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9/06 23:30:30
Name 시무룩
Subject [일반] 사기 경험담
7년 전쯤 한 번쯤은 써보고 싶었던 카메라가 있었는데 당시에 사기엔 너무 비싸서 한동안 강제로 잊고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유럽 여행을 갔는데 마침 앞에 있던 사람이 그 카메라를 들고있는걸 봤습니다
지금 여유도 있는데 확 사버릴까? 싶더군요
하지만 지금 사기에는 너무 오래됐고 고질병도 있는 모델이다보니 돈을 더 보태서 다음 버전을 살지 그냥 돈을 아낄지 고민이 됐습니다

계속 고민을 하던 와중 중x나라에 매우 저렴한(하지만 예산을 꽉꽉 채운) 가격에 다음 버전 매물이 올라왔습니다
보통 올라오는 매물들 가격보다 10%정도 저렴한 금액이라 보자마자 바로 연락을 넣었죠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지만 말이 안되는 가격은 아니고 직거래를 할꺼라 이 때는 별 의심을 안했습니다

하지만 연락을 넣고 약속을 잡은 다음부터 슬슬 수상한 일들이 쌓여갑니다


1. 평소 버릇대로 판매자가 이전에 쓴 글을 보는데 이전에 직거래를 하던 장소랑 다릅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이사나 직장 등 때문에 흔하게 생기는 일이기에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사기 의심이 10% 정도 생겼습니다

2. 18시는 어떠냐고 했으나 본인 시간이 안된다고 20시로 잡았는데 갑자기 대신 동생을 보내겠다고 18시로 바꿉니다
여기서부터 많이 수상해졌는데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일단 알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사기 의심이 40% 정도 추가됐습니다

3. 약속 장소 근처에 왔을 때 자기 나름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동생에게는 금액을 비밀로 해달라
물건 보고 자기 계좌로 입금 하시면 된다 이런 너무 뻔한 소리를 합니다
사기 의심이 49% 추가돼서 99%가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삼자사기구나!'

팔러 나온 사람은 알고 있을지 모를지 궁금하기도 했고 목적지까지 거의 다 온 상태라 일단 가봤습니다


차 번호를 가짜 판매자에게 미리 알려줘서 진짜 판매자분이 제 차를 보자마자 손을 드시더군요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서 물건을 들고 나온분께 물어봤습니다

"판매자 동생분이세요?"

처음에는 "네" 라고 대답하셔서 '어? 사기가 아닌가?' 했습니다
물건을 보려고 트렁크를 여느라 제가 차로 왔다갔다 하면서 부산스럽게 있는 상황이라 잘못 들으셨나 하고 다시 물어봤습니다

"판매자 동생분 맞으시죠?"

그러자 진짜 판매자 분이 제가 구매자 동생 아니냐고 무슨 말이냐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캬~ 맞구나!'

"대신 나오신게 아니라 직접 물건 팔러 나오신거죠?"
"네..."
"이거 얼마에 팔러 나오신거에요?"
"x50만원이요"
"저는 x00만원이라고 해서 나온거거든요"


제가 웃으면서 이거 사기라고 이야기 하니까 판매자분은 어리둥절 하시더라구요
이래저래 설명하니 그 분은 삼자사기가 아예 뭔지 모르셨던지라 깜짝 놀라셨구요
서로 어떻게 나온건지 이야기 하고 사기꾼이 보낸 문자도 보여주고 하니 허탈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습니다

제가 사려고 했던 금액이랑 판매자분이 팔려고 했던 금액이 같거나 차이가 작으면
어차피 멀리 나온 김에 샀을텐데 양쪽 금액 차이가 좀 크다보니 이만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오늘 팔고 싶으셨다면서 여기까지 온 김에 금액 차이의 반값만큼 빼줄테니 사가라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제가 생각한 최대 예산보다 조금 오버가 돼서 고민이 됐었는데 상태가 워낙 좋았던지라 진짜 판매자분께 구매를 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계좌번호랑 은행, 이름, 금액 전부 꼼꼼하게 서로 확인하고 서로 안도하면서 헤어졌습니다

사기꾼 덕분에 예산보다 살짝 오버해서 샀지만 이게 와이프한테 아주 좋은 핑곗거리가 돼서 잘 넘어갔구요 ^^
판매자분도 좋은거 싸게 팔아주셔서 감사하고, 사기도 안당하고 잘 넘어갔고, 아주 좋은 공부가 됐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9/06 23:43
수정 아이콘
해피엔딩이라 좋습니다. 
시무룩
24/09/06 23:51
수정 아이콘
다행히 해피엔딩입니다 크크
배드엔딩이었으면 참 슬펐을꺼에요 ㅠㅠ
24/09/06 23:47
수정 아이콘
사랑의작대기 연결해준 사기꾼은 어떻게 됐나요?
시무룩
24/09/06 23:52
수정 아이콘
삼자사기라 그냥 문자만 하다가 끝났습니다 ㅠㅠ
진짜 판매자분이랑 저랑 동시에 좋은 경험 했다는 문자를 보내긴 했는데 그 후로는 큐피트의 연락을 받지는 못했네요
가위바위보
24/09/06 23:50
수정 아이콘
7년 전에도 원했고, 지금도 희망하는 카메라... 혹시 라이카 M 시리즈인가요!?
시무룩
24/09/06 23:53
수정 아이콘
M도 해당되긴 하지만 Q였습니다 크크
240이 7년 전 가격 그대로였으면 240을 샀을텐데 지금은 거꾸로 많이 올라서 Q2로 정했습니다
24/09/07 00:02
수정 아이콘
이게 해피엔딩이 되다니 보는 저까지 해피해지는군요.

축하드립니다.
시무룩
24/09/07 00:06
수정 아이콘
저도 최대치가 그냥 별 일 안생기고 돌아가는거라 생각했는데 그 위가 있었네요 크크 감사합니다
VictoryFood
24/09/07 00:05
수정 아이콘
사기꾼 의문의 중개업자 행
시무룩
24/09/07 00:07
수정 아이콘
제가 자꾸 장터만 보면서 고민하는게 답답했나봅니다 크크
내가 판매자 이어줄테니 그냥 사!
엔지니어
24/09/07 03:50
수정 아이콘
두분 다 사기를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훈훈하게 거래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크크크

사기꾼에게 카메라 보여주면서 거래 잘 했다고 문자 하나 보내시면, 사기꾼 맨탈에 조금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크크
시무룩
24/09/07 06:20
수정 아이콘
저도 한참 나중에 거래 잘 했다는 문자 보낼껄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왜 이런건 항상 바로 생각이 안나는건지 ㅠㅠ
24/09/07 07:43
수정 아이콘
사기 미수 경험담이라 다행입니다!
시무룩
24/09/07 23:33
수정 아이콘
중고거래를 자주 하는 편이라서 한 번 쯤은 겪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찾아오네요 크크
24/09/07 09:49
수정 아이콘
저도 카메라 관련해서 최근에 중고 사기 당했는데 금액의 90% 이상 토스에서 보상 받았습니다. 아직도 범죄가 횡행하는 사회라는 걸 느꼈네요.
시무룩
24/09/07 23:34
수정 아이콘
와 토스에서 보상도 해주는군요
안그래도 토스가 사기 의심 계좌는 바로 막는다고 해서 문자로 보내준 계좌로 1원 입금 해보니까 막혀있더라구요
앞으로는 토스로 이체해야겠네요
24/09/08 01:32
수정 아이콘
1회 한정, 50만원까지입니다!
24/09/07 10:26
수정 아이콘
사기치려든 놈도 잡아족치는 법이 어서 나와야하는데
시무룩
24/09/07 23:34
수정 아이콘
진짜 사기꾼들 다 잡아 가뒀으면 좋겠네요 ㅠㅠ
24/09/07 12:23
수정 아이콘
사기를 파악한 것고 좋은데 적당한 가격에 거래도 성사돼서 더 좋네요. 더블 해피엔딩!
시무룩
24/09/07 23:35
수정 아이콘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흐흐 판매자분이 정말 좋은분이라 다행이네요
밀리어
24/09/07 15:20
수정 아이콘
확률 높여가면서 사기 99%확신하는 방식은 배울점이라 생각하고 미래에 있을지 모를 피해예방에 도움이 되겠네요
시무룩
24/09/07 23:3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써먹는 중고나라에서 사기꾼 파악하는 방법이 몇 개 있는데 확실히 도움이 되긴 되더라구요
여러개가 겹치면 여지없이 사기였습니다
원숭이손
24/09/08 16:13
수정 아이콘
거래 성사시켜준 사기꾼도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신호위반 과속 5톤 트럭 정도면 되려나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252 [일반] 메이플 창팝과 BTS [42] 사람되고싶다9414 24/09/10 9414 7
102251 [일반] [역사] 천 원짜리가 다 씹어먹던 카메라의 역사 [15] Fig.19714 24/09/10 9714 15
102250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1. 남을 영(贏)에서 파생된 한자들 [9] 계층방정4611 24/09/10 4611 4
102249 [정치] '응급실 부역자' 블랙리스트 공개 [313] entz23325 24/09/09 23325 0
102248 [일반] 루머:스냅드래곤 8 4세대 가격 20% 인상.240달러 & 플래그십 기기 인상 전망 [21] SAS Tony Parker 5957 24/09/09 5957 3
102247 [일반] 내 인생을 강탈당하고 있습니다. [107] 카즈하15532 24/09/09 15532 100
102246 [일반] 산타할아버지가 없어? [29] Timeless6917 24/09/09 6917 24
102245 [일반] <룩 백> - 백아절현, 혹은, 그럼에도 나아가야 하는 것.(스포) [20] aDayInTheLife5617 24/09/09 5617 4
102244 [일반] 부탁을 받아들이면 의무가 발생하지만, 부탁을 거절하면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21] 니드호그10308 24/09/08 10308 7
102243 [일반] (그알)비눌치고개에서의 33분, 아내 교통사고 사망 사건 [11] 핑크솔져9162 24/09/08 9162 4
102242 [정치]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판결과 9월 2024 기후정의행진 [46] 사브리자나7334 24/09/08 7334 0
102241 [정치] 의료..파업이 아니라 사직이라구요? [493] lexial24027 24/09/08 24027 0
102239 [일반] [팝송] 오늘의 음악 "오아시스" [4] 김치찌개4455 24/09/08 4455 2
102238 [일반] 이런저런 이야기 [11] 공기청정기4282 24/09/08 4282 3
102237 [정치] 지금이 한국 정치사의 분기점일지도 모른다 [38] meson10826 24/09/07 10826 0
102236 [일반] 땡볕에서 KISS OF LIFE 'Sticky'를 촬영해 봤습니다. ㅠㅠ 메존일각4197 24/09/07 4197 22
102235 [일반] [서평]《과학적 창조론: 창조의 복음》 - 과학적 방법론으로 창세기 1장을 독해하다 [19] 계층방정4548 24/09/07 4548 3
102234 [정치] 보수정권에서 "호남 인사 소외" 가 두드러지는 이유? [45] 헤일로8646 24/09/07 8646 0
102233 [정치] 수심위, '명품백 의혹' 김여사 불기소 권고…무혐의 처분 수순 [53] 덴드로븀7932 24/09/07 7932 0
102232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9. 가릴 간(柬)에서 파생된 한자들 [4] 계층방정3498 24/09/07 3498 4
102231 [일반] 사기 경험담 [24] 시무룩6944 24/09/06 6944 16
102230 [일반] 여권 재발급 도전기 [19] 계란말이5946 24/09/06 5946 4
102229 [일반] 갑자기 직원 빼가기를 당하니 허탈하네요 [120] 앗흥17503 24/09/06 17503 2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