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쓴 짤막한 레이지에 대한 소감문이 에이스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해서 잠깐 놀랐습니다. 댓글 중에서 이런 리뷰글을 원하신다는 분이 계셔서 한번 간간히 써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하반기 FPS 기대작 중에서 모던 워페어3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뽑히는 배틀필드3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직접 게임을 하면서 스크린샷을 좀 찍어뒀어야 했는데 한 장도 찍질 않아서 다른 화면으로 대체해야 할 것 같네요.
1. 배틀필드 3는 어떤 게임인가?
현재까지 배틀필드는 최초의 작품인 1942(제목 그대로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부터 현재의 3까지 7개의 작품이 나온 시리즈입니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온라인과 Play4Free, 히어로즈 등은 제외합니다.) 특징이라면 콜 오브 듀티 등의 일반적인 FPS 게임이 순수한 보병 간의 전투를 다룬 게임이고, 여기서 좀 더 확장되도 기껏해야 각종 특수 장비나 킬스트릭 같은 시스템으로 구현된 폭격 등에 비해서 배틀필드는 단순 보병 뿐만이 아닌 차량, 전차, 전투기, 헬기 등의 각종 병기를 모두 사용하면서 32 대 32란 대규모 전장을 구현한 게임입니다.
2. 이번 작품만의 특징
앞서 언급한 배틀필드만의 특징 때문에 사실 배드컴퍼니가 나오기 전까지 배틀필드는 싱글 플레이의 비중이 없다시피 하고 (최초의 작품인 1942는 아예 독자적인 싱글 플레이 모드가 없었습니다.) 반면 배드컴퍼니부터 점점 싱글 플레이를 보강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콜 오브 듀티를 연상케하는 연출 등을 선보여서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배경이 현대전인만큼 정말 현대전하면 떠오르는 대부분의 장비가 나옵니다. 장갑차나 전차는 당연히 나오는거고 UAV도 존재하며, 보병 간 전투에선 박격포까지 구현되었습니다. 이게 보병의 기본 화기로 따지면 점점 다양해지는데 제가 직접 플레이해보면서 기본 소총에서 풀리는 부착물(혹은 언락)은 완벽히 다 푼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았습니다.
총기 부착물은 3종류로 나뉘는데 흔히 말하는 스코프 등의 광학 장비, 총열부, 총열 하부로 나뉩니다. 3종류를 나뉘어서 구분하면 광학 장비는 그야말로 입맛대로 구성이 가능합니다. 심지어 아무런 조준경도 착용하지 않고 쓸 수 있습니다. 무려 대구경 저격총을 말이죠... 조준경 없이 저격했던 것으로 유명한 시모 하이하의 저격술을 게임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된거죠.(실제로 외국 유저 중에 정말로 대구경 저격총을 조준경 없이 잘만 쏘는 유저도 봤습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한 아군이 수없이 죽었죠...) 반대로 각종 첨단 조준경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조금만 플레이하면 주어지는 4배율 조준기부터 REFLEX니 Holographic 등의 조준경은 거의 따로 언급할 것도 없고 3.4 배율이나 7배율, 혹은 적외선 탐지 기능까지 있는 다양한 조준경을 쓸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어느 정도는 다른 게임에서 구현되니 특별할 것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놀란건 총열까지 교체가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모든 총에 삼각대까지 구현해서 더 이상 무모하게 돌격하는 행위보다 전술 운용의 중요성을 늘렸고요. (미리 주요 거점에서 삼각대 설치하고 방어하면 단순 돌격으로 뚫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
- 싱글 플레이 화면인데 얼핏 봐도 장착 가능한 장비로 소염기와 첨단 조준경, 거기에 추가적으로 총열 교체 등이 가능합니다.
또한 이번에 추가된 제압 사격이란 시스템도 개인적으로는 호감을 나타내고 싶더군요. 제압 사격이란 적에게 사격해서 맞추질 못하더라도 적은 제압 당해서 시야가 불편해지며, 이동 등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이걸 가장 잘 써먹는 방법은 그냥 좁은 통로에서 기관총을 삼각대 설치하고 총알이 떨어질때까지 쏴갈기면 적은 알아서 기어다니다가 빠져버리거나 죽습니다. 아무리 잘하는 유저라 할지라도 제압이 걸린 상태에서 고개를 들고 반격하는건 불가능한 수준이거든요.
그 외에도 어두운 곳에서 총기에 부착된 플래시에 눈이 멀어서(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무서운 수준입니다.) 당한다거나 조준경이 빛나서 위치가 노출된다거나 하는 다양한 특징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현실적인 고증을 반영하면서도 반대로 게임 내의 밸런스 등까지 고려된거라서 개인적으로는 맘에 들더군요.
3. 장점
우선 그래픽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멍하니 배경만 보다가 저격당한 적도 있습니다. 너무 화려하더군요. 이게 과연 32 대 32의 대규모 전장에선 어디까지 구현될지 상상하면 정말 기다려졌습니다. (사정상 오픈 베타의 64인 플레이는 하질 못했습니다.)
또한 게임 내의 묘사도 휼륭한데, 뒤에서 접근해서 대검으로 찌르면 단순히 찌르는 모션과 쓰러지는 적이 아니라 적을 붙잡고 대검을 심장에 꽃아서 사살합니다. 워낙에 생동감 있어서 잔인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연출이었습니다. 또 장애물을 뛰어넘을 때의 모션 등도 색다르면서 현실감 있어보여서 게임 내내 크게 집중할 수 있는 점인 것 같습니다.
- 홈페이지에서 공개된 화면인데 실제로 게임 상에서 저렇게 움직입니다.
게임 외적인 부분으로는 우선 베타는 영어로만 지원되었습니다만 한글화가 된다는 점이겠죠. 비록 현지화 서비스의 빈도가 높은 EA이긴 했지만 경쟁작인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국내 정식 발매조차 불투명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국내 유저들에겐 희소식인 듯 싶습니다. 또한 게임의 높은 기대와 함께 반쪽짜리 국내 서버(서버가 국내에 있는게 아니라 일본 서버를 사서 국내 유저들이 쓰는 기형적인 현상)가 생기기 때문에 전작인 배드 컴퍼니2에 비해서 매우 대중적으로 변했다고 봅니다.
4. 단점
이건 양날의 검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지만, 사양이 너무 높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배틀필드3를 대비해서 컴퓨터를 장만했는데 출시하고 나서 컴퓨터를 새로 사야겠네라는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니까요. 이런 점에서는 오히려 낮게 평가 받고 있는 모던 워페어 3의 예약 판매량이 더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물론 이것만이 이유는 아니지만요.) 너무 높은 사양은 배틀필드 3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출시 이후 스팀에서 서비스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있긴 했지만 배틀필드 3는 오로지 오리진만으로 서비스될 예정입니다. 이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긴 한데, 문제는 오리진의 성능이 매우 떨어집니다. 스팀에 비하면 채팅도 불편한데다가 애초에 EA에서 출시되는 게임만을 등록하는 프로그램이라서 대부분 배틀필드3 혹은 기껏해야 배드컴퍼니2 정도만 등록되어 있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기본적인 스크린샷 기능조차 제대로 지원이 안 되는건 좀 충격적이더군요. (반면 스팀이 모든 게임에서 찍은 스크린샷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걸 감안하면 더더욱 별로입니다. 너무 스팀만 좋게 쓰는거 아니냐고 물으시냐면 당연히 스팀이 좋으니까요라고 대답할 수준입니다.)
5. 평가
장점으로는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혼을 불태울 게임 컨텐츠, 극한에 가까울 정도의 총기 개조와 각종 병기를 써보는 재미, 32 대 32란 엄청난 규모의 전투 구현, 마지막으로는 모던 워페어 3를 비난하게 만들게 할 정도의 뛰어난 그래픽 등을 들 수 있고
단점으로는 총 64인이라는 엄청난 인원이 참가해야 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높은 사양(물론 알아두셔야 할 점은 그냥 사양이 높은거지, 최적화는 좋습니다.) 복잡한 게임성(총만 잘 쏜다고 되는 게임은 절대 아닙니다.), 완벽한 국내서버 미지원, 오리진의 다소 떨어지는 성능
6. 여담
배틀필드 3의 e 스포츠 리그가 개최된다는 소문이 있고 실제로도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좋은 게임임은 확실합니다만, FPS 게임인데다가 규모가 작은 FPS 게임조차 전체적인 게임 진행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데, 과연 배틀필드 3는 관람이 가능하긴 할지 의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긴 하는데 그래도 단순히 게임 홍보 차원의 e 스포츠화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e 스포츠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개인적으로 퇴보 수준에 가까운 배틀넷에 비해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듯한 배틀 로그입니다. 자신과 친구의 각종 성적과 정보 뿐만 아니라 거의 실시간으로 모든 유저들의 정보를 찾아보는게 가능합니다. (무슨 무기를 잘 쓰는지, 어떤 무기를 썼을 때 가장 많이 적을 사살했는지, 적 하나를 잡는데 몇 발을 쓰는지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