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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2/27 06:38:49
Name 목마른땅
Subject [스타와 사람들] 양민에게 희망을...
매일 밤 pc 게임방에서 밤을 지세워야 하는 직업(야간 아르바이트)
을 가진 한량으로서는 스타란 게임은 100년 지기와 같다.
매일 사방에서 울려펴지는 스타의 메인 테마 음악을 듣노라면
지루할 법도 한데, 그 소리가 흐뭇한 걸 보면,, 나는 미쳤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스타 매니아가 되고 만 것 같다. 단 실력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오늘은 낮에 잠을 제대로 못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는데 불현듯
들려오는'업그레이드 컴플릿!!!이란 소리에. 순간 화들짝 눈을 뜨게
되었다.

카운터 바로 앞에서 게임을 하는 한 친구의 질럿이 공격력 1업이 된
것 같았다. 비슷한 시기에 발업도 마무리 된 이 친구의 질럿은 한
부대 가량 모였다. 지금까지 꾹 참고 뭔가를 기다리고 스트레스를
참아왔던 독기를 품은  질럿이 상대의 앞마당 해처리를 유린하는
것을 보면서 난 지긋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 친구는 게임방 단골이지만 스타를 너무나 못하는 친구였다. 매일
베넷에서 3:3, 4:4 게임을 했지만, 맵핵을 킨 상태에서도 10번중 8번은
gg를 치는 그런 친구였다. 가끔씩 내가 하는 게임을 뒤에서 지켜보
면서 고개를 절레절제 저으면서 신기해하긴 했지만 감히 가르쳐달
라는 말은 하지 못하는 그런 친구였다.

하지만 이 친구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것은 스타 고수
의 리플레이 화일과 다양한 vod를 나와 함께 보는 것이었다.
매일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스타가 어떤 게임인지 이해를 하게 된
이 친구는 이제 초보양민의 수준에서 탈피해 자신있게 1:1 배틀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친구의 수준은 게임아이 1300 정도이다.
근데 요즈음에는 1300도 양민이라더라....)

지금은 내 옆에서  요즈음 유행하는 폭팔 게이트 빌드를 연습하는
그를 볼 때 스타란 게임이 만들어주는 푸근한 인간 관계에 다시금
가슴뿌듯함을 느낀다. 프로게이머들도 자신이 키워낸 게이머가
대회에서 열심히 싸우는 것을 보면서 오늘의 나와 비슷한 기분이
들 것이라고 생각된다. 가림토가 누군지도 모르던 친구가 이재훈
선수의 리플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늦그막에 배운
친구가 더한 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아직도 내가 일하는 pc방에서는 양민을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유저들이 많다. 가끔씩 손님들과 스타를 하면서
정석적인 빌드가 가지는 안정감에 대해서 스스로 경탄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무식하게 생산만 하는 초보자가 이러한 빌드오더를
배웠을 때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인지
리플을 제공하기 꺼려하는 게이머들의 심정이 더욱 이해가 간다.
정석 빌드를 배운 뒤 빠르게 성장하여 내 뒤통수를 치는 손님들
이 가끔 너무나 얄미울 때가 있다. 프로게이머들도 분명히 가끔
은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타를 못하는 양민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그런 것
같다. 스스로가 양민이란 것을 모르면 상관없지만, 고수들의
경기를 보고 연구하면서도 양민에 머물러 있는 유저들의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것이 아닐까... 특히 게임방에서 스타를
하는 양민들은 테란과 같은 고도의 손놀림을 요구하는 종족을 꺼
려하는 편이다. 이들은 대체로 프로토스나 저그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 두 종족으로 중수 테란을 만나면 단 한 게임도 제대로
이기기 힘들다. 프로토스를 하는 유저들은 게릴라 전을 당해 맥을
못추고 저그를 하는 유저들은 타이밍 좋은 조이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gg를 치고 만다. 홍진호 선수의 경기를 보고 양방치기
를 훙내내 보지만 히드라와 러커가 서로 엉켜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각개 격파당하면, 눈물을 머금고 gg를 치는 것이
양민들의 운명인지라, 김동수 선수처럼 셔틀에 질럿을 태우고 탱크
를 사냥하려 하지만 미사일 터렛에 대한 공포감 땜에 내릴 타이밍
을 놓이고 무너지는 양민들의 경기를 보면 뒤에서 보는 내가 가슴
이 아프다. 하지만 그러한 수많은 양민들이 있기에 우리는 스타란
게임이 국민 게임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비님의 '팬'이란 글에서 스타와 프로게이머를 지탱하는 팬들의
존재를 어필했듯이,, 나는 스타란 게임을 잘하지 못하면서도
잘하려고 노력하는 수많은 초보 유저들의 존재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끔씩 베틀넷에서 경기를 하다보면 양민이란
이유로 무시하고 욕하는 고수 분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도 분명히
병아리 시절이 있었을텐데... 라고 말하고 싶지만, 고수분들이
"너 한 게임해볼래.."라고 말하는 순간 작아지는 자신이 한심하기
때문에 감히 항변도 못하게 되는지라... 분명히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을 보러온 7000명이 전부 고수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들
중에는 스타를 좋아하는 양민들도 많이 섞여있을 것이라고 단언
하고 싶다. (함께 보러간 내 친구들이 그러했다..) 이 글을 본
고수분들도 조금은 양민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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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ddang
너무나 감동적인 글이라는....정말 정확한 표현 흑흑흑....글 잘 봤읍니다....꾸벅~~~~~~
02/02/27 15:19
수정 아이콘
하지만 이 두 종족으로 중수 테란을 만나면 단 한 게임도 제대로 이기기 힘들다. 아아..... 말그대로 촌철살인.. 제 심정을 이렇게 잘 대변해주는 글이 있을줄이야..
강추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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