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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6/27 01:25:22
Name 잠잘까
Subject <K-리그 이야기>영남, 동해안 더비 울산 VS 포항
안녕하세요. 잠잘까입니다.

어제 새벽 글을 쓸때만 해도 전북의 미친듯한 선두질주 or 우리 대대광강이 변했어요를 쓰려했는데...일정 확인해 보니 내일이 영남 더비군요.하하하. K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더비매치이자 이야기 거리가 넘쳐나고, 심지어 피파와 K리그가 인정한 공식더비매치인 울산과 포항의 치열한 역사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근데 창단년도부터 80년대 팀들이라 쓸 이야기가 넘치고 넘치네요.




과거로 거슬러 가보면. K리그의 첫 탄생은 1983년이었습니다.(물론 역사적으로 더 거슬러 가보면 FA컵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전조선축구대회'가 무려 1921년에 시작. 지금의 FA컵과는 상당히 다른 대회.) 당시 전모씨로 말미암아 정치적 목적으로 탄생된 이 대회(슈퍼리그)는 연고지가 없던 대회로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경기를 치루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지요. 포항은 포항제철로 1983년 참가. 울산은 현대호랑이로 1984년도에 참가합니다. 이후 1990년대에 현대호랑이가 인천/경기에서 울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이 더비매치의 서막을 알립니다.

곁다리로 포항의 구단탄생은 1973년으로 현재 남아있는 팀들중에 가장 오래된 팀 입니다. 흔히 명문팀의 조건은 우승 횟수와 더불어 창단 년도를 들수 있는데 K리그 팀들 가운데 포항은 압도적인 팀이지요. 포항홈페이지 구단 연혁에 있는 문구인 '포항 스틸러스의 역사는 살아있는 한국축구의 역사'라는 말은 포항팬들의 자부심이자 자랑거리입니다.

1. 더비의 시작

현대 호랑이가 울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불이 붙게된 이 더비매치는 1998년이 시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전부터 이 두 팀은 상당히 치고박고 싸웠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은 16팀이나 되는 대형리그지만, 창설년도인 1983년도에는 겨우 5팀...이였고, 이후에도 슬금슬금 늘어났던 터라 1980년 중반부터 있던 이 2팀은 그야말로 치고박고 난리를 쳤습니다.



이들의 악연은 뭐니뭐니 해도 1998년도 플레이오프 1,2차전입니다. 지금봐도 재밌네요. 귀차니즘으로 인한 동영상 보기가 껄끄러운 분들을 위해 요약해 보면

1-1. 포항-울산(1998년 10월 21일)
포항은 적토마 고정운과 박태하 선수가 경고누적으로 출전을 못하던 상황. 당연히 울산이 유리한 것은 당연지사.
전반 17분 울산의 정정수 선수의 프리킥 선취골. 끌려가던 포항은 후반 13분 김명곤 선수의 헤딩골로 1:1 동점. 그리고 운명의 후반 45분. 김병지 선수는 문전쇄도를 막으려다가 알까기 실책을 하는 대형참사(?)를 일으키고, 흘러나온 볼을 최문식선수가 넣어서 2:1로 포항이 앞서 나가게 됩니다. 이후 6분의 추가시간 동안 울산은 맹폭을 가하게 되는데, 결국 후반 48분 울산의 김종건 선수가 극적인 헤딩골을 또 성공시킴으로써 2:2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초조함이 깃든 후반 51분. 마지막 프리킥 기회를 가지게 된 포항은 백승철 선수의 캐논 슛으로 3:2 기막힌 역전승을 이루어 냅니다. 이 역사적 승부는 후반 45분 이후에만 무려 3골이 터지며 K리그 역사에서도 손꼽힐만한 명승부를 연출 합니다.
포항 홈에서 펼쳐진 이 경기는 3만여 명이 넘는 관중이 지켜봤습니다.

1-2. 울산-포항(1998년 10월 24일)
울산 홈에서 펼쳐진 2차전은 0:0의 시소게임을 펼치던 후반 24분, 골잡이 울산의 김현석 선수의 프리킥 골로 1:0으로 앞서나가게 됩니다. 1차전 합계 3:3으로 동점.(이 시절에는 원정다득점 제도가 없음) 그러나 후반 40분 포항 박태하 선수가 센터링으로 인해 어수선 했던 울산 진영에서 천금같은 동점골을 뽑으며 4:3으로 포항이 앞서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또 운명의 45분. 다급한 울산의 전방위 맹폭으로 인해 프리킥이 주어졌습니다. 울산의 모든 선수들이 포항의 페널티 라인에 모였고, 골키퍼인 김병지 선수가 길이남을 헤딩슛으로 끝내 4:4 동점 승부를 원점으로 만듭니다. 승부차기는 4:1로 울산의 승리. 매스컴에서는 '넣고 막은 김병지의 날' 이라는 문구로 울산의 승리를 알렸습니다.

울산 홈에서 펼쳐진 이 경기는 최대수용인원이 2만 4천여석인 경기장에 3만 5천명(?)이 입장함으로써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말해줬으며 ,승부차기가 끝난 직후 환호하던 울산팬들이 트랙으로 몰려나와 EPL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관중난입사태(?)연출합니다. 외신에도 소개되었던 것은 당연!


2. 김병지 이적

김병지 선수는 1992년도 울산에서 데뷔해서 2000년까지 8년여를 소속팀에서 뛰었습니다. 그런데 해외진출과 연봉협상으로 인해 갈등이 컸던 것일까요. 골키퍼도 스타가 될 수 있다라는 말과 함께 2001년 라이벌인 포항으로 이적하게 됩니다. 이적료 5억 5.000만원(당시 최고 이적료), 계약금 3억원, 연봉1억 2,000만원!!!! 이후 김병지 선수는 2006년 FC서울로 이적할때까지 5년을 포항에서 뛰었습니다. 여러 기사에도 나오듯 포항의 김병지 선수는 울산만 만나면 신들린 선방을 보여줬는데요. 흔한 말로 '김병지 저주'가 이 때 만들어 집니다.

<포항기준>
2001년 포스코 K-리그 : 포항 2승 1패, 울산 1승 2패.
2002년 삼성 파브 K-리그 : 포항 1승 2패, 울산 2승1패.(그런데 1승1패를 주고 받던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김병지 선수 출전을 안함)
2003년 삼성 하우젠 K-리그 : 포항 2승 1무 1패, 울산 1승 1무 2패.
2004년 삼성 하우젠 K-리그 : 포항 2승 1패, 울산 1승 2패.(마지막 경기는 플레이오프 경기인데...포항이 승리)
2005년 삼성 하우젠 K-리그 : 포항 2승, 울산 2패

김병지가 출전한 리그경기에서 포항은 울산에게 9승 1무 4패를 기록합니다.(컵대회 포함 9승 2무 4패) 심지어 울산이 우승한 2005년에는 포항에게는 한번도 못이긴 전설 아닌 전설이 존재합니다.
물론 FC서울로 김병지 선수가 이적한 후에도...
<울산기준 컵대회 포함>
2006년도에는 1승 1무 1패.
2007년에는 1승 2무 2패.
로 넘을수 없는 벽처럼 보였으나, 2008년에 드디어 2승 1패를 함으로써 저주가 깨집니다.


3. 얼마나 발목을 잡았길래?

3-1) 2002년 포스코 K-리그 : 단일 리그제, 플레이오프제도 없음(현 유럽리그제)
때는 2002년. 월드컵 열기와 더불어 K리그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순위를 보면

1위 성남 13승 7무 6패 (최근 5경기 5승) 승점 : 46점
2위 울산 12승 8무 6패 (최근 5경기 3승 2패) 승점 : 44점

으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치열한 우승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2위 울산의 마지막 상대는 마니치와 우성용이 버틴 부산. 1위 성남은 포항과의 대진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사실 성남의 승리가 이미 점쳐져 있었지만, 포항의 홈이라는 점과 포항의 최근 성적은 3승 1무 1패로 울산의 우승가능성도 높아졌으나...울산은 부산에게 4:2 대승. 포항은 라이벌에게 우승은 없다며 성남에게 1:4로 대패하면서 역시나 성남 우승. 이날 개막전 이후로 혹여나 모를 우승가능성 때문에, 3만여명의 팬이 몰린 울산 문수 경기장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곁다리로 울산은 K리그 최대 콩팀..ㅠㅠ(6회)

3-2) 2004년 삼성 하우젠 K-리그 : 전후기 리그제, 우승팀과 우승팀을 제외한 전,후기 최고 승점팀이 플레이오프 진출. 덕분에 전기리그 2위를 한 전북은 후기리그 3위를 한 울산에 승점 1점차로 밀려 플레이오프 좌절(아흑...)

2004년 전기리그 우승팀으로 진출한 포항과 승점덕에 진출한 울산에 맞붙었습니다. 아시다 시피 이때는 김병지 선수의 저주 시절. 14개의 슈팅을 쏟아내던 울산은 김병지 선수의 선방에 막혀 0:1로 패배. 포항은 겨우 6개의 슈팅으로 1골 넣고 승리. 하지만 우승은 수원..ㅠㅠ

3-3) 2006년 삼성 하우젠 K-리그 : 전후기 리그제, 우승팀과 우승팀을 제외한 전후기 최고 승점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총 4팀)

당시 전기리그 1위 성남은 승점 32점으로 전기리그 우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2위인 포항은 승점 22점으로 2위.
후기리그에서 1경기를 남겨두고 상황에서 포항은 전기리그에서도 22점, 후기도 22점으로 이미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었습니다. 플레이오프 진출팀은 현재 포항, 수원, 성남.

1위 수원 8승 2무 2패 승점 : 26점
2위 포항 6승 4무 2패 승점 : 22점
3위 서울 5승 5무 2패 승점 : 20점 득실차 +5
4위 울산 5승 5무 2패 승점 : 20점 득실차 +3

서울과 울산이 최종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마지막 라운드에 임했으나, 하필 울산은 짜증나게도 매번 마지막에 만나는 라이벌 포항과의 매치, 서울은 리그 하위권인 경남과 대진이 잡혀 있었습니다.

혹여나 울산은 서울이 경남에게 덜미를 잡히거나 비기게 된다면.. 포항을 잡고 승리하면 되는 터라 배수의 진을 치고 11월 5일을 기다렸습니다만, 포항의 라이온킹 이동국에게 골을 먹히며..0:1로 패배. 서울은 김은중선수의 PK골로 1:0으로 승리하며 결국 탈락합니다. 이리 기묘할까요. 당시 서울의 골문을 지키던 선수는 과거 울산의 수문장이자 2001년~2005년 포항의 수문장인 김병지 선수...즉 김병지 선수가 울산을 탈락시킵니다.

3-4) 2007년 삼성 하우젠 K-리그 챔피언쉽 : 6강 PO제.

3위를 기록한 울산과 5위를 기록한 포항이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만났습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2위인 수원과 매치를 벌입니다. 김병지 이적 이후로 매번 중요한 순간에 졌던 울산이 드디어 칼을 갈고 간 이번 2007년 최종전.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날 울산 홈에서 펼쳐진 울산문수경기장은 2007년 팀내최다관중이자 2004년 이래로 최다 관중인 32000여명이 입장하며 울산을 응원했고, 포항은 전 경기인 경남과의 대진때 승부차기 까지 가서 승리한 끝에 피로감이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울산은 포항에게 약했습니다. 슈팅, 유효슈팅 심지어 홈이점의 점유율까지 모두 앞섰으나, 울산의 이상호 선수가 2번이나 골포스트를 때리는 불운과 함께 파리아스 감독의 용병술(교체된 이광재 선수의 결승골)이 빛을 더해 결국 또 1:2로 패배...

이날 기사의 대부분은 울산과 포항에 있지도 않은 김병지 선수 이름이 매번 거론...되었고, 울산은 포항에게 홈9연패를 포함, 4년 내내 홈에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더욱 뼈아펐던 것은 포항은 결국 2007년도에 4번째 우승을 차지.

3-5) 2008년 삼성 하우젠 K-리그 챔피언쉽 : 6강 PO제.

각각 4위,5위를 기록한 포항과 울산이 또 플레이오프에서 만났습니다. 지긋지긋 합니다. 50여개의 파울과 그와 동반된 50여개의 프리킥으로 양팀은 접전에 접전을 거듭했고, 결국 연장후반을 마칠때 울산의 김정남 감독은 신예 김승규골키퍼를 투입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 김승규 선수(18세)는 승부차기에서 1,2번의 키커의 슈팅을 모두 막아내며 울산의 4:2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흑흑 제가 다 기쁘네요. 당시 울산은 수비전술을 펼쳤는데, 김정남 감독은 연장전을 미리 대비해 김승규 선수에게 포항선수들의 PK 비디오를 분석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오....) 당시 파리아스 매직으로 승승장구하던 포항은 김정남 매직으로 꼬리를 내리게 되었지만...2008년 우승팀은 수원.


4. 더비전의 숙명 : 이적매치

K리그는 얼마나 좁은지 선수 하나때문에 더비에서 불이 붙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국 이 클래식더비팀인 울산과 포항도 결국엔 김병지에 이어 또다른 사건을 하나 낳게 되는데요...

앞으로 포항의 흑역사(가제)에서 또 한번 등장하게 될 오범석 선수는 포항의 유스출신입니다. 2003년에 데뷔해 2007년까지 포항의 윙백을 맡았고, 설사 K리그를 안봐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오염라인'으로 인기몰이(?)를 한 선수이기에 많은 분들이 아시리라 믿습니다. 포항에서 오범석 선수는 역시나 박모씨와 더불어 역시나 애지중지하며 키웠는데, 이선수가 2007년도에 해외진출을 위시하며, 태업을 일으킵니다. 팀내 불화가 연이어 퍼지자 결국 포항은 인천의 최효진을 데려오고 몇 달후, 일본의 요코하마FC에 임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10경기를 뛴 끝에 요코하마는 2부강등(...).

포항은 이렇게 된 이상 선수를 팔자고 마음먹고 1월 11일 성남과 오범석 이적건에 대해 합의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2주후에 오범석측이 몰래 러시아 사마라 팀과 이적계약을 맺으며 난리가 나게 됩니다. 포항측은 국내규정에 의거, 선수의 소유권 주장을. 오범석측과 사마라측은 바이아웃에 의거, 러시아 팀의 이적을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성남. 성남은 포항의 백지화 의견에 절대수용불가 의견을 내놓음으로써 이 사건은 오범석 측이 피파에 제소할 수 있다라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포항은 김동현, 박주영 건에 이어 오범석건까지...
결국 포항은(ㅠㅠ) 또 울며겨자먹기로 러시아에 오범석 선수를 이적시키고, 성남에게는 이적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현 국대 골키퍼이자 당시 허정무호 수문장인 정성룡선수를 이적시켰다는 카더라가 떠돕니다. 포항팬들에게 오범석 선수는 금지어인 것은 당연...

그런데 2009년 여름 이적시장. 러시아를 택한 오범석 선수가 부진 끝에 K리그로 복귀합니다. 문제는 복귀팀이 라이벌인 울산 현대. 고향이 울산인 오범석 선수는 으레 갈 수도 있단 쳐도, 포항팬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복귀전 마저 포항과 울산의 더비매치인 것도 한 몫했습니다. 이날 포항서포터는 울산 홈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오범석 간신배'라는 걸개를 펼쳤다가 경기요원에 의해 압수를 당했고,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은 '우리에겐 더 뛰어난 최효진 선수가 있다' 라며 울산을 자극했습니다.

하지만 포항은 2:2의 난타전 끝에 비겨, 당시 K-리그 최다 연승인 9연승에 실패했고, 울산의 오범석 선수는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뤘습니다. 이날 경기 이후 포항과 울산의 서포터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자기팀의 응원가를 열창했으며, 이로 말미암아 피파에서 인정한 공식더비매치 기록을 갖게됩니다.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0년 전반기 포항은 울산과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기고 있던 도중 '오범석'의 동점골로 1:1로 비겼으며, 울산 홈에서 벌어진 후반기 대진에서는 '오범석'의 선제골로 포항이 끌려가다가 김형일의 천금같은 동점골로 겨우 1:1로 비겼습니다. 2010시즌에서는 2전의 더비전중 오범석은 2골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0시즌에 기록한 4골중에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라...포항팬들은 분루를 삼켰습니다.


5. 동해안, 영남 더비보다 한때 유명했던 설기현 더비

사실 노병준<->이진호라는 희대의 병맛 & 로맨스 임대트레이드를 써야되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 굵직한 것들을 소개합니다. (혹여나 궁금하신 분들은 http://blog.daum.net/manutdronaldo/365 블로거님의 글을 참고)

2010시즌 포항은 암울하다 못해 최악인 시즌을 시작합니다. 레전드라 불릴만한(물론 이적 전까지..) 파리아스 감독의 전격 중동 이적. 고슬기,최효진,김명중,데닐손,스테보 이적에 챔스 MVP 노병준 불화설까지..2009년도 아챔제패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참담한 이적시장을 보낸 포항은 그나마 설기현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1년 단기계약에 연봉이 12억이나 되는 선수가 무려 첫 경기였던 아챔경기를 대비한 훈련에서 부상을 당해 6개월 재활크리...(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설기현 먹튀사건).

포항은 선수단이 대규모로 바뀌고 감독도 바뀌어서 2010년에는 성적을 못내게 됩니다.(2010시즌 최종9위) 그나마 희망을 주었던것은 아챔. 전년도 우승팀 답게 아챔은 유독 강했는데 8강전에서..아흑



조바한과의 8강 2차전에서 설기현 선수는 팀이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복귀하자마자 한가위 대보름 폭발슛(엔하위키 발췌)을 날리며 포항의 승리를 달나라로 보냈습니다. 포항은 안그래도 리그에서 하위권에, FA컵도 탈락. 오로지 아챔에 승부건 상황에 설기현의 그 슛 하나는 포항팬들을 대동단결하게 만들었으며, 이후 설기현 선수와 포항팬들은 많은 악연을 쌓습니다.(팬들과의 주먹포테이토..)



리그 후반에 출전에 7골 3도움이라는 그나마 이름값을 했던 설기현 선수는 포항과의 재계약을 언론에 뿌립니다. 당시 포항팬들은 설기현 선수가 비록 부상에 신음했으나 후반에 적지 않은 활약을 해주었고, 조바한과의 경기때 너무 많은 비난을 한 터라 설기현 선수에게 미안한 감정이 많이 든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정규리그가 끝나고 설기현 선수에게 생일파티도 열어주는 등 응원을 보냈습니다. 그에 화답한 설기현 선수가 재계약을 한다고 공헌하였지요. 심지어 전지훈련도 갔습니다. 또 포항의 레전드인 황선홍 감독이 부임했고, 설기현을 꼭 잡아야 한다며 응수한 터라 팬들도 관심이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2월 14일. 리그를 2~3주 앞둔 시점에, 정말 다른 팀도 아닌 울산으로 전격 이적. 재계약 언플시에는 팀에 보탬이 된게 없다며 남겠다던 인터뷰는 내팽겨치고, 연봉 8억도 뿌리치고, 오로지 최전방 공격수에 위치하고 싶다라는 이유때문에 팀을 옮깁니다.(2011년에 그가 위치한 자리는 결국 윙포...) 그동안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던 설기현 선수에게 포항팬들은 직격탄을 맞으며, 오범석 사건이 터진지 겨우 2년이 지나자마자 새로운 서막을 알린 설기현 더비가 시작됩니다.  

5-1) 2011년 4월 23일
첫 영남 더비의 시작과 함께 양팀의 위상은 전년도와 확연히 틀렸습니다. 울산은 2010년 4위 포항은 9위 2011년 포항은 4승 2무로 리그 선두에 위치했으나 울산은 거듭된 패배로 하위권에 위치한 상태. 이런 엇갈린 행보속에 포항팬들은 대대적인 공세를 취합니다.

대개 K리그는 서포터석에서만 비난을 하지, 일반팬들은 조용히 게임을 관전하곤 합니다만... 이날 포항홈에서 벌어진 더비매치에서 포항의 1만 5천여명 팬 모두가 설기현 선수를 비난하게 됩니다. 엎친데 덮쳐, 울산은 당시 홈인 울산을 버리고 서산에서 경기한다는 막장 프론트의 행동때문에 싸움이 많았는데, 이 날 울산서포터는 자기팀인 울산을 디스해버리는 상황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니까 포항 서포터+포항 일반팬+ 울산 서포터 모두가 울산을 비난하는 역사적 매치...

또하나의... (클릭)

포항프런트는 이 걸개를 경기가 끝날때까지 치우지 않았다는 전설 아닌 전설...
또, 중간중간 조바한이라는 열창과 함께 '설 떠나줘서 고맙다 ' 걸개 그리고 결정적인 대금청구서...

설 떠나줘서 고맙다(클릭)



다른 것은 그렇다 쳐도 3만원의 케익비까지 지불하라는 청구서는 크크크. 최종가격 14억원. 심지어 포항의 김형일 선수는 설기현과의 충돌 후 손을 벌쩍 들며 환호를 유도해 내 포항팬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설기현 선수가 후에 박수를 치며 괜찮다라는 의사표시를 해 포항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



이날 포항은 2:0으로 설기현 더비에서 승리를 장식했고, 2년동안 리그에서 4무 했던 포항과 울산은 2011년 드디어 포항이 이김으로써 1승 4무로 앞서나갑니다.

5-2) 2011년 10월 16일

이번에는 울산 홈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포항서포터는 역시나 '설 떠나줘서 고맙다' 라는 걸개를 걸고 경기를 시작. 하지만 울산은 이 때 철퇴축구의 진면목보다 패싱플레이에 주력하며 2:1로 역전승을 거둡니다. 특히 포항의 미들진은 K리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막강한 패싱플레이와 공격축구를 구사했던 팀인데, 울산은 좋게 말하면 철퇴, 나쁜의미로 뻥슛축구보다 패싱플레이에 힘을 쏟은 결과 2골을 모두 중거리로 넣었습니다. 포항은 전술 실패로 인해 뒤통수 맞은 격. 이로써 3년간 양팀의 리그전적 1승 4무 1패.

5-3) 2011년 11월 26일. 플레이오프



예고편만 봐도 아주 쫄깃한 명장면들. 지긋지긋한 플레이오프 단골손님과 더불어 최근 리그 전적 1승 4무 1패. 당시에도 존재했던 설기현 더비. 승부조작으로 인한(야이 최...) AFC징계로 인해 3.5장의 챔스권 축소. 그리고 역사적인 영남더비 등 숱한 화제를 뿌렸습니다.

특히나 승부조작으로 인해 기존의 1위, 2위, 3위 그리고 FA컵 우승팀 만이 나갈수 있던 4장의 챔스진출권이 쪼개지면서 울산과 포항 중의 패자는 조별예선을 치루고 본선에 올라가야하는 심각한 대진이 이번 매치의 백미였습니다.

설기현 더비 답게 설기현 선수에 대해 2011년을 평가해 보면, 리그 29경기 3골 5도움으로...부진에 부진을 거듭한 상태. 하지만 이날 설기현은 PK를 얻어내고, 그 기회를 성공시킴으로써 1:0으로 울산이 포항을 꺽는 쾌거를 이룩합니다.(리그 6위팀이 리그2위팀을...) 당연히 포항팬들은 집단 멘붕을 일으켰고, 설기현을 그닥 탐탁치 않게 여겼던 울산팬들은 그 순간 만큼은 환호하였습니다...

그리고 설기현 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김승규선수를 기억하십니까? 2008년 6강 PO에서 포항의 2번의 승부차기킥을 막았던 울산의 김승규 선수가 김영광선수의 경고누적으로 인해 어부지리로 출전한 이번 매치에서 또 PK를 막아내는(그것도 2번이나..) 활약을 합니다. 2번의 승부차기를 모두 실패한 포항은 이후 끌려다니게 되었고, 애증의 설기현 선수 마저 한건 해내며...역사적 매치는 2012시즌을 기약합니다. 물론 2011년 리그우승은 전북현대!!!아자!!!



좀 더 이야기하자면 이 더비는 설기현의 인천 이적으로 인해 다시 영남더비로 회귀하였고, 괜한 불똥이 튄 인천은 고생 중입니다.



6. 마치며

사실 이 더비는 슈퍼매치(수원,서울)과 더불어 회자가 되야할 명승부지만, 의외로 모르는 팬들도 많습니다. 이들이 강성했던 시기가 전부 엇갈린 탓도 있고..전체적으로 K리그 인기가 시들한 것도 한몫 하고 있지요. 아직 K리그를 잘 안보시는 팬들이라면 꼭 추천합니다. 이들의 응원가는 처절하게 서로를 디스해서, 듣기만해도 이 두 팀은 꽤나 재미있거든요. 심지어 올해 열린 개막전 포항홈에서 포항은 '철지난 퇴물축구'라는 자극적인 걸개를 걸었는데, 이에 울산원정서포터는 '아시아의 깡패 울산, 아시아의 깡통 포항' 으로 맞대응...크크크


<알럽 사커 울산★싸모킬러 님 작품>



아시아의 깡패라 불리는 '철퇴 축구' 울산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스틸러스 웨이' 포항의 매치가 바로 내일 열립니다.
2012 6월 27일 SPOTV+ 저녁 7시 생중계

* 위 내용은 엔하위키 미러, 위키피디아, 당해년도 스포츠일간지. 포항 및 울산 홈페이지. K리그연맹 및 축협 홈페이지. 수많은 포항 및 울산현대 팀 서포터 블로거, 홍승범 블로거, 아이러브사커 및 제머리...를 참고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확실하지 않은 점은 소문과 커더라로 대체했습니다.
* 혹시나 불편을 드렸을 울산과 포항의 수많은 전(煎), 현(現) 관계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재미로 보아주세요.

P.s 전북은 팀 최다 6연승과 8경기 29득점. 리그 최다인 40득점을 기록. 더불가자 애들아.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7-0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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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강이
12/06/27 01:3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일곱 살 때 보고 기억에 남아있던 그 경기가 바로 울산-포항 플레이오프 2차전이었군요

김병지 선수의 헤딩골을 보고 팬이 되었던..크크크크 저랑 생일이 같아서 좋아한게 더 크지만요



전북 더블 갑시다!
잠잘까
12/06/27 02:08
수정 아이콘
아자 전북 더불!! 루이스도 살아나고 분위기 최절정이네요. 크크.
12/06/27 01:32
수정 아이콘
고정운, 박태하, 정정수, 김현석 같은 이름들이 익숙하네요.

물론 전 부천 팬이었기 때문에 쟤들은 뭐 그리 공차면서 피터지게 싸워?라며 봤던 이름들...
잠잘까
12/06/27 02:07
수정 아이콘
저도 승점자판기시절 전북 팬이라 이땐 밥먹으면서 그냥 봤네요. 허허

그래도 그때 당시가 정말 재미있었지요. 식탁에서 일어났던 때가 딱 2번 있었는데, 야구는 쌍방울 감독이였던 김성근 감독의 LG를 응원했는데 랑데뷰 홈런 맞고 진 LG와 삼성 경기. 그리고 축구는 울산이 포항을 이긴 동해안 더비가 생각나네요.
Monde Grano
12/06/27 01:53
수정 아이콘
98년도는 포항팬으로써 울산이 정말 뇌리에 박혀버린 해였습니다. 플레이오프 뿐만이 아니라 무려 4개대회에서 7번 만났는데 1승 6패를 해버렸거든요 그나마 1승도 플레이오프 1차전이라 최종결과는 패배.. (더군다나 리그컵과 FA컵 경기는 준결승전)
그 뒤로 포항이 정말 울산 발목을 정말 많이 잡긴 했어도 최고의 라이벌이 울산이라는 생각은 당분간 (어쩌면 평생)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범석 이야기 하나 더. 오범석은 원래 울산에서 자란 선수입니다. 울산 학성중을 나왔죠. 그래서 학성고를 진학하려 하였으나 학성고 감독이었던 오범석선수 아버지가 포철공고로 유학을 보내버렸기에 포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겁니다.
잠잘까
12/06/27 01:55
수정 아이콘
오호 몰랐던 사실이네요. 유스출신이란 것만 얼핏 알고 있었는데...감사합니다.
라이언JS
12/06/27 02:03
수정 아이콘
울산경기를 10년째 보고있는데 포항전 직관도 참 많이갔었죠..
그러나 승리한적은 단한번도 없었어요.
위에서 언급한 몇몇 승리들은 다들 직관을 못갔다는..
태바리
12/06/27 02:10
수정 아이콘
98년 1차전은 회사상관과 같이 땡땡이 치고 직관 갔었습니다. 2차전에선 그야말로 맨붕...
백승철...물건하나 나오나 했는데 그놈의 부상...
오범석 사건은 그당시 여기 피지알에서 어느분과 제가 설전을 벌이게 되기도 했고요.

피파가 인정하는 더비인줄은 몰랐지만 포항팬에게 울산이란 징글징글한 라이벌이란건 두말하면 잔소리죠.
잠잘까
12/06/27 02:35
수정 아이콘
http://www.fifa.com/classicfootball/stories/classicderby/news/newsid=1289667.html#the+k+leagues+south+east+scrap

오범석 선수때문에 올라간 매치는 아닐텐데, 피파가 주목 하긴 했나 봅니다. 역사적인 PO경기도 소개되었고, 오범석의 이적건도 소개...
FernandoTorres
12/06/27 02:12
수정 아이콘
백승철 선수 진짜 재능이었는데 부상으로 빠른 은퇴 흑흑
FernandoTorres
12/06/27 02:29
수정 아이콘
98년에 울산에게 지고 진짜 김병지선수 욕많이 했는데

포항으로 이적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한명이 되었죠.

기억나는 일화중 하나가 2003년인가 2004년인가 서울이랑 할 때 였는데 그날따라 양팀 서포터들도 흥분해서 아주 서로 쌍욕을 하고
선수들도 좀 흥분한 상태였는데 그 분위기에서 김병지 선수가 페널티에어리안에서 공 가지고 시간끌다가 상대 용병이 오면 잡고 끌다가 오면 잡고 이걸 반복하면서 도발했죠 크크크크 서울 서포터들은 김병지 선수 뒤에서 계속 욕하고 제 주변 아저씨들은 뜬금없이 감독 조광래를 까고 크크크크 그러다가 용병이 골을 넣었는데 세레모니가 김병지선수에게 무려 법규를!! 멘탈이 파괴된 김병지 선수 용병을 향해 죽일듯이 달려들고 용병은 도망가고 덩달아 이승엽 선수까지 흥분해서 경기장안은 난투극!! 그러다가 진정되서 다시 경기를 하고 결국 졌었나? 뭐 그렇게 됬는데 경기끝나고 분을 이기지 못한 김병지 선수 용병을 잡을려고 죽일듯이 쫒아가는 그 모습이 어찌나 무섭던지......근데 그 용병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그당시 k리그에서도 빠르기로 소문난 김병지 선수한테 한번을 안붙잡히더군요. 흑인의 우월함인지 생존본능인지 크크크크
K리그 보면서 김병지 선수 그렇게 흥분한거 처음 봤습니다. 그날 아내분도 관람오셨던데 크크크크크
FernandoTorres
12/06/27 02:37
수정 아이콘
간만에 찾아보니까 2002년이네요 월드컵끝나고 포항 안양전이었네요 크크
잠잘까
12/06/27 02:48
수정 아이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001&aid=0000240411

설마 이건가요? 크크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7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 14일 포항에서 열린 포항과안양LG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뚜따의 골세리머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양팀 선수간의 다툼을 야기한 김병지에게 5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5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FernandoTorres
12/06/27 03:05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맞아요. 이 날 홍명보 선수도 그답지 않게 퇴장당하고 난리도 아니였죠.
잠잘까
12/06/27 04:54
수정 아이콘
늦게나마...울산의 팬이신 싸모킬러님이 알럽사커와 울산홈페이지에 올린 예고 VOD 올립니다. 예술이네요.
그리고 이번 더비전을 준비하는 울산 프론트의 돌직구 자세

http://desmond.imageshack.us/Himg819/scaled.php?server=819&filename=627vx.jpg&res=landing
<알럽사커 Estiven Velez님 집앞에 붙어있는 울산 현대 전단지>

아 난 왜 유로를 오늘하는줄 알았을까...
아키아빠윌셔
12/06/27 13:44
수정 아이콘
와... 싸모킬러님은 진짜 능력자네요;;;

전단지는 크크크크크 한가운데로 던지는 돌직구 크크
12/06/27 05:03
수정 아이콘
선홍이형의 오랜 팬으로..포항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가양역턱돌신
12/06/27 09:29
수정 아이콘
역시 동해안 더비의 최고의 화두는 설기현이었죠

역시 EPL 리거급 이슈메이커. 크크크
12/06/27 09:47
수정 아이콘
언제나 충실한 글 감사합니다. 설구더비 역사는 볼때마다 재미져요 크크크크
ChojjAReacH
12/06/27 12:30
수정 아이콘
아오 설기현 ㅡㅡ....
그리고 작년 PO 잊지 못합니다.. 그 수많은 찬스를 놓치고 한방에 패배...
올해는 이겨주길 바랍니다.
달리자달리자
12/06/27 13:12
수정 아이콘
싸모킬러님은 정말 대단한것 같습니다. 방송국은 뭐하나여 저런분 스카웃해야지 크크
김가람
12/06/27 17:58
수정 아이콘
아아아 백승철 선수 이름을 진짜 오랜만에 듣게 되는군요. 양발 전부 호쾌하게 날리는 슈팅은 정말이지 시원시원 했죠. 하지만 백승철 선수는 큰 불운을 맞게 됩니다. 아마 무릎쪽 부상으로 기억 하는데 결국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을 받았는데 의사가 돌팔이였는지 관절막 부분을 잘못잘라서 균들어가고 물차고 그래서 축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던걸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수원에 사는지라 수원골수팬입니다만 두번째로 좋아하는 팀이 포항이여서 이 경기가 매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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