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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1/09 16:35:40
Name 황무지
Subject 단상 ; 계절
혹시, 겨울의 주인은 메마른 나무인지도 모른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라는 시집도 있지 않은가? 겨울 나무는 그 마른 육신을 비틀고 흔들어 바람을 자아내는데 추위로 얼어붙어 단단해진 땅이 뿌리를 죄어들고 뿌리에서 전해지는 통증은 줄기와 가지에까지 흘러 그 고통의 몸부림 또는 뒤틀림에 겨울나무의 바람이 일게 된다. 겨울바람에는 겨울나무의 고통과 그 고통을 견디는 메마른 독기가 들어 있어 그 바람을 맞다 보면 머리가 아프고 살갗이 에이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흙을 걷어내고, 또는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봄이 와도 녹지 않는 땅을 일군다. 봄이 와도 녹지 않는 땅에 나무는 분노하고 점점 그런 땅은 늘어만 가고 나무의 분노와 독기는 더해만 간다

해가 갈수록 겨울 바람이 날카로운 이유는, 해가 갈수록 겨울이 길어지는 이유는 날이 따뜻해져도 녹지 않는 땅, 봄이 와도 녹지 않는 땅. 그런 땅이 늘어만 가고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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