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남짓 되는 젊은 새댁이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그녀와 꽤나 닮아 누가 봐도 그녀의 혈육인듯한 아이와 약국으로 들어왔다.

난생 처음 보는 묘하게 생긴, 혹은 험상궂게 생긴 인형들이 어린 아이의 황반에 선명하게 맺힌다.
아이는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내며 본인 나름의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사람들의 정체에 대해 추리해본다.

"엄마!! 이 사람들 태권도 선수들이야!!"

이 아이의 아버지는 KBL 은 커녕 스포츠뉴스에도 관심이 없었나보다.
우리 진호형이 나오는 스포츠 대작전 (이미 폐지되어버렸지만..) 이라도 보았다면 이런 헛다리는 짚지 않았을텐데...

"아니야. 저건 농구라고 하는거야."

엄마는 왜인지 모르지만 조금은 깊어진 눈망울로, 자신을 쏙 빼닮은 아이를 쳐다보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사람들...엄마가 중학교 때 정말로 좋아하던 사람들이야..."

아이의 호기심 어린 눈빛은 금새 의아함으로 바뀌어 어리둥절하게 엄마를 향한다.

"어?! 그럼 이 빨간 사람들이 엄마 첫사랑이야??"

엄마는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이라고 판단한듯 아이의 눈길을 가볍게 피하며 대기석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 순간 가볍게 읊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한 약국의 공기를 타고 내 고막을 진동시킨다.

"아니야.. 이 사람들이 아니고.. 저기 저 한 사람.. 루카와.. "

이곳, 한적한 시골에도 곳곳에 덕후들이 살아숨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