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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1/25 18:08:31
Name 우르르쾅쾅
Subject [일반] 자작 소설입니다.'대학원생 그녀' (2)
안녕하세요. 자작소설 두번째 편입니다.
저의 글에 댓글을 달아 주신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댓글 읽는 기분이 엄청나게 좋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그러면 두번째 편을 시작하겠습니다.

---
여러분은 차였을 때 무슨 말을 들었나요?
그/그녀가 이유를 말해주던가요?
저는 아직도 헤어질때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차이는 것은 뭐든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유나가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니 잘못이 아닌것 같아. 내가 더 잘했어야 했어.']
지금 생각해 보니 유나는 [내가 뭔가 잘못을 했는데, 유나는 착해서 내탓을 안하고 헤어지려고 하는 것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녀의 헤어지자는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제 잘 못이라는 느낌은 지금도 확실합니다.

저는 그 카페에서 찌질하게 잠깐 매달렸습니다.
이유를 듣고 싶었습니다. [나는 이해가 안돼, 진짜 이유가 뭐야?] 라고 말했습니다.
유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습니다. [진짜 니 잘못이 아니야. 내 잘 못 인 것 같아.]
유나의 말에 분노는 없었습니다.  원망도 없었어요. 오히려 [위로]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 [내가 먼저 일어날 게, 너는 좀 이따가 가.] 였습니다.

유나는 마지막 말까지 저를 배려해 줬습니다. 저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스리고 숙소로 갔습니다.
연애를 롤로 비유하면, 저는 아이언 원딜이었고 유나는 최소 플레티넘 서폿이었습니다.


연구실 사람들이 위로주를 사줬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위로주가 필요 없었어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점점 유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중에는 만약 [유나가 헤어지자고 안했으면 어쩔뻔 했냐]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저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있는 헬스장에 등록해서 거의 매일 헬스를 했습니다.
예전에 유나랑 같이 유명한 공원에 가서 100개가 넘는 계단을 오른적이 있는데, 제가 거의 쓰러질뻔했습니다. 유나는 일주일에 피티를 2번이나 받아서 너무 쉽게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혹시 그거 때문인가?] 라는 아직도 아이언 틱한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 운동하세요. 밀고 땡기다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희 연구실은 2달에 한번 정도 자신의 연구 발표를 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랩미팅]이라고 불렀습니다.
안 그래도 한것이 없는데, 영어로 교수님과 동료 앞에서 발표를 해야하니 초긴장 상태가 됩니다.
이번 랩미팅에는 지수가 발표할 차례였습니다.
지수의 연구는 앙상블 모델의 개선과 관련된 연구를 했습니다.
지수는 3개의 독립된 데이터셋을 이용해서 연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2개의 데이터셋에서는 예상되는 결과가 나왔지만 남은 하나에서는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덕수 오빠. 이제 저 어떻게 하죠? 망했나요? 크크크]
저는 지수의 연구를 도와 주기로 했습니다.

저의 교수님은 결과만 딸랑 보여주는 발표를 엄청나게 싫어 하셨습니다.
결과에 대한 논리적 해석이 반드시 있어야 했습니다.
지수와 저는 가설, 모델, 데이터 를 하나하나 뜯어 봤습니다. 그래도 실마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덕수 오빠, 저는 이만 자퇴서 작성 할게요.크크크] 지수는 가끔씩 오바가 정말 심합니다.

저는 발표 전략을 바꾸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지수야, 이제 시간이 없어. 원인을 찾지 말자. 오히려 좀 구질구질해 보이겠지만, 너가 했던 모든 실패과정을 발표하고 교수님께 할 질문 리스트를 만들자. 우리는 이것을 해결할 능력이 없어. 교수님께 짐을 넘기자]

지수의 발표는 성공했습니다. 교수님은 오히려 평소 지수의 발표보다 더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지수에게 말했습니다. [지수아 잘했어. 버기킹 와퍼 세트 쏴라!]
저는 버거킹 불고기 와퍼세트를 정말 좋아했었습니다.
[덕수 오빠, 고마워요. 더 좋은거 사줄게요. 이번주 토요일 점심 괜찮아요?]
[그래 내차로 가자]

토요일 오전 늦게 일어나서 저는 대충 씻고 적당히 챙겨입고 지수를 데리러 갔습니다.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포공을 떠서나 시내(!)로 갔습니다. 한참 가야합니다.
저는 처음 들어보는 식당이었어요.

들어 갔는데 프랑스 요리를 하는데 였습니다.
테이블로 몇개 없고 웨이터들이 전부 각진 정장을 입고 있었습니다.
밖은 대낮인대도 식당 안은 어두침침(?) 했습니다.
저는 아주 추레하게는 입고 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수는 평소에 보통 스포티(등번호 달린 티 같은거)한 것을 입거나 약간 박시(?)한 옷을 즐겨 입었습니다.
그날은 검정 원피스를 입고 와서 놀랐습니다. 원피스를 입은 모습은 거의 처음 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수야 너 오늘 힘 좀 줬구나.]
[덕수 오빠, 저도 한 때 좀 잘 나갔습니다. 크크]

저는 프랑스요리를 전혀 몰라서 지수가 시켜주는 것을 먹기로 했습니다.
밥먹으면서 지수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프랑스와 포루투칼 여행 갔을 때 이야기를 신나게 했습니다.
[파리는 진짜 별로였어요.]
[포루투칼 음식은 전부 엄청나게 짰어요.]
[무슨 미술관 어쩌고 저쩌고] 이런 말을 한것 같네요.

그 식당에서 돈이 얼마가 나왔는지는 모르겠만, 비쌌을 거에요.
저는 커피라도 사줘야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나 지수 모두 커피를 좋아하는데 그날 따라 다른게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봐두었던 홍차집으로 데려갔습니다.
원래는 유나랑 가려고 했던 곳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좀 가야하는 곳인데, 인스타로 봤을 때는 풍경이 끝내줬습니다.
좀 높은 곳이어서 바다가 잘 보였습니다.
[지수야 내가 포항에 몇년을 살았는데 이런곳이 있었네.] 그러고 보니 저는 포항에 10년 넘게 묶여(?) 있었네요.
지수가 말했습니다. [연구실에만 있으니 그렇죠 크크크]
마르코폴로랑, 다른거 하나는 시키고, 빵 같은거를 세트로 시켰습니다.

홍차를 서로 바꿔 마셔 봤는데, 지수는 다르다고 했지만, 저는 구분이 안갔습니다.
지수가 뭔가 결심한듯 말했습니다. [덕수 오빠, 이제 랩미팅 끝났는데 한 일주일 푹 놀아야겠어요.]
저희 연구실에서 랩미팅 후 일주일 노는 것은 국룰입니다.

저도 얼마전에 램미팅을 끝내서 오랜만에 진짜 여유를 느꼈습니다.
물론 저의 다음 랩미팅은 하루하루 다가오지만 저도 당분간 좀 쉬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수를 기숙사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도착했는데 지수는 자고 있었습니다. 제가 운전을 살살해서 사람들이 잠이 잘온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갑자기 너무 피곤해서 의자를 젖히고 잠깐 잤습니다.
[덕수 오빠, 미안해요. 잠을 좀 잤네요.]
저는 잘가라고 인사하고 저의 숙소와 왔습니다.

오랜만에 외출을 해서 그런지 굉장히 피곤했습니다.
방에 도착하니 지수로 부터 카톡이 와있었습니다.
[덕수오빠, 랩미팅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__)] 지수는 강아지 이모티콘선물과 함께 카톡을 했습니다. 지수는 카톡으로 이것 [(__)] 을 보내는 것을 평소 정말 자주 했습니다.
[이모티콘 잘 쓸게. 잘 쉬고 월요일에 보자. 오늘 잼있었다.]  


오늘은 아쉽게도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이상하게 오랜된 일은 글이 잘써지고 가까웠던 일은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대학원은 정말 애증의 시간이었던것 같습니다.
한 선배님이 말해줬어요. [너도 해봐서 알겠지만, 박사과정은 멀쩡한 정신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다.]
다음 글은 언제 쓸지 모르겠네요. 설을 지나고 쓸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설 쓰기가 쉽지 않네요.
오래 전부터 대학원과 관련 판타지(?)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특별한 컨셉으로 쓰고 싶어서, 화자를 대학원생이 졸업후에 PGR에 회고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실제 대학원생들도 저렇게 생활할지 모르겠습니다. 고생하고 있는 대학원생들 화이팅입니다!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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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소
25/01/25 18:12
수정 아이콘
2편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설 명절 연휴 잘 보내시고, 연휴 끝나면 3편도 올려주세용~흐흐흐흐
nn년차학생
25/01/25 18:2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larrabee
25/01/25 18:39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흡입력이 정말 좋으신데요 크크크크 좋은 글 감사하고 시간여유있으실 때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Qrebirth
25/01/25 18:57
수정 아이콘
저만 멀쩡한 정신 아닌게 이상한거 아닌거 맞는거죠?
공감과 위로와 설렘이 있는 소설(?) 고맙습니다
그냥사람
25/01/25 21:24
수정 아이콘
이사람들은 연애에 공감하는것인가 정신나간 박사괴정에 공감하는 것인가 크크크
25/01/25 22:15
수정 아이콘
이게 실제 경험담 각색이 아니라 진짜 꾸며내신거라면 문단에 함 등단해보시는게.. 크크
럭키비키
25/01/26 11:53
수정 아이콘
왠지 반전이 있으면 재밌을거같아요
팬케익
25/01/26 14:36
수정 아이콘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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