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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2/26 02:38:43
Name 뜨와에므와
Subject 마재윤의 현혹을 이겨내라...이윤열의 1배럭 더블...
이윤열의 빌드는 누구나 알고 있었습니다.

1배럭 더블...

이윤열 선수는 그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 예상 그대로 초지일관 그 빌드를 썼습니다.(역의 역이라는 면에서)
(네오알카노이드는 맵 특성상 커맨드 후 배럭...)


그런 이윤열 선수를 보면서

싸이언배때의 최연성 선수를 떠올렸습니다.

싸이언배 최연성 대 마재윤, 총 5경기동안 최연성 선수는

다양한 빌드로 마재윤을 압박했지만 마재윤은 초지일관 3해처리 빌드 후의

다양한 전략과 운영을 통해 최연성 선수를 압도했습니다.


마재윤이라는 괴물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그때

최연성은 참으로 순진하게 마재윤의 현혹에 놀아났었습니다.

싸이언 5경기중에서도 가장많이 인구에 회자되었던 라오발에서의 경기...

이 경기는 저그와 테란이 맵을 반씩 나눠먹은 상태로 철벽 방어중이던 테란을

디파일러를 이용해 완벽하게 뚫어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그 장면으로 유명한데요...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장면은 사실 마재윤이 테란을 유혹해 잡아먹었던

앞마당과 제2 가스멀티 방어장면입니다.

리벤지매치의 1차전이었던 이 경기에서 최연성 선수는 그당시로서는

'막혀도 본전'인 벙커링을 멋지게 성공합니다.

물론 이 성공이라는 단어는 벙커가 완성되었다는 의미일뿐

그 효과를 의미하는게 아니지요.

오버로드가 빤히 보고 있는 상황에 그냥 오자마자 대놓고 벙커건설을 시작하는 최연성 선수...

아직 스포닝풀도 완성되지 않은 저그의 마재윤 선수는 앞마당을 취소하지 않고 놔둔채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드론 2기를 보내 라오발 앞마당 뒤쪽 미네랄을 뚫어버립니다.

최연성 선수의 시야에는 당연히 들어오지 않는 상황...

벙커에는 머린 2기가 안전하게 들어가고 앞마당 해처리는 거의 4-5칸의 체력만을

유지한채 계속 건설이 됩니다.

스포닝풀이 건설되고 튀어나온 저글링은 뒤로 돌아 추가되는 마린을 막아내고

바로 추가된 저글링과 드론 2-3기를 이용해 두마리의 SCV가 붙은 벙커를

자연스럽게 치워냅니다. 완성된 해처리의 체력은 겨우 4-5칸...

참 운도 좋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

게임이 좀 더 진행되고 2번째 가스멀티지역에 해처리 건설을 시작하는 마재윤 선수.

기막히게 정찰을 하고는 파뱃 3기와 메딕 1기로 해처리를 공격하는 최연성...

저글링이 꾸준히 달려와 보지만 파뱃 3기앞에 녹아내립니다.

3칸, 2칸, 1칸...그때 다수 저글링과 럴커가 달려와 아슬아슬하게 막아냅니다.

탁 터지듯 펼쳐진 해처리의 체력은 역시 3-4칸...

또야? 운빨 더럽게 좋네...


그러나 최연성 선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2%부족해서 뭔가 말리는 듯한 기분...

오늘 일진 사납네...경기 안풀리네 하는 짜증...


저도 그냥 이런 것들이 다 우연이겠지...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마재윤 선수의 테란전을 계속 보면 그런 것들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헛점을 노출시킨듯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막아내는 곡예같은 방어능력...

공격의 절대타이밍이 아닌 수비의 절대타이밍을 터득한 듯한 그 모습...

물론 가끔은 이런 것들이 실패해 성큰 1,2개 타이밍실수로

변형태 선수와의 히치하이커, 이윤열 선수와의 네오알카노이드 전처럼

허무하게 내주는 경기도 가끔있습니다.

그러나 테란병력이 막 들어오는 찰라 꽃처럼 터지는 럴커.

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미 컨슘 완성상태로 튀어나오는 디파일러.

이 모든 타이밍들을 생각해보면 마재윤은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상욱 선수가 히치하이커 경기에서 좋은 타이밍을 놓치고 머뭇거린 것은

이런 마재윤 선수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러나 마재윤 선수는 그런 전상욱 선수를 상대로 배짱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전상욱 선수가 변형태 선수처럼 아무생각 없이 쑥 들어가 버리거나(물론 변형태 선수가 생각이 없었다는게 아니라...)

이윤열 선수처럼 꼼꼼하게 스캔을 제대로 써서 실체를 파악했다면

마재윤 선수는 이미 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볼때 이윤열 선수의 뚝심있는 1배럭 더블은

오답이 아니라 정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재윤의 초반 움직임은 '모르는 게 약' 이었을지도...

마재윤 선수의 유혹에(특히 초반 유혹) 흔들리지 않고 3해처리 부자빌드에 꿀리지 않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그 후엔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

1,3경기 멀티지역 숨김드론에 당하지 않고

정찰만 제대로 했었다면 상황은 뒤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윤열 선수가 그랬던 것도 마재윤선수의 또다른 조종때문이긴 했지만 말이죠...

참 무서운 선수입니다...마.재.윤.






p.s. 최연성 선수와 마재윤 선수의 싸이언배 경기들...

3해처리 빌드의 초창기 모습이라 해설진들도 제대로 의도파악을 못하더군요.

하지만 그 당시에도 빌드 자체는 거의 완성단계였습니다.

물론 방어의 절대 타이밍은 아직 찾지 못했던 건지 앞마당에 아낌없이

성큰을 미리미리 깔아두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러쉬아워에서는 앞마당 해처리는 쫙 둘러서 6기의 성큰을 건설하기도...^^

탱크로 없는 테란을 상대로 말이죠...

그 후 1년간 더 무섭게 진화한 이 빌드를 과연 어떤선수가 깨줄지 기대가 되네요...

현재로서는 마재윤 선수의 낚-시에 좀처럼 걸리지 않고

오히려 역낚-시까지 성공했던 진영수 선수가 가장 큰접한듯 합니다만...

과연 어찌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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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愛
07/02/26 03:11
수정 아이콘
커맨드, 넥서스, 해처리 1개 일꾼 4개로 동등한 자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게임이니 만큼 심리전이 제일 중요한 요소로 부각 될 수 밖에 없게 된 거 같습니다. 프로게이머들 조차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차는 나도 종이 한장 차이다 라고 얘기하는 요즘 세상에 실력 대 실력의 싸움보다는 심리전 대 심리전 이랄까요.
사실 빌드싸움 자체도 심리전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단 한경기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흐름에서(마치 마재윤vs이재호 롱기누스에서 마재윤이 '넌 무조건 원배럭 더블이야' 라고 말하듯 노스포닝 3해처리를 간 것처럼)
심리전이라는 요소 자체는 마재윤 선수가 최강의 자리에 오르면서 갑자기 생겨났다기 보다는 실력 차이가 종이 한장 밖에 안나는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더 많이 이기고, 덜 이기는 사람이 있는 것도, 결국 모든 승부는 상대방과 하는 심리전이라는 게 아닐까요.
실력 대 실력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종이 한장 차이인데 잘하는 선수가 51대49정도, 못하는 선수가 49대51정도의 승률을 가지고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오윤구
07/02/26 03:22
수정 아이콘
심리전을 경기내에서 주고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 보이네요.
저그전에 있어 완벽에 가까운 대응 개념을 지닌 테란유저라고 해서 마재윤 선수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진 않겠죠. 단순히 잘잡힌 개념으론 마재윤선수의 낙시질에 철저히 농락당할 뿐일겁니다. 어찌보면 우리가 보는 실력 (apm 물량 등등으로 대변되는)들은 이미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종이한장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계적으로 대응하느냐, 수싸움을 벌이느냐가 실력 위의 실력으로 작용하게 될것 같습니다.
07/02/26 11:21
수정 아이콘
외람된 말입니다만 마재윤 선수 타짜가 되었어도 엄청 잘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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