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액소더스 현상

지난 롤드컵 우승팀 삼성 화이트. 그와 함께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둔 삼성 블루.
사실상 한국 롤판은 삼성천하였다.

어떤 팀도 삼성팀을 이기지 못했다. 이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롤판 역사상 롤드컵 우승시즌 삼성 화이트는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완벽한 팀이었다는 것을.

삼성화이트가 있는 한 영원히 롤판 최강은 한국일 것만 같았다. (삼성형제팀 뿐 아니라 아마팀의 양질의 솔랭 인재들까지 있었다.)

그러나 귀신같이 롤드컵이 끝나자 마치 신기루처럼 삼성팀은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채워줄 괴물 신인들도 모두 해외로 빠져나갔다.

지독한 액소더스현상(자국 내 리그의 인재들이 해외머니로 인해 빠져나감)
이제 한국 롤챔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볼 수 없는 것 일까?


1. GE타이거즈.

프리시즌의 경기는 개인적으로 매우 대실망이었다.
앞으로 강력한 포스를 보여줄 팀은 한국의 없을 것만 같았다.
기대했던 SK도 삼성화이트의 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다분히 주관적)

한국에서 이제 원탑팀은 SK다. SK가 다 해먹겠다.
여러 커뮤니티에서의 프리시즌 당시 중론이었다. 누구도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프리시즌은 SK천하였으니까.

HUYA타이거즈? 이상한 듣보잡팀이 생겼다.
안을 들여다보니 네임드들이 가득했다.
오, 마타가 없어진 지금 고릴라가 서폿 원탑이지.
스멥은 원래 꾸준히 잘했고..
프레이?? 와 안그만뒀네. 돌아와서 좋다. 하지만 잘할까...
쿠로? 잘하긴 한데 좀 특색 없잖아..
호진 리는 음.. 기대도 안한다.


정규 시즌 개막.
HUYA타이거즈는 GE타이거즈로 이름을 바꿨다.
본디 기아팬이기에 타이거즈라는 팀명이 낯설지 않고 좋았다.
나진 IM팀 둘다 좋아했는데 두 팀을 짬뽕시킨 이 팀이 좋았다.

하지만, 기대는 안한다. 이걸 나진이와 희망고문의 IM 조합이라니. 하하.

그런데 웬걸? 3승하고 어어?
4승 5승... 읭?
어어어?

하다보니 7승찍었다. 리그 반바퀴 무패.
물론 삼성화이트만큼의 강력한 포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국내팀을 만족시킬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강력하다. 이 팀이 있다면 이번 롤드컵도 걱정 없지않을까?



2. 떨어진 한국 롤챔 수준, 부상한 해외 리그 수준.

그러나 액소더스현상으로 인해 많은 탑급 선수들과 유망주들이 이탈했고,
롤챔의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떨어졌음에 반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거 SK대 삼성, 삼성 내전 같은 최상위 수준의 경기는 역시나 나오지 않았다.

이에 반해 해외리그는 수준이 상당히 올라왔다. (선수보단 코치진의 이탈이 더 큰 것일까?)
북미잼을 연발하게 했던 북미리그는 상위권 팀들은 확실히 체감될 정도로 잘해졌다.

TSM, CLG, C9등.
이외에 팀 리퀴드나 WFX(윈터폭스)같이 중위권 팀들도 탄탄한 느낌이 든다.
물론 여전히 북미잼은 나오지만 과거보다 훨씬 운영이 발전하고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북전파 비역슨만 보더라도 국내 어떤 미드에게도 꿀리지 않을 라인전과 한타력을 갖추고 있었다.

유럽리그는 북미에 반해 크게 반등됨을 못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K게이밍과 프나틱이라는 상위권 두 팀은
GE를 제외한 한국 어떤 팀과 붙어도 쉽게 지지 않을 것 같았다.(여담으로 SK게이밍의 포기븐 선수는 정말 잘하더군요. 기대됩니다.)

중국리그?
이 중국리그야 말로 가장 한국팀들에게 위협이 될만하다. 특히 EDG.
거의 중국리그를 씹고 있는 이 팀에는 폰과 데프트가 있다.
또, 중국 최고의 정글러 중 하나인 클리어러브도 있다. 순수한사랑.
한국 솔랭에서 중국핑으로 10위권 안을 유지했던 대단한 선수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순수한사랑 같은 팀으로 두고 지면
니들이 노답소리도 우스갯 소리로 들렸다.

물론 조이럭님발 소식에 의하면 스크림도 GE가 씹었고, 중국선수들 메카닉은 덜덜하지만 운영의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안심할 수 있을까?
더구나 한국의 탑급 선수들이 있는 자국내 최고팀들은 한국팀의 정보를 잘 알고 있다.
이제 SK나 삼성 화이트뽕에 취해서 롤드컵을 맘 편히 우승을 확신하며 볼 수 없을 것 같다.


3. 해외에 나간 모든 한국 선수들이 잘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나는 한국의 선수들이 해외 선수들보다 우월하다는 말은 믿지 않았다.
물론 SK무적시절에는 SK가 그 어떤 팀들보다 메카닉, 라인전이 우월했다. 그래서 특별한 운영이 없어도 모든 팀을 개박살 냈었다.
그러나 그 것은 한국팀들도 예외가 아닌 바였다.

삼성왕조에 와서는 삼성 화이트가 물론 라인전이 강력한 편이었지만, SK만큼 다른 팀들을 라인전부터 씹었느냐?하면 아니라고 하고 싶다.
이 시기부터 사실 해외 최고의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 간의 피지컬차이는 나지 않았다고 과감하게 말해보고 싶다.

그에 대한 예로 삼성 블루는 전 시즌 롤드컵에서 매우 고전했고, 나진쉴드는 처참했다.(고고잉 부들부들..)

결국 한국 선수들이 월등한 것은 운영인데, 당시 삼성화이트를 따라잡기 위해
많은 팀들이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 한국 전체 롤판의 수준이 올라 갔다고 본다.
SK를 잡기 위해 라인전이 강해진 한국팀들 처럼.

어쨌든 한국 선수들이 해외로 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 선수들이 해외리그를 씹어 먹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선수들을 수출(?)하고 보니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한국 선수들이 애를 먹고 있다.

즉, 애초에 피지컬 차이란 없었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에서 탑급 선수들은 해외 나가서도 탑급 선수들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한국 선수가 해외에 나가서 그 리그의 탑이 되는 것은 아니다.)


4. 중요한 것은 적응잘한 탑급선수와 코치진이다.

결국 액소더스 현상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선수들이 한국 리그를 떠났다는 점이 아니라
진짜 탑급의 선수들과 그와 함께하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코치진들이 떠났다는 점이다.

바로 조이럭님이 말한 게임 내의 기본기를 갖출 수 있게 해주는 코치들과 그것을 이미 갖춘 선수들이 떠났다는 점이다.
특히 원래 해외리그에서 상위권을 랭크한 팀에 이런 선수들과 코치들이 갔을 경우 롤드컵 시점에서 그 결과를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그게 바로 EDG인 것이고. 나는 이 팀이 가장 경계대상 1호라고 본다.


5. 롤드컵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당장 해외로간 탑급 선수들 중 성적이 기대이하인 선수들이 있다.
이것은 아마 현지적응을 못했거나, 게임 내적으로 현지화(?)가 되어서 그럴 수 있다. 또는 개인의 나태함으로 기량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가장 크게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점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인데,
이 점은 당장의 문제일 뿐 롤드컵 시점에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GE타이거즈가 프리시즌에는 불안정했지만, 호흡을 맞춰보니 다른 팀으로 태어났듯이
한국 탑급선수들을 보유한 팀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GE에 비해 해외팀들이 못해보인다거나 스크림 성적에 대해서 안심하지 말자.
롤드컵까지는 아직 꽤 긴 시간이 남았다. 이제 스프링 반을 돌았을 뿐이다.


6. 아쉽지만 한 편으로 기대되는 롤드컵.

한국의 우승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조금 아쉽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시즌 롤드컵은 그 어떤 시즌보다 기대가된다.
전 세계리그가 평준화된 만큼 그 어떤 시즌보다 박빙일 것이고
어떤 팀이 우승할지 모를테니까.

롤드컵에 가게될 한국팀들도 예전과 같은 여유보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롤드컵에 임해주길 바란다.

다가오는 롤드컵도 한국팀의 우승을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