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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9/11 08:34:27
Name 독을차고
Subject 너무나 답답해서 글을 올립니다. 25살 공대생의 진로 고민입니다.
안녕하세요.

너무나 답답하고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 하나 없어서 여기에다가 글을 씁니다.
저는 이번 8월달에 전기 전자 공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 진학한 서울에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SKY중 하나.)
저는 재수를 해서 대학교에 들어와서 학부 생활(05학번입니다.)을 했습니다.  

그러다 3학년때 카추사 지원에서 떨어지고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한학기를 쉬어서 등록금을 벌고 그 다음 학기에는 장학금을 받으며 학부를 졸업했습니다. 학부때부터 혼자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더군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지적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남들이 잘 듣지 않는 양자 역학이나 다른 학과의 수업들도 많이 들었습니다. 전기 전자 학부생 치고는 많은 분야(심리학 철학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수업을 들었습니다.

4학년이 되자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군 문제와 공부에 대한 미련으로 많이 고민했습니다만
일단 대학원 진학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같은 대학원에 진학을 하였습니다.
저는 전자기학 쪽 수업을 좋아해서 저희 학교는 통신 쪽 학문이 강한 반면에 전자기학에 연관된 연구실에 컨택을 했었습니다.
대학원 연구실에서 인건비로 대학 등록금의 75%정도를 지원받으면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연구실 생활이 힘들더라도 박사를 끝나고 나서를 위해서 참자라는 생각으로 생활을 해왔는데
이번에 박사 2명이 졸업을 하게 되는데 한명은 미국 MIT로 포닥으로 가게 되었고 다른 한분은 아직 취업이 결정되지 않더군요.
(제가 들어간 연구실은 독특한 응용 분야의 연구실입니다. 그래서 대기업으로는 취업이 잘되지 않더군요.)

연구실의 선배들 중에서는 외국 박사를 받지 않고도 지방에 있는 대학의 교수로 많이 가 있기도 해서 연구실의 전망이 괜찮은가 생각했었는데 또 이번에 졸업하는 박사들을 보면서 의문점도 들고요..

무엇보다 제가 살고자 하는 삶이 이런 삶이 아닙니다.
실험이 없을때는 아무것도 하지않고 아무것도 시키지 않습니다.하지만 학회나 논문 프로젝트가 가까워지면
아침 부터 저녁까지 허드렛일을 하고 지쳐서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에는 또 그런 실험이 있습니다.
허드렛일이라는게 행정적인 업무도 업무이지만 납땜이나 권선 결속이런 것들의 연속입니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 석사가 끝날때까지 하는 일들은 대부분 저런 일들이었습니다.
박사가 되어서는 또 행정적인 업무에 시달리더군요.

공학박사 공학석사라는 호칭이 달려 있지만 사실상 학부때보다 훨씬 전공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건비 받으니 일하는건 당연하지.
혼자서 열심히 하면 되지 않느냐?

그러면 시간과 금전적인 문제가 너무 힘드네요.

인건비가 등록금도 다 내지 못하는 상황에
시간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들고
생활비가 없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게 됩니다.(부모님다 비정규직으로 사시고 계십니다.)
대학원에 있으니 어느정도 공부를 더 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고졸도 할수 있는 허드렛일만 시키고
정말 전공에 관련된 공부는 할수가 없으니

제가 대학원 진학을 왜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원하는 삶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제가 원하는 취미 생활을 하면서 살수 있는 것입니다.
박사라는 자격증을 딴다면 직장을 보장받을수 있고 좀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수 있을거라 생각도 했습니다.

이번에 졸업하신 선배 말고 예전에 박사로 졸업하신 선배님들이 교수로 몇분 계시고  정부 연구원에 들어가 계신분들도 몇분 뵈었습니다.
그분들을 뵙고 나니 나도 꼭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막상 그분들 지방대 교수로 가신 분들이나 정부 연구원에 계신 분들의 생활을 직접 듣지는 못해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거기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혹은 밤새서 연구를 하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체로 살아 가는것인지 궁금합니다.

학문에 대한 열정,과학도 공학도로서의 국가 발전을 떠나서

제가 살고자 하는 삶이 이런것인가?
혹시 이런 현실을 이겨낸다면 내가 생각하는 삶을 살아갈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연구실에 있는 선배들도 잘알고 있는것 같진 않고요.


정말 답답합니다.

아직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으니 휴학하고 바로 군대를 갔다와서 다른 길을 모색해볼까 밤새워 고민도 했습니다.

현실이 힘드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온거 같아 너무너무 후회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p.s 질문게시판에 올려야 할 내용인거 같습니다만 너무 괴로워 자게에 올렸습니다. 부탁드립니다.

* 항즐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9-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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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데자뷰
09/09/11 08:44
수정 아이콘
뭐든지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을 하고 있지 못하면 뭐든지 열심히 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박사과정 재학중인데 비슷한 고민을 길게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다 거쳐야 할 과정이었나 보다 싶네요.
지금은 하루 종일 연구만 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네요.
점박이멍멍이
09/09/11 08:46
수정 아이콘
저역시 군대를 안다녀 왔고 님보다 훨씬 낮은 학벌의 대학원에서 몇 년 지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말씀드린다면,
학교도 좋고 하니 차라리 힘들더라도 군대를 다녀오시는게 어떨까합니다...
확실한 것 하나는 군 문제를 해결하면 진로를 결정하는데 선택의 폭이 비교도 안되게 넓어진다는 것입니다.
비록 전공은 다르나 대학원 공대 대학원 현실이 비슷하다고 들었고,
또 말씀하신바를 보아하니 제가 했던 생활 및 현 시점의 진로가 님의 느끼시는 그것과 별반 차이도 없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홍스매니아
09/09/11 08:49
수정 아이콘
군대 문제야 방위 산업체로 해결을 하시면 될거 같구요.

어떤 분야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석사때 큰 프로젝트의 일부분을 자신이 맡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던데..

참고로 제가 알고 있는 교수님들과 정부연구기관에 계시는 분들은..
물론.. 연구도 하겠지만 밤세서 연구하면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시지 않습니다.

박사과정분들이 행정업무를 많이 한다고 하셨는데 ..
당연합니다.. (??)
물론 연구가 주가 되어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실험실이 먹고 살 돈이 필요로 하니

과제계획서 써야 되고 종료 보고서 써야 되고
사업비 관리 해야 되고..

제가 알기로는
교수님이 되거나 국가연구기관에서 일하게 되시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연구가 아닌 행정업무를 하시는걸 볼 수 있습니다.

웬지 두서가 없는거 같은데..

요새 스마트 프로젝트와 광역선도권 과제 계획서 쓰느라 바빴던지라..

그래도 이런 시즌이 끝나면 연구도 하고 다른것도 하고... 그러지요..
honnysun
09/09/11 08:57
수정 아이콘
흔히 예전부터 우리나라 석사생활은 교수님들의 딱가리라고 불리웠었죠. 그나마 시스템이 좀 갖춰진 곳은 행정업무 쪽에서는 거의 시달리지 않지만 그러한 연구실의 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로 실험+공부+발표준비+업무까지 할게 너무도 많지만 시간이 부족하기도 한 상황도 많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선배님 후배님이 일반 행정업무를 다 맡게된 케이스라 그런쪽에서는 너무 편했다고 생각합니다. 돈관리 같은 것은 도와줄 수도 없었기에 아무래도 선후배들보다는 시간이 여유로웠죠. 미국쪽은 제가 알아보지를 못해서 모르겠지만, 일본쪽에는 연구실마다 비서를 채용해서 행정업무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의외로 많은 행정업무 우리도 좀 학생들에게 일임하는 건 없어졌으면 좋겠군요.
실험 같은 부분은 초반에 후배들 알려줄때 몇번 시키고, 익숙해지라고 몇몇 잡일(위에서 말한 귀찮은 땜질같은 것)을 시킵니다. 하지만 저도 귀찮고, 후배들도 귀찮아 해서 자기가 하겠다고 해주는 경우와 같이 해야하는 실험의 서포트를 빼고 시켜본적이 없네요.
저 역시 가정형편이 꽤나 안좋지만 꿈을 쫓기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원하는 인생에 시간낭비가 아닌쪽으로 달려가셨으면 좋겠네요. 힘내세요.
밀로비
09/09/11 09:11
수정 아이콘
마침 오늘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런 기사를 읽었습니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5699.html
박사는 커녕 석사와도 아직 인연이 없지만 석박사 과정이신 분들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09/09/11 09:53
수정 아이콘
본문에 쓰신 두 줄의 의문에 대해 답을 하자면 Yes네요.. T.T
밀로비님이 링크해주신 기사에도 나와있듯이 (좋은 링크 감사합니다~) 사회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낼 수밖에요..
우리나라 현실상 대학원 연구실이 회사 연구기관 어디든 잡일 행정 없는 곳 없을 거고 자기 시간 가질 만큼 충분히 널럴한 데는 없을 겁니다. 이공계뿐만 아니라 어디든 마찬가지로 힘들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들 그렇게 힘들게 살아갑니다 ㅠ.ㅠ
그러니 차라리 그나마 자기 자신이 가장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일과 분야를 선택하는 게 낫지 않나 합니다...
그리고..어차피 업무에는 사이클이란 게 있습니다. 말씀하셨듯이 할일이 없을 때는 지지리도 없고 할일이 많을 때는 pgr 접속도 힘들 정도로 바쁜 겁니다. 할일이 없을 때를 노려서 자기 시간 챙기고 하고 싶은 거 해주는 센스가 필요하죠..크크-
(전 부끄럽지만 할일 없을 때는 대부분 게임으로 보냈습니다만...)
열심히 하셔서 글쓴분에게 맞는 곳을 찾을 수 있기를..^^;
항즐이
09/09/11 11:02
수정 아이콘
"p.s 질문게시판에 올려야 할 내용인거 같습니다만 너무 괴로워 자게에 올렸습니다. 부탁드립니다. "

하면 안되는 걸 알면서 한다는 태도는 운영진이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질게로 이동합니다. 벌점 부과합니다.
09/09/11 11:30
수정 아이콘
"제가 원하는 삶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제가 원하는 취미 생활을 하면서 살수 있는 것입니다.
박사라는 자격증을 딴다면 직장을 보장받을수 있고 좀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수 있을거라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게 가능했다면, 이공계 기피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죠.
발가락
09/09/11 11:40
수정 아이콘
p.s .. 그 부분이 없었다면.. 자게에 있었어도 상관없었을거 같은 글인데..

공대생의 진로문제.. 정말 쉽지 않은거 같아요.
공대졸업생이고, 전문기술인이라고 생각을 하고, 아마도 평생 이쪽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먹고 살겠지만..

제 주변인은 공대를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Minkypapa
09/09/11 19:22
수정 아이콘
제가 어렸을적에 수학에 소질이 있어서 공대를 간후 테크트리 끝까지 간 경우인데...
자식들은 예체능을 보내거나 문과로 보낼겁니다. 수학을 잘하면 차라리 경제학과(여기도 별로겠지만)로~ 지금 계획은 그래요.
연봉이 보장안된 상태에서 애정이 모자라면 꽤나 후회하는 선택이죠. 어문계열도 마찬가지겠지만요.
VilleValo
09/09/11 19:39
수정 아이콘
통신쪽 강한 학교라니 거의 확실하게 우리 학교신 듯 하네요... 25살이시면 제 후배신데 전 아직 4학년2학기-_-;;;
답변들 참고 좀 하겠습니다... ㅠ.ㅠ
인간들이 워낙 많아서 군대 안갔다온 05면 아는 분은 아닐 것 같고...
전 컴퓨터/vlsi쪽입니다. 학교에서 관심이 없는 듯한 느낌이...
고졸도 할 수 있는 허드렛일만 시킨다고 하시는데 전 연구실에 얹혀서 졸업연구 하는 학부생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아서 석사 4학기인 것으로 생각하는지 시키는 것 수준이 장난 아니던데요... 압박 짱임...
아 그리고 저는 지금 있는 연구실로 대학원 진학 예정인데 우리 연구실은 다른 연구실 하나랑 힘을 합쳐서-_-?
비서 한분을 두고 있습니다... 완전행정 쪽 일은 그분이 다 해치우시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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