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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6/23 17:42:55
Name XeLNaGa
Subject 그저 한순간의 꿈이겠지요
#0
처음에는 작은 팀으로 시작했었죠. 포스트시즌을 눈앞에서 바라만 보고 있던 하잘것 없는 팀이었죠. 박성준이라는 카드 하나만으로 먹고 살았었죠.

#1
제가 스타리그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는 에버스타리그 2005가 진행중이었습니다. 아는 선수라곤 임요환 단 하나만 있던 그 당시, 엄청난 포스를 가지고 우승을 했던 박성준 선수, 저는 그 선수의 이름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큰 관심이라곤 없었습니다. 그저 임요환 선수가 최강인줄 알았습니다. POS는 제 관심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팀이었고, 그저 중위권에 속해있는 팀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
2005 프로리그 전기리그, SK텔레콤이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티원을 그렇게나 좋아했던 저는 그저 좋을 뿐이었죠. SK텔레콤이 우승을 한 이상, 그 뒤에 어떤 팀이 있건간에 중요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So1 스타리그 4강에서 저를 화나게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박지호라는 '녀석'이었죠. 위대한 게이머 임요환에게 감히 도전장을 내민, 어이없는 '녀석'말이에요. 황제를 벼랑끝까지 밀고간 그 '녀석'은 결국 황제의 끈기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그의 물량따위는 황제에게 문제가 될 일이 아니었죠. 왜냐하면 그의 환경은 열악했거든요.
하지만 결국 황제는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저는 분노했죠. 박지호 이 '녀석'이 황제의 힘을 다 빼놓았다는 결론까지 다다랐죠. 이미 지난 황제의 전성기를 비판하기는 커녕.. 결국엔 최연성에게까지 무릎을 꿇은 박지호가 있건 말건...

#3
그리고 2006년, 2005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SK텔레콤이 신흥 강호팀을 만났습니다. 이전의 그 '녀석'과 박성준, 그리고 새로이 떠오른 중학생을 보유한 그 팀을 말이에요. 하지만 전 SK텔레콤의 승리를 무조건 믿었습니다. 황제는 건재했고 쟁쟁한 다른 선수들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임요환은 패기의 중학생에게 어이없는 패배를 당했습니다. 꼭 이길거라고 믿었던 황제가 말이에요. 결국은 SK텔레콤이 우승컵을 차지했지만 전 그때부터 이미 상대팀을 주목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것 없는 팀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 팀은 스폰서를 잡고 강자들을 끌어들이며 점점 성장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영웅들을 하나하나 쓸어모으고 있었단 말이죠. 왜 그제서야 알아차렸던걸까요? 박지호의 스피릿이 엄청나다는 것을, 염보성의 패기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박성준의 전투력이 게이머 중 최강이라는 것을...
그리고 2006년 후기리그, 히어로는 결국 우승컵을 손에 거머쥐었습니다. 명문구단 CJ 엔투스를 완벽하게 격파하면서 말이죠.
아마 그때부터였던것 같습니다. MBC게임 히어로를 뼛속깊이 좋아했던 것이 말이죠.

#4
SK텔레콤은 불과 반년정도만에 저에게 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히어로의 팬이 되어버린 저는 옛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열심히 히어로를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히어로는 승리했습니다. 명실상부한 2006년 최고의 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5
하지만 지금으로 돌아온 히어로든 더이상 강팀이 아닙니다. 중하위권에 머무르며 포스트시즌의 꿈을 반쯤은 접은 채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전의를 불태워야할 시점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제는 14연패 중이었던 이스트로에게 통한의 패배를 당했습니다. 염보성의 과감함도 사라졌고, 박지호의 스피릿도 죽어버렸고, 이재호의 단단함은 더이상 보이지 않으며, 박성준과 김택용은 팀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저도 히어로의 부활에 대한 확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장담하겠습니다. 저에게 히어로에 대한 열정을 저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겁니다. 설령 히어로가 전패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하더라도, 염보성이 계속해서 16강에서 탈락한다 할지라도, 박지호가 끝없는 삽질을 반복한다 하더라도 절대로 저는 히어로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저를 비웃겠지요. 르까프, KTF도 아니고 히어로가 뭐냐. 우승경험, 아니 결승 경험 하나 없는 히어로가 뭐냐고. 하지만 저는 히어로의 플레이를 좋아합니다. 그 누가 뭐래도, 우리의 히어로는 절대로 죽지 않을거라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6
물론 그저 한순간의 꿈일 뿐이겠지요. 히어로의 부활은.
그러나 이 하잘것없는 팬이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는 영원히 지속되겠지요.



p.s 어제 이스트로의 승리때문에 너무 이스트로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우울한 히어로 팬이 무거운 PGR의 Write버튼을 눌렀습니다. 안되는 필력에 팬심 하나만으로 쓴 글이라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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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StaR
08/06/23 18:32
수정 아이콘
히어로의 부활은 한순간의 꿈입니까..?
캐리건을사랑
08/06/23 18:54
수정 아이콘
히어로가 우승을 할때의 당시는 히어로라는 이름으로 묶여진 "팀" 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포스트시즌에서 슬슬 미끄러질 때부터는 뭐랄까요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집단이라는 느낌일까요??
pos시절 어려움을 격다 천신만고 끝에 창단에서 우승까지 이끌게 되는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었던 그 느낌이 많이 퇴색된거 같아요
박성준이라는 pos의 상징적인 존재가 어찌되었건 잡음을 일으키며 트레이드 되었고 (비록 그당시 박성준 선수의 기량이 하향세를 달리고 있다고 하였어도) 일반적인 팀이라면 절대 팔지 않았을 거 같은 김택용의 트레이드...
어느순간 드리워진 박지호의 부진과 테란 한시를 떠올리게 만드는 주전 선수의 구성진까지
안타깝습니다만 후기 시즌까지 토스- 저그 라인을 살려 놔야 승산이 있어요
08/06/23 20:51
수정 아이콘
FantaSyStaR님//아 제가 글쓰는 능력이 부족해서 글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네요
이번 시즌을 두고 했던 말입니다. 9패를 한 이상 지금 부활은 힘들겠다 이 뜻이에요. 못알아듣게 글써서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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