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언젠간 봐야겠다란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건, 영화가 난해하다는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 스포일러를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호러를 걸어 놓고 있지만, 비슷한 질감과 결의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진짜 호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면, 이 영화는 조금 더 드라마에 가까운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억과 감정이라는 건 상당히 비논리적이면서도 비선형적입니다. 우리가 그걸 말로 표현하는 순간 정리를 할 뿐이지, 기억과 감정 그 자체는 뜬금없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그 흐름이 일관적이지도 않으며, 그 깊이와 방향성이 각기 다를겁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라는 영화는 흔히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Ending Things'라는 건 굉장히 기묘한 단어 선정입니다. 무엇을 끝내려고 하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 뭉뚱그려서 표현되어 있는 단어라고 생각하거든요. 동시에, 그 끝내는 것들이 하나가 아닌 여러가지의 것들이라는 점도 기묘합니다. 그러니까, 불특정한 다수의 무엇인가를 말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 후회란 그런 것이니까요. 했다면, 이라는 가정은 그럼 어떻게 되었을 것이라는 또 다른 가정을 불러오고, 또 그 가정의 과정 속에서 다른 결과를 상상하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동시에, 그 후회에 대해서 묘하게 허무주의적 감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시간은 흐르고 결국 모든 건 지나갈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요. 어떤 흐름과 과정 속에서, 시간은 앞으로 흐르기만 하고, 우리는 그 시간 속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물밀듯이 밀려오는 후회와 감정을 버텨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많은 것들은 내가 하고 싶었던, 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투영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TV 드라마 속의 누군가, 영화 속의 누군가, 책 속의 누군가, 혹은 창작자 누구. 어찌보면 이 영화가 싸이코드라마인 만큼, 그 사람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그만큼의 너비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굉장히 많은 범위를 가지고 있지만, 어찌보면 한 사람이 그만큼의 경험을 할 수는 있는 정도의 범위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후회의 되돌이표 속에서 마침표를 찍는, 혹은 마침표를 찍고 싶어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어디부터 시작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채로, 우리는 많은 기억과 감정, 혹은 듣고 배운 것으로부터 후회를 하게 됩니다. 혹은, 사랑을 갈구하고 인정을 받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반복되는 고리 속에서 우리는 실패를 경험하고, 아픔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그 끝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마침표로 끝나는 것입니다.
저는, 결말의 눈 덮인 자동차가 어떤 결론인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감정과 생각의 잔여물은 결국 모든 걸 덮어버리는 성격의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눈보라 마냥) 그것에 압도되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천천히 스며들어 (컵 홀더를 더럽히는) 끈적거리는 것일 수도 있구요.
어쩌면, '이제 그만 끝낼까 해'라는 건, 모든 걸 놓아버렸다는 표현보다는, 너무나도 맹렬하게 끝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