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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16 18:28:45
Name 휀 라디엔트
Link #1 http://www.cyworld.com/handraken
Subject [기타] 잉글랜드 : 트리니다드 토바고 관전평 - 그 놈의 자존심이 뭐길래......
옛날 고사성어 중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이 말에 대한 유래는 다음과 같이 전해져 내려온다.
춘추 전국시대 군소국들 중 영(英)나라란 나라가 있었다. 이 영나라에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가의 보도가 세 자루가 있었다. 에 세자루의 병기는 서로간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정도로 검으로서의 최상의 위력을 자랑하는 그야말로 영나라의 국보라 말할 수 있는 병기였다.
첫째로 낭파도(浪波刀)를 꼽을 수 있었다. 비록 도로 불리지만 검의 기능에 출중한 낭파도는 특히 찌르기에 강해 접근전에서 틈을 노려 날카롭게 공격을 가하면 그 어떤 갑옷이라도 구멍을 내는 엄청난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둘째로 재라도(災拏刀)를 예기해야 했다. 그야말로 육중한 중병기라 칭할만한 재라도는 그 무게가 엄청나 좌우로 휘두를 경우 막아내는 방어구가 없었다. 용력만 가능하다면 재라도는 사용자의 공격력을 몇 배로 부풀려줄 수 있는 중병기임에 틀림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백검(魄劍)을 칭한다. 백검은 길고 얇은 연검으로 어찌보면 검을 다루는 사람에게 커다란 난이도를 부여한다. 그러나 백검에 능통하게 된다면 그다지 많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손목만의 힘으로 상대방을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은채 간단하게 처단할 수 있다. 백검은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무한한 전투력을 가능하게 하는 그런 무기였다.
이런 국보적 병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영나라는 항상 외세의 압박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건 바로 이 병기들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의 장수를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였다. 이런 영나라의 왕 앞에 어느날 애리구손(碍利毆損)이란 용맹해보이는 장수가 나타났다. 세가지 병기를 준다면 영나라를 지켜내겠다는 애리구선의 말앞에 영나라는 그를 믿고 이 병기를 모두 하사하였다.
애리구선은 당당하게도 그 무기를 받은 후 당장 나라 안의 도적들부터 소탕하겠다고 나섰다. 등 뒤에는 재라도, 허리에는 백검, 그리고 손에는 낭파도를 든 애리구손은 누구도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위세가 넘쳐흘렀다. 이런 모습에 지레 겁먹은 도적들은 항전을 포기하고 자기 진영에 틀어박혀 화살만 간간히 쏴댔다.
이 화살을 맞은 애리구손은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고 세 자루의 검은 도적들이 모두 가져가 버렸다. 후세의 사람들은 검이 좋다고 그 검을 쓰지도 못할 거면서 욕심을 내고 다 가져가서 결국 뺏겨버린 애리구손의 무지한 행동을 가리켜 과유불급이라 칭하게 되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에릭손 감독을 절대로 무시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다만 그가 이끄는 잉글랜드의 현재 멤버구성은 각개 능력이 극대화된 역대 최강이라는 점과 여태까지의 조별예선 경기는 이런 각개 능력이 없었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으며, 에릭손 감독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든 지금 현재는 그의 생각이 전혀 구현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기에 이런 비판적인 어조의 글을 올리게 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1차전의 파라과이와의 1:0. 2차전 트리니다드 토바고(이하 토바고)와의 2:0 승. 스코어만 보면 참으로 깔끔한 승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경기내용을 보면 1차전은 전반 6분만에 터진 행운의 골로 이후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쥐었음에도 추가골이 없었고, 2차전은 계속적으로 퍼부어댔지만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습에 휘청거리다가 결국 캐러거를 빼고 베컴을 그 자리에 두는 아찔한 극단적 공격을 감행한 끝에 결국 교체멤버가 아닌 베컴과 크라우치, 제라드가 골을 넣어버린 참으로 답답한 승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뭐 이런 기대치를 밑도는 경기력에 대하여 이유야 이것저것 많이 거론할 수 있겠지만 저는 결국 잉글랜드가 버리지 못하는 4-4-2에 대한 경직적인 전술개념과 이를 끝내 바꾸지 못한 ‘갈참’ 에릭손 감독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종가 잉글랜드는 언제나 4-4-2를 자신들의 전술로 확정하곤 합니다. 종가의 자존심은 너무나도 드세기에 어찌보면 전술은 4-4-2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프리미어 구단의 대부분은 4-4-2를 기본 모토로 세부전술만 바꾸는 형태로 경기를 운영합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첼시와 리버풀은 감독이 이베리아 반도 출신입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잉글랜드 대표선수들은 4-4-2에 매우 익숙합니다.
이런 현상이 대표팀으로 이어지는지는 몰라도 잉글랜드에게 4-4-2를 제외한 모습은 본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잉글랜드의 대표구성 화두는 투톱은 누가 될 것인가? 미드필더 4명은 누가 될 것인가? 중앙의 키스톤 콤비는 누구인가? 등으로 거론됩니다. 다른 변수는 없습니다.

이런 전술의 경직성에 심각한 문제성을 일깨워준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누구 하나도 버리기 아까운 세 선수의 등장 때문입니다. 짐작하시는 대로 제라드와 램파드 그리고 베컴입니다.
세 선수들이 불세출의 선수임은 굳이 글을 할애하여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미드필더는 4자리고 이들의 위치는 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레프트 윙미드) - 제라드 - 램파드 - 베컴

누구라도 뻔히 보이는 라인업입니다. 잉글랜드의 유일한 약점이라는 왼쪽 윙 미드의 부재는 차치하고서라도 뻔히 보이는 라인업을 알고서도 못 막을 팀은 없습니다. 더구나 램파드와 제라드는 1+1이 2가 아닐수도 있다는 철학적 개념을 확인시켜주는 키스톤 콤비입니다. 램파드는 중앙에서 빠르게 전방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즐기는 선수입니다. 이는 램파드의 미드필더 시즌 최다득점이라는 기록으로 환원되었습니다. 반면 제라드는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좌우로의 와이드한 플레이를 즐기는 선수입니다. 그래서 제라드는 신출귀몰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소속팀에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커버해줄 플레이어들이 중앙에서 버티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둘 다 나가버리면 중앙에는 아무도 없게 됩니다.

모든 전술이 그렇지만 4-4-2는 특히 중앙에서 지키고 앉아 1차 가드라인을 형성해주고 패싱을 연결해주는 링커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램파드와 제라드는 그냥 중앙을 뛰쳐나가 버리기에 잉글랜드의 중앙은 순식간에 비고 이런 빈 공간은 역습시 크나큰 허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4-4-2를 고집하는 잉글랜드의 경직적인 자세가 문제가 됩니다. 램파드-제라드 라인을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베컴을 뺄 수도 없고 결국 그냥 뻔한 미드필더진을 다시 한번 굴려보지만 여전히 경기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더구나 램파드와 제라드는 창조적 플레이어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해보입니다. 적절한 표현을 찾자면 기술자와 과학자의 차이라고 할까요? 이들은 engineer. 즉 전술을 완벽히 수행하는 기술자는 될 수 있어도, scientist,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내는 과학자는 아니라는 예기입니다.
에릭손 감독의 안일함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종가의 자존심을 버리면서 데려온 첫 외국인 감독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획기적인 변화를 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적지않은 기간동안 잉글랜드의 감독을 역임하면서 그도 이제는 잉글랜드 사람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훈련기간 동안 4-5-1을 테스트 해보겠다는 인터뷰에 기대감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조별예선 경기내내 4-4-2를 고집하는 모습은 참으로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결국 선수들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에서 지적한 세 선수 외에도 오웬과 루니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기에 투톱을 고집하고 그래서 이 선수들을 꾸역꾸역 집어넣다보니 4-4-2말고는 마땅한 전술이 없는 것입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 무한한 기대를 걸고있는 팬으로서 기회가 된다면 정말로 에릭손 감독에게 한 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Sir Eriksson! Dont forget Carrick!"
정말로 램파드와 제라드 그리고 베컴을 다 쓰고 싶다면 선택은 4-5-1입니다. 그리고 그 홀딩미들 한자리에 캐릭을 넣기를 추천합니다. 건실한 플레이로 중원의 중후함을 더해주는 플레이에 최근 알론소의 대지를 가르는 30미터 패스 스킬을 취득한 캐릭은 잉글랜드의 중원을 강인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합니다. (하그리브스는 솔직히 플레이를 못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투톱을 포기하고 상대팀에 따라 선택적으로 오웬, 크라우치를 이지선다하고 조커로 루니를 사용한다면 원톱의 공백을 두 선수가 메워주며 우리가 기대하던 램파드-제라드 라인의 위력을 감상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보유한 리그 수준은 최상임에도 매번 메이저 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잉글랜드와 스페인. 스페인은 지금 변화하였습니다. 이제는 잉글랜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음 감독이 스티브 맥클라렌이라고 들었습니다. 지금 에릭손이 되었든 다음 감독인 맥클라렌 감독이든 누군가는 메스를 들어야 합니다. 종가의 자존심이 우승으로 인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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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16 18:52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계륵이라고 할까요.

다들 걸출한 선수들이지만, 그걸 다 섞는다고 최고는 아닌 어정쩡한 상태니 말이죠. 과감한 용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Steven Gerrard
06/06/16 19:37
수정 아이콘
경기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조 콜이 레프트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텝 오버를 이용한 침투에 이은 크로스도 인상적이었고요.
윙 포지션이라고 해서 꼭 전문 윙어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제라드도 오른쪽에서 잘하는데...

위에서 말씀하신 잉글미들 3인방의 경직성은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대개 잉글랜드 미드필더가 최강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은데,
개개인의 역량에서는 그러할지 몰라도 조합면에서 최강이라고 보기는 좀 부족해 보입니다.
그리고 베컴이 존재하고 있는 이상, 4-4-2를 버리는건 낭비가 아닐런지요.
베컴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4-4-2가 최적입니다.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베컴이 엄청난 어드벤티지로 작용하지요.

저는 베컴보다는 람파드-제라드 라인이 아쉽다고 여겨집니다.
저의 좁은 식견으로 보았을 때는 플레이 스타일이 유사한 나머지
활동 영역이 비슷해서 자주 충돌하는 것 같습니다.
경기 중에 둘이 너무 가까운 공간에 자주 있는 나머지
빈 공간을 열어주는 경우가 많아서 파라과이전에서도 역습에 많이
휘둘리지 않았나....라 생각합니다.
비교 우위로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수비를 잘하는 제라드를 수비 위주로,
상대적으로 공격을 잘하는 람파드가 공격 위주로 플레이 하는게 좋다고 느껴지네요.
단시간내에는 힘들겠지만 본선 올라가면서 조금이나마
개선되길 바랍니다. 오늘은 리버풀선수가 다 득점했네요 ㅜ_ㅜbb
06/06/16 19:46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콜은 공을 너무 끌던데요. 지나친 뻥패스도 안 좋지만, 조콜은 너무 혼자하려는 것 같더군요. 저 개인적으로는 교체된 레논? 선수가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는 생각입니다. 크로스 빼고 돌파까지만..
타마마임팩트
06/06/16 20:49
수정 아이콘
교체투입된 레논. 다우닝 두선수가 좌우측에서 공격에 활기를 좀 불어 넣는듯 하더군요. 특히 레논선수의 측면돌파는 발군이었다고 봐요 ^^
루크레티아
06/06/16 23:41
수정 아이콘
그래도 조콜 덕분에 덜덜 미들이 완성된건데 조금 더 지켜보시죠. 조콜도 잘합니다.
Kim_toss
06/06/17 02:05
수정 아이콘
레논은 정말 장난 아니던데요..덜덜덜..
조콜과 비슷한 스타일이면서도 좀 더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마이스타일
06/06/17 03:06
수정 아이콘
이런글 볼때마다 긱스가 있었으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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