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짧은 자작 소설을 하나 올려봅니다.
처음 쓰는 소설인데 누군가는 봐줬으면 해서,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올려봅니다.
주의) 소설에 나온 전공, 사람, 지역, 학교, 학과 등은 모두 적당히 선택한 것입니다. 여러개 중에 랜덤하게 제가 선택했을 뿐 실제와 전혀 무관합니다. 그리고 제가 맞춤법을 잘 모릅니다. ㅠㅠ 양해해 주세요.
그럼 소설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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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 곧 설이네요.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서 pgr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저의 대학원 시절 이야기 입니다.
제가 다닌 대학원는 기계학습을 연구하는 곳 이었습니다. 꽤 큰 연구실(총 15명 정도)이었고 학부생들에게 인기도 많았습니다. 그 당시(10여년전)에 석사는 90만원 박사는 140만원 정도 주는 정말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연구를 했습니다.
제가 박사 3년차일 때입니다. '지수'라는 한 여자 학부생이 저의 연구실에 들어 왔습니다.
지수는 정말 머리가 좋았습니다. 학부 4년 내내 거의 과탑이었습니다.
지수는 얼굴도 엄청나게 이뻤습니다. 제가 보기에 배우 박신혜 님을 좀 많이(!) 닮았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지수의 본가도 부자였던것 같습니다.
지수가 부자인걸 제가 어떻게 추정하냐면, 하루는 제가 지수에게 [너는 로또 되면 뭐 할거야?] 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해외 여행 많이 갈거라고 말했더니,
지수의 대답이 [덕수 오빠, 저는 학부 때 너무 여행을 많이 가서 이제 여행가기 지겨워요.]
그래서 제가 [너 얼마나 많이 갔는데?] 라고 물으니 한 25개 나라 갔다고 하더라고요.
학부생이 25개 나라? 더구나 거의 항상 과탑인데 그러려면 집이 부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지수가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지수가 저랑 같은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컴공대학원 수업인데, 좀 깊이 있는 기계학습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영어로 하는 기계학습 수업들으면 그 공부 잘한다는 포공 학생들도 굉장히(!) 힘들어 합니다. 정말 수업의 70%는 이해가 안가고 집에가서 혼자 빡세게 공부해야 겨우 이해가 갈똥 말똥 합니다. 그런데 한 40명 학생들 중에 3 명정도는 교수님과 프리토킹을 하면서 토론(!)을 합니다.
그중 하나가 지수였어요. 영어도 엄청 잘했습니다.
저는 박사과정이고 지수는 석사과정인데 저의 지식이 위협받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저도 공부좀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이해는 잘 못해도 성적은 그어렵다는 기계학습대학원 수업도 A를 받았어요. 그런데 수업이 종강 할때 쯤에는 지수가 물어보는 질문들을 답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덕수오빠, MLE(maximum likelihood estimation) 말고 파라미터 추정하는 방법이 뭐가 있어요? 사실상 다른 것들은 큰 의미 없는것 아니에요?] [SVM 에서 사용되는 수학개념이 정말 신기하고 잼있어요. ]
이런 말들을 제게 했는데, 지수의 질문이 가지는 진짜 깊은 함의를 박사 졸업하고 한참 후에나 알았습니다. 특히 SVM에서 사용되는 수학은 다른 기계학습 방법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학임을 알았습니다. 그걸 그당시 석사 신입이 그렇게 빠르게 알았다는게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합니다.
포항공대 남녀 성비 아시나요? 제가 다닐때 우리학과는 거짓말 안보태고 9:1 이었습니다.
당연히 지수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진짜 최소 한달에 한번씩은 남학생들에게 대쉬를 받았을것 같습니다.(정확한 숫자는 모릅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하루는 연구실에서 회식을 하고 맥주집을 갔는데 알바가 15명이나되는 연구실 사람들이 있는 테이블로 와서, 지수에게 번따를 시전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습니다. 지수는 쿨하게 거절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게 공대 미녀의 일상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지수는 모쏠이었어요.
공대를 다녀보신 분은 알겠지만, 지수정도의 여자애가 모쏠인건 기적입니다.
저는 지수가 약간 말수가 적은 것 빼고는 성격도 무난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신기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과에서는 지수에 대한 약간의 소문도 있었어요. 지수가 사실 여자 좋아한다. 혹은 지수는 성격이 정말 이상한 곳이 있을 것이다. 지수가 무슨 병에 걸렸다. 이런 이상한 소문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소문들은 전부 억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수는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좀 부끄러움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새벽 3시까지 연구실에 있어도 다음날 멀쩡하게 출근할 정도로 건강도 별 이상 없어 보였습니다.
이쯤 되면 여러분도 아마 추측하기에 제가 지수를 좋아한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실겁니다.
하지만 아니라고 말해야겠네요. 이성적 호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냥 이쁘고 공부 잘하는 애라고 생각했지 설레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사실 그 당시 저는 다른 여자애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이차이도 많이 났어요. 제가 대학원을 좀 늦게 가서 지수와 저는 8살 차이가 났습니다. 처음 부터 저와는 다른 리그(?)라고 생각던것 같습니다.
언젠가 부터 지수와 저는 꽤 많이 친해졌습니다. 제가 지수를 여자로 보지 않는것 같으니깐, 아마도 지수가 저를 편하게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머신러닝 덕후 였던 우리는 자주 머신러닝을 주제로 대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유일하게 지수보다 잘하는게 있었는데 그건 프로그래밍이었습니다.
사실 그것도 제가 프로그래밍을 오래했기 때문이지 지수가 몇년만 더하면 저보다 훨씬 잘했을것 같습니다.
지수가 박사 1학년이 되자. 이제 저를 도와 줄수 있을 많큼 더 똑똑해졌습니다.
저는 속으로 나중에 [내가 교수가 된다면 이런 학생을 가르치고 싶다]라고 생각 할 정도 였습니다.
저는 성격이 원래부터 다른 사람의 사적인 것을 궁금해 하지 않는 편입니다.
저는 사람이 아니라 게임, 주식, 물리학, 소설, 등 잡다한 것에 관심이 훨씬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수의 사적인것은 거의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어요. 지수도 사적인 대화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지수가 저에게 자신의 사적인 것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수가 친오빠가 2명 있고 둘다 게임을 엄청 좋아한다거나, 아버지 직업(지금 기억은 안나네요)이나 사는 동네, 부모님으로 부터 받았던 용돈의 양, 가봤던 여행지(뉴질랜드와 하와이가 특히 좋다고 했었습니다.), 인디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등에 대해 편하게 말해줬습니다.
마치 독방에 오래 갇혀 있다가 방금 나와서 말하는게 너무 즐거운 사람 처럼 보였습니다.
3년만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 질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수와 저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돌 법도 한데, 그런건 없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다른 덕후(게임 덕후, 주식 덕후, 역사덕후, 기타(악기) 덕후) 들과도 공평하게 덕질을 즐겼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들 저렇게 이쁜애가 저런 놈이랑 사귈일은 없을 것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어느날 밤 12시 정도 였습니다. 연구실에서 그날 따라 지수와 저만 남아 있었습니다.
심심히기도 해서 지수가 뭐하는 보러 지수 자리로 갔습니다.
지수는 롤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실에 다른 여학생들은 (이상하게 저희 연구실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주로 서폿을 했는데, 지수는 미드나 탑을 했습니다.
저는 지수에게 ['지수 너는 왜 황금같은 금요일 밤에 연구실에서 이러고 있냐'] 라고 말했습니다.
지수는 ['오빠 때문에 신경쓰여서 한타 졌잖아요.(서렌을 치며)]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박사를 했나', '연구는 잘 안되고...', '남들은 다 연애하는 ...' 등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무의식 중에 지수에게 말했습니다. [지수 너는 왜 연애 안해? 나야 못하는 거지만, 너는 맘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할 수 있을것 같은데 ...]
저는 뜻밖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 라고 지수가 말했습니다. [뭐? 누구야? 내가 아는 사람이야?], 제가 다시 지수에게 물었습니다.
지수는 잠깐 멈칫 하더니 [오빠는 모르는 사람이에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지수야 나는 진짜 너가 남자에게 관심 없는 줄 알았어] [덕수 오빠, 저 이거 아무에게도 말한적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어. 그래 안 말할게]
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생각했습니다.
지수가 저렇게 당당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했습니다.
지수는 자신의 연애, 남자 취향 등에 대해서 말을 거의 안했었습니다. 그런 주제로 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모두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연구실 사람이 지수에게 그런것은 안물어 봤어요.
그런 지수가 순순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밝히는게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 약간의 질투가 나기도 했지만 금방 사라졌습니다. [정보: 아싸들은 친한 여자애가 남친이 생기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기도 모르게 약간의 질투가 납니다. 다들 경험해 보셨을 거에요.]
그리고 아무일 없듯이 몇주가 지났습니다.
토요일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배가 고파 학교근처에 있는 맛있다고 소문난 중국집에서 짬뽕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한참 잘 먹고 있는데, 지수가 갑자기 식당안으로 와서 제 앞에 앉는 것입니다.
저는 짬뽕밥을 잘 먹고 있다가 벙찐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덕수 오빠, 오늘 저 어때보여요?]
저는 애가 뭔소리 하는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오빠, 저 오늘 괜찮게 입었어요?] [어.. 지수야. 괜찮아 근데 무슨일이야?] [방금 전에 제가 저번에 말했던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우연히 봤어요. 그래서 지금 제 행색이 괜찮은지 알고 싶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지수의 행색(?)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지수는 운동은 잘 안하지만, 스포티한 스타일을 평소에 즐겨 입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좀 차려입긴 했더라고요.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좀 더 꾸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수야 너 오늘 좀 괜찮아. 그 사람이 봐도 될것 같아.]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지수는 바로 가지 않고 약간 더 횡설수설 같은 말을 한 후에 식당을 나갔습니다. [지수의 첫사랑이 시작 되었구나]라고 저는 생각하고 저는 마저 짬뽕밥을 마저 먹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아반떼 중고차가 있었습니다.
포항공대에 대학원생이 자동차가 있으면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새벽에 맛있것을 먹으로 나갈 수가 있습니다.
연구실 사람들은 제 차를 자주 이용했습니다.
저는 학식을 극혐했기 때문에 주로 멀더라도 밖에 나가서 먹고 왔습니다.
저랑 지수는 연구실에 늦게까지 있는 편이라서 종종 야식을 먹으로 나갔습니다.
지수는 저의 운전 실력을 자주 놀렸습니다. [오빠는 어쩔때는 걷는게 차타는 것 보다 빠르겠다 크크크] 이런 식으로 놀렸어요. 저는 운전을 잘 못해서 항상 천천히 다녔거든요.
이런 저런 연구실 생활을 하고 있던 중에 제 삶에 변화를 줄 일이 발생했습니다.
여자 친구가 생겼습니다. 예전에 같이 조별 수업을 들었던 다른과 여학생인데, 제가 데이트 신청을 하니 의외로 받아 주더라고요. 유나와 저는 거의 매일 학교에서 같이 산책을 하고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유나는 아침 일찍 연구실을 가야해서 저와는 다르게 일찍 잤습니다. 그래서 주로 우리는 점심 데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제가 여자친구가 생긴것을 연구실 사람이 정말로 기뻐했습니다.
실제로 여자친구 덕분으로 헤어스타일, 옷차림, 신발, 향수 등을 알게되었습니다.
졸업한 선배님을 오랜만에 보면, [너 좀 달라졌다. 머리도 바꼈네.] 등으로 저를 칭찬(?) 해주셨습니다.
여자친구를 사귄 후 얼마 안 되었을 때입니다.
밤 12시가 되니 평소처럼 배가 고파져서 야식을 먹으려고 둘러보니 지수만 있었습니다.
지수에게 야식먹으러 가자고 하니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치밥을 먹으러고 제차에로 같이 갔습니다.
저는 운전석에 타고 지수가 타기를 기다고 있는데 지수가 조수석이 아니라 뒷자석에 타는 겁니다.
저는 순간 이 녀석이 나를 '운전기사'로 생각하나 하고 약간 기분이 상했습니다.
저는 최대한 삐진 티를 안내고 쿨한척을 시전하며 [너 왜 평소랑 다르게 뒷자석에 타냐?] 라고 물어봤습니다. [조수석은 유나언니꺼 잖아요. 저는 뒤에 탈게요.]
저는 황당했지만 다시 쿨한척 하면서 [그래도 뒤에타는 거는 노매너지. 올때는 앞에 타.] 를 시전했습니다. 치킨 먹고 올때는 다시 앞에 타더라고요.
저는 지수가 혼자 생각을 많이하고 가끔식 오바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저는 한동안 여자친구와도 잘 지내고 연구실도 잘 다니고 있었습니다.
일요일이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우리가 가끔식 같던 카페로 오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젭싸게 갔습니다.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그게 맞는거 같아']
저는 놀랐습니다.
요즘 약간 덜 자주 만났지만, 안정기에 접어 들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이유를 물었어요.
유나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유나는 힘겹게, 제가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했습니다......
쓰고나니 세벽 3시가 넘었네요.
본의 아니게 피곤하여 절단신공을 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재미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저의 대학원 시절이야기를 써봤습니다.
반응이 괜찮으면 뒷이야도 써볼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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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소설을 마치겠습니다.
제목은 아직 안지었는데, '한밤중에 PGR에 소설쓰기' 할까 생각중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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