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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1/25 05:15:24
Name 이카루스
Subject [일반] 2012 대선, 투표를 하기 앞서 반드시 따져봐야 할 세 가지.
결국 박근혜와 문재인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보수냐 진보냐, 박정희냐 노무현이냐. 이렇게 생각하면 단순하겠지만, 그것은 대선에 대한 고민을 완전히 배제하는 매우 단순한 선택기준이며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프레임입니다.

저는 V3 배포 시절부터 안철수를 평소 존경해왔던 사람으로써 안철수를 자연스럽게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언행이나 행보나 공약이나 스탠스나 전부 제가 추구하던 바와 매우 흡사했고, 그가 정치를 계속하는 한 지속적인 지지를 표명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조직력이나 당적이 없는 측면, 주변 사람들이 아마추어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떄 최종 후보가 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고, 결국 사퇴의 수순을 밟으며 다음을 기약했죠.

따라서 안철수를 제외한 두 후보를 객관적으로 비교하여야 하는데, 그 기준으로 저는 가치관(사상), 공약(당), 인물(능력)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려고 합니다. 그 외의 조건이나 상황들은 치명적인 변수가 아닌 이상 선택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과거 누구의 딸이었다든지, 모 후보의 지지자들이 싫다든지, 어떤 후보가 당선되면 개인적인 이득이 예상된다든지 - 경험상 이런 류의 예상은 무당의 점괘보다도 신뢰도가 낮습니다 - 하는 등등의 것들은 의사결정의 고려 요소에서 배제하였습니다.

주의할 것은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김영삼 이후 그들의 공약에 비해 실제 정책들은 세 명 모두 보수적인 흐름을 띄고 있습니다. 이것은 실전에 돌입하면서 발생하는 현실에 마주하다보니 어쩔수 없이 보수적인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되는 현상인데요, 따라서 이번에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최대한 진보적인 형태의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으나 실제로 실행되는것은 공약보다 보수적인 흐름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 역시 중도를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극우에 가까운 정책들을 펴기도 했죠.

따라서 개인적으로 중도 보수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저에게 맞는 공약을 내세우는 쪽은 현재 박근혜쪽이지만, 실제로는 더욱 더 오른쪽으로 스탠스가 이동하기 때문에 문재인쪽과 박근혜의 중간점에서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공약들에 대한 신뢰도 역시 과거의 사례를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해야겠죠. 박 후보는 지난 4년동안 이명박 정부에 찬성했던 것처럼 지금의 정치행태를 이어갈 거라 봅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내세우는 진보정책들을 강행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노무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중간 정도를 지향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나머지 고려 요소는 인물인데요, 독선적이거나 권위적인 후보는 리스크를 지니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박 후보는 추진력은 있으나 다소 위험하다고 보고 있고, 문 후보는 자신의 주장을 굽힐 줄 아는 사람이라고 판단됩니다. 추진력은 떨어질지 모르나 그만큼 실수도 덜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외에도 성품이나 언행, 국민들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인생을 살아온 발자취 등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평가를 해야겠죠.

기업 면접관이 최종 면접에서 일개 말단 사원을 뽑는데에도 굉장한 고민을 합니다. 맘에 드는 인물이 정말 없으면 덜 최악인 사람을, 둘 다 마음에 들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에게 투표하기 위한 나름의 기준을 세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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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25 06:05
수정 아이콘
어디선가 들었던 말입니다.
역대 대통령후보들의 공약이 다 거기서 거기고 좋은말로 포장되어있지만, 그사람을 관통하는 딴 한가지, 그사람의 숙원을 봐야한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재임시절 어떻게든 이루게 된다.

이를테면, 김영삼은 무수한 삽질이 많았지만 어쨌든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군대내 사조직 하나회를 뿌리뽑은것을 성공 해냈고,
김대중은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남북정상회담, 개성공단을 시작했죠.
노무현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고, 권위주의 타파, 누구의 독대도 받질 않고,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명박은 아시다시피 이름바꾼 대운하,바로 4대강 사업을 완결지었죠.

사실 구체적엔 다른 정책에 들어가면 백인 백색, 마음에 안드는게 없을수 없습니다. .
하지만 지금 대선후보들을 관통하는 숙원은 무엇인가를 살피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다른 모든 것보다도, 핵심된 그 딱 한가지가, 자신이 생각하는 대한 민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살펴 선택을 해야한다고 봐요.

제 감상을 말하자면,
솔직히 박근혜후보는 그런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박정희대통령를 긍정적으로 재평가 시키려는 게 혹시 그녀의 숙원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노파심에 말하지만 제가 말한 핵심 숙원은 국민을 돌보는것, 따위의 두리뭉실한것이 될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모호한 화법을 쓴다고 비판 받은 안철수의 경우도 정치혁신이라는 과제를 그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생각한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관통하는 단 한개의 숙원은 무엇일까? 안철수보다 분명하게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역시 조금만 생각하면 그것이 무엇일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수 있습니다.

제가 문재인 후보에게 기대하는것은 딱 한가지 입니다.
검찰개혁,
아마 어떤 난관이 있어도 이것만은 해내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물론이 아닌 정책적인 면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단 한가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 참 그리고 누가되던 중임제 개헌은 이번엔 꼭 했으면 합니다.
르웰린견습생
12/11/25 11:14
수정 아이콘
제가 보는 관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오래전부터 PGR21에서 제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계속해서 들었던 게 [검찰개혁]입니다.
제가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이유는 민주주의 역행의 종합선물세트 격인 '민간인 사찰' 건 덕분이고요.
(이털남 들으시는 분들은 '민간인 사찰', 이 건이 단순한 '인권침해' 정도가 아닌 '민주주의 역행'임을 잘 아실 겁니다.)

[검찰개혁], 저는 이거 딱 하나만 보고 안철수 님보다 문재인 후보를 더 지지했습니다.


물론 다른 후보들과 문재인 후보의 [검찰개혁] 공약 형태 자체는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에게는 없는 문재인 후보만의 특별한 한 가지가 있죠.

뼈저린 실패의 경험.
12/11/25 06:07
수정 아이콘
저는 외국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가끔 교수들이 한국대통령선거 돌아가는 상황을 말해달라고 하는데, 각각 후보들 스탠스와 이력등을 말해주죠. 그러면 놀라는게 박후보가 70년대 독재자의 딸이라는것에 놀라고, 지지율이 40%인것에 또 놀랍니다.

저는 이번대선에서 위에 말씀하신 가치관. 공약, 인물 만큼이나, 중요한게 역사적인 면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 진짜 웃긴 상황같거든요.
루크레티아
12/11/25 13:53
수정 아이콘
전 오늘 유게에 뜬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사퇴 말실수를 보면서 '진짜 큰일 나겠다' 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정책이고 무엇이고를 떠나서 일단 기본적으로 여러가지 기초적인 실수가 너무나도 잦은 후보에게 투표를 하는 것 자체가 고난의 행군을 예고하는 것 같네요. 민주당이 싫어서 문재인 안 찍는다는 분들께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러분이 무효표를 던지시면 저 사람이 당선 될 확률이 올라갑니다...'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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