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2/05 14:11:23
Name 황무지
Subject 거인의 어깨...
어느 시대 누군가가 한 말이죠
"거인의 어깨에 올라앉은 난장이"
인간의 역사 자체가... 결국 그런 것 아닌가 싶군요
방의 책상, 책꽃이를 차지하고 있는 책들
칸트, 헤겔, 마르크스, 노자, 블로흐, 바르트,
그 '거인들'의 저작들... 그리고 그 저작들을 씹어 읽으며
이 위대함에 몸을 떨기도 하며, 늦게 태어나 이 거인들의 흔적을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움이 아닌가, 별 어려움 없이(?) 위대한 흔적들을 사유의 틀로 빌려 올 수 있다는 것은 혜택이 아닌가 생각도 해보고,
반대로... 늦게 태어난 것은 일종의 '죄'
그 거인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한탄하기도 하고
(물론, 제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거죠)

그래도, 진지하게 남이 가 본 적이 없는 길을 찾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비의를 찾아 여행하는 방랑자들이 남아 있다면, 지금 '난장이'인 그들도 언젠가는 '거인'으로 불릴 겁니다.
아직 이루지 못한 이상향을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인간의 역사가 끝나지 않는 한... '거인'들은 나타날 것입니다.

(같은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이를테면, 사랑의 표현, 사랑의 언어를 사용한다 할 때...
결국 "사랑합니다"의 그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이런 표현 저런 표현으로... 뒤집고 메치고 엎어치고 은유하고...
그래 봤자 이전의 누군가, 혹은 다른 공간의 누군가가 이미 사용했거나
사용하고 있는 표현들이지요... 거의, 그렇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말마따나, "몸짓은 유한하다"라는 것인데
독창적이라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
한때 문학을 공부한 이사람... 가끔 '독창성'이 불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우울할 때도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 리그에서 각광받는 신진(?) 플레이어들
스타일상의 약점이 거의 없고 밸런스가 잘 잡혔다는, '완성형'이라는
평가를 받는 플레이어들이 있지요... 그 플레이들은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더 이상의 발전이 가능한가...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극강'에 '극한'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완성형' 플레이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은 아니겠지요...
프로 게임 리그 역사(?)의 당연한 귀결, 산물이라 말한다면 억측일까요

'노장' 소리를 듣는, 리그 무대에서 지금은 그다지 성적이 좋지 못한 플레이어들
프로토스, 저그, 테란... 각 종족의 전략과 전술을 플레이의 패턴들을 만들어 낸
플레이어들, 그리고 지금은 무대에 없는 플레이어들을 기억하고 싶은 이유
그리고 내가 다 기억하지 못한 그들에게 늦게나마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유

처음 출시되고 수입된 당시의 스타크래프트와 지금의 스타크래프트는 얼마나 다른가요
게임 리그의 첫 출발과 지금의 게임 리그의 마당의 크기는 또 얼마나 다른가요
그 '다름'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이, 바로 '노장' 플레이어들 아니겠습니까...
(이 사람, 게임리그 역사(?)에 대한 지식이 일천해서 그 많은 플레이어들을 기억하고 이름을 열거할 수가 없군요...)
'로망'이 있는 플레이! 개인적으로, '완성형'의 플레이어들 보다는
'로망'의 플레이어들을 좋아합니다만... 뭐, 결국 그런 것도 개인 취향일 테지요...

저번에, 대나무류 조정현 선수를 응원하는 열성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멋진 선수에 멋진 팬들입니다. 그 건강한 열정들 쉬이 식혀버리지 말고 꾸준히 이어나가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부진하면 아쉬운 건 사실이네요 -_-;
(이 사람이 응원한 '노장' 선수는 누굴까요... 흐...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2/12/05 14:41
수정 아이콘
거인의 어깨에 올라앉은... 오아시스 앨범 제목이기도 해요..^^
(흠.. 쓸데없는 리플을...)
황무지
팝 음악과 록 음악의 '거인'들을 지칭한 것이 아닐까요...?
오아시스의 그 앨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로베르트
02/12/05 15:06
수정 아이콘
모든일에는 개척의 길을 닦아낸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길을 집대성하게 만드는 완성자가 존재합니다.(두개다 해먹는 사람도 있지만..-_-)
새로운것을 시작하는 사람은 집대성한 영웅에 비해서 기억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허나...그들은 스타크래프트라는 세상에서 역사적인 일을 이루었고 그러한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기에 스타리그가 지금까지 번창하고 있는것 아닐까요?^^
꿈속마법☆
02/12/05 15:2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노장'플레이어들은 각자 자기만의 뚜렷한 색깔이 보인다고 할까요?
무게감이 있어보이는 느낌이 마구 들죠.
너무 주관적인가? ^^;;

황무지님 말씀처럼 스타의 '다름'을 만들었던
게임계의 그 거인들은 뭐하고 있는지 새삼 궁금해지네요.
황무지 님이 응원하시는 로망플레이어들 중에 '노장'선수도.... ^^
황무지
프로토스의 로망이란 역시 뭐니뭐니 해도.......
그렇군
02/12/05 15:31
수정 아이콘
고전역학, 미적분학, 만유인력의 법칙 등...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창
조성을 가진 천재가 그런 말을 했다니......
불가리
02/12/05 16:57
수정 아이콘
황무지님이 응원하시는 것으로 추측되는 선수가, 연습부족으로 이번 챌린지리그를 탈락하고 그랬다더군요. "내년에는 다들 죽었어!"
02/12/05 18:17
수정 아이콘
역시 로망이죠.. 조정현님 최고 ^^b
꿈속마법☆
02/12/06 13:39
수정 아이콘
으음- 프로토스의 로망에 이번 챌린지리크 탈락이라...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는... - -a;;;;
목록 삭게로! 맨위로 수정 삭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8693 [잡담]만약 스타3종족 중 마법을 무한으로 쓰면 어느종족이 가장 강할까여? [32] 20021023을기다리2262 02/12/05 2262
8692 [홍보]겜아이방식의 최고의 프리베틀넷 질럿! [6] 묵향지기1504 02/12/05 1504
8691 온겜넷맵의 밸런스에 대해서.. [13] gerrard171328 02/12/05 1328
8690 프로토스는 극강이 될수 없다? [17] Hisy1877 02/12/05 1877
8689 테란에는 슈퍼A 난이도가 있다..?? !! [21] 선풍기저그2498 02/12/05 2498
8688 2002년을 즐겁게 한 게이머.... [2] 로베르트1802 02/12/05 1802
8685 거인의 어깨... [9] 황무지2455 02/12/05 2455
8684 [펌글] 글을 쓰면서.. - Written by Lovepool [4] 낭천1410 02/12/05 1410
8683 미리보는 kpga 투어 엑스트라메치 8주차 경기 [9] eclips1472 02/12/05 1472
8681 [펌]테란의 강세를 경계하는글인데 공감이 많이 가네요.. [45] Forthesky2925 02/12/05 2925
8686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좀 아래 있음..) [33] 곽봉효1748 02/12/05 1748
8679 에스프레소 (1) (2) 네로울프1150 02/12/05 1150
8678 [펌]효순이와미선이추모플래쉬입니다.. SlayerS[Dragon]1185 02/12/05 1185
8677 [잡담] 너스레와 엄살.. [6] kid1460 02/12/04 1460
8676 데드라인제로 진짜 끝입니다. [11] Korea United1681 02/12/04 1681
8675 아무래도 이 겨울, 버티기가 어렵군요... [18] 황무지2726 02/12/04 2726
8673 매너 파일론? [35] 아드레날린3654 02/12/04 3654
8671 KPGA 포스트시즌 진출가능성 정리 [8] 은별2448 02/12/04 2448
8667 기욤보셨나요? ㅇ_ㅇ?;; [8] B@be2620 02/12/04 2620
8666 스타를 사랑해...아마.. [13] 강동현1671 02/12/04 1671
8664 [알림] 정치관련 글은 잠시 중단해 주세요. [7] homy1872 02/12/04 1872
8663 조기 두마리반. [5] 삭제됨1222 02/12/04 1222
8662 시니어리그 도입의 필요성 [4] 어쩔줄을몰라1924 02/12/04 192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