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7/06/13 16:53:16
Name Mong
Subject [일반] 망인(亡人)은 제대로 망인으로 대해 줍시다.
#1.
5월 18일이 지났습니다. 얼마전에는 6월 10일도 지났구요..
한 인간의, 8년간에 걸친 독재의 시작 즈음과 끝날 즈음의 일입니다.

#2.
조선 시대에는 팽형이라는 형벌이 가끔 행해 졌다고 합니다.
종로 네거리 복판 등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 큰 무쇠솥을 걸어 놓고 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삶아 죽이는 시늉을 하는 형벌이라고 합니다.
이후, 팽형을 당한 죄인은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사람으로 행세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망인(亡人)으로 대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그를 상여로 싣고 집으로 가서
장례를 치르고, 장례가 끝나면 산 시체가 되어 평생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3.
조니 뎁의 살인적인 매력(참고로 전 남자입니다만)이 물씬 풍기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는 '망자의 함'의 주인인 데비 존스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룹니다.
심장이 없는, 이미 죽었어야 할 데비 존스는 오히려 자신의 심장이 망자의 함에 있는 것을
무기로 삼아 괴수 크라켄을 부리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닙니다.
그는 망인(亡人)이지만 살아있는 인간보다 더 큰 권력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4.
실로 몇십년만에 우리의 손으로 지도자를 뽑고, 그러한 지도자가 서둘렀던 소위 과거
청산의 시절, 5월18일과 6월10일에 일어났던 일들의 대상이 되었던 그 누군가는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그리고 놀랍도록 빠르게 사면을 받습니다.

그당시 저는 그가 '팽형'을 당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살아 있으되 살아 있지 않은,
주위 모두에게 산 시체 취급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가 저지른 죄에 비하면
하찮은 형벌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그에게 도저히 '상처'라는 간단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느새 데비 존스가 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심장을 망자의 함에 넣어두고, 그걸로 자신은 고통받고 면죄부를 받았다고 주위를 기만하며 크라켄과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크나큰 권력과 힘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에게 고통받고 상처 받았던 사람들은
아직까지 그가 주었던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분노를 넘어
절망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5.
몇달 뒤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국민의 손으로 뽑는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각 후보들은 열심히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 애쓸 것이며, 또한 각계의 원로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모습도 보일 것입니다.

한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제발 이제는 그 사람을 '망인(亡人)'으로 대합시다. 더이상
그 사람에게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차 한잔 앞에 두고 현 정국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듣는 모습을 보기 싫습니다.

여러분께도 부탁드립니다. 그에 대해 우리 모두 '망인(亡人)'으로 대합시다. 그를 찾아
가는 정치인들을 '귀신이랑 대화하는 이상한 인간'으로 욕해 줍시다. 그에 대한 기사에는
'요즘은 귀신 기사도 나오네'라고 신문을 욕해 줍시다. 그의 인터뷰에는 '귀신이 보여요'
라고 방송국에 전화해 줍시다.

천성이 강풀님처럼 용기가 있거나 행동력이 강하진 못한지라, 이정도 밖에 그 '망인'에게
해줄 수 있는게 생각이 안납니다. 하지만 이렇게나마 하는 것이 역사를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아직까지 망령이 떠도는 현실에 슬퍼하며, 언젠가 신문지상에 '故 모모모씨'라고 쓰일
날을 기대해 봅니다.


ps1. 일년 가까이 눈팅만 하다 처음 쓰는 글이라 규정을 다 올바로 지켰는지는 모르겠
       습니다. 정치적 논쟁 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 있으면 쪽지 주십쇼.
       업무 시간에 눈치보면서 쓰느라 허접한 글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2. 글에 씌여진 5월 18일, 6월 10일은 좀 더 격정적으로 쓰고 싶었으나 적당한 수식어를
       붙이기가 부끄러워 붙이지 못합니다. 혁명, 항쟁 이런 말로도 형언할 수가 없네요.
       '그 사람'이란 표현도 마찬가로,  임산부와 노약자를 위한 배려...라고나 할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루미너스
07/06/13 17:06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강풀님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용기이며, 따라서 마구 감탄중입니다. 썩 꺼져버려라 망인아~

ps. 덧붙여, 추게로(...)
사과나무
07/06/13 17:19
수정 아이콘
추게로...

그 사람이란. 반란수괴. 살인마죠.

검색해보니.. 좋은 자료가 있네요.

http://www-nozzang.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8&uid=630535#top
IntiFadA
07/06/13 17:25
수정 아이콘
정치적인 글이라 추게행이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외쳐봅니다.

추게로...
협회바보 FELIX
07/06/13 17:44
수정 아이콘
추게로.
와피데일
07/06/13 17:47
수정 아이콘
마찬가지 맥락으로 이제 슨상님도 입좀 다무셔야죠.
천재여우
07/06/13 17:48
수정 아이콘
사과나무님 링크에 가보니 아...머리가 아프군요...이런 xxx들....
마술사
07/06/13 17:51
수정 아이콘
추게로
My name is J
07/06/13 17:54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이렇게라도 한번씩 잊지 않는것 밖에는 못하는게 씁쓸하지만 말이지요....
AstralPlace
07/06/13 17:55
수정 아이콘
당장 목을 베어 남대문에 걸어놓고 싶은 사람을 꼽으라면 5손가락 안에 들어갈 사람입니다.
(전라도 분들은 압도적으로 1순위로 꼽겠네요.)

글은 무조건 추게로.

P.S. 왠지 이 글에 반론을 펼칠 두 사람의 아이디가 떠오르는 것은...
레지엔
07/06/13 17:58
수정 아이콘
흔히 말하는 '대세' 후보들은 다 가겠죠... 누구 찍냐 후..
NeverMind
07/06/13 18:11
수정 아이콘
다른 말이 필요 없군요

추게로~~~
07/06/13 18:12
수정 아이콘
IntiFadA님// 이런 글이 정치적인 글이 된다는 사실이, 그 사람이 아직 정치인이라는 현실이 씁슬합니다...후...

My name is J님// 고맙습니다. 저도 늘 씁쓸하지만 이렇게라도 한번씩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까지 잊지 맙시다.

레지엔님// 잘 봐 두었다가 찍지 말죠. 그게 우리가 가진 가장 작은 힘이자 가장 큰 힘이니까요. (이러면 정말 정치적인 글이 되려나...쩝.)
여자예비역
07/06/13 18:24
수정 아이콘
추게로..입니다..

정말 속이 시원한 글이네요..
루미너스
07/06/13 18:28
수정 아이콘
모로봐도 다시봐도, 기발하고 참신한 소재와 우리역사의 아픔을 잘 연결지어 가슴을 시원하게 하네요. 내심 PGR no.1 글이라고 하고 싶군요!

인류의 역사가 점차 발전한다는 주장에는 회의적이지만, 과거의 아픔이 있기에 지금의 진전이 있음에 희망을 갖습니다. 그 시대의 아픔을 현재와 공유해, 앞으로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07/06/13 18:29
수정 아이콘
추게로~~ 첨 쓰신다는 것을 믿을 수 가 없네요. 짝짝짝~~~!!!
앞으로도 많은 글 부탁드려요..
엘케인
07/06/13 18:56
수정 아이콘
추게로~
하늘하늘
07/06/13 19:24
수정 아이콘
저도 김대중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전두환과 비교될 만한 인물은 아니죠.
어떻게 이런 글에 저런 댓글이 달릴수 있는지 안타까울따름입니다.
아무리 봐도 이글은 정치선호나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의에 관한 글같은데 말이죠
넘팽이
07/06/13 19:32
수정 아이콘
전두환이든 김영삼이든 김대중이든 다 亡人에 부류에 속하는 인물 아닌가요? 전 이번 대선에서 전직 대통령 누구누구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말 좀 안 들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레지엔
07/06/13 19:36
수정 아이콘
전두환이 쳐죽일 인간인가 아닌가는 논외로, 정말 전 시대의 정치가들이 거물인 척(사실 거물이긴 하지만...) 슬슬 흔들면서 아직까지 영향력이 있다고 과시하는 태도는 참 보기 역겹죠. 그럴꺼면 다시 앞으로 나오든가요.. 왜 뒤에 앉아서 자기들이 '조종'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이건 전두환뿐 아니라 김씨 둘에게도 해당되는 얘깁니다.
07/06/13 19:46
수정 아이콘
마찬가지 맥락이라... 그냥 단순히 대통령을 지냈던 사실 이외에는 두 사람을 같은 맥락으로 잡을 건덕지가 없다고 보여지는데요
Daydreamer
07/06/13 19:50
수정 아이콘
추게로.

정말이지 글 잘 쓰셨습니다!
데스싸이즈
07/06/13 20:20
수정 아이콘
추게로....
근래 본 글중 가장 공감이 가는글입니다..
IntiFadA
07/06/13 21:21
수정 아이콘
논점을 흐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글은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 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게 아니고, '권력의 망상에 사로잡혀 내란을 일으키고 국민을 학살한, 그리고 그 결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자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다른 대통령, 다른 정치인과 동일선상으로 욕이나 해주고 말 수준의 인물이 아니기에 '김영삼이든, 김대중이든, 누구든...' 이라는 말에 반대합니다.
아이스버그
07/06/13 21:27
수정 아이콘
그래도 노태우는 별로 욕을 안먹는군요. 잊혀진건가,,,
꿈트리
07/06/13 21:29
수정 아이콘
뭔가 하고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신 느낌이네요.

추게로...!
사과나무
07/06/13 21:32
수정 아이콘
나라를 반역하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했는지.
뇌물을 받고 특혜를 주어 공정한 질서를 어지럽히는 반칙을 조장했는지.

<--- 적어도 이런사람과 그 외의 사람은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각자의 정치적 입장과 생각이 다르다 할지라도요.

일제시대 일본군 장교를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꼽는것도. 참 어이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쥐스킨트
07/06/14 00:02
수정 아이콘
추게로!!
사과나무님// 공감합니다.
바트심슨
07/06/14 00:06
수정 아이콘
이건 추게가 아니면 어울릴 곳이 없는 글이네요. 살인마 개두환에게 신의 불벼락이 있으리......
온누리
07/06/14 01:09
수정 아이콘
공감가는 글입니다.
전씨나 노씨에게 가서 인사하는 대선 주자들은 가뿐히 무시해 줬으면 합니다.
휀 라디엔트
07/06/14 01:49
수정 아이콘
비록 수도권에서 나고 자라왔지만...
제 몸 반쪽은 전라도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용서하지 못할 자를 꼽으라면 반드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자입니다...
아직도 저희 어머니는 저 자의 이야기만 나오면 평소에 입에 올리지도 않으시던 육두문자를 꺼내십니다...
07/06/14 10:02
수정 아이콘
음.. 양 김 대통령을 저 사람과 동일시하는 분도 계시는군요;;
그래도 양 김 대통령은 무고한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이진 않으셨죠...
그분들의 정책적인 실패 등으로 인해서 생활이 파탄나서 자살을 하거나 한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걸 두 사람의 잘못으로 돌리기는 좀 어렵구요.

하지만.. 그 전의 두 대통령은 군대에게 "명령"을 했고, 상관의 명령에는 절대 복종을 해야만 하는 군대의 특성상...
자신의 손으로 광주의 무고한 시민들을 직접 죽인거나 다름없죠.
아브락사스
07/06/15 07:19
수정 아이콘
추게로... 다른말이 필요없습니다...
07/06/15 09:28
수정 아이콘
비유가 너무 적절하네요 속이 다 후련합니다.^^
스테로이드
07/07/26 19:08
수정 아이콘
추게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58417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32508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54973 28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27133 3
101901 [정치] 너무 노골적이고 편파적인.. [11] 틀림과 다름1834 24/07/16 1834 0
101900 [일반] 트럼프의 러닝 메이트와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 - 트럼프의 젊은 마스코트? [48] 스폰지뚱3512 24/07/16 3512 7
101899 [일반] 협회와 홍명보, 모든 것이 철저히 무너지길 바라며 [55] 민머리요정6261 24/07/16 6261 55
101898 [일반] 아침 조(朝)에서 파생된 한자들 - 비웃음, 사당, 밀물 등 [10] 계층방정2036 24/07/16 2036 5
101897 [일반] 인류 역사의 99%를 알아보자: 서울에 200명도 안살던 시절 [8] 식별4722 24/07/16 4722 13
101896 [정치] 이재명 서울서 3개 수원에서 1개 재판 동시에 받는다 ... 대법원의 기각 [54] 아수날9636 24/07/15 9636 0
101895 [정치] 윤석열 지지율이 ars에서는 올랐습니다 이럴수가 ! [21] 아수날9364 24/07/15 9364 0
101894 [정치] 이번 트럼프 저격 사건이 경호 대참사인 이유.jpg [57] 캬라11898 24/07/15 11898 0
101893 [일반] SI개발의 해묵은 문제 [45] 퀀텀리프5968 24/07/15 5968 6
101892 [일반] "감독의무 있다" 法, 학폭 가해학생 부모 손해배상 책임 인정 [20] 로즈마리5675 24/07/15 5675 4
101891 [정치] 日, 네이버의 라인 매각 요구 사실상 철회 [58] EnergyFlow9026 24/07/15 9026 0
101890 [일반] [서평]《벌거벗은 정신력》 - 현대 사회에서 폭증하는 우울과 불안은 질병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애도다 [4] 계층방정2635 24/07/14 2635 9
101889 [일반] [서평]《매혹의 땅, 코카서스》 - 직접 가보는 듯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조지아 여행기 [8] 계층방정2221 24/07/14 2221 4
101888 [일반] ASUS, RTX 4060 Dual V3 그래픽카드 출시(절대 비추천) [10] SAS Tony Parker 2754 24/07/14 2754 2
101887 [일반] 내맘대로 엄선한 일본 여자 그룹 보컬 노래 (장르/시기 불문) [13] Pika482268 24/07/14 2268 1
101886 [일반] 인생이 한 번 뿐이라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 [41] 사람되고싶다7519 24/07/14 7519 9
101885 [정치] [속보]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중 총격 테러 [222] 뜨거운눈물18950 24/07/14 18950 0
101884 [일반] PC방 숫자가 엄청나게 줄어들었습니다. [56] 버들소리10088 24/07/14 10088 2
101883 [일반] [팝송] 알렉 벤자민 새 앨범 "12 Notes" 김치찌개2035 24/07/14 203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