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9/09 00:35:08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577174714
Subject [일반] <룩 백> - 백아절현, 혹은, 그럼에도 나아가야 하는 것.(스포)
<룩 백>은 동명의 단편 만화가 원작이고, 영화 자체도 1시간 정도로 상당히 짧습니다. 같은 가격으로 한 시간 짜리 영화를 보는 게 조금은 불합리(?)하다는 걸 제외하면.... 글쎄요. 저는 이 영화를 굉장히, 굉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대략적인 이야기를 알고 가긴 했어요. 그리고 이 글에서도 스포일러를 할 거지만(그래서 스포도 달았고), 만약, 아직 여기까지만 읽으셨다면, 그리고 흥미가 생기셨다면 바로 보러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





원작과 애니메이션 모두,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에 대해선 알아도, 혹은 몰라도 괜찮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그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는 충분히 전달이 되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영화의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요약하자면, '선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어요. 하나의 그림으로써, 만화로써의 '선' 인 동시에, 점과 점이 연결되는, 너와 나를 연결하고, 나와 바깥을 연결하는 선으로써의 이야기들이요. 그리고, 동시에, '문'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생각이 듭니다. 안에서 바깥으로 나가기 위한 문인 동시에,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기 위한 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음을, 그래서 계속해서 나아가야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이야기가 단순히 픽션이었다면, 아마도 저는 '너무 작위적이다'라는 얘기를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실제의 사건이, 그리고, 이와 유사한 일들을 우리는 겪어왔고, 또 봐왔기에 이걸 그렇게 단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영화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작품은 아마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일 겁니다. 그게 악동이 쓴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라면, <룩 백>은 원작에 짧게 언급되는 하나의 가사처럼, 혹은 영화의 이야기가 담는 것 처럼, '돌이켜보되, 분노와 회한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진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어떤 측면에서는 판타지로 이야기하던 타란티노의 그리움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영화의 그리움이 비교되기도 하구요.

'백아절현'은 나를 잘 알던 벗의 죽음 이후,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은 고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룩 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에, 나아가야 함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4/09/09 00:47
수정 아이콘
1화의 악마가 그린 만화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도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상당히 잘 나온 모양이네요.
작가의 장편작은 안녕 에리에서 천명했던 대로 상당히 막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만(개인적으로는 그것도 꽤나 재밌게 보고는 있습니다 크크)..
aDayInTheLife
24/09/09 00:58
수정 아이콘
정말 매력적이더라구요. 저는 이 작가 만화는 처음 봤는데 크크크
24/09/09 07:27
수정 아이콘
룩 백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모티브중 하나인건 확실한게 원작 만화 마지막 장에 원스 어폰어 타임 인 할리우드 블루레이를 그려놓기도 했죠. 진짜 이 만화는 1화의 악마라 불리는 사람이 1화만 각잡고 그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것 같습니다.
aDayInTheLife
24/09/09 08:28
수정 아이콘
1화의 악마.. 크크 재밌네요. 확실히 유사한 느낌이긴 했어요. 다만 훨씬, 뭐랄까 수긍하는 느낌이긴 했네요.
及時雨
24/09/09 08:49
수정 아이콘
Don't look back in anger...
aDayInTheLife
24/09/09 08:57
수정 아이콘
영화에서는 제가 놓친 건지 그 장면은 안나오더라구요 흐흐
24/09/09 09:19
수정 아이콘
저게 장면이 아니라 만화책 첫 컷에 Don't, 마지막 컷에 In Anger가 적혀있고 거기에 제목인 Look Back을 가운데에 넣으면 Don't Look Back In Anger가 나오는 이스터 애그입니다.
aDayInTheLife
24/09/09 10:03
수정 아이콘
앗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키비쳐
24/09/09 09:11
수정 아이콘
프리미어 상영회 때, 보고 나서 든 생각이,

‘이 사람은 그냥 단편 위주로 활동하고, 단편들은 극장판으로 애니화하고, 가끔씩 단편 묶어서 세트로 출간하면 될 것 같다.’

였습니다. 1화 or 1부 만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재능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다 보고난 다음에 원작이 언제 나왔는지를 확인하고 나서, 그 일의 영향을 받았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aDayInTheLife
24/09/09 10: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확실히 짧지만 아주 짧지만은 않죠. 흐흐
네 아무래도, 출간 시기가 딱 그 시점이고, 또 이름도 그렇기도 하죠. ‘쿄’
24/09/09 10:12
수정 아이콘
체인소맨 1부 - 룩 백 - 안녕, 에리까지는 차기 만신 확정인줄 알았습니다..
aDayInTheLife
24/09/09 10:14
수정 아이콘
아 그정도 였군요 덜덜덜
파비노
24/09/09 15:08
수정 아이콘
1화의 악마가 단편을 그리니 만신이 되었습니다!!
aDayInTheLife
24/09/09 15:09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14년째도피중
24/09/09 15:24
수정 아이콘
원작을 봤을 때, 그림쟁이가 된 입장에서 자꾸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무차별로 소환하는 통에 정신을 못차렸던 기억이 있네요.
그림이 되었건 뭐가 되었건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동경하고 열망하고 좆아왔던 삶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보고나서 멀쩡할 리가 없는 작품입니다. 지나가는 대사 하나하나가 그림쟁이들의 폐부를 후비적후비적 파내거든요.
극장이 멀고 주말을 놓쳐서 이번 만큼은 극장에서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어디로든 나오면 꼭 보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도 후지모토 타츠키 만신설 지지자입니다. 크크크.
aDayInTheLife
24/09/09 15:35
수정 아이콘
그림쟁이는 아닙니다만, 여전히 열망하고 좇아가는 입장에서 너무 좋은 영화죠 크크
니드호그
24/09/09 22:25
수정 아이콘
포스터를 보는 순간 봐야겠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봤습니다. 사전 정보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고 관람했기에, 1시간 정도의 짧은 영화라는 사실도 모르고 봤지요. 그래서 스탭롤 올라가는 순간엔 벙 쪘습니다. 더 길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래도 마지막 장면, 움직임은 거의 없고, 대사는 아예 없는 상태로 흘러가는 그 장면이 참 여러가지로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더군요.
aDayInTheLife
24/09/10 02:33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에. 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더라구요. 정말 좋았습니다.
간옹손건미축
24/09/10 12:59
수정 아이콘
어제 봤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누군가의 등 뒤에 있을 수 있다는거...멋지다는 느낌이더라구요. 평행 세계에서의 후지타와 쿄모토는 어떻게 되었을까도 생각되더군요.
aDayInTheLife
24/09/10 13:21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그 평행세계의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영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252 [일반] 메이플 창팝과 BTS [42] 사람되고싶다9414 24/09/10 9414 7
102251 [일반] [역사] 천 원짜리가 다 씹어먹던 카메라의 역사 [15] Fig.19713 24/09/10 9713 15
102250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1. 남을 영(贏)에서 파생된 한자들 [9] 계층방정4610 24/09/10 4610 4
102249 [정치] '응급실 부역자' 블랙리스트 공개 [313] entz23325 24/09/09 23325 0
102248 [일반] 루머:스냅드래곤 8 4세대 가격 20% 인상.240달러 & 플래그십 기기 인상 전망 [21] SAS Tony Parker 5955 24/09/09 5955 3
102247 [일반] 내 인생을 강탈당하고 있습니다. [107] 카즈하15531 24/09/09 15531 100
102246 [일반] 산타할아버지가 없어? [29] Timeless6915 24/09/09 6915 24
102245 [일반] <룩 백> - 백아절현, 혹은, 그럼에도 나아가야 하는 것.(스포) [20] aDayInTheLife5617 24/09/09 5617 4
102244 [일반] 부탁을 받아들이면 의무가 발생하지만, 부탁을 거절하면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21] 니드호그10308 24/09/08 10308 7
102243 [일반] (그알)비눌치고개에서의 33분, 아내 교통사고 사망 사건 [11] 핑크솔져9161 24/09/08 9161 4
102242 [정치]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판결과 9월 2024 기후정의행진 [46] 사브리자나7333 24/09/08 7333 0
102241 [정치] 의료..파업이 아니라 사직이라구요? [493] lexial24026 24/09/08 24026 0
102239 [일반] [팝송] 오늘의 음악 "오아시스" [4] 김치찌개4455 24/09/08 4455 2
102238 [일반] 이런저런 이야기 [11] 공기청정기4282 24/09/08 4282 3
102237 [정치] 지금이 한국 정치사의 분기점일지도 모른다 [38] meson10825 24/09/07 10825 0
102236 [일반] 땡볕에서 KISS OF LIFE 'Sticky'를 촬영해 봤습니다. ㅠㅠ 메존일각4197 24/09/07 4197 22
102235 [일반] [서평]《과학적 창조론: 창조의 복음》 - 과학적 방법론으로 창세기 1장을 독해하다 [19] 계층방정4548 24/09/07 4548 3
102234 [정치] 보수정권에서 "호남 인사 소외" 가 두드러지는 이유? [45] 헤일로8646 24/09/07 8646 0
102233 [정치] 수심위, '명품백 의혹' 김여사 불기소 권고…무혐의 처분 수순 [53] 덴드로븀7932 24/09/07 7932 0
102232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9. 가릴 간(柬)에서 파생된 한자들 [4] 계층방정3498 24/09/07 3498 4
102231 [일반] 사기 경험담 [24] 시무룩6943 24/09/06 6943 16
102230 [일반] 여권 재발급 도전기 [19] 계란말이5946 24/09/06 5946 4
102229 [일반] 갑자기 직원 빼가기를 당하니 허탈하네요 [120] 앗흥17503 24/09/06 17503 2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