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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1/04 14:33:18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응원]그날의 기억...
디데이 하루전... 일일이 우리에게 귓속말을 해주신 노년의 담임 선생님..내 차례에

선생님은 ' 너무 진지해지지 말라' 고 주문하셨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말로도

모질란데 진지해지지 말라니... 그래도 운명을 앞둔 시험앞에서 너무 초연했다.

1년동안 학원 문턱도 못 밟아보고 아니 살면서 학원문턱도 안밟아보고.. 다들 하는

학습지도 안해봤지만.. 그래도 성실히 야간자율학습에 임했기에... 그 태도가 불 성실

했어도 한번도 빠지지 않았기에... 어릴적 부터 머리좋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기에... 전 모의고사에서 필요이상의 높은점수를 받았기에... 난 교만해졌다.

그냥 막연히 난 잘 할수있어란 터무니없는 자신감만 가득있었다. 잠을 설치거나 하지

않았다.. 가만히 마인드 컨트롤을 하다 컴퓨터를 좀 하다.. 일찍 잠들었다.

디데이...

긴장 덕분인가 너무 일찍 일어났다. 입시 추위는 그날도 변치않고 찾아왔다. 이미

일어나 계신 어머니... 항상 내가 깨우는 입장이었는데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다.

아들래미 공부하는건 항상 믿는다며 단 한번도 충고나 지도를 하지 않으셨다..

당신자신의 배움은 부족하지만 그 배움의 부족함이 대를 잇게 할수는 없다는 생각에

어릴적부터 당돌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막내아들이 무척이나 대견하지 않으셨나

싶다. 단 한번도 공부 안한다 뭐라 하신적 없고 공부해라 다그친적 없으시고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어나 시험은 어땠나 한 번 물은적 없으시지만, 그날은 60노인네

당신도 뭔가 해야할듯했어나 보다. 배 아프면 안된다고 설사약 챙겨주시고 밥은먹고

가야 든든하다고 김밥도 사(-_-) 오시고.. 밖이 쌀쌀하니 내복 입고 가라고

평소에 안하시던 챙겨주심이 시작된다. 16살 차이나는 막내누나는 전날

내일 추우니 든든하게 하고 가라며 비싼파카에 운동화도 사주셨다. 이 얼마나 든든한가

" 다녀오겠습니다.."

" 우리 아들 이리와봐..." 하면서 꼭 안아주신다...

" 시험 잘보고 ..............."

무어라무어라 말하고 싶으신데 잘 떠오르지 않으시나 보다..

가슴이 많이 벅찼다. "걱정마..."

나도 무어라무어라 말하고 싶은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 역시나 그 엄마의 그 아들..

왜 갑자기 사명감이 생겼는지... 눈물을 안으로 삼켰다.

이 정도 후원이면 너무 든든하다. 밍기적밍기적 하며 늦게 출발한다고 했는데도

아침 6시다. 버스맨 뒷 자리에 앉아 아침 라디오를 듣는다. 다들 오늘 시험얘기.

이상하리 만치 편안하고 기분이 좋았다. 역시나 1등으로 입실이다.. 자리는 맨 앞줄..

그냥 앉아서 친구가 준 최종정리를 주욱 읽어본다.. 가만보니..고1 공통수학...

역시나 오늘의 난관은 수학이다... 목표는 절반...

시험이 시작되고 ..... 그 해 가장 말 많았던 언어영역 시간이다.

시간이 모자라다니.... 난 다풀고 검토하고 답까지 수험표 뒤에 적어왔다.

수학도...수리탐구2도... 외국어도... 난 시간이 남아 수험표에 적은답까지 확인하는

여유를 부렸다. 그냥 덤덤했다.

시험이 끝나고 붉게 노을이 지려할때... 교문을 나섰다.

바글바글 둘러싼 어머님들... 차로 실어가고 난리도 아니다..

집에오니 때 마침 뉴스가 나온다. 오늘 시험의 난이도에 대해 언급하며 대충 평균이

몇점 이런 예상이 나온다. 좌절할 시험이었는데 의외로 덤덤..

교육방송의 답체크가 이루어진다.. 밑에 나오는 자막으로 후다닥 가채점을 끝냈다.

이런제기.......... 수학39점... 이과생의 최후...

대략 점수는 모의고사보다 20여점 떨어졌다...하지만 다들 그렇다고 하니..또다시 덤덤

술한잔 해야 하지않냐는 친구들의 전화가왔다. 한마디도 안하고 계시던 엄마는

"많이 먹지 말고 일찍들어와" 라는 짧은 말씀만 하신다..

술자리...

원체 공부로 연결된 친구들이 아니라서 그런가..화기애애하다.. 이미 수시로 붙은친구

중국으로 유학갈거라는 친구..재수가 당연한거라고 말하는 친구 지방이라도 갈거라는

친구... 난 어쩌지....어려운 형편에 재수란건 생각도 하기 싫었다.

학교 근처도 아니였는데.... 선생님 한분과 마주쳤다...

" 술먹고 나오는 길이냐?"

머뭇거리다...."네"

가장 젊은 그 선생님은 선생님이 아닌 인생의 선배로서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주셨다.

그날은 그렇게 흘렀다... 허무 하기도 하고..." 다 무효야!!!" 라고 외치고도 싶었다.

왜 내가 달달외우던 건 어디가고 나올리가 없지 하는건만 나왔냔 말이다.

생각해보니...그 조차도 하나의 인생...

본격적인 전쟁은 다음날 부터 시작이다.. 역시나 다들 웃고있다..다 못봤는데...웃는다

자기도 자기가 못볼줄 알았다는듯이...나도 웃었다..

그로 부터 성적표가 나오기까지의 한달...... 꿈을 꺽는 가장 유효한 무기는 역시 수능

점수 였다.. 선생님은 여러 어머니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게 하셨고 겁없이 까불던

아이들은 어머니의 눈물의 몸둘바를 몰랐다.

성적표가 나오고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가채점과 점수가 일치한다고...-_-;;

돌이켜 보면 재수하지 않은게 가장 억울하다.. 쟤는 나보다 못했는데

재수해서 나보다 더 좋은데 가다니...하는 생각에 ...

하지만 그네들도 재수하면서 얼마나 피 눈물을 흘렸을까..... 그렇게

내 고교인생은 막을 내렸다...

시험의 끝남이 너무나 허무할지도 모른다. 외국어 혹은 외국어2가 끝나는 종이 울릴때

눈물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회는 말자. 아침일찍 등교하던 기억

열심히 모의고사문제집을 풀던 기억 땀냄새나게 축구했던 기억 그런 추억들을

바보로 만들지는 말자...

내일하루도 오늘과 같은 어제와 같은 하루일뿐이다.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기 보다는 자기 주변을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너무 늦게 일어나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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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iFadA
03/11/04 14:45
수정 아이콘
수능을 본 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라 이젠 정말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언듯유재석 님의 글을 보며 그 때가 떠오르는군요...딱 모의고사 만큼의 점수를 받았던지라 결과에 관한 특별한 감상은 없었지만, 끝나고 나서의 기분은 참으로 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모쪼록 수험생 여러분 건승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리고 행여나 내일 저녁 결과가 원했던 것에 못미치더라도 인생의 한 국면에서의 작은 실패로 여겼으면 합니다. 러커드랍 한 번 실패했다고 경기를 지는건 아니니까요...
물론 어려운 이야기라는 건 알지만 스무살이라는 나이는 그 가능성만으로도 무척이나 희망찬 나이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수험생 여러분이 굳이 위와 같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결과를 얻으시길...^^
미소가득
03/11/04 14:51
수정 아이콘
시험이 끝나고 나오는데... 만감이 교차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그 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수능점수나 대학 선택에 대해 수없이 후회해왔네요ㅡ.ㅜ
지금은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수능시험이 끝나던 날, 그 날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던 그 때....
수험생 여러분들.. 내일은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겁니다. 소중히 간직하세요^^
항즐이
03/11/04 14:53
수정 아이콘
음 벌써 몇년전이네요.

담장을 맞댄 중학교에서 시험을 보게 되어 너무 좋았죠. 기숙사에서 전날밤 어떻게 잠이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잘 잤습니다.


그리고는 후배들이 큰 소리로 노래까지 불러주며 무슨 파병용사 행군하듯 씩씩하게 교실로 들어가던 길이 생각나네요. 도시락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기만 했습니다-_-

아. 젠장 늘 추운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교실은 낯설어 더 추웠습니다. 제 옆자리의 녀석은 세상에 전국 100등 안으로 빨리 풀어제낄 자신이 있는 나보다도 문제를 빨리 풀고 엎어져 자버리다니. -_-

선생님들이 겁주던 "야. 한번만 보여줘. 니 인생 두번 살거냐" 사태는 생기지 않았지만. 의외의 복병 - 도시락 까먹으며 수리영역 맞춰보는 놈들의 러쉬 - 에 다소 흔들렸던 기억도 납니다. 그놈들 요즘도 보는데 좀 맞아야 됩니다. 맞춰본게 전부 안틀렸기에 망정이지-_-

3년동안 사회 과목은 소설책으로 때운 터라 사탐은 뭐 즐거운 교양쌓기로 생각해버린 태연한 학생이, 고사장 앞에 어둑어둑한 길에 나오신 부모님과 할머니를 홀대합니다.



"뭘, 대단한 일이라고 이런데 나와서까지 고생이에요!"

그때 괜한 소리 때문에 성적표 날아올 때까지 집에서 밥 제대로 못먹었습니다. -_- 나름대로는 손을 호호 불면서 제 걱정하는게 못마땅했던 건데. 걱정이라니. 내가 어련히 잘 하려구!!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괜히 알고 계시기를 바라는데 말이죠.



그날은 추웠습니다. 가채점 하는 여학생들은 연신 눈물을 흘려댔고, 한 명은 먼 곳으로 사출 (기숙사라서-_-) 을 해버렸습니다.

친구놈은 그냥 이불 덮어쓰고 잠들어버렸고. 전 그냥 할 일이 없어서 멍 했던 생각만 납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참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제 기억에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자유였습니다. 그날 저녁은.

그날 저녁이 돌아 온다면. 전 무얼 할까요. 그렇게 된다면 할 일 잘 적어가야 하겠습니다.


모든 수험생 여러분. 잘 치르세요. 소문이 좀 과장된 귀신의 집입니다. 눈만 잘 뜨고 있으면 별로 무섭지도 않고 길도 잃어버리지 않고 친구들에게 뒤쳐지지도 않고 잘 치러낼 수 있어요.

화이팅~.
03/11/04 15:17
수정 아이콘
수능. 정말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보는 그 순간은 시험지 속으로 빨려들것 처럼 말이죠 ^^;;
그리고 그날 저녁때에는 시험결과를 모르시고 계신 (모르셨기에 망정이죠 ^^;) 어머님의 저녁식탁이 절 기다리고 있었죠
아마 제 생에 최고의 식탁이 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흣흣흣 ^_^
그날....씩씩하게 혼자 시험보고 돌아오던길....
그 허탈함이란....
처음 생각해 본 것 같습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시험을 치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으로부터 한없는 위안을 받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수험생 여러분....끝까지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화이팅입니다!
Vocalist
03/11/04 15:49
수정 아이콘
응원감사합니다..열심히 하겠습니다
03/11/04 15:59
수정 아이콘
눈물이 나려고해요
열심히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As Jonathan
03/11/04 16:02
수정 아이콘
작년, 아침부터 쌀쌀한 날씨에 첫 언어영역 문제지를 나눠주던 그 선생님의 모습이 저승사자의 모습처럼 보여졌습니다. 참 그 기분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제지를 받고 문제지를 훑어보는데 아는 지문은 달랑 1개이고, 결국 자괴감이 감돌았습니다. 끝나기 1분전 60문제 중에서 11문제를 찍어야 하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마킹을 하고 시간이 없어 수험표 뒤에 답도 적지 못했던 그 첫 언어영역 시간이 떠오릅니다.

수학에서도 두번째 카운터를 맞은 후, 점심을 먹는데 보온병에 들어있는 그 맛있고 향기나는 음식이 내 목으로 넘어갈 때는 모래알이 넘어가는 듯이 느껴졌을까요. 아침일찍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그 사랑의 점심밥을 넘기기에는 제가 너무 보잘 것이 없다고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모래알같은 밥을 억지로 먹고 혼자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던 점심시간 또한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 문득,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생각이 제 머리를 스친것은 아마도 기도하고 계시는 어머님의 간절한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세번째 수탐2영역에서는 모의고사에서도 받지 못한 최고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드디어 찾은 자신감. 하지만 이것이 또 화근이 되어버려 자신있었던 외국어영역에서 많은 실수를 하게 되었지요. 평소보다 5분가량 빨리 풀고 마킹까지 끝내고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는데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5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인지 몰랐습니다. 초등학교1학년때부터 지금의 고3까지의 생활이 머리속에 한편의 영화처럼 스쳐지나가고 그 속에서 많은 추억들을 끄집어 내었지요.

이윽고 울리는 마침의 종소리와 함께, 제작년과 비슷한 난이도의 작년 수능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말 없이 받아주시던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참 감사했습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아침에 나눠주던 그 조그마한 손난로처럼 저에겐 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게 나를 지탱해준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잊지못할 하루. 수험생 여러분들도 똑같은 마음을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고, 내가 쉬우면 남도 쉽기 때문에 자만과 후회는 하지 마시고 결과에 만족하시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그렇듯 수능의 마지막 종소리는 이때까지의 인생을 마치는 종소리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종소리로 들려지시기를 기원합니다. 수능 후 3~4달 동안 놀아버리고 허무함을 느끼시지 마시고 계획 세우시고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아무쪼록 건승하십시요. 박 터트리십시요^^
밀가리
03/11/04 16:07
수정 아이콘
인근 중학교로 선배님들 응원하러 오늘 밤 새러 갑니다.
아무쪼록 모두 좋은 결과 있기 바랍니다.
03/11/04 16:31
수정 아이콘
전 학력고사 세대랍니다.^^ 그땐 12월인가 시험이 있었죠...역시나 무지 추웠습니다. 시험전날 기차타고 서울 올라와서 시험칠 대학교 주변을(선지원 후시험이었거든요) 어슬렁거리던 기억이 나네요.. 할일이 없어서 전자오락실에 갔었습니다. 그때만큼 오락이 재미없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그냥 옛날생각이 좀 나서 주절거려 봤습니다... 수험생 여러분들도 지금 순간이 추억이 될날이 있을겁니다. 모두 마지막까지 힘내시고요, 홧팅입니다요.^^
난폭토끼
03/11/04 16:45
수정 아이콘
스타하다 날밤까고 들어간 아침,

그렇게도 말많던 언어영역, 듣기평가를 모두 찍어보내고(너 미쳤지?-_-) 쉬는시간...

순간 밀려오는 후회,

'아, 내가 미쳤지...'

그때부터 초싸이어인(?)의 집중력으로 문제를 풀기시작했습니다.

오죽하면 2교시 부터는 틀린문제 5문제-_-;; 마지막 4교시엔 신들린듯한 집중력으로 만점을 일구어냈으나.......

농부도 아닌데 언어영역이라는 들판을 완전히 갈아엎은덕에-_-;;;;;;;;;;;;;;제길........

일찍 주무세요. 그게 보약입니다. 다른거 다~필요없습니다.(개콘버젼)
질럿은 나의힘!
03/11/04 17:33
수정 아이콘
수능 보시는 분들 대박나시길 바랍니다..

저희형도 이번에 수능 보는데 어떻게 될란가 모르겠네요

하지만 금년 수능은 슬프답니다 ㅜㅜ

주위에 있는 학교는 다쉬는데 우리학교만 수능날 학교 나와요 ㅜㅜ
Quantizer
03/11/04 17:49
수정 아이콘
수능 끝나고 거의 1년을 방황했었습니다. 재수는 안 했지만, 나름대로 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었지요. 6년이 되가지만 아직까지도 부모님이랑 같이 뉴스 보다 수능에 관한 뉴스가 나오면 가슴이 뜨끔합니다. 부모님 눈치도 보여서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기억이긴 하지만.. 가슴아플 정도는 아닌거 같네요. 만약 내가 고3때 공부를 너무 안 해서 그랬더라면 후회가 막심했겠지만, 전 저 나름의 최선을 다 했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날 운이 안 좋았던거라구 위안삼죠. -_-;
최고조로 어렵던 '97수능 방식으로 공부하다 갑자기 쉬워진 '98수능을 치뤘던지라 친구들의 수능 성적은 정말 뒤죽박죽이었습니다. 그때는 저보다 공부 못 했던 친구가 나보다 성적 잘 나온거 보면 정말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별로 신경 안 쓰여요. 그 친구들 만나도 즐겁게 고등학교 때 얘기, 수능 얘기 하면서 놉니다.

수능 이후로 전 "사람 팔자는 다 정해져있다." 쪽으로 가치관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살면서 후회될 일은 만들기 싫어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 생각하면서 사는게 제 팔자라고 생각하구요..하하 억지스럽죠? -_-;;

물론 내일 수능에서 기대치 않은 대박이 나는 친구도 있을테고, 예상치 못한 졸전을 펼칠 친구도 있을 겁니다. 사람 인생..정말 모릅니다. 그날 하루의 결과로 모든 게 결정됐다고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대학 잘 들어가도 가면 또 첩첩산중이라더군요 -_-;

하지만 지금까지 노력한 시간을 생각하면 내일 시험 잘 보고 싶으시겠죠? 건투를 빕니다. 웃는 얼굴로 시험장에서 나오셨으면 좋겠네요. ^^
물빛노을
03/11/05 09:22
수정 아이콘
저도 작년에 수능 보고 나와서 울었죠... 원래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연락해서 놀러갈 생각이었는데 애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 연락을 안 했습니다. 조용히 집에 들어가서 7시 20분에 EBS의 채점방송을 봤습니다. 수시 2학기에 붙은 상태여서 2등급만 나오면 됐습니다. 하지만 성적이 2등급과 3등급을 왔다갔다했으니ㅡㅡa 한편으론 편하지만 만약 그거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절망입니다. 가장 재미없는 하루의 자유.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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