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샴발라 왕국은 처음 언급하였던 티베트 불교도들의 아가르타 왕국(지난 글 참고)과 종종 혼동되며, 아예 하나의 이야기로 결합하기도 한다. 결합된 버전의 이야기에 따르면 거대한 아가르타 왕국의 수도, 즉 중심에 해당하는 지역이 바로 샴발라였다.
수찬드라와 여섯 현자왕
샴발라의 첫 통치자는 수찬드라(Suchandra)였다. 라마승들의 전승에 따르면 그는 금강수보살의 화신으로서, 부처님에게 직접 첫번째 칼라차크라 탄트라를 전수받았으며, 그와 함께 훗날 샴발라로 가게되는 96인의 임금들 또한 부처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수찬드라가 통치하는 샴발라는 깨우친 왕국이 되었다.
수찬드라는 직접 자신이 받은 가르침을 일만 이천 구절의 '근본(मूल)' 텍스트로 정립했으나 이는 곧 실전되었고, 수찬드라 본인도 가르침을 받은지 불과 2년 만에 사망했다. 그의 뒤를 이은 여섯 후계자들은 다르마라자(Dharmaraja), 곧 '깨우친 임금'들로 불리며 각각이 일백년 이상 샴발라를 통치했다.
스물 다섯의 칼키들
기원전 2세기경, 샴발라의 여덟 번째 임금이자 문수보살의 화신인 만주쉬리키르티는 태양 숭배에 경도된 야만족 믈레차(म्लेच्छ) 300,510명을 추방한 뒤, 모든 주민을 '바즈라(वज्र)'라는 하나의 카스트로 재편하여 샴발라의 종교적 통합을 이룩해냈다.
그리하여 그는 첫번째 칼키(Kalki) 칭호를 얻었다. 쿨리카(Kulika), 혹은 티베트어로는 리그덴(Rigden)이라고도 불리는 이 칭호는 현자를 의미한다. 칼키들은 샴발라의 중심지인 칼라파의 사자 옥좌에 거한다.
만주쉬리키르티는 그때로부터 800년 후, 그러니까 서기 7세기 경에 '야만적인 가르침'이 올것을 예언했다는데, 후대의 학자들은 그것이 역사적 맥락상 '이슬람의 침공'을 의미하며, 추방된 믈레차들 또한 이슬람 세력과의 전투를 의미한다고 여긴다. 11세기의 다른 티베트 텍스트에는 믈레차들이 신의 이름을 외며 특정한 방식에 따라 가축을 도살하고, 여자들을 베일로 가리고, 성지를 향해 매일 다섯 번 기도한다는 내용이 기술되어있다.
티베트 판첸 라마의 계보는 14~15세기의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여겨지던 케줍제 게렉빠상으로부터 시작하는데, 그의 이전에 아미타불의 화신은 일곱이 더 있었으니, 그 일곱 중에서 첫번째는 석가모니의 십대제자 중 하나인 수부티이고, 두번째가 바로 만주쉬리키르티로 여겨진다.
만주쉬리키르티는 왕위를 아들인 푼다리카에게 물려주었는데, 달라이 라마가 바로 푼다리카의 화신이라고 전해진다. 2424년, 마지막 칼키 루드라 차크린은 거대한 군세를 거느린 채 샴발라에서 지상 세계로 나와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황금 시대를 열 것이라는 예언이 있다.
포르투갈의 예수회 선교사 이스테방 카셀라(Estêvão Cacella)와 주앙 카브랄(João Cabral)은 반년 넘게 부탄 지역에 머물며 고원 지대에 대한 선교를 계획했다. 티베트로 가 판첸 라마를 만나고 선교부를 세운지 몇년 지나지않아 카셀라 신부는 티베트 고원에서 사망했으나, 그는 히말라야 일대를 탐험한 최초의 서구인이었고, 유럽인들에게 처음으로 '샴발라(Xembala)'를 알렸다.
"샴발라 왕국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주님을 믿는다. 주님께서 우리를 이 왕국에 인도하셨듯이,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가실 것이다. ...주님의 도움으로 우리는 샴발라 왕국에 갈 것이다."
20세기에도 샴발라를 찾기 위한 모험은 지속되었다.
한때 소련의 비밀경찰, 체카의 수장이기도 했던 글렙 보키는 탄트라 수행을 통해 완벽한 공산주의적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의 일환으로서 잃어버린 왕국 샴발라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소련 내부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계획은 무산되었다. 그는 1937년 숙청되었다.
10월 혁명 이후 미국으로 망명했던 러시아의 화가이자 신지학자 니콜라스 레리히(Nicholas Roerich)와 그의 아내 엘레나 레리히는 1925년부터 1929년까지 소련의 지원을 받아 중앙아시아 탐험을 진행했다. 레리히는 그 자신이 5대 달라이 라마의 화신이라 믿었고, 미래의 부처 혹은 미륵이 수백만의 동양인을 통합하여 대연합을 이룰 것이며, 샴발라의 왕이 예언에 따라 모든 사악한 세력에 맞서기 위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_Song_of_Shambhala_.jpg 티베트 지하 어딘가에 있다는 전설의 지하왕국, 샴발라](https://image.fmkorea.com/files/attach/new4/20250209/8010459672_486263_b930816305db7cfbce850a3f2e393f91.jpg)
Nicholas Roerich "Song of Shambhala"
소련은 그의 거창한 대의에 대해서는 그리 진지하게 생각치 않고, 다만 그의 탐험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서방 세력 견제의 일환으로서 활용하려 했다. 서방의 언론 또한 레리히의 계획이 가진 '예술적이고 과학적'인 면모에 치중했다. 레리히에 따르면, '적어도 공식적인' 그의 탐험 목표는 티베트 불교와 서방 불교의 우호 친선을 위한 것이었다.
이들 탐험대는 바깥 세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고립된 지역을 여행했고, 새로운 산봉우리와 골짜기를 지도에 추가시켰으며, 매우 희귀한 사본들을 발견하는 등 역사학, 고고학, 그리고 철학과 종교학적 업적을 이루어냈다. 레리히는 티베트 고원의 상공에서 금속성의 타원을 목격했다고 기술했고, 훗날의 UFO 애호가들은 그것이 비행접시였을 것이라 주장하게된다.
탐험대는 그 과정에서 몇번이고 죽을 위기를 넘겼으며, 실제로 습격을 당하기도 했는데 1년간 세계인들에게 실종상태로 여겨지기도 했던 그들은, 서구의 우월한 화기가 없었더라면 아마 모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과 빈곤한 식량으로 인해 실종기간 동안 실제로 탐험대원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필로그
오늘날까지 지하의 아가르타, 혹은 샴발라를 찾는 모든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대본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하다가, 지난 화에 언급했던 오센도프스키의 '짐승들, 사람들, 그리고 신들(Beasts, Men and Gods)' 마지막 부분을 인용하며 끝을 내려고 한다. (이하 인용)
나라반치의 후툭투는 1921년 초에 다음과 같이 내게 말했다.
"30년 전, 세상의 왕이 라마들 앞에 나타났을 때, 그분께서는 다가올 반세기를 예언하셨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점점 영혼을 잊고 육체를 중시할 것이다. 가장 거대한 죄악과 부패가 온 지구에 만연할 것이다. 사람들은 난폭한 짐승으로 전락해 동족의 피와 죽음을 갈망할 것이다. '초승달'은 흐려질 것이며 그 추종자들은 구걸과 끊임없는 전쟁을 겪을 것이다. 정복자들은 태양에 의해 강타당할 것이며 위로 올라가지 못한 채 두 번의 불행을 겪을 것이다.
크고 작은 임금들의 왕관이 여덟 개 떨어질 것이다. 모든 자들 사이에서 끔찍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바다는 붉게 될 것이며 땅과 바다 밑바닥은 뼈로 뒤덮일 것이다. 왕국들은 흩어질 것이고 많은 민족들이 절멸할 것이다. 기아, 질병, 알려지지 않은 범죄, 전례없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신과 인간이 가진 신성한 영혼의 적들이 올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자들도 멸망할 것이다. 잊혀지고 추적당한 자들이 일어나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다.
안개와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민둥산이 갑자기 삼림으로 덮일 것이다. 지진이 날 것이다. 수백만 명이 노예와 굴욕의 족쇄를 기아, 질병, 죽음으로 바꿀 것이다. 고대의 길들은 방황하는 군중으로 뒤덮일 것이다. 가장 크고 아름다운 도시들 셋이 불에 타 사라질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에 맞서고, 형제는 형제에 맞서고, 어머니는 딸에 맞서 일어날 것이다. 퇴폐, 범죄, 육체와 영혼의 파괴가 뒤따를 것이다. 가족들은 흩어지고 진실과 사랑은 사라질 것이다.
만 명 중 하나만이 남을 것이다. 그는 벌거벗고 정신이 나갔으며 힘이 없고 집을 짓거나 음식을 찾을 지식이 없을 것이다. 그는 격노한 늑대처럼 울부짖고 시체를 먹고 제 살을 뜯어먹고 신에게 시비를 걸 것이다. 모든 땅은 비어있을 것이다. 신은 돌아서고 그 위에 밤과 죽음만이 있을 것이다.
그 때에 나는 지금은 알려지지 않은 백성들을 보낼 것이며, 그들은 강한 손으로 광기와 악덕의 잡초를 뽑아내고 여전히 인간의 정신에 충실한 자들을 악과의 싸움으로 이끌 것이다. 그들은 민족의 죽음으로 정화된 지구에 새로운 삶을 뿌릴 것이다. 50년 후에야 세 개의 위대한 왕국만이 나타날 것이며, 그들은 71년 동안 행복하게 존재할 것이다. 그 후 18년 동안 전쟁과 파괴가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아가르티의 백성들이 지하 동굴에서 지표면으로 올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