니다. 방 세칸짜리 집을 구해 룸메이트 둘을 구해 방값을 나눠냈습니다. 일단 방값이 1/3으로 줄었습니다.
혼자 살 던 것보다 불편해도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주거공간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부업을 시작했습니다. 부업을 시작하는 초기비용은 월은 방 값을 아낀 비용으로 충당하였고 부업의 소득이 없던 처음 3개월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고 외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회사 일이 끝나면 열심히 홍보하고 일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부업의 소득이 제가 받는 월급보다 많은 달도 있거나 비슷해졌습니다. 그랬더니 저는 쇼핑도 할 수 있고 외식도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3년, 김포에 어머니 명의로 오피스텔을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원래 계획이었던 미국에도 집을 사는 것을 계획을 틀어 대학원 석사 과정의 학비로 돈을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지금은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었습니다. 제가 버는 것에 대해서 적당한 자신감도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용돈도 드리고 일년에 한 번씩은 어머니 친구들과 함께 여행도 보내드립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것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가? 지금 닥친 문제입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재미있게 남 눈치 안 보고 살고 싶습니다. 제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결국 장사를 해서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가 되어야 합니다. 자본가가 되지 않으면 평생 자본가들의 노예가 되어 제가 하고 싶은 걸 맘 편히 할 수 없습니다.

제가 하는 부업은 잘 될 때는 직업이 5명까지 있지만 지금은 1 명 월급도 겨우 주고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의 봉급은 올랐지만 제가 언제까지 이 직장을 다닐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잘리고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비자 문제로 이직에 있어서 다른 동료들과 다른 조건입니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제가 하는 부업에 전념하기에는 아직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저의 친구들과 아는 사람들을 비교를 해보면 30대인 지금 집안형편이 저보다 안 좋은 친구, 저보다 좋은 친구 의식주에서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한 달에 부모님한테 오천만원씩 받아 쓰는 분도 삶의 차이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옷이나 가방, 구두를 살 때 저와 다른 곳을 가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40대부터는 자녀가 입는 옷과 다니는 학교부터 조금씩 차이가 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50대부터는 완전 차이가 나겠죠. 누군가는 월세를 받기 시작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 때까지 월세를 내겠죠. 자녀를 유학보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유학은 고사하고 자녀가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며 가족을 부양할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아버지와 친구들의 아버지를 보면 60대부터는 누군가는 은퇴를 생각하며 일을 안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테고, 누군가는 60대에도 생존을 위해 일을 해야해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가진거 없이 태어나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월급으로 즐길거 즐기면서 살았는데 자식들도 여유있게 키우고 노후도 여유있게 사는경우는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넉넉한 집에서 태어나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월급으로 즐길거 즐기면서 살 순 있어도 자식들도 여유있게 키우고 노후도 여유있게 사는 건 정말 빠듯합니다. 하지만 자산가들이 작은 돈에도 덜덜거리는건 오늘도 보았습니다. 제가 꿈꾸는 삶을 위해 제가 저녁으로 퇴근길에 스시집에 가서 스시를 양껏 먹을 때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을 사먹지 않고 불고기에 밥 김치..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먹었습니다.

살고 싶은 삶을 생각하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회사 동료들. 그리고 그들의 집에 가서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면 좋겠다하며 행복한 상상을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려면 .... 아.. 이거 정말 무겁습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준 그녀가 고맙습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늦지 않다는 것을 꼭 실현하여 그녀에게 이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아.. 글을 쓰다 생각났는데 예전에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하고 글을 썼을 때 강가의 물안개님에게 대학원 학비를 돌려 받으면 학비의 1/10 규모안에서 쏜다고 했던 것이 생각나 그 분의 글을 검색해보니 탈퇴하신 것 같더라구요. 혹시 보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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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15/07/17 07:20
수정 아이콘
돈이 살아가는데 큰 잣대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거의) 모든 것을 잴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문학이나 철학에 관심이 많고 지식이 많은 사람은 그것으로도 남들이 (도저히) 얻을 수 없는 많은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윗글을 읽어보니 잣대의 중심에 돈만 있는 것같아 제 생각을 써 보았습니다. 다른 것으로 행복을 얻으시는 분들의 예를 많이 보시기 바랍니다.
궦뉁뒓뤣뷂쉖웺쥃
15/07/17 07:20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자본가가 답인것 같습니다 미국은요 글에서 이방인의 삶의 굴레가 느껴져서 와닿습니다.
lamdaCDM
15/07/17 07:47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충분히 자부감을 느껴도 될정도로 열심히 하시네요.

근데 해외에서 오래 있으셔서 그런지 저번글도 그렇고 이번글도 약간 영어식 표현이 보이네요. 몇년 있으셨나요??
15/07/17 08:37
수정 아이콘
전 반대로 삶의 여러가지 면면들을 전부 노동자로서 대하고 살아가면서도 존경받고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 미국에 왔습니다. 원래 씀씀이가 크지 않은데다 회사에서 식비도 다 해결해줘서 집세 말고는 돈 들어갈 일도 없고요. 하고싶은 일하는 직장에서 하고싶은 일하다가 집에와서 또 하고싶은 일하고, 주말에도 하고싶은 일.. 애초에 한국 아예 안돌아갈 작정하고 나온지라 가끔 한국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 서로 이미 인생에 대해서 걱정하는 부분들이 많이 달라졌구나 싶습니다. 돈 많이 벌면 금전적인부분 고민 안하겠구나 하고 온 부분도 있는데, 사실 오니까 물질적인 풍족함에 신경을 아예 안쓰게 되더라고요. 오늘 저녁에 할 개인프로젝트, 친구들이랑 보러갈 영화, 똑똑한 사람들과 만나서 하는 대화가 즐겁다는게 한국에 살때랑 많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쩌글링
15/07/17 10:43
수정 아이콘
걱정하지마세요. 자녀의 삶은 그들의 몫입니다. 서포트 없이 본인이 잘 해왔던 것 처럼, 자식들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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