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는 어떤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어떤 부재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와타나베 히로코는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를 그리워하다, 졸업 앨범에서 본 주소로 편지를 보냅니다. 돌아오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고서요. 그러나, 우연히 동창에 동명이인이라는 우연이 겹쳐 다른 후지이 이츠키에게 편지가 갑니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지금이면 이 이야기가 성립하진 않을 것 같다, 는 생각이었어요. 지금은 다들 즉각적이고, 빠르다보니, 이야기의 중심 소재가 되는 편지 자체가 너무 오래된 것 처럼 느껴지긴 하거든요. 약간의 장난스러운 생각을 지나 든 생각은, 영화가 꾹꾹 눌러 연필로 쓴 편지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엄밀히 말하자면, 편지의 세대는 아닙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부터 PC가 보급되었고, 아이폰이 국내 출시되었던 것도 중학교 부근이었던 걸로 기억하구요. 게다가, 어렸을 때는 글 쓰는 걸 딱히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손 아프다고. 그렇지만, 아주 가끔씩은 편지로만 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손으로 쓴 글씨라면 더더욱이요. 편지로, 글로, 때때로는 손글씨라는 방법을 써야지만 전달할 수 있는 생각과 감정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그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정서와 순간들에 대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많은 것들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의미로는 부재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구요. 저는, 가끔씩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게, 그 사람과 함께했던 그때의 나를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 시절과 그 상황의 나를 그리워하는 것과,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걸 우리는 혼동하는 게 아닐까 하구요.
이 질문은 여전히 까다로운 질문입니다만,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영화는 묘하게 시간을 엇갈리게 놓고, 그 시간을 마지막 순간에 겹쳐놓으면서 세심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화법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첫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멈춰버린 시간, 혹은 어긋나 있던 순간들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마치 바뀌어버린 시험지를 바로 말하지 못했던 것 처럼, 어떤 순간이 지나면, 감정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은 하지 못한 채로 남겨지니까요.
그래서, 그 유명한 설산과 설원에서의 장면은 메아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시기를 놓친 말과, 너무 늦게 깨달아 버린 감정은 반복될 뿐, 답을 들을 순 없는 성격의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