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전, 내가 A시에 살고 있을 무렵의 일입니다.
당시 나는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딱 한 곳 가기 싫은 집이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집만 일반적인 배달 경로에서 혼자 벗어나 있는데다, 울창한 숲 속의 긴 비탈길 끝에 있어서 3면을 숲에 둘러싸인 집이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 곳에는 언제나 오전 3시 무렵에 배달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언제나 어둡고 기분 나쁜 분위기여서 매우 무서웠습니다.
8월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투덜거리며 그 집에 배달을 하러 갔는데, 작은 사내 아이가 담 위를 타며 놀고 있었습니다.
이런 시간에 왜 저러나 싶었지만, 담의 높이는 1m 정도였고, 집 안의 창문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기에 분명 여름 휴가라도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이 아직 준비를 다 못 마쳐서 혼자 밖에서 놀고 있는 거라구요.
조금 위험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이른 아침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건 내가 어릴 때도 분명 신나는 일이었기에 조금은 그리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 아이는 유치원생 정도의 나이로, 담 위에 올라섰다 반대편으로 뛰어 내리고, 또 올라오는 것을 담담하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아무 일 없이 배달을 마쳤습니다만, 그 아이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담 위에 서서 반대편으로 뛰어내리는 놀이를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4일째가 되자 결국 나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 이런 시간에 뭐하는거니? 그런 놀이는 위험해. 아빠랑 엄마는 어디 계시니?]
그러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평소처럼 반대편으로 뛰어 내렸습니다.
[으악!]
아이가 뛰어내린 담 반대편을 본 나는 기절할 듯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 쪽에서는 1m 정도의 단순한 담이었지만, 반대편은 완전히 낭떠러지인데다 아랫쪽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높이 역시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10m는 가볍게 넘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남자 아이의 모습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지금까지 켜져 있던 집 안의 불빛도 사라지고 그저 어두울 뿐이었습니다.
나는 겁에 질려 정신 없이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소장에게 그것을 이야기했습니다.
[너 어디다가 신문을 나눠주던거야? 거기는 우리 배달 구역이 아니잖아!]
[어, 그렇지만 분명히 배달 경로에는...]
하지만 배달 경로표를 다시 보니 그 전까지는 확실히 있던 그 집이 빈 칸이었습니다.
[이제 됐으니까 오늘은 일단 돌아가게.]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서웠지만 해가 떴으니 점심 무렵에 그 집에 다시 가 보았습니다.
밝은 해 밑에서도 기분 나쁜 그 집은 문패도 없고, 뜰에는 잡초가 무성한데다 유리창도 다 깨져 있어 사람 사는 집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제 그 담벼락의 반대편을 바라보니, 역시나 낭떠러지였습니다.
아래에는 바위를 물결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바다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아이가 있을 만한 장소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나는 담벼락 바로 아래의 바위밭에 하얀 것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흰 꽃다발들과, 그것을 둘러싸듯 내가 배달한 신문들이 바위 밭에 널려 있었습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
http://vkepitaph.tistory.com )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
http://cafe.naver.com/theepitap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