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11 01:18:47
Name Apatheia
Subject [잡담] 귀거래사.
제가 PgR의 회원이 된 것은 작년 10월이었습니다.

그전에 눈팅을 한 달쯤 했으니

꼭 1년 정도를 이 곳에 머물러 있었군요.

제가 운영진으로 승급된 것은 거창한 이유 따위는 없었습니다.

당시에 한참 논문 마무리에 바쁘셨던 PgR21 어르신께서

사이트 관리를 좀 해야 할 텐데 도무지 짬이 나지 않는다는

하소연 조의 글을 한번 올리셨구요.

이렇게나 좋은 사이트 만들어서, 저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해 주신 분에게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마침 제가 하는 일이 이것인지라

제가 사이트 단장이라도 도와드릴 수 있으면 돕겠노라고

메모 한장을 보낸 것이 인연이 되어서 운영진 레벨로 승급된 것 뿐입니다.

그 전까지는 저도

PgR21의 1년을 축하한다는 축전이나 만들어 게시에 띄우는

어주 평범한 보통의 유저에 불과했답니다.

그럼 본래 직분인 사이트 단장이나 신경 쓸 것이지

왜 그간 그런 논쟁에 빠지지 않고 끼어들었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그건 좀 변명이 궁색하긴 하겠군요.



제가 운영진이 되어 얻은 것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그 이름때문에, 제가 아끼는 선수들에 대한 마음상하는 글 하나도

제대로 제때 삭제해주지 못했고

결국은 그들에게 상처를 입히는데 일조했습니다.

제가 아끼는 선수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어도

힘내라는 글 하나 마음대로 쓸 수 없었습니다.

제 아이디로 글을 검색해 보시면

의외로 제가, 제가 편애하는 선수들에 대한 변론엔 인색했다는 사실을

깨달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얼마전, 공개적으로 운영진이 몇몇 선수만을 편애한다는 말을 듣고는

나름대로 더더욱 행동에 조심했습니다만

몇몇 분들이 보기엔 그것조차 여의치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어디 그 뿐이던가요.

일기장에 사적으로 끄적여놓은 글 몇 개가 활짝 열려진 엄한 게시판에 퍼져가서

생각이 어리다느니 하는 엄한 비방부터

여자로서는 참 듣기 난감한 욕들까지도 들었습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어지간히나 많은 것들이 생기나보다고 생각하시는 듯한 몇몇 분들이 보입니다만

그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 하나만은

양심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방금전까지, 몇몇 분들을 원망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의 신념에 충실했을 뿐이겠지요. 저처럼 말입니다.

다만 제가 그분들을 이해하지 못했듯이

그분들 또한 저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 뿐이겠지요.



이제 PgR은... 그래요. 몇몇 사람들만의 사랑방이라고 하기 어렵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요즘들어 부쩍, 운영진의 형평성 운운 하는 말들도 나오는 것이겠지요.

공정하지 못했던 운영진 중에 가장 대표적이었던 저는

오늘 부로 운영진에서 물러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다른 운영진들이

더이상 상처받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현재 활동중인 운영진 여섯 사람중

실무진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 셋 중에서는 가장 연장자로서

아직 혈기 왕성하고 세상물정 어두운 두 동생들을

잘 이끌어가지 못한 점도 아울러 사과드립니다.



워낙에 떠난다는 박절한 말을 즐겨하는 성품은 못되는지라

몇몇 화끈하신 분들처럼 아이디를 파버리는

시위에 가까운 행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여러분의 글을 마음대로 삭제 게시판으로 보내는

혹은 **님 말투가 무례하시군요 라면서 어줍지 않은 딴지를 거는 저의 모습은

이제 보실 수 없으시게 될 것 같습니다.



그간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에서, 즐거웠던 만큼 힘들었습니다.

위태하고 어설펐던 저의 1년을 지켜봐 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Apatheia 배상.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2/09/11 01:30
수정 아이콘
제 아이디가 근래에 있어 오늘처럼 가슴 찌르게 저에게 각인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분수를 지킨다는 명분하에, 남에게는 여름날의 시원한 분수처럼 되 보겠노라는 터무니없는 자만감으로 만든 제 아이디가 오늘은 저에게 절망감을 주는군요...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는 아파님이 만드신 게 아니라 그런 자리를 용납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겠지요.
저는 아파님이 계시던 그 자리에서 쓰셨던 그 소중한 글들을 제 마음속에 담아 두겠습니다.
사실 댓글쓸때도 조심스러워 운영진 여러분께 아는 척도 안한 저이지만 이 글에는 아는 척 해보고 싶어 댓글 남깁니다.
Apatheia님//지금도 사랑에 빠져 계시죠? ^___________^
저도 현재 진행형이랍니다.
다음번에는 다른 글에서 아파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Dabeeforever
02/09/11 01:32
수정 아이콘
제가 지금 쓰는 건 원래라면 쪽지로 보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대로 씁니다.
이런 결과를 바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논쟁의 중심에 서 있던 분들조차도 말입니다.
제가 아파테이아님의 선택에 뭐라 뭐라 할수는 없겠지만, 그럴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다시한번 생각해 주십시오라고 감히, 정말 감히 외람되게 말씀드립니다.

왜,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와야 했는지 화가 나네요.
더 화가 나는건, 어느 것이 제가 화를 내야 하는 대상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_-;;
02/09/11 01:33
수정 아이콘
음 이런식으로 안좋은 모습으로 운영진에서 물러나신다니 안타깝네요 님의 홈피에는 자주 가보진 않았습니다만 몇번 본 홈피에 있는 이미지 만으로 제 상상속의 인물이되곤 했답니다 약간의 동경같은게 있었는지 제 상상만으로 꿈에도 한번 나타나셨구요 (__) 이곳과는 다르지만 유료 게임 사이트의 웹지기를 6개월정도 한적이 있습니다 운영자라는 명목으로요 물론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한가지 같은점은 욕은 혼자서 다 먹는다는것이겠네요 중립자적 입장이라...... 말로는 쉬운 부분입니다만 세상에 어떤 사람이 완벽한 중립적인 자세를 취할수 있을지도 생각해 봅니다 이곳에 어떤 일이 있어도 전 항상 PGR21의 편이었다는것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언제나처럼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리구요 이번기회를 빌어서 님의 홈페이지에도 자주 들러봐야겠네요 힘내세요
02/09/11 01:33
수정 아이콘
결국 상처만 한아름 안고 물러나시는 아파님의 모습이 아프게 박히네요.
따뜻함이 넘치는 아파님의 글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나의꿈은백수
02/09/11 01:35
수정 아이콘
왜...관련없는 분들이 애꿎게 상처입어야 하는지..
완벽한 사이트란 없으며 완벽한 관리자 역시 없습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02/09/11 02:03
수정 아이콘
수고 많으셨습니다.
02/09/11 02:22
수정 아이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왜 아파 님이 괴로워해야하는지 이해가 안되네요......하지만 운영진을 그만두신다고 해서 PGR을 떠나시는 것은 아니겠죠? 이제 운영자라는 이름을 버렸으니 더더욱 좋은 글, 좋은 댓글을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아파 님 글 팬이에요~-o-) 그럼 좋은 하루, 매일매일 좋은 하루 보내세요.
02/09/11 02:32
수정 아이콘
그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피로가 쌓였을지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자유는 없고 의무와 책임만 있는 그 자리... 저같은 무책임한 사람은 1달도 못하고 때려쳤을 겁니다.
때가 늦어도 한참 늦은 것 같지만, 님 덕분에 많이 행복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푹 쉬시고... 다시 기운을 내서 이 곳에서 맘껏 자유와 행복을 누리시길...
protoss-zzang
02/09/11 02:41
수정 아이콘
먼저 아파님 그동안 수고하셧습니다. (__)
아파님의 좋은글과 위트넘치는 문장으로 참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이제 운영진에서 물러나신다니 무척 서운하지만 이해합니다.
어느순간부터 댓글과 어떠한 참여도 하지않게 되었지만
이러한 광경을 보게되니 마음이 아프군여.
전 이곳을 안지 1년 정도 되지만 더이상 이곳을 올지 확신이
안서집니다. ㅡㅡ;;
눈팅으로만 참여해도 즐거웠던 이곳이, 점점 낯설고 거리감이 드는군여.
남아있는 운영진분들 힘내시라는 말밖에 할수없는 제 자신이 초라해집니다.
이제 이곳을 당분간 떠나야겠습니다.
다시 돌아왔을때 예전처럼 따뜻함과 훈훈함이 넘치기를 바라는것은
너무 무리일까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
02/09/11 02:43
수정 아이콘
지금 오늘의 논쟁내용을 알지 못하는 저로써는...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밤 늦게야 집에 와서 pgr 자게를 열자.. 석연찮은 제목의 글들..
신경쓰지 않고 하나씩 넘기다 문득 아파님 글이 있길래 클릭했더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정말 물러나셔야 하나요..? 아파님이 족쇄에서 풀려나시는 건 정말 축하 해드려야겠지만..
pgr이라는 사이트의 훌륭한 운영자 한분이 없어지신다고 생각하니... 우울해지네요...
ColdCoffee
02/09/11 03:00
수정 아이콘
정말 안타깝습니다.
항즐이님도 이젠 게시판에 글도 잘 안쓰시고 ...
apatheia님 운영진을 물러나신다시고...
툭툭 던지는 글들때문에 ....
얼마나 더 많은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
어제 오늘 삭제게시판에가서 삭제된 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이글이글 붉게 타오르는 삭제게시판의 글들도 차분한 굴림체더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굴림체...
차분한 굴림체라서 많은 분들의 마음이 차츰차츰 식어가는 걸까요...
이 가을의 문턱에선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네요...
담배 한 개피가 남아서 다행입니다.
Elecviva
02/09/11 03:30
수정 아이콘
이젠.. 무언가 바뀌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듭니다.
tongtong
02/09/11 06:52
수정 아이콘
게절에 맞춰 pgr을 항상 아름답게 단장하던 아파님이 운영진을 물러난다니 섭섭합니다...
컴맹인 나로서는 아파님의 그런 능력이 무척이나 부러웠었는데...
웬만한 비판에는 무뎌질 때가 된줄 알았는데 아직도 상처받을 부분이 남아있었나 보네요...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키워온 pgr 운영진에서 물러난다는게 아파님 개인적으로 참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거고 섭섭한 마음이 컸을텐데...섭섭한 마음보다는 상처받은 마음이 더 컸었나 봅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역시 사람이 문제네요..사람이....
후니...
02/09/11 13:22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당분간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_ _)
02/09/11 14:10
수정 아이콘
아파테이아님 뿐만아니라 운영진 모든분들이 충격이 컸을것 같습니다
거의 유령회원에 가까운 저도 삭제게시판을 보고 충격을 먹었거든요
아파테이아님 힘 내시구요.. 다시 복귀 하시리라고 믿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후니님 말씀대로 당분간 편히 쉬세요
02/09/11 14:48
수정 아이콘
운영진 중에서,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지 않고, 욕을 박아지로 먹을 각오하고, 게시판에서 누구와도 대판 싸울 각오하고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듯..
김현욱
02/09/11 17:17
수정 아이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02/09/11 21:28
수정 아이콘
아파님 그동안 마음 고생 많으셨읍니다. pgr싸이트를 알고난 후 매너있는 싸이트라는 데 무척 마음에 들었고 아파님의 콩트에 무척 재미있어했읍니다. 아파님의 홈피에서 글도 재미있게 보기도 했읍니다. 물론 100% 만족은 아니었지만요.
운영진이 편향됬다는 일부의 비판에 아파님, 항즐님, 날다님이 글 올리기를 삼가할 때 매우 섭섭했읍니다. 운영진에서는 재미있거나, 가치있거나, 꼮 필요한 글을 올렸기 때문에 운영진의 글이 빠지면 그만큼 pgr의
downgrade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pgr 최고의 고수가 낭천님이라 일컬어지듯이 , pgr 최고의 글꾼은 아파님이 틀림없읍니다. 이제 마음껏 써 보십시요. 기대하겠읍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963 가슴 한켠이 저려오네요.. [5] 마치강물처럼1348 02/09/11 1348
5962 한국 스포츠사,야구사에 길이길이 남을 오점... [27] 황무지2296 02/09/11 2296
5961 스타력 5년 9월 11일 어스그 노드 믹1259 02/09/11 1259
5960 하얀 로냐프강... [2] 김형석1357 02/09/11 1357
5959 스타력 5년 9월 11일 -시작하면서 [2] 어스그 노드 믹1266 02/09/11 1266
5958 [잡담] 3대 무표정 사나이 [8] 12341721 02/09/11 1721
5957 안녕하세요??처음 뵙겠습니다..(--)(__) [4] Sizi seviyorum1033 02/09/11 1033
5955 댓글이 아닌 첫글로써..... [6] letina1245 02/09/11 1245
5954 [잡담] 귀거래사. [19] Apatheia1811 02/09/11 1811
5953 1.10패치는 아주 늦게 나올겁니다. [3] 박종혁1378 02/09/11 1378
5952 스카미배 vs 스카이배- 역사의 순환? [7] Dabeeforever1783 02/09/11 1783
5951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각 종족의 이미지는 어떤것인가요? [8] 나의꿈은백수1252 02/09/11 1252
5950 [진짜허접꽁트] 2인자 테란 (3) [5] i_random1326 02/09/11 1326
5949 안녕하세여^^ 묵향지기1225 02/09/11 1225
5948 중간의 입장에서 본 근래의 논쟁들... [2] Taste1273 02/09/11 1273
5947 PgR21의 사람들... [3] 분수1083 02/09/11 1083
5946 [사과] 죄송합니다. [16] Apatheia2036 02/09/11 2036
5945 임요환 선수를 바라보며.. [4] 목마른땅1340 02/09/11 1340
5944 스타를 접하게 되며... [3] mesh1130 02/09/11 1130
5943 게시판의 일들을 보며... [4] Dabeeforever2043 02/09/10 2043
5942 기억하나요?? 스타걸과의 사랑이야기! [4] 남은호1093 02/09/10 1093
5941 [연재-_-] 김정민선수 인터뷰 후기 [6] 고로록⌒⌒1804 02/09/10 1804
5940 [잡담및단상]내가본 79년생 게이머.... [1] 흠....2865 02/09/10 286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