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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4/24 22:40:51
Name 불같은 강속구
Subject [일반] [서양화 읽기] 빈센트 반 고흐 - 모방과 재해석 그리고 오마주 (수정됨)
근대 이후 몇몇 화가들의 경우, 앞 시대를 풍미했던 대가들이나 동료 화가들의 작품을 토대로 모방을 통한 창조를 하거나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을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단순한 모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술사 안으로 들어가 전통으로부터 취할 것은 취하고 자기 발전이나 새 출발의 계기로 삼기 위함이기도 하고, 자기 작품의 성격에 부합되는 특징들을 강조하면서 선배의 작품을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작업은 영화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죠. 대부분은 원작만이 가진 아우라를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새로운 해석과 연출을 통해 제2의 창조를 이룬 작품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럼 이러한 온고지신을 실천한 화가들과 그들이 존경을 보냈던 선배작가의 작품들을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빈센트 반 고흐, 그 다음으로 살바도르 달리,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 순입니다.


I.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1. 고흐와 밀레
고흐가 화가로서 활동했던 시기는 37년이라는 그의 짧은 생애속에서도 10년 정도이며, 고흐 특유의 강렬한 색채미학을 선보인것은 1888년 남프랑스의 아를로 옮긴 이후 셍레미와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거치는 2,3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그가 영혼을 태워 그린 많은 작품들은 그를 서양미술사상 가장 위대하면도 대중적으로도 인기있는 화가로 만들었죠.
그런 고흐에게 많은 예술적인 영향을 주었고 , 고흐 자신이 존경해 마지 않았던 대표적인 선배 화가가 바로 밀레입니다.

고흐는 본격적인 화가활동을 시작할 무렵인 1880년경부터 이미 밀레의 작품들을 베껴 그리면서 드로잉과 정밀 묘사를 연습했고, 그러한 실습을 통해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본기를 배웠습니다.
“고흐를 키운 것은 8할이 밀레다” 라고 하면 좀 과장일까요.
밀레는 농부와 노동자에 대해 우수어린 헌사를 보내는 작품들을 그려왔고 흙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있었습니다.
항상 자신을 농부계급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들과 함께 보낼 때 가장 편안해 했던 고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밀레와 소통하게 됩니다.
고흐도 밀레와 같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고 이것은 고흐가 네덜란드에서 농부와 베 짜는 사람들에 대해 초점을 맞추던 초기 작품들에서 분명히 반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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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tato Eaters
                                                     Oil on canvas, 82.0 x 114.0 cm.
                                                             Nuenen: April, 1885
                                                    Amsterdam: Van Gogh Museum

고흐의 초기 걸작인 [감자를 먹는 사람들]에는 가난과 연대라는 주제가 잘 나타나있죠.
고흐는 동생인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등불 아래서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 땅을 경작할 때 쓰는 바로 그 손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애썼다. 그림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노동으로 거칠어진 그들의 손과,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밥을 먹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사실이야.”
고흐의 이 말은 ‘왜 밀레를 숭배했는가?’ 에 대한 답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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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asant and Peasant Woman Planting Potatoes
                                                         Oil on canvas, 33.0 x 41.0 cm.
                                                                  Nuenen: April, 1885
                                                              Zurich: Kunsthaus Zurich



고흐는 네덜란드를 떠나 파리로 와서 고갱,피사로, 로트렉 등과의 교류를 하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앞시대의 낭만파 대가인 들라크루아의 색채 이론을 토의하고, 인상파의 빛과 일본의 채색목판화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게됩니다.
밀레의 흔적은 상당히 사라지게 되었고 그림의 주제도 많이 바뀌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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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ples in the Voyer d'Argenson Park at Asnieres
                                              Oil on canvas, 75.0 x 112.5 cm.
                                                     Paris: June-July, 1887
                                             Amsterdam: Van Gogh Museum

인상파의 향기가 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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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onaiserie: Oiran (after Kesaï Eisen), Also known as "The Courtesan"
                              Oil on canvas, 105.0 x 60.5 cm.
                              Paris: September-October, 1887
                              Amsterdam: Van Gogh Museum

일본미술이 모네 등의 인상파 화가들이니 고흐에게 준 영향은 정말 컸습니다.
이런 영향들과 우키요에 작가인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작품에 대한 고흐의 모작은 다음에 소개하겠습니다.




고흐가 남프랑스의 아를로 옮겨온 뒤에는 수확하는 풍경이나 햇볕을 듬뿍 머금은 아를의 들판 등 시골모습들이 다시금 작품에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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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rvest at La Crau, with Montmajour in the Background
                                                                       Oil on canvas, 73.0 x 92.0 cm.
                                                                                 Arles: June, 1888
                                                                     Amsterdam: Van Gogh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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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ower
                                                            Oil on canvas, 32.0 x 40.0 cm.
                                                              Arles: November, 1888
                                                         Amsterdam: Van Gogh Museum

위 작품에서도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의 영향이 보입니다.



고흐의 요청으로 고갱도 아를에 오게 되었고 둘이 함께 생활하던 중 저 유명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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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
                                       Oil on canvas, 60.0 x 49.0 cm.
                                            Arles: January, 1889
                                   London: Courtauld Institute Galleries


그 뒤로도 계속 환각과 불면에 시달리고 정신병원에 수용되기도 했던 고흐는 아를에서 화가공동체를 만들려던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 레미의 요양원으로 갑니다.

바로 이 생 레미에 있던 기간에 고흐는 집중적으로 밀레 작품에 대한 모사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모방은 밀레에게 바치는 헌사였으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넓히는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고흐는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작곡가가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는 유일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듯이 음악에서도 해석이 중요하다며, 몸이 아프지만 자신을 북돋아주기 위한 뭔가를 창조하기 위해 기꺼이 그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것은 단순한 복제가 아닌 다른 색채의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라고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색채의 번역인 것이죠.
고흐에게 밀레의 작품은 자신안의 악마와 힘겹게 싸우는 동안 쉴 수 있었던 은신처였던 것입니다.

고흐는 생 레미에서도 종종 발작을 일으키며 고생하다가 1890년 5월 파리 근교의 오베르쉬르우아즈로 이사하게 됩니다.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계속 작품활동을 하다가 7월말 오베르의 언덕 위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했고 며칠 후 사망합니다.

생애동안은 작품 몇 점을 팔지도 못하고 가난과 고통을 안고 살았던 불우한 천재.
불꽃같은 삶이란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렸던 위대한 화가 고흐.


자 이제 그 고흐가 밀레에게 바치는 오마쥬와 밀레의 원작을 같이 감상해 보시죠.
위쪽과 왼쪽이 고흐, 나머지가 밀레입니다.


1.하루일과를 마친후 돌아가려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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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저녁에 등불을 켜고 뜨개질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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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아빠,엄마와 함께 첫걸음을 시작하려는 아이.  아주 밝고 따뜻한 풍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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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하러 나가는 농군 부부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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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잠시 쉬면서 낮잠을 자는 농부 부부의 한가로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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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도 큐비즘 실험을 끝내고 고전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던 시기에 이와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한 점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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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blo Picasso.
                                                                  Sleeping Peasants.
                                              1919, Tempera, water-color and pencil, 31.3x48.9cm
                                               The Museum of Modern Arts, New York, NY, USA.


6.밀단을 묶는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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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의 원작을 구할 수 없어서 최대한 비슷한 그림으로 골라봤습니다. 제가 잘라놓은 부분을 보면 좀 비슷하죠.


7.밀짚을 자르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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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아무리 돌아다녀도 원작을 구하지 못해서 그나마 가장 비슷한 구도가 나오는 빵굽는 여인이라는 작품으로 넣어봤습니다.


8.고무래질 하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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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쟁기와 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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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긴 낫을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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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 원작의 작품정보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11.낫을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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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per with Sickle (after Millet)
                     Oil on canvas, 44.0 x 33.0 cm.
                     Saint-Rémy: September, 1889
                     Amsterdam: Van Gogh Museum
원작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12.짚단을 묶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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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그림의 짚단을 드는 남자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13.양털을 깎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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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양치기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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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씨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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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의 [씨뿌리는 사람]은 하루의 리듬, 사계의 흐름, 하층민들의 노동을 하나로 압축하여 상징하는 작품이죠.
땅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명의 근원이 되는 씨를 뿌리는 작업을 하는 이 그림은 엄숙함과 경건함까지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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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wer
Oil on canvas, 64.0 x 80.5 cm.
Arles: June, 1888
Otterlo: Kröller-Müller Museum
[씨뿌리는 사람]의 영향은 이미 아를에 체류하던 시기에 그렸던 이 작품에서도 나타납니다.


16.실 잣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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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네덜란드에 있을때도 베틀로 일하는 사람들이나 실뽑는 사람들을 많이 그렸는데 여기서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17.도리깨질을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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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삽질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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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나무를 베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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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신가요? 원작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죠?
고흐는 지금 보신 밀레의 완성된 그림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주로 채색되지 않은 판화나 데생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저 명암만을 가진 이미지들에 자신만의 색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죠.

다음에는 역시 고흐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낭만파의 대가 들라크루아와 고흐의 모작에 대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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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고흐가 그린 거의 대부분의 밀레 모사작품들과 밀레의 원작을 한자리에 모두 모으는 작업이 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고흐의 겨우는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밀레의 작품이나 다음에 소개할 도레 라는 작가의 원작을 찾기가 힘들더군요.  특히 도레는 정말  -_-;;

저 중 일부만을 소개한곳은 상당히 많고 국내 블로그 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작품정보를 같이 올린 곳은 거의 없었고 엉뚱한 작가의 그림을 올려놓고 비교한 곳도 있었습니다.
그냥 이미지만 모으는 건 훨씬 쉬웠을텐데 좀 더 신뢰성을 확보하려고 작품정보까지 찾다보니 시간낭비가 많게 되더군요.
거기에다 비교하기 좋게 포토샵 작업까지 했고.....

무엇보다도 지금과 같은 분량의 수집을 해놓은 곳은 웹상에서 쉽게 찾기 힘드실 겁니다.

무슨 별다른 의미가 있는 일도 아니고 제가 좋아서 한 작업이지만
어쨌든,  이 게시물 자체의 퀄리티와는 상관없이 저로서는 손품이 꽤 많이 들어갔습니다.
혹시나 어디 가져가시지는 말고 그냥 여기서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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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토스
08/04/24 22:52
수정 아이콘
와 정성이 들어간 글 잘 봤습니다.

전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질문 몇 자 드려봅니다.

전 솔직히 듣보잡 화가의 그림을 봐도, 피카소나 고흐같은 명화가의 그림을 봐도

별 다른 다른점을 못느끼는 사람입니다.

저런 그림들을 볼 때 어떤 식으로 감상을 해야 하는지요??(뭐 너무 이상한 추상화는 제외하고 치더라도요)

이 글은 화가의 그림이 비교되어있는데요

뭐 같은 그림인데 이 화가껀 좀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다른건 좀 투박하고 거친느낌이다

이정도는 구별하겠지만요....
율리우스 카이
08/04/24 22:53
수정 아이콘
불같은 강속구님의 노력에 경의를, 그리고 마음에 감사를, 내용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WizardMo진종
08/04/24 22:5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좋은그림을 알기 쉬운 설명과 함께 감상했습니다 ^^
08/04/24 22:58
수정 아이콘
엄청난 자료 잘 봤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얼마전 고흐전을 보고 와서인지 더욱 새롭게 느껴지고, 밀레의 영향을...... 참 많이 받은 것 같네요.
단순히 농부의 삶이라던가, 그런 소재만 영향을 받은 줄 알았더니.. 그림도 참 많이 그렸고 - 그 와중에 실제 팔린 그림은 단 한 점이었다던데...
죽고나서 고흐의 유작이 비싸게 팔리는 걸 보면 기분이 참 씁쓸합니다.
불같은 강속구
08/04/24 23:38
수정 아이콘
낭만토스님// 음악도 영화도 미술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순수 예술작품의 감상은 순전히 자기의 심상에 어떻게 다가오는가 가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으로 느끼는 일에 어떤 체계적인 형식이 잡혀있는건 아니겠죠.
낭만토스님께서 좋은 음악을 들으시고 멋진 영화를 보셨을때 느끼는 그러한 감정이 어떤 그림을 보고 들어온다면,
그것이 누구의 작품이냐는 자기에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분야든 관심을 가지고 대하는 횟수가 늘어나다보면 자기 나름대로의 기준이 잡힐 수는 있을겁니다.
예술작품을 , 수학이나 과학공식처럼 정해진 틀안에서 답을 찾기 위해 공식을 적용하거나 실험하는 방법으로 대한다면 오히려 더 피곤해지겠지요. 주객전도가 되는것이죠.
낭만토스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서로 다른 그림을 보시면서 그때 그때 들어오는 느낌을 가지고, 또 관심을 가지고 이런 저런 작품들을 많이 접하시게 되면 낭만토스님 나름대로의 주관이 생기시리라 봅니다.
그러니까 정답은 관심을 가지고 많이 보면 된다 입니다.
너무 원론적인 답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미술사의 전개방향에서 시대를 이끌어간 경향들을 보면 동시대의 틀안에서 머물렀거나 반동적인 입장을 취했던 예술가들과는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다비드나 앵그르처럼 정돈되고 엄격한 질서를 추구하며 고전의 미학을 그대로 추종하던 사람들과, 그에 반해 개성을 중시하고 변혁을 꾀했던 들라크루아나 그 이후 인상주의화가들의 작품을 보시면, 물론 다 좋은 그림들이긴 하지만 분명 낭만토스님의 심상에 들어오는 느낌이 다르실겁니다. 제가 나서서 이쪽이 훨씬 좋은 그림이다 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고 한번 관심을 가지고 여러 그림들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사실 몇년전만 해도 미술은 전혀 관심없고 아주 유명한 화가들 이름도 그 작품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혹시 갤러리 페이크 라는 만화를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만화를 보다가 '아..나도 만화주인공처럼 이 그림을 보면 누구그림이고 이건 무슨 유파의 작품이고 ...척척 알게되면 참 좋겠다' 라는 아주 유아틱한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서양화가 땡기기 시작해서 이런 저런 책을 사모으고 그림을 보다보니까 지금처럼 조금 아는체를 하는것 뿐입니다.
그림을 보시다 보면 알겠지만 한 작가의 작품을 집중해서 몇개씩 보면서 미술사 전체를 죽 훓어내리다 보면, 그 전에는 전혀 본적이 없던 그림이라도 누구의 작품인지 바로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전 우선 그런게 재밌어서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08/04/24 23:46
수정 아이콘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요즘 퍼즐로 해바라기와 고흐의 방을 맞추고 있어서 관련 자료를 찾아 보았었습니다.
참고했던 블로그의 글과는 다른 방향에서 설명을 잘해주셔서 집중해서 잘 보았습니다. ^^
딩요발에붙은
08/04/24 23:52
수정 아이콘
아! 이런글 정말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석동
08/04/24 23:55
수정 아이콘
와.. 처음으로 추게로를 외쳐봅니다. 노력과 정성이 대단하시네요, 고맙습니다.

저도 고호를 좋아해서 스크린세이버를 고호 그림으로 돌리고 있죠.

(갤러리 페이크도 봤습니다.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로 미술에 대해 약간 관심을 가지게 됐네요.)
박정우
08/04/25 00:04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름만 알고있던 훌륭한 화가들의 그림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고흐의 글인데도 밀레의 그림에 더욱 눈길이 가네요 저도 관심을 가져보아야겠습니다)
戰國時代
08/04/25 00:16
수정 아이콘
추게로
08/04/25 00:22
수정 아이콘
와 견문을 넓히는 PGR좋습니다!
추게로 처음 외칩니다.
추게로!
낭만토스
08/04/25 00:41
수정 아이콘
불같은 강속구님// 와우 멋진 답글 감사합니다. 제가 음악이나 체육쪽은 관심이 많아도 미술쪽은 영 관심을 붙이기가 힘들었는데

왠지 불같은 강속구님 덕에 조금이나마 정을 붙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관심을 가지는게 급선무군요 ^^

앞으로도 좋은 글 써주시길 바랍니다~~ 여기 애독자(?) 한명있습니다
Minkypapa
08/04/25 00:47
수정 아이콘
일단 지난글에 이어 좋은 그림들을 연달아 보게되어서 '불같은 광속구'님께 감사드립니다.
글을 따로 써보려고도 했지만, 관련사진들을 붙이는건 보통일이 아닌지라 리플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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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화가라는 고흐.
제가 스무살되기전에 그의 그림이 왜 천재적인 그림인가? 하는 물음을 가졌었죠.

25살때, 암스테르담에 있는 고흐박물관인가에 갔었습니다. 꼭대기층에서부터 쭈욱내려오면서 그림을 보는데,
뭔가 꿈틀꿈틀하더군요. 밤에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는데, 눈앞에서 노란색이 아른아른했습니다.
이사람은 진짜 화가구나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게 천재의 그림이구나 하는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그래도 좋더군요. 또 보고싶은 그림이자 누가봐도 이건 고흐그림이다라고 알수있는 독창성.
그 뒤에도 몇년에 한번 가끔 보이는 그의 그림은 유심히 눈여겨 보아두었습니다.

32살때, 그를 찾아, 프로방스의 아를과 셍레미에 갑니다.
사실 실망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별로 남아있지 않았거든요. 많은 스토리는 남아있었지만....
그가 머물던 요양원에서는 그의 그림의 모작을 그려놓는다거나... 실제 남아있는 유화는 하나도 없었죠. 데생몇작품정도...
이제 그의 완성작은 너무 비싸고 유명해서 세계적인 일류 미술관 아니면 걸려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를과 생레미는 그의 많은 작품속에서 영원히 함께하겠죠.

35살때 고흐의 데생/스케치 특별전을 보았습니다. 수백장되는 아주 많은 양이더군요.
피카소도 그랬지만, 자신의 경지에 올라가기전에 수많은 모작과 기본밑그림그리기를 충실히 했던 화가였습니다.
좀 어두운 분위기의 긴 화랑을 구불구불걸어가며 드는 생각. '아~, 이 사람 천재구나!'

그날 밤, 제가 언젠가 꿈결에서 봤던 노릇노릇한 색깔이 찾아옵니다. 거기 고흐의 노란색이 있었죠.
십년전에 암스테르담에서 보았던 그림들(수백, 수천억대의 그림을 본거겠죠)이 문득 생각납니다. 그당시엔 가치도 잘 몰랐죠.
부디 그곳에서 다시 재회할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M. 빈센트 반 고흐~
ㄴinkin
08/04/25 00:58
수정 아이콘
불같은 강속구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이 성의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글 감사하단 말이 나올만한 글입니다.. ^^
연아짱
08/04/25 01:13
수정 아이콘
역시 PGR!!!!
이젠 이런 글도 올라오네요
추천 한 방 쎄립니다.

유럽에서 직접 보았던 인상주의 작가들에 대한 감동이 다시 밀려오네요 ^^

낭만토스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관심이 가신다면 일단 많이 봐라! 그리고 현재 느낌에 충실해라! 단, 지금 싫다고 외면하지는 말아라!
이 3가지를 요구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지식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보다보면 미술처럼 작가의 필링이 압도적으로 드러나는 예술 분야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유명한 작가니까 뭔가 좋겠지란 마음보다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거침없이 비판하세요.
그런 것들이 다 자양분이 될 겁니다.
나중에 내가 왜 저렇게 생각했는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구요.
하지만, 지금 느낌이 오지 않는다고 영원히 외면하지는 마세요.
거장의 대작들은 괜히 대작들이 아닌 경우가 참 많습니다.
예전에 못느꼈던 것들이 나중에 아주 다르게 다가오는 경우는 허다하거든요.
쉬이 외면하다 보면 결국엔 그런 즐거움을 놓치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가장 좋은 건 사실 직접 보는 건데....

최근 유럽에서 고갱의 천재성을 비로소 이해하고 어설픈 한마디 올려봅니다.
장군보살
08/04/25 01:14
수정 아이콘
저도 미술에 지식이 없어서 다른 화가들은 모르겠지만.. 고흐 이 사람의 그림은 진짜 마음에 들어요
불같은 강속구
08/04/25 01:25
수정 아이콘
Minkypapa님// 너무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왠지 뭉클한 느낌이 드네요.
따로 글을 써주셨어도 정말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고흐의 색채가 폭발하던 만년 2-3년간의 그림은 정말 한번 보면 잊기 힘든 끌림이 있죠. 특히 그 노란색!
제가 나중에 유럽미술관 투어를 최소한 몇달동안 하는게 꿈인데 이루어 질지 모르겠네요.
혹시 우연히 그런곳에서 만나뵐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그리고 저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강할뿐 ;;;;

자기전에 다시 들어와봤는데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저번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시간낭비 하지 않은것 같아서 보람이 있습니다.
08/04/25 06:57
수정 아이콘
아침부터 좋은 글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08/04/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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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과 그림입니다.
글쓰신 분이 이 게시물을 만들면서 들인 정성과 즐거움이 짐작되니 맘이 기쁩니다.

미술품 관람은 작가와 나와의 일대일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소통되었을 경우에는, 강렬하고 자극적이며 압도적입니다.

내가 어떤 작품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동안 그 작가가 내 눈에, 귀에, 피부에 외치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내가 관심이 없거나 바쁘거나 아니면 사전지식이 없어서 또 더러는 그 작품이 말하는 것이 없을 수도 있어서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지요.

메시지를 못 듣는다고 잘못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들린 소리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 이야기 하면서 공감하는 즐거움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입니다.

제가 처음 어떤 미술품을 보고 느낌이 온 경험을 말씀드리고 맺겠습니다.
이른바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20년전 어느 봄날 과천의 현대미술관이 생긴지 얼마 안 되어서 였습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화가의 특별전에 무심코 발을 돌려 나오던 순간이었습니다.

작품은 세로로 긴 캔버스 가운데 수평선 하나가 그어진 퍽이나 밋밋한 그림으로 연작 중 하나였습니다.
제목은 "바다" 였습니다.

어느 순간 '그래! 바다가 이렇게 보일 때가 있었지' 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만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만큼은 가로로 그어진 선 하나에서
작가와 나는 같은 대상을 보고 같은 감상를 느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밋밋한 수평선의 연작들을 하나씩 하나씩 보면서 '이건 슬픈 바다야, 이건 밤에 즐거워 춤추는 바다군'
이렇게 작가와 대화하던 그 시간이 제가 미술품을 감상하는 첫 시간이었습니다.
백마탄 초인
08/04/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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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갑자기 우리 아이들 교육에 문학과 예술에 많은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라레솔시미
08/04/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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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추게로~

그림만 제 싸이로 조금 퍼가는 건 안 될까요? ^^;
불같은 강속구
08/04/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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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o님//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전시회를 가거나 비록 도판이나마 그림을 볼때, 가끔씩 멍하니 한참 들여다 보게 되는 그림들이 있습니다.
그런 느낌들 때문에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들은 그걸 남에게 전달해주고 싶어서 창작을 하는것이겠죠.
음악을 듣거나 문학작품을 읽거나 영화를 볼때도 너무 좋아서 뭉클해지고 어쩌다 눈물이라도 나올때면, 그런 창작을 해주신 분들께 참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王天君
08/10/17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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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뒤늦게서야 강속구님의 글을 찾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시립미술관에서 고흐전을 본 이후로 서양미술, 특히 고흐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는데, 너무나 좋은 글 감사해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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