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10 23:20:10
Name 고로록⌒⌒
Subject [연재-_-] 김정민선수 인터뷰 후기
긴 글을 쓰는건 문제가 없습니다.

할말 안할 말 줄줄이 다 하면 되니까요.

그러다 보면 앞뒤가 안맞아도 대충 먼 얘기를 하려는지

읽는 분들이 알아서 이해를 해주시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분량제한이 없는 웹보드를 좋아합니다ㅡ.ㅡㅋ)


그러나 대여섯 단락이면 쫑나는 짧은 글을 쓸 때는, 컨셉이란 걸 확실히 잡아야 합니다.

인터뷰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죠.

이 선수의 가장 두드러진 점!

그 하나의 주제를 잡기 위해 질문을 하면서도 계속

어떤 땐 인터뷰 자알 하고 들어와서 마감이 두 시간 남을 때 까지

글의 컨셉을 못잡아서 머리칼 쥐어뜯으며 딩굴 때도 있습니다-_-


이런 면에서 저를 너무나 해피하게 해준 선수가 있습니다.

학국프로게임협회에서 자체조사한 '가장 매너있는 선수'에 동료들의 몰표를 받았던,

바로 정석테란 김정민 선숩니다.

인터뷰를 시작하고 10분만에 컨셉이 잡혔으니까요-ㅅ-ㅋ

놀라울 정도로 자기 색깔이 분명한 선수란 거죠.


그러나 시작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배고픈 거 다음으로 싫어하는 게 기다리는 일인 제가

40분이나 기다려야 했으니까요-_-+

무,물론 오락실에서 얼론인더다크2를 하며 신나게 몬스터들 머리를 날리고 있었죠 ㅡ.-)


김정민선수는 제가 실제로 가장 자주 본 프로게이머 중의 하나이며,

가장 많은 경기를 시청한 게이머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눠본 건 이날이 처음입니다. 실은 목소리도 몰랐죠-_-a

플레이스타일을 이미 알고 있는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는 건 즐겁습니다.

그땐 왜 그랬냐, 이건 왜 그러냐. 궁금했던걸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베르트랑 선수처럼, 제가 경기를 많이 못봤던 선수들을 만나면

자신의 경기운영에 특징이 있다면? 같은 자격미달의 쪽팔리는 질문부터 해야되니까 말이죠-ㅅ-;


여기 정민선수의 성격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자신감. 겸손함. 성실함. 침착함과 차분함. 현실적. 냉정함.

그리고 깍듯한 예의.

...별로 사람같지 않죠?-_-ㅋ


그런데 이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웃는 모습은 참 예쁩니다.^_^

예쁘다, 라는 말이 적격입니다. 저는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할 때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는 악습관이 있어서 ㅡㅡㅋ

눈이 안보일 정도로, 그리고 어금니까지 보일 정도로 시원하게 웃는 웃음.

보는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좋은 미소를 갖고 있더군요.

인터뷰 하는 내내 딱 한번을 제외하곤 늘 그렇게 웃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원래 좀 내성적이었고 잘 웃지도 않았었는데,

주위에서 하도 웃으라고들 해서 의식적으로 웃기 시작한게 습관이 됐다는군요.^_^


그 딱 한번이란 건, 제가 "왜 그렇게 남에게 힘든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냐"라고 물었을 땝니다.

"그렇게 자랐으니까요. 집안 분위기도 그랬고"

라고 말하곤 입을 딱 닫았습니다.

정말 개인적인 얘기를 물어보기가 힘들더군요. 자기 얘기를 하는걸 무척 싫어한답니다.

굳이 기분 상하게 하면서까지 물어볼 이유는 없어서 주제를 돌렸죠.


데뷔할 때 얘기며...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대로 맞았을까요?ㅡㅡㅋ)

왜 정석테란의 길을 가느냐.

"특별히 정석을 좋아해서 그런 건 아녜요. 다른 걸 하지 않아도 정석대로 하면 이길 수 있기 때문이죠."

오오 +_+;; 상당히 의외의 대답이었는데, 갑자기 손을 휙휙 내젓습니다.

"아, 그, 그게...그러니까 제가 늘 이긴다는 말이 아니구요..."

이런 식입니다. 대학가서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뭘 하든지 잘 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라고 거침없이 말해놓고 또 손을 휙휙 저으며,

"아, 그러니까...제가 잘났다는 게 아니구요...열심히 하면요."

이런 이런-_- 제가 무슨 '자만심에 가득찬 게이머 김정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라는 기사 쓰러 왔나요?ㅡ_ㅡ;;;;

그래도 이런 겸손함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음, 생각해보면

"이길 수 있었는데, 정말 아깝다" 는 팬들의 대사입니다.

"진건 이유가 있었다. 다음엔 같은 실수 하지 않겠다" 는 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겸손한 게이머의 대사죠.

이런 의미에서 그의 미래는 밝습니다. 지켜볼 보람이 있는 선수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멋진 제목이 잡혔습니다.

"얼음처럼 차가운 승부사"

오호호;; 좀 오바였나요; 사실은 자기가 냉정하게 보이는 거 별로 안좋아한답니다.



후기의 후기 1.

그동안 전 글만 쓰고 사진은 신문사에서 직접 소속사에 연락해 받곤 했죠.

그런데 마감날 저한테 전화가 왔더군요. 사진 좀 쓸만한 거 찾아달라고.

지오에서 안보냈나요? 라고 물었더니

기사 컨셉이 냉정하고 차가운 이미지인데

사진 몇 개 받은게 전부 너무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어서 곤란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민동 자료실을 헤집어서-_-; 가장 냉-_-정하게 나온 사진을 찾아 보냈죠.

그 사진 찍으신 정민선수의 팬께는 허락없이 사진 써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이제사 뻔뻔하게 드립니다. -(_ _;;;)-

(사실 대호선수 사진도 대호동에서 퍼다썼지롱요;;)


후기의 후기 2.

얼마 전에 온게임넷 스타리그서 정민선수가 두번 연달아 졌죠. 임요환선수와의 테테전, 그리고

박정석선수와의 플토전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잠깐 떠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더군요.

요즘 많이 힘든가 봅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은 자신의 손으로 지키는 힘이 있는 선수라고 믿습니다.

힘 내세요 정민선수.^_^





...연재를 원하시는 분들이 있어 꿋꿋하게 한편 더 썼습니다-_-; 이만 자야지이이이~ 다들 즐 ㅇㅇ)~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나라당
02/09/10 23:25
수정 아이콘
키키 김정민 선수 힘내세요~
근데 언젠가 가장 매너좋은 선수로 박현준 선수가 뽑혔다고
김창선님이 말한적이 있었던것 같은데요??
스타 공식싸이트 뉴스에도 나온적이 있구요
02/09/10 23:51
수정 아이콘
예전 pgr에 '글장'님이라고 잊지 못할 님이 계셨는데, 생각할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분이신데,
그 아쉬움을 달래주듯 고로록⌒⌒ 님께서 혜성처럼 나타나셨네요 ^^ 반갑습니다.
김정민선수, 언젠가 리플레이스페셜인가? 에서 자신의 게임을 풀어 주는걸 들었는데 놀랍도록 차분히 말을 잘 하더군요. 요즘 수능 준비하고 있다던데 좋은 결과 있기 바랍니다.
고로록⌒⌒ 님, 좋은 글 많이 부탁 드립니다 ^^
02/09/11 00:07
수정 아이콘
역쉬 김정민선수 ㅠㅠ 슬퍼 이길수있었는데 ㅠㅠ
꺼러지
02/09/11 00:57
수정 아이콘
고로록님 이면 1년전쯤에 요환동 운영자 하시지 않으셨나요?
저 기억못하시겠어요? 코크배 결승날 임요환선수와 홍진호선수의 멋진 1차전이 끝날때쯤 염치없이 나타난 부산 4인방....ㅋㅋㅋ
그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부산에서 서울까지 갔는데....
사실 장충체육관도 첨 가봤죠.. 우승후 넘 기뻐서 술 먹는데 돈 거금 10만원을 다 써버리는 어이없는 사건으로 파고다공원벤치에서 팔자에 없는 노숙자체험을 하고 말았죠....얼마나 추웠던지....
ㅋㅋㅋ...부산촌놈에게 서울의 밤하늘은 넘 추웠다~~~
고로록⌒⌒
02/09/11 01:45
수정 아이콘
쿨럭;; 꺼러지님 기억하죠 ㅇㅇ+ 3차전인가? 엄청 승패 갈리는 현장에서 전화 때렸던 유명한 분이죠 -_-)
요환동 운영자는 진작에 물러났답니다^_^; 지난 4월인가. 개인적으로 너무 바빠져서요.
그때 님들 부산 4인방이랑 술한잔 못먹은게 아직도 아쉽네요^_^ 여기서 자주 뵈요.
고로록⌒⌒
02/09/11 01:46
수정 아이콘
아 글장님 알죠. 글장님 글은 겜큐에서 많이 봤던것 같은데?-_-a 아닌가.
글장님 글 진짜 좋아했는데...아...옛날이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963 가슴 한켠이 저려오네요.. [5] 마치강물처럼1348 02/09/11 1348
5962 한국 스포츠사,야구사에 길이길이 남을 오점... [27] 황무지2296 02/09/11 2296
5961 스타력 5년 9월 11일 어스그 노드 믹1259 02/09/11 1259
5960 하얀 로냐프강... [2] 김형석1357 02/09/11 1357
5959 스타력 5년 9월 11일 -시작하면서 [2] 어스그 노드 믹1266 02/09/11 1266
5958 [잡담] 3대 무표정 사나이 [8] 12341721 02/09/11 1721
5957 안녕하세요??처음 뵙겠습니다..(--)(__) [4] Sizi seviyorum1033 02/09/11 1033
5955 댓글이 아닌 첫글로써..... [6] letina1245 02/09/11 1245
5954 [잡담] 귀거래사. [19] Apatheia1811 02/09/11 1811
5953 1.10패치는 아주 늦게 나올겁니다. [3] 박종혁1378 02/09/11 1378
5952 스카미배 vs 스카이배- 역사의 순환? [7] Dabeeforever1783 02/09/11 1783
5951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각 종족의 이미지는 어떤것인가요? [8] 나의꿈은백수1252 02/09/11 1252
5950 [진짜허접꽁트] 2인자 테란 (3) [5] i_random1326 02/09/11 1326
5949 안녕하세여^^ 묵향지기1224 02/09/11 1224
5948 중간의 입장에서 본 근래의 논쟁들... [2] Taste1272 02/09/11 1272
5947 PgR21의 사람들... [3] 분수1083 02/09/11 1083
5946 [사과] 죄송합니다. [16] Apatheia2036 02/09/11 2036
5945 임요환 선수를 바라보며.. [4] 목마른땅1340 02/09/11 1340
5944 스타를 접하게 되며... [3] mesh1130 02/09/11 1130
5943 게시판의 일들을 보며... [4] Dabeeforever2043 02/09/10 2043
5942 기억하나요?? 스타걸과의 사랑이야기! [4] 남은호1093 02/09/10 1093
5941 [연재-_-] 김정민선수 인터뷰 후기 [6] 고로록⌒⌒1803 02/09/10 1803
5940 [잡담및단상]내가본 79년생 게이머.... [1] 흠....2865 02/09/10 286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