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는 오랜만에 마을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 사람, 딱히 환영받는 느낌은 아닙니다. 미망인의 부탁으로 하루 머무르다가 하루가 며칠이 되고, 일주일 동안 남게됩니다. 그리고, 그 일주일 동안, 실종 사건이 벌어집니다.
영화 <미세리코르디아>는 인물 관계도라는 측면에서, '막장극' 혹은 '개판'이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혹은, 그거보다 훨씬 센 표현이 필요하든가. 다만, 한 두 장면 정도, 명확한 관계도를 그리고 나면, 나머지 장면, 특히 과거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이 상상에 의존하는 경향도 보입니다. 그러니까,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는 장면들이 훨씬 위험(?)한 장면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영화는 상당히 '스릴러' 적이면서도, 묘하게 블랙코미디 같습니다. 막 되게 빵터지는 장면은 없으면서도, 킥킥거리는 장면, 곱씹으면 묘하게 이상한 장면들이 나오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소재적인 측면에서 여러모로 캡사이신을 때려붓는 영화기도 합니다.
동시에, 영화는 상당히 기묘한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상하게도, <팬텀 스레드>가 생각났어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계약(혹은 그 반대)을 다루는 <팬텀 스레드>와 달리, 헌신과 사랑, 오해와 이해가 기묘하게 교차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교차하는 영화라고 해야할까요.
영화가 그렇기에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니까, 영화 자체의 호불호에 대한 복합성이라기보단, 영화가 기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욕망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욕망의 이중성에 대한 영화요. 욕망이라는 건, 위험한 동시에, 어리석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영화의 위태한 측면은 욕망이 내재하고 있는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영화의 피식 웃게 만드는 블랙 코미디는 욕망이 가진 어리석은 측면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욕망이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고, 영화는 그 욕망을 따라가기에, 두 측면이 모두 드러난 영화는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주체와 객체가 혼동되고, 선후관계가 뒤바뀌는 욕망의 막장극으로써 이 영화를 바라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