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17/12/03 13:08:38 |
Name |
쎌라비 |
Subject |
[배그] 나는 왜 배그를 못할까? (수정됨) |
그러니까 저는 자기객관화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처럼 무슨 일을 진행할때 그 일에 매몰되기 쉬운 사람이라면 객관화 작업을 수시로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안에서 보는 것은 일그러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자기 객관화라는걸 완벽하게 하는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을 몇번 해보게 되면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가 고쳐야 할 부분을 볼 수 있으니까요. 스타 리플보는것도 자기객관화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들 경기보다가 자기 리플 자기가 보게 되면 정말 형편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왜 배그를 못하는지 자기 객관화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자가진단 해보려는 것이죠.
1. AIM(조준능력)
저는 에임이 정말로 안좋은 편입니다. 사실 이건 게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데 전 선천적으로 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조준하는 걸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뽑기 경품으로 받아 온 다트판은 늘상 다트판이 아닌 벽지만 맞추는 저 때문에 벽지가 남아나질 않자 며칠만에 어머니가 버려버렸습니다. 또 훈련소 시절에 제 사로를 자기 사로로 착각하고 쏴 제낀 동기놈이 아니였다면 20발 중 12발을 못맞춘 벌로 PRI를 받아 그 날 먹은 점심을 게워내는 건 동기가 아니라 저였을 것입니다. (물론 동기놈 덕분에 저는 특등사수로 인정받아 집에 전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에임능력은 타고나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연습에 의해서 극복이 된다고 합니다. 저는 선천적 에임고자지만 그래도 게임을 계속 하다보면 조금은 더 나아질수 있을것 같습니다.
2. 빙의
한창 친구들 사이에서 철권 태그 토너먼트가 유행하던 시절 웨이브를 연습하는 저에게 친구가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니 미친 새끼야. 니 턱을 움직이지 말고 레버를 움직이라고. 캐릭터는 가만히 있는데 지 턱만 까딱까딱하고 앉었네 웨이브를 헤이아치가 써야지 니가 쓰냐? 니가 그렇게 하면 나가냐고?"
또 한창 카트라이더 유행하던 시절에는 드리프트를 하는 저에게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대가리가 커서 그런가? 왜 드리프트 하는디 캐릭터 따라서 니 머리도 기울이냐? 목 안아프냐? 넌 빌리지손가락 하면 안되겄다"
실제 이 버릇때문에 카트라이더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목에 파스를 달고 살았습니다. 이런 과몰입을 넘어서 캐릭터에 빙의하는 제 특성 때문에 배그를 플레이 할 때 근거리에서 총소리라도 나면 진짜 총소리라도 들은 몽구스 마냥 저는 화들짝 놀라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총소리 때문에 하도 놀라서 소리를 줄이면 발자국 소리가 안들리고 발자국 소리를 듣기 위해 소리를 키우면 총소리 때문에 심장 건강에 안좋고 그런 딜레마에 빠져 그 두가지를 적절하게 타협한 볼륨을 찾는데만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 빙의 버릇은 머지않은 미래에 VR게임이 대세가 되는 시대가 찾아오면 게이머에게 있어서 훌륭한 장점으로 탈바꿈 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버릇은 고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3. 나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아주 가끔은 멋진일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서글픈 일입니다. 전신 거울에 두툼해진 뱃살이 비칠때 분명히 아침에 면도를 했는데도 지저분하게 남아있는 수염자국이 손끝에 만져질때 저는 서글픔을 느낍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글픈것은 한두개가 아니겠지만 제가 서글픈 것 중의 하나는 줄어가는 게임 실력입니다. 게임 실력이야 인생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것도 아니고 하등 중요한 것도 아니지만 남자는 원래 중요하지 않은 것에 집착하는 생물 아니겠습니까? 나이 때문에 게임 실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정말 싫어합니다만 최근들어 부쩍이나 느끼고 있습니다. 롤만 하더라도 시즌5의 저를 지금의 제가 이기지는 못할거고 시즌5의 저는 시즌3의 저를 이기지 못하겠죠. 스타도 그렇고요. 이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흘러가는 세월을 잡을 순 없으니까요
4.체호프의 총
"1막에 권총을 소개 했다면 3막에서는 그 권총을 반드시 쏴야 한다. 그렇지 못할거면 없애버려라"
유명한 극작가 체호프의 말입니다. 체호프가 절 보면 화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과 스쿼드를 하면서 1막에 주운 총을 치킨을 뜯을때까지 안쏜 적도 있으니까요. 그냥 목표가 보이면 조준하고 쏘는 간단한 일인데 생각처럼 쉽게 안됩니다. 그래서요즘은 게임을 할 때 아는 동생에게 미션을 받기도 합니다.
"형 그냥 지금 가지고 있는 총알 게임 끝날때까지 다 쓰는걸 목표로 해봐요"
확실히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요즘은 저도 이걸 목표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총을 잘 못쏘시는 분이라면 이걸 목표로 하고 게임을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먹방
"쳐먹는 것만큼은 따라올 자가 없다."
일찍 죽고나서 제 마우스질을 보던 친구가 한 말입니다. 8비트 시절부터 컴퓨터를 한 덕분일까요? 저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만지는 속도는 상당히 빠른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밍속도는 남들보다 꽤 빠른 편입니다. 스쿼드를 할때 시체에 있는 4배율과 M4는 당연히 제것입니다. 전 누구보다 빠르니까요. 생각해보면 카오스 시절에도 그랬습니다. 같은편 한명이 나가는걸 본 친구녀석들은 창고를 그쪽으로 애써 옮겨보지만 이미 아이템은 제 인벤에 들어 있었습니다. 스쿼드 특성상 방에 박혀서 벼룩장터 여는 타이밍이 있기 때문에 그 타이밍만큼은 저는 배좁(배그x밥)이 아닌 배지(배그지존)이 됩니다. 그 순간만큼은 저를 욕하던 친구들도 추성훈 앞의 사랑이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나: AR앞대가리 드실분?"
"친구들: 하아아아아잇"
"나: 음료수 모자라신 분?"
"친구들: 하아아아이잇"
저는 이 장점을 살려서 배그에서 물자를 조달하는 군수계원이 되려고 합니다. 무더운 여름에 창고에서 꿀잠자는 보급계원들이 항상 부러웠었는데 배그에서나마 보급계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은 아 오락 하나 하는데 그냥 하지 뭘 이렇게 까지 해?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만은 이왕 하는 게임 잘하면 더 재밌습니다. 저도 20분 파밍에 3초데스만 하다가 조금 나아지니까 재미없던 배그가 조금이나마 재밌어지더군요. 고칠 부분을 발견하고 고쳐가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저도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단점이 네개에 장점이 딱 하나가 있네요. 나아질 부분이 그만큼 많은 것이라 생각하렵니다. 어쨌든 자기 실력을 자가진단하고 단점은 고치고 장점은 살려 실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재미도 게임의 일부가 아닐까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