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말 겨울, 카트 황제 문호준은 차기 리그에 나갈 팀으로 '플레임' 이라는 팀을 만듭니다. 황제 문호준과 그 대항마로 여겨지던 유영혁이 함께하고, 아이템전의 1,2인자로 꼽히던 이은택 강석인이 합류했으며, 뛰어난 스위퍼이자 스피드, 아이템 모두 만능 하이브리드 선수인 최영훈이 합류한 '드림팀' 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농구로 치면 '드림팀' 같은 화려한 구성이었고, 이 플레임은 단숨에 화제의 중심이 되어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당시 경기장이 계속 만원 관중이었는데, 과장 하나 없이 그 팬들 중 95%는 플레임 팬이라고 해도 될 정도.
뭐라고 지적을 할것도 없는 다들 노련한 베테랑들 사이에서 문호준도 따로 신경 쓸 것 없이 아주 즐겁게 게임을 했고, 이 팀의 '연방' 즉 공개 연습이나 사소한 이야기들까지도 팬들에게는 주목을 받았고, 마침 당시에 인기가 오르던 카트 게임과 더불어 주목 받은 플레임은 리그의 인기를 부흥시키는데 큰 몫을 했습니다. 당시 유투브 댓글을 달고 하는 라이트 팬들은 죄다 이 팀을 응원했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팀이 탄생했지만, 뜻밖의 일은 그 팀에 맞설만한 괴물 팀이 새로 탄생했다는 점입니다. 현 샌드박스 게이밍, 당시 세이비어스는 개인전 우승자 출신인 김승태에 더불어 박인수, 유창현 등의 선수들이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뤄내 난공불락의 팀이 되었고, 플레임을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문호준은 개인적으로도 박인수에게 눌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개인전 결승에서 기적에 가까운 역전극을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팀전 결승에서는 마지막에 문호준이 박인수에게 패배해서 우승을 넘겨주고 맙니다.
당시 문호준은 개인전과 팀전, 양대 우승을 달성하면 은퇴를 할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영혁과 갑작스레 이런 드림팀을 짠 것에 대해서도,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어서 더 늦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팀을 만들어 본 것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문호준은 개인적으로 여러차례 부담감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더 이상 카트리그에서 증명할 건 없지만, 경쟁은 여전히 쎄고, 박인수 같은 당시 문호준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젊은 실력자들이 활개를 치고, 금전적으로 봐도 그동안 모은 누적상금이나 방송인으로서의 수익을 보면 딱히 문호준이 리그에 더 목매달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오히려 리그가 문호준에게 더 의지한다고 봐도 좋을 정도.
때문에 어쩌면 마지막일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마음이 맞는 최강의 동료들과 플레임이라는 팀을 꾸렸습니다. 앞서서 즐겁게 게임했다고 했고 실제로 플레임의 분위기는 굉장히 즐거운 분위기였는데, 이 과정에서 문호준이 애를 쓴 부분도 많습니다. 자기가 이 팀을 만드는데 큰 영향을 준 만큼 팀의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서 여러모로 많이 애를 쓰곤 했습니다.
그러나 세이비어스라는 엄청난 강적과 박인수라는 경쟁자의 등장 때문에 여러모로 문호준도 부담을 많이 느꼈고, 실제로 팀전 우승도 실패했습니다. 개인전 우승 트로피를 얻어내긴 했지만, 막상 문호준이 더 아쉬워 한것은 팀전 패배였습니다. 자기가 만든 팀이기도 하고 동료들에게 우승을 안겨주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으니...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최고의 주목을 받은 인기팀이었고 화기애애하고 즐겁게 게임을 했던 플레임. 서로 예전부터 친분도 있었고, 연습이 어쨌냐느니, 지금 폼이 어떻다느니 할 것도 없으니(다들 실전에서 더 잘하는걸 아니까) 팀의 분위기도 정말 좋아서 문호준을 비롯한 플레임 선수들은 차기 리그도 똑같은 팀으로 나올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년 하반기의 시즌 2를 앞두고, 유영혁 등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플레임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건 맞지만, 지난 리그에서 유영혁은 "카트계 역대 넘버 투" 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존재감이 정말 적었습니다. 리그에서도 박인수 vs 문호준의 구도였고, 팀전에서도 "문호준의 호위무사" 포지션으로 앞서 달리는 문호준을 지켜주는 것에 그치며 여러모로 곁다리 느낌이었습니다. 유영혁이 보통 선수라면 몰라도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데, 여러모로 유영혁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위치였습니다.
때문에 플레임 멤버들과 불화 같은건 전혀 없고 오히려 마음 편하고 즐겁게 카트를 하기는 지금이 더 낫지만, 뭔가 한켠에서 아쉽고 뭔가 먹먹한, 그 성취감을 얻기 위해 유영혁은 플레임을 나왔다고 합니다. 플레임 멤버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유영혁은 술을 엄청 마시고 술기운을 빌려 그런 의사를 내비쳤고, 나머지 선수들도 유영혁의 그런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유영혁은 "지금 팀이 너무 편하고 좋아서 이 팀으로 한번 더 나가면 "아예 나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까봐" 마음 크게 먹고 팀을 나왔습니다.
문호준과 유영혁이 갈라지면서, 동시에 플레임에 남아있던 두 명의 아이템 최강자들도 갈라서게 되었습니다. 문호준은 이 선수들을 아이템전 전용 선수로 쓰려고 했는데, 내심 스피드전에 욕심을 내고 있던 강석인은 유영혁을 따라갔고 스피드전에 특별히 욕심이 없던 이은택은 문호준 옆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문호준 아들' 을 자처하는 최영훈도 문호준 옆에 남았습니다. 대신 유영혁은 최고의 주행능력을 가진 이중선을 영입했습니다.
이렇게 갈라진 구플레임의 선수들 중에 문호준은 '한화생명 E스포츠' 소속으로 문호준 - 이은택 - 최영훈이 남고, 유영혁은 '아프리카 프릭스' 소속으로 유영혁 - 강석인 - 이중선이 코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팀 모두 나머지 선수 2명은 유명한 선수들보다는, 유망주들 위주로 영입합니다.
왼쪽이 박도현, 오른쪽이 배성빈
문호준 - 이은택 - 최영훈이면 여기에 검증된 실력자 한명 정도만 포함 시켜도 바로 우승후보가 될 수 있는데, 여기서 문호준은 굳이 01년의 어리디 어린, 그리고 검증된 것도 없는 박도현과 배성빈이라는 어린 선수 두 명을 팀에 데려옵니다. '내가 이 선수들을 키워보겠다' 며, 리그에 유망주를 육성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그렇게 영입된 박도현과 배성빈은 스피드는 문호준, 아이템은 이은택 등에게 배우면서 소위 팬들이 '문초리' 라고 말한 혼도 나고 격려도 받으면서 경험치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경험을 쌓은 두 선수들은 개인전 결승에 진출했고, 그날따라 기존 강자들이 부진했던 틈을 타 무려 개인전 1라운드에서 1위와 3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라운드에 올라간 박도현은 현존 최고의 주행 실력을 가졌다는 평을 듣는 이재혁을 상대로 일대일 대결에서 패배해서 비록 준우승을 하긴 했지만, 문호준이 키운 두 어린 유망주가 개인전 2등, 3등을 한 겁니다.
그리고 개인전이 끝난 후, 바로 팀전 결승이 시작 했습니다. 상대는 샌드박스 게이밍, 바로 직전 대회에서 플레임을 무너뜨렸던 구 세이비어스 팀이었습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샌드박스는 디텐딩 챔피언으로서 다른팀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어나더레벨' 그 자체 취급을 받았고, 공개 연방에서도 다른 팀들을 흉악하게 갈아버리는 괴물 같은 포스를 보여주었지만, 시즌이 진행되면서 샌박 선수들이 매너리즘에 빠진건지 조금씩 파훼법이 나온건지 약간씩 삐걱거리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화는 4강에서 그런 샌드박스를 상대로 스피드전과 아이템전 모두 완승하며 승리를 거두는 경험까지 있었습니다. 샌드박스의 폼은 쭉 떨어지는데, 한화의 폼은 문호준과 이은택을 필두로 두 어린 유망주들이 너무 잘 성장해서 결승은 오히려 한화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일단 한화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샌드박스는 스피드 최강으로 꼽히던 팀이고, 스피드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한화가 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템 최강자 이은택을 필두로 하이브리드 최영훈, 오랜 짬밥으로 아이템전 능력도 상급인 문호준이 있는 한화의 템전 능력은 최강이니, 스피드전을 이기면 템전에서 승리해서 그대로 끝내고, 설사 스피드전을 져도 템전을 이겨서 최소한 게임을 세번째 에이스 결정전까지는 끌고 간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팀전 결승에서 한화는 샌드박스를 상대로 처참할 정도로 완패를 당했습니다. 폼이 올라온 샌드박스 선수들은 스피드전에서 한화를 압도했고, 믿었던 팀전에서마저 샌드박스의 하이브리드 선수인 유창현을 필두로한 활약에 손도 못 써보고 무너지며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지도 못하고 패배했습니다.
너무나 처참한 완패 후 통곡하는 어린 선수들을 웃으면서 격려하는 문호준.
2019 카트라이더 리그는 샌드박스의 천하로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이 샌드박스의 기세는 다음 리그까지도 이어질 것이 자명했기에, 리그 우승을 하고 싶은 팀이라면 그 무적의 샌드박스를 어떻게든 꺾어야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조급증을 불렀는지, 지난 리그부터 문호준과 다른 길을 안 유영혁 - 강석인은 지난 리그의 팀을 깨고 온갖 논란을 일으키며 기존 멤버를 모두 갈고 전대웅 - 최윤서 - 정승하를 영입했습니다. 팀의 객관적인 전력 자체는 상승했지만 때문에 수많은 구설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한편 문호준은 비록 저번 팀전에서는 샌드박스에 완패했지만, 개인전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박도현, 배성빈과 함께 다시 도전에 나섰습니다.
이미 작년 시즌 1 때부터 개인전 우승에도 불구하고 팀전 준우승 때문에 기쁜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던 문호준은, 노골적으로 팀전에 대해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어떻게든 자기를 믿고 따라와주는 선수들에게 팀전 우승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개인전은 여기에 비하면 사실 곁다리에 가까웠다고 할만합니다.
박도현=개인적으로 은사가 없는데 (문)호준이형이 내 인생의 은사인 것 같아요. 어떤 선수가 리그에서 데뷔하는데 문호준과 같은 팀을 하는 행운을 얻겠어요. 문호준 밑에서 문호준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고 관심을 함께 받을 영광을 누릴 수 있겠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DES=어떻게 문호준과 한 팀이 됐어요?
박도현=2018년 이벤트전이었던 듀얼X에서 함께 한 뒤 차기 시즌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문)호준이형이 (유)영혁이형과 팀을 꾸린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팀에서 저를 불러주긴 했는데 그렇게 억지로 리그에 나가고 싶지는 않았죠. 이왕 프로게이머를 하려면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기다렸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잘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게임을 하면서 기다렸는데 (문)호준이형에게 문자가 와 있는 거에요. 솔직히 내용도 안 보고 같이 팀을 하자는 이야기라고 직감했죠. 너무 좋았는데 티는 안 냈어요. 리그에 너무 나가고 싶었는데 문호준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무슨 고민을 하겠어요. 무조건 해야죠.
DES=프로게이머가 돼야겠다는 진지한 고민보다 우선 문호준이 불렀으니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네요.
박도현=아마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럴걸요(웃음). 나중에 들어보니 너무나 고맙게도 호준이형이 '(박)도현이는 무조건 데려와야 해'라고 동료들에게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나의 어떤 면을 좋게 봐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호준이형에게 인정 받았다고 생각하니 뿌듯했고 더 열심히 해야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호준이형에게 꼭 팀전 우승 트로피를 선물하고 싶은데 지난 시즌 뜻대로 되지 않아 너무 속상했어요.
DES=옆에서 봤을 때 문호준은 어떤 사람인가요?
박도현=내 사람들을 이보다 더 잘 챙길 수 없어요.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 할지 모르겠지만 호준이형은 자기 사람이라 생각하면 누구보다 살뜰히 챙겨요. 저도 그런 돌봄을 받고 있죠.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사실 호준이형은 독보적인 경지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 않아요. 이런 거죠. 지금 저는 초등학생인데 중학생 과정을 생략하고 대학교 교제를 주면 아무리 잘 설명해도 이해가 되지 않잖아요. 호준이형은 지금 대학생이고 저는 이제 막 리그에 데뷔한 초등학생이기에 급이 다른 거죠.
다만 호준이형에게 지금 제 상황에서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은 모두 흡수하려고 노력해요. 그것만 해도 배울 점이 너무 많아서 다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은 되요.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겠죠. 제가 업그레이드 될수록 호준이형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호준에 대한 최영훈과 박도현의 인터뷰. 문호준에 대한 팀원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데, "카트 선수로서 이 사람과 함께 하는것만으로도 영광" 이고, "문호준이 부르면 와야지." "문호준과 함께 하는것만으로도 성공한 선수 인생" 같은 식입니다.
그리고 문호준은 원래가 다소 자신만만한 캐릭터이고, 이때문에 종종 까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자기 주위 사람들에게는 각별하기로 유명합니다. 플레임 시절에도 그랬고, 한화에서도 그랬습니다. 자기 사람들을 끔찍하게 여기면서 챙기는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둘 모두 그런 점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팀원들은 저렇게 문호준에게 엄청난 기대와 선망을 가지고 게임 내외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그런 기대를 받는 입장인 문호준은 팀원들에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기고 싶은데, 플레임 시절에도 한화 시절에도 실패했습니다. 때문에 차기리그 팀전 우승에 대한 문호준의 갈망은 대단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2020 시즌 1 '개막전' 에서, 한화는 샌드박스를 상대로 한 결승 리매치에서 스피드 0대3, 아이템 0대3 도합 0대6 완패를 당합니다. 그야말로 처참하기 그지 없는 패배였습니다.
우승을 하려면 샌드박스를 이겨야 하는데, 그 반드시 이겨야 하는 갚아줘야 하는 팀에게 오히려 지난 결승 이상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겁니다.
개막전 패배 이후 심각한 분위기.
결승전 이후에 정신적으로 힘들 정도로 서로 많은 피드백이 있었다고 밝힌 문호준.
개막전 완패가 정신적인 무장을 하게 시킨 셈인지, 한화는 다행스럽게도 개막전 이후로는 계속해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렇게 8강을 끝내고 4강 진출을 확정지을 무렵, 리그가 코로나로 인한 여파로 무기한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무렵 뜻밖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팀의 아이템 에이스인 이은택이 우울증이 도지면서 팀에서 이탈한 겁니다.
이은택은 현존 최고의 아이템 실력자로 꼽히는데, 팀에 있어서는 여러모로 든든한 존재였지만, 반대로 이은택이 나가는 아이템전은 스피드전의 문호준 이상으로 '당연히 이겨야 하는' 포지션이 되어버렸습니다. 개인적인 일도 있겠지만 이런 문제로 이은택이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은듯하고, 저번 결승에서 아이템전을 완패하고 개막전에서도 패배하는등 부담이 생길만한 일은 많았습니다. 준우승도 몇번에 걸쳐 이어지고 있었고, 리그 전체적인 아이템전 실력이 향상되어 쉽게 이기기도 힘든데 기대치는 여전히 높았습니다.
휴식기 들어가기 직전부터 이은택은 결정하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었지만, 결국 이은택은 "사람들 앞에 서는것이 두렵다." 며 이번 리그는 불참을 선언했고, 대신 어렵지만은 배성빈, 박도현의 아이템전 연습을 물밑에서 도와주었습니다.
문호준은 "쓰리핏"만 두번을 한 선수인데, 이은택은 문호준도 하지 못한 '4연속 우승' 을 한 선수로, 아이템전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경지에 있었고 문호준보다도 훨씬 연상이라 문호준으로서도 의지를 할만한 선수였는데, 갑자기 사라지게 되면서 연습에서는 좀 도와줄 수 있다고 쳐도 대회 등에서는 완전히 홀로 이 어린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최영훈이 중간다리 역할은 해줄 수 있겠지만 최영훈도 문호준에게 많이 의지하는 선수였습니다.
심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당장 전력으로만 봐도, 한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이은택 - 문호준 - 최영훈으로 이어지는 아이템전 라인으로 어지간하면 승리를 먹고 간다는 점이었는데, 여기서 핵심인 이은택이 빠졌습니다. 그리고 이은택이 템전에 들어올떄 교체되어서 빠지는 '박도현' 은 스피드전에 집중하는 선수라 아이템전은 아무래도 약한데, 그런 선수가 갑자기 아이템전에서도 플레이 해야만 했습니다. 아이템전이 강점이었던 한화는 이제 (액면가로 보면) 더 이상 아이템전이 강하지 않고, 오히려 약점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지난 여러번의 팀전 준우승들. 오래 알고 지내던 이은택의 우울증이라는 병. 갑자기 약화된 전력. 완전히 꼬여서 다시 맞춰야 하는 팀구성. 자기만 바라보는 어린 팀원들. 문호준이라는 이름에 대한 기대치. 한화생명 같은 큰 스폰서를 따고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 여러모로 많은 면에서 힘겨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휴식기 동안 어느정도 재정비를 하고, 많이 힘겨워하던 문호준 역시 다시 자신감과 의지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여러 부담감은 여전히 있겠지만, 부담감을 떨치고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기 부진으로 에결까지 가게 문호준에게 부담을 준게 미안하고, 그런 문호준이 기어코 승리를 거두자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배성빈.
달려들어가면서 팀원들 외침 "역시 문호준! 역시 문호준!"
문호준 왈 "역시 문호준!"
4강에서 경기력이 확 오른 한화는, 마침 경쟁자인 샌드박스가 폼이 떨어진 틈을 타 연전연승을 거두며 자신감을 키웠습니다. 특히 최근 폼이 가장 좋은 상대팀인 락스와의 대결이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락스는 에이스인 이재혁이 현재 팀전에서 러너에서 가히 원탑에 가까운 포스를 뿜어냈는데, 팀원들이 이재혁을 위로 밀어주면 일단 위에 자리잡은 이재혁이 최강의 주행능력으로 절대 안 잡히는 패턴으로 재미를 봤습니다. 스피드전에서는 한화의 배성빈이 크게 부진하며 이런 락스의 전략을 제대로 저지하지 못해 패배했고, 아이템전에서는 한화가 승리해 승부는 에이스 결정전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상대인 이재혁은 지난 시즌 개인전 우승자 입니다. 원래도 평이 좋았지만 우승 이후 완전히 자신감이 각성해 현존 최고의 선수 중 한명으로 꼽히며, 에결 무적으로 꼽히던 박인수를 이번 시즌에만 두번이나 잡아낸 실력자였습니다.
누구라도 부담스러울수 밖에 없는 상대였는데, 문호준은 이런 이재혁을 상대로 패색이 짙어지는 순간 말도 안되는 플레이를 통해 대역전을 거두며 팀을 승리시켰습니다.
그리고 결승전. 직전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문호준이지만, 처음부터 문호준의 최고 관심사는 바로 팀전이었습니다.
당초 예상으로는 스피드전은 한화와 락스가 백중지세지만, 아이템전은 한화가 훨씬 우위라는 평가였습니다. 이은택이 빠져서 아이템전이 약화된 한화지만 휴식기동안 많이 발전을 했고, 반면 락스는 종종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해도 원래가 아이템전이 강하다는 평가는 안 받던 팀이었습니다.
때문에 스피드전에서 한화가 락스를 상대로 승리하자 거의 한화의 우승이 확정된 분위기였는데, 한화는 아이템전 1경기에 끔찍한 졸전을 펼치더니 그대로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어처구니 0대4 스트레이트 패배를 당하고 맙니다.
아무래도 이은택의 부재가 느껴졌고, 여러모로 연습을 했다곤 하지만 변수가 많은 아이템전에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하자 선수들이 멘탈이 나가버린 점이 컸습니다. 결국, 한화는 에이스 결정전까지 갈 필요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에결로 가고 맙니다.
단 한번, 다른 기회 없이 딱 한번으로 끝나는 에결은 다전제인 개인전 결승 이상으로 선수들에게 중압감이 큰 경기입니다. 특히나 결승전이라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특히나 문호준은 1년전에 세이비어스와의 경기에서 마지막에 박인수와의 승부에서 져서 팀을 우승시키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누구라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서로간의 치열한 심리 싸움 끝에 문호준은 승리했고, 마침내 한화팀을 우승시켰습니다. 어지간한 개인전 우승할때도 그렇게 기뻐하지 않았던 문호준이 정말로 기뻐하더군요.
함께 부스에 있지는 못했지만, 사복차림으로 와서 경기를 지켜보던 이은택. 팀원들과 포옹한 뒤 바로 이은택을 챙기는 문호준.
그리고 우승후 문호준의 최측근 같은 포지션으로서 그동안 쭉 지켜보던 최영훈은, 자기가 너무 부진해서 또 호준이형한테 부담을 많이 준것 같다며 짐을 나눠주지 못했다고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여태껏 태연한듯한 모습이었던 문호준도, 마지막 인터뷰 도중에 '동료' 를 언급하는 순간이 되자 갑자기 울컥했는지 선수 생활 내내 보여주지도 않던 눈물을 보여줬습니다.
플레임 때부터 팀전 우승을 시켜주지 못해서,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던 문호준.
지난 시즌은 샌드박스라는 최강의 팀에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무너졌지만, 아직 미완의 멤버들을 그대로 유지해서 다음 시즌 똑같은 멤버로 도전에 나섰고,
여전한 상대 강팀들과 주축 선수의 이탈,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고 코칭하는 사실상의 선수 겸 감독 역할까지 겸하고, 문호준이라는 이름값 기대치까지 짊어지면서,
자기가 뽑은 어린 선수들, 자기를 보고 모인 팀을 팀원들이 잘하면 잘하는대로, 설사 부진하면 부진한대로 그 모든걸 다 짊어지면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자기가 그만큼 2인분 3인분을 하면서 승부처마다 캐리해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전, '저번에는 우승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으니, 이번에는 정말 우승하고 울어보고 싶다.' 던 배성빈. 그리고 '형이 우승시켜 주겠다.' 고 약속한 문호준. 그리고 문호준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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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글 잘봤습니다. 전 문호준의 양대우승을 개인방송 보면서 예상했습니다.
솔직히 아프리카 시절이나 한화로 첫시즌을 시작했을때는 뭔가 날이 서있고
압박받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뭐랄까 좀 위태로워 보였달까요...
방송에서 은퇴이야기도 많이 꺼냈고요...
그런데 이번 시즌 중반 이후부턴 마인드가 바뀐게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뭐랄까 날서있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카트를 다시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문호준도 직접 언급하더군요 진짜 오랜만에 카트가 다시 재미있어 졌다고...
텐션만 봐도 알 수 있는게 억텐이 종종 나오던 예전과는 다르게 진짜 진텐으로
웃으면서 즐기더군요 뭐랄까 뭔가 깨닫고 한걸음 더 나아간 느낌이었습니다.
그거 보면서 이번엔 양대우승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예전엔 그 압박감에 눌려서
뭔가 안타까워 보였다면 이제는 그 압박감을 즐기는 수준까지 올라간거처럼 느껴졌어요
여튼 앞으로도 정말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어디까지 그의 시대가 이어질지 정말 기대됩니다.
문호준 선수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깔끔하면서도 따뜻하게 쓰여있어서, 작년부터 챙겨보는 카트리그의 스쳐간 경기들과 스토브리그 때의 일들이 떠오르네요. 한화생명 영상 컨텐츠에 리그 경기들까지 정말 갈무리도 잘 되어 있구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결승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서로에게 미안하고 고마워하며 우는 모습에 같이 눈시울이 붉어지다가, "카트라이더 리그는 캐주얼 게임입니다"하던 성캐 멘트에 웃음이 터졌었는데.. 이 캐주얼 게임의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되는 결승전이었습니다. 신예로 불리던 선수들의 기량 향상으로 리그가 치열해지는 덕분에 보는 재미를 한층 더해가는 듯합니다. 멋진 경기를 펼쳐준 선수들에게 감사를, 한화생명과 문호준 선수의 우승에 축하를 보냅니다.
이번시즌 한화가 개막전 지고 프로아닌 팀에도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 팀 될거 같다라고 느낀 순간이 조별리그였던거 같은데 한경기 이길때마다 문호준이 가운데에서 춤추는 동작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동생들 부담을 줄여주는 모습을 보여줬던 때였네요. 그리고 4강 샌드박스전을 에결 안가고 잡아내면서 이 팀이 이제 완성이 되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던거 같아요 오늘 개인전이랑 팀전 에결은 정말 명승부였네요.
사실 이룰은 한번 수정된 룰인데요
첫 카트리그가 팀전을 할때
결승전이 1세트 스피드 2세트 아이템은 지금과 똑같이 진행을 했는데요(7판4선)
3세트가 스피드전 4대4 한번 아이템전 4대4 한번 그다음이 에이스 결정전 1대1 이였는데요
이당시에 이방식이 루즈하다고 판단되어 그다음시즌부터 에결 1판으로 3세트가 끝나게 됬는데,
이방식으로 문호준 유영혁 0.001초 가 나와버리면서... 그때부터 에결이 카트리그 팀전을 상징하는 매치가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이은택, 강석인 말로는 아이템전인 실력 8에 운2로 어떻게 보면 스피드전보다 실력 요소가 더 많다는 말도 하더라구요.
스피드전은 주행, 몸싸움만 신경쓰면 되는데 아이템전은 아이템 사용 노하우, 미니맵 체크, 4명의 콜과 오더, 팀플레이가 하도 중요해서 업셋이 오히려 적'었습니다. 물론 다전제 한두판 정도는 운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판이 나올 수 있는데 어차피 5전 3선승제, 7전4승제 하면 대체로 실력대로 나오는듯.
아이템전 이번 시즌부터 한화나 샌드박스 말고도 다른 팀들도 많이 파면서 연습하고 하니까 실력 쑥 올라오는게 확실히 팀웍이 중요하긴 한것 가더라구요. 그 외에 특정 맵에서 특정 아이템 카트 뭐 타는가 누구에게 어떤 카트 주는가 하는 요소도 중요하고.
진짜 어제 스핀턴 보면서 소리질렀습니다. 그 미친 상황에서 미친 플레이를 하는 미친 선수. 일반적인 사회생활보다 어릴 때부터 게이머로 커온 선수가 어찌 보면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에 어려움을 가질 수도 있을 텐데, 역대급 리더십을 갖고 동료들을 데리고 캐리하는 게 너무 멋지네요.
우승을 하지 못해서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고 하는 부분..
19년 스프링이었나 페이커가 우승한 소감이 어떤가에 대한 질문에 18년때 우리팀원들에게 우승을 안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던게 기억나네요
어제 시간이 맞아서 결승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작년부터 결승전마다 글 재미나게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2004년쯤 정말 재밌게 했었던 카트라이더 2020년에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문호준 선수 우승 축하합니다! 한화생명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은택선수의 우울증이 꼭 낫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