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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8 20:10:26
Name i_terran
Subject [소설] 불멸의 게이머 15화 - 행운의 여신
[소설] 불멸의 게이머 15



15 행운의 여신




지오크의 폭사로 인해서 추가1인을 위한 추가선발전 신청이 진행되고 있었다.
128강까지 진출했던 마르두크도 역시 이번 추가선발전에 등록을 했다.
사실 마르두크는 128강에서 리플렉션에게 패배했었지만.
건호가 리플렉션의 파해를 완벽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제 리플레션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따라서 이번 추가선발전에 스스로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런데 마르두크가 등록을 마치고 나자 옆에서 몇 명이 쑤군대는 얘기를 들었다.

“지오크가 죽은 게 장난도 아니고 쇼도 아니라는데...”
“그러게 헬파이어 시티에서 마법진 테러를 한 녀석들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는 설이 있어. ..”

마르두크는 그치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말에는 신경이 상당히 거슬렸다.

“그 녀석들이 승부사의 무덤에서 패러독스를 잡았다고 하네. 어찌된 일인지...”

마르두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도 그렇게 고생했던 승부사의 무덤에서 패러독스를 잡았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리고 그 일이 매우 최근이었으므로 더 놀랐다.

‘진짜인가?’

마르두크는 생각했다.
그때 마르두크의 눈에선 검은 옷을 입은 키 작은 사람이 예선전 등록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도포로 몸을 휘감아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 키 작은 사내의 몸은 그것 외에도 아주 독특한 특징으로 마르두크의 눈에 와 닿았다.

‘곱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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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헬스테이션 504층 라데온이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죽은 패러독스를 부검해본 결과
시전시간이 9초인 <교환>을 2번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마법을 업그레이드 한 상태였다.”

건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건호가 이겼던 패러독스는 시전시간이 19초였고 <교환>을 게임당 1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건호는 쉽사리 패러독스의 그런 능력을 이길 수 있는 스킬에 대해서 상상을 할 수 없었다.

“패러독스는 그 승부사의 무덤이란 곳의 마법진에 의해서
다른 악마들과 달리 손쉽게 마법을 업그레이드 한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했다는 말이다.”

건호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강력한 마법을 쓰더라도 결코 <교환>을 넘는 마법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인가? 그 마법의 정체는 어쩌면 시안의 가짜<예언>과 같은 최면류 마법인가?
아니다. 그래도 <교환>을 이길 수는 없다.  

“그 녀석들이 몇 명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마법 뿐 아니라 나노기술 생명공학 로봇공학 등 과학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녀석들이다.
오늘 조지명식의 폭사사건도 분명히 그 녀석들이 저지른 일일 것이다.”

건호는 조금 생각하더니 되물었다.

“그러먼 강력한 최면이나 조종의 마법인가요?”
“글쎄. 패러독스는 최면류 마법에 저항성이 있었다. 그것도 그곳 마법진의 힘이지.
사실 헬스테이션의 경기장도 강력한 방어 마법이 깔려있고 마법진을 꾸밀만한 도구의 지참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식의 테러는 힘들다.”

건호는 대회 규정 메뉴얼을 다시 떠올렸다. 필기구 지참 금지. 혈서 금지 등등... 아이템도 모두 검사를 받고 있다.
건호는 뭔가 생각이 떠올랐고 그것을 라데온에게 물었다.

“그럼 그 사람들은 대회에서 우승하고 카르마로 올라가서 소원을 빈단 말입니까?
여기 헬게이트 시티를 멸망시켜달라고?”
“흠... 그렇지. 하지만 원래는 그렇게 포괄적인 소원은 사실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어쩌면 가능하다.”
“뭐... 왜죠?”
“헬게이트 시티 지하의 쿼크 반응로의 회로 코드가 최근에 도난당했다.”
“네 쿼크 반응로요?”
“그래”

라데온의 설명에 따르면 언제나 밤만 지속되는 헬게이트 시티의 에너지의 엔트로피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바로 쿼크 반응로였다. 그것으로 온도를 유지하고 각종 생산물을 만들고 환경을 순환시키고 도시에 에너지를 부여하고 있다.
이른바 하늘에 태양이 없는 도시 헬게이트 시티의 땅 아래에 존재하는 태양과 같은 것이 쿼크 반응로이다.

“회로코드의 몇 개만 잘못 입력해도 이곳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일반적으로는 누구도 거기에 접근을 할 수도 없지만... 카르마에게 소원을 빈다면 가능하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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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와의 싱크로율은 81% 원격제어에는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박사님”
“좋아.”

연구원인 듯 흰색 가운을 입은 여자가 말했다.
그리고 패러독스의 승부사의 무덤을 습격했던 3인조의 체구가 작은 사내가 보였다.
그는 이번엔 안경을 쓰고 있었다. 고개를 들자 모니터의 불빛이 그의 얼굴을 제대로 비추고 있었다.
머리엔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보이는 나이가 먹은 노년의 사내였다. 옆에는 덩치가 큰 3인조였던의 또한 사람이 보였다.

“형님 조금 쉬시죠. 취미활동인데 건강을 상하면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덩치가 말하자. 체구가 작은 사내는 안경을 벗더니 코끝을 집게손가락으로 만졌다.
“아니다. 이런 일의 경우엔 테스토스테론 분비로 인해서 건강이 좋아진다.
오늘 재보니 내 체지방률이 무려 2%나 떨어졌다니까.”

이곳은 헬게이트 시티 근처의 바다.
그리고 수심 1km의 해저에 잠행하는 소형 잠수함의 내부였다.
잠수함은 거의 해저의 바닥에 닿아 있었다.
검은색으로 도장된 본체는 모든 전파와 빛을 흡수하는 듯한 각진 스텔스형 모양으로 생겼다.
어찌 보면 잠수함이라기보다는 우주선에 가까운 형태였다.
그 잠수함의 내부 방 중에 여러 가지 콘솔장비와 함께
컴퓨터 모니터가 어지럽게 설치된 연구실과 같은 방에서 3인조의 작은 체구와 덩치 그리고 몇 명의 연구원이 보였다.

“자... 이로서 이번 HST대회의 흥행은 대성공이군.
리그 관계자하고 리그 스폰서는 우리한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럴 줄 알고 그 스폰서의 주식도 좀 사놨습니다.”
“허허허 잘했어.”

해저의 잠수함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고
심해의 검은 그림자에 가려 그 존재는 더욱 더 은폐되어가고 있었다.

----

라데온의 사무실에서 그 이후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있는 건호는 착잡해졌다.

“따라서 헬게이트 시티가 파괴되면 HST는 당분간 사라진다.
뭐 당연한 말이지만...”

건호에겐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갔다.
모든 일이 쉽게 잘 풀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물론 그런 적도 없었지만,
상황은 매우 좋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 우승을 해야 자신이 지옥에 와서 소원을 빌 수 있는 찬스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고민에 빠진 건호에게 라데온은 다시 얘기했다.

“나는 너의 실력을 인정한다. 너의 흥행성도 인정한다.
다만 예선전을 살펴보니 너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너는 처음 만나본 상대에게 약하다.
예선전 총 7전의 다전제 중에 1경기를 이긴 경우는 단 한번. 승률은 14.2%...”

그렇다 이것이 아마트라도 분석한 건호의 약점.

“네가 과연 그걸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라데온 말은 마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듯이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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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건호의 약점은 당연하다.
건호는 상대의 스킬을 먼저 파악하고 분석해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선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시안3형제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건호는 지옥의 대전에서 대부분 초반에 패배했다.
아나이스, 아수라, 리플렉션,
그리고 사실 패러독스의 경우도 마르두크가 먼저 게임을 했기 때문이지 했다면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 앞에 있는 라데온과의 친선경기도 역시 패배했다.
더 냉정히 분석하면 시안3형제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나이스로 인해 그들의 스킬을 사전에 파악했기 때문에 승리한 것일 것이다.
냉정하게 단 한 번도 예외는 없었다.
이것은 어쩌면 먼저 상대의 스킬을 파악하고 한발 늦게 대응해야하는
‘인간’ 건호의 숙명적인 핸디캡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16강은 단판풀리그다. 한 상대와 여러 번 싸울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는다.
리그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선수들의 스킬이 드러나겠지만, 16강은 그렇지 않다.
주로 예선전이 끝나면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는 경우도 대부분.
어쩌면 너에겐 8강이나 그 이상의 경기보다 16강이 더 어려울 수도 있겠지.”

건호는 달리 대꾸할 말이 없었다. 라데온의 말은 모두 옳았다.
잠시 실내엔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침묵의 시간을 시작했던 건호였다.
건호는 라데온에게 말했다.

“외람된 부탁일지 모르지만, 저와 한게임 해주시겠어요?
스킬을 모두 사용해서... 저도 진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해볼게요.”

라데온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맵은 무난한 맵이라고 평가되는 파이썬이었고.
건호는 자신의 종족선택에 있어서 약간 고민을 하다가 상대가 저그인만큼 빌드오더를 뒤틀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을 골랐다.
그리고 잠시 후 건호와 라데온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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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로 내려오는 건호는 허탈했다.
옆에선 아나이스가 뭐라고 말을 붙이기도 힘든 상태였다.
그래도 아나이스는 건호를 위로했다. 그게 마치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되는 듯.

“건호야. 너무 신경 쓰지 마. 라데온은 강해. 독심술로 상대 스킬의 장단점을 미리 다 파악하고 있어.
그래서 일부러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 지금 당장 우승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실력자라고.”

말이란 것은 강력한 힘을 줄 때도 있지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할 때도 있다.
그것은 말의 진실성 여부에 달려 있다. 진실을 말할 때와 진실을 말하지 않을 때.
혹은 그것이 진실로 믿겨질 때와 믿어지지 않을 때.

“아마 본선멤버는 대부분 라데온 보다 약할 거야.
그리고 라데온이 맵테스트 수고했다고 50만 조단이나 줬잖아.
오늘은 우리 지옥 최고의 행운의 날이라고 제발 얼굴 좀 펴.”

아나이스의 입장에서 그 말은 진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이 건호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는 힘들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건호에겐 설득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이성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그것이 맞는다고 해도.
지금 건호에게 그다지 제대로 와 닿을 리 없었다.
건호는 현재 ‘감성적으로’ 완전한 절망상태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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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이스와 나와서 시내에서 게임장비를 구비한 건호는 본선에 대비해 연습게임을 했다.
아마트라의 조직이 운영하는 게임장 한구석에서 그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연습의 성과에 건호는 만족할 수 없었다. 좀처럼 강력한 상대를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우 유니크한 스킬을 사용하는 악마와 대전한다고 해도
그 상대만 연구하게 될 뿐 앞으로 다가오는 악마들과의 대전에서 그것이 통용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무엇보다 건호는 라데온과의 대전이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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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라데온과의 대결을 다시 떠올려 보자면,
라데온과의 대결에서 건호는 게임이 시작되기 전부터 패배하고 있었다.
건호는 을 골라 기다리고 있었는데 게임창에 저그를 골라 들어온 라데온은 건호의 을 보더니 말했다.

“나에게 그건 이득이 없다. 종족을 선택하는 순간 내가 읽어서 파악하니까.”
“아...”

라데온의 말은 백번 옳았다. 그리고 건호는 갑자기 이후의 게임을 생각하며 공포를 느꼈다.

‘그렇다면 스타팅 위치도?’

결론적으로 그렇다.
분명히 게임이 시작될 것이고 건호는 맵의 스타팅 중 어느 위치든지 한곳이 선택될 것이다.
그렇다면 라데온은 그 즉시 그것을 알아낼 것이다.
위치를 알아낸다면 5드론 러시... 가능하다.
그렇다면 건호는 그것을 대비해서 빠른 방어체제를 준비해야한다.
하지만 역으로 그 방어체제를 독심술로 읽어내는 라데온은 마음 놓고 부유하게 초반을 출발하면 된다.
배틀넷에서 사용되는 맵핵과도 다르다. 향후 전략도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
건호가 본대를 러시하면서 시선을 돌려 동시 게릴라를 시도한다고 해도
사전에 그 마음을 모두 읽고 있다. 게릴라에 대한 방어는 항상 유효했다.
비슷한 자원에서 출발했다면 과도한 방어가 독이 되겠지만 라데온은 항상 부유하게 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건호는 3종족 모두 라데온에게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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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미풍과 함께한 우울.
건호의 우울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되었다.
건호는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덧없이 시선을 제대로 한곳에 두지 못한 채로 넋이 완전히 나가 있었다.
건호의 그런 정신줄을 놓은 상태가 지속되자 드디어 아나이스의 짜증이 폭발했다.

“야 너 대체 왜이래? 넌 나한테도 진적도 있잖아.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앞으로 이기면 돼지.
그러니까 제발 그 시어터진 무말랭이 같은 표정 좀 그만 안할래?
너무 짜증나서 짜장면 곱빼기를 니 얼굴에 확 비벼버리고 싶어.”

아나이스의 원색적인 욕도 건호에게 자극을 주기엔 부족했던 것 같다.
건호는 그래도 넋 나간 표정을 풀지 않고 담담이 아나이스의 말에 답했다.

“라데온이 말했어.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우승할 수 없다고...
그런데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니...젠...”

‘장’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아나이스의 킬로틴쵸크가 들어왔고
건호는 상당히 오랫동안 고통스러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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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이스의 화려한 이종격투기 기술에도 그다지 힘을 받지 못한 건호.
추가선발전이 진행되었고 건호가 인정하는 실력자 마르두크는 좋은 승률로 PC방 예선을 뚫고 선발전결승까지 가게 되었다.
하지만 마르두크는 다른 쪽 4강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마루두크는 반대쪽 4강전의 한 선수에게 약간 긴장을 했었다.

<올라왔군, 저 상대가 심상치 않아.>


마르두크의 말한 상대는 곱추의 모습을 한 자그마한 체구의 사내였다.


머리까지 덮은 도포를 통해서 얼굴도 보이지 않고 뭔가 생명감이 느껴지지 않는 존재였다.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손은 문학적인 비유가 아닌 있는 그대로 뼈밖에 없었다.
그 사내의 근처엔 설명하기 힘든 마이너스력의 기운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요즘 흉흉한 소문이 도는 건 사실이야.”

확실히 건호가 보기에도 상대 외모는 심상치 않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헬게이트 출신이 아닌 타지역 출신으로 프로필이 전혀 소개되어있지 않았다.
건호는 라데온이 한 말을 들으며 마르두크와 함께 걱정을 했다.
마르두크도 갑자기 자조적인 얼굴로 자신에 대해서 말했다.

<난 적의 강함을 증명해주면서 패배하는 시시한 조역인 건가?>

마르두크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건호도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우울해졌다.
잠시 후 그 곱추 게이머의 4강 경기가 진행되었고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경기가 치러졌다.

“으으흑 그렇게 연습했는데 탈락하다니...!!”

하지만 곱추게이머는 그 게임에서 탈락했다.

그는 그 4강 경기에서 허무하게 져버렸고,
패배 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며 게임석에서 나왔다.
알고 보니 그 곱추 게이머는 순수하게 게임을 좋아하는 노력파였다.
몸이 불편한 것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병도 있었지만,
어려운 상태로 대회에 참가했는데 결국 체력의 한계로 떨어졌던 것이다.
결국 그 곱추를 꺾은 맞은 편 상대와 마르두크는 결승전에서 대결하게 되었고
마르두크는 아주 [쉽게] 결승전의 승자가 되어 본선에 합류했다.  

“어이 마르두크 축하해.”

건호는 마르두크를 축하해줬다. 다소 뻘쭘한 마르두크.
그리고 마르두크는 왠지 자신이 의심했던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몸이 불편한 곱추의 게이머는 결승전이 진행될 때까지 울다가 지인의 부축을 받으며 사라졌다.
곱추 게이머는 사라지며 건호와 마르두크에게 말했었다.

“전 님들의 그런 재능이 부럽습니다... 흐흐흑”

곱추는 울면서 멀리 떠나버렸고 갑자기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마르두크는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메모했다.

<외모로 사람을 의심하는 게 아니었어. 이제부터는 그냥 연습이나 열심히 하자.>

건호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래 저렇게 몸이 불편한 사람도 열심히 하는데...”

어쨌든 이런 결과로 헬게이트 시티에 대한 테러범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그 곱추의 게이머 외에도 의심이 가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그중의 대부분을 조사해 보았지만 허탕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테러범들의 마법과 과학력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테러범의 소문에도 불구하고 HST의 대회는 점점 주목을 받고 있었다.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일반인들 사이에도 헬게이트 시티의 쿼크 반응로의 중요코드가 도난당했다는 사실과 이번 HST를 통해서
그것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소문으로 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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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테러의 분위기와도 달리, 건호라는 인간 게이머는
그런 것과 관계없이 자신의 앞날을 걱정해야 했다. 자신이 과연 이겨 나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생존과 직결된 승부 거기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건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연습했다.

“마르두크 한판 더 해!”
<지독한 녀석>

건호는 마르두크와 함께 연습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우정을 쌓고 있었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실력자였으며
나란히 대회를 통과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16강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둘은 같은 조가 아니므로 연습을 해주는데 더욱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두 사람의 실력은 나름대로 밸런스가 맞았다.
대회의 규정에 따라 마르두크의 스킬은 발동이 게임시작 7분 후로 제한이 되었고
그 룰에 따라 건호와 연습을 했다. 둘의 승률은 초반엔 4대6로 나왔다.
건호가 4, 마르두크가 6. 물론 아주 처음에는 건호가 매우 승률이 낮았다.
건호는 마르두크에게 2할의 승률로 출발했지만, 아무래도 기본기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 할수록 건호의 승률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후에는 둘의 승률은 서로 5할에 육박했고
최종적으로는 건호가 6할 이상 마르두크가 4할 이하를 가져갔다.

“건호 실력이 늘었어.”
<라데온과의 경기가 자극이 된 건가?>

건호가 집중적으로 연습을 시작하자. 후에도 실력은 엄청나게 늘어갔다.
사실 생전에도 건호는 그저 아마추어 게이머 하지만 지금은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프로게이머에 준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한 것과 개인장비가 없었다는 것 등등.
건호의 본 실력을 전부 드러나게 해주지 못한 악재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건호의 기본기는 높아져갔다.
특히 컨트롤과 반응속도 생산력이 두드러지게 발전하고 있었다.
물론 마르두크도 엄청난 발전을 했지만 건호의 발전 속도는 따라잡지 못했다.

<초반 공격을 막기 너무 힘들어>

마르두크가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건호에게 고전하는 건
건호가 초반에 막강한 공격을 퍼부으며 격차를 벌려 나가기 때문이다.
일꾼 견제 혹은 기습적인 전략적인 플레이 등등.
옆에서 게임을 지켜보는 아나이스나 함께 게임하는 마르두크로서는 건호의 그런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건호는 자신의 실력에 만족할 수 없었다.

“아직 부족해.”

약간의 부정적인 생각이 건호에겐 약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건호가 지금 그랬다. 이후 건호는 악마들의 스킬에 대응하기 위해서
초반 공격력을 더욱 높이면서 확장과 인구수를 급격히 높이는 연습을 했다.
계속되는 연습게임에서 건호의 실력이 더욱 향상 되었음에도 결코 쉽게 만족하지 않았다.
건호는 스스로 알 수 없는 강적을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상상하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에서 만날 수 있는 최강의 적을 말이다.  

----

하지만 그러한 최강의 적은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건호를 찾아왔다.
16강 대진표가 발표되었고 그것을 아마트라가 정리해서 연습을 하는 건호에게 말했다.

“16강 경기 일정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건호에겐 조금 안 좋게 되었다.”

건호와 아나이스는 깜짝 놀라며 아마트라가 가져온 일제히 경기 일정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마트라는 자신이 꼼꼼한 성격대로 경기일정에서 D조만 보기 좋게 골라내어 정리해 놓고 있었다.

D조 경기일정.
X월X일 1회차 베로나 vs 임건호
X월X일 2회차 베로나 vs 구아리오
X월X일 3회차 고로 vs 임건호
X월X일 4회차 고로 vs 베로나
X월X일 5회차 구아리오 vs 고로
X월X일 6회차 구아리오 vs 임건호

일정을 살펴본 건호와 아나이스는 처음엔 그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호는 연속적으로 게임을 하는 일정이 아니라
중간에 충분한 텀을 두고 게임을 하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같은 조의 베로나나 고로 구아리오의 경우엔 연속적으로 게임을 해야 하는 일정으로 짜여져 있었다.
특히 고로의 경우엔 3연속으로 게임을 해야 했다.
그러나 건호는 조 내에서 유일하게 그런 연속 경기가 없었다. 아나이스는 말했다.

“뭐야? 건호는 일정이 띄엄 띄엄이라서 아주 좋은 거 아냐? 좋아 보이는데?”

그러자 아마트라는 쓴 웃음을 지으며 설명에 들어갔다.

“그냥 보면 일정이 띄엄띄엄이라서 괜찮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다시 살펴보면, 개막전 경기를 포함. 건호는 스킬이 밝혀 지지 않은 상대와 선행 2전을 치러야 한다.”

아나이스에겐 다소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마트라는 부연을 하기 시작했다.

“자 예를 들어 구아리오의 입장을 보자.
구아리오는 자신의 첫경기가 베로나인데 개막전에서 베로나가 경기를 한 후 붙는다.
자신의 게임을 보여주기 전에 상대의 스킬을 분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구아리오의 두 번째 상대는 고로인데 고로도 이미 일정상 건호와 경기를 한 후다.
역시 이전 게임을 분석하고 준비를 할 수 있다.
또한 구아리오의 마지막 상대는 건호인데 건호는 이미 2게임을 한 상태로 구아리오와 만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건호를 보자.
건호는 개막전에서 대회에서 첫 게임을 하는 베로나와 싸워야 한다.
당연히 미리 대비나 준비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불리한 게임을 해야하지.
그리고 한주 쉬고 건호의 2번째 상대 고로와 만난다.
고로 역시 이 게임을 통해서 데뷔한다.
건호는 역시 고로의 스킬이 무엇인지 대비할 찬스가 없는 것이다.
역시 불리한 상태에서 게임을 해야 한다.”

과연 그 말 대로였다.
시드자인 베로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 중에서 유일하게 그러 핸디캡의 일정을 가지는 것은 건호뿐이었다.
사실 실력이 비슷하고 건호 역시 상대가 모르는 치명적인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건호는 다르다. 건호는 스킬이 없다. 이것은 선행 분석을 필요로 하는 건호에겐 분명 악조건이었다.  
그리고 아마트라는 또 다른 일말의 다른 가능성을 삭제시키듯이 확인 시켜주었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번 대회는 특히 정보가 없다.
베로나의 스킬은 불명, 그리고 구아리오도 불명. 고로도 역시 스킬이 불명이다.”

건호는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예선을 통해서도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단 말이야?”

이번엔 아마트라도 스스로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대회 운영진 라데온에게 듣지 않았나? 예선통과자 전원은 대다수가 새로운 스킬을 준비했다.
운영진만이 그 스킬을 등록 받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고 있겠지만,
우리가 알아낸 정보는 D조는 모두 새로운 스킬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따지고 보면 대회 운영진 라데온은 그때 건호에게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한 것이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HST 대회의 위기와
그리고 건호에게 닥친 위기를 한꺼번에 설명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트라는 건호와 아나이스에게 마지막으로 이번 16강의 관건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래서 문제는 과연 단판제 승률이 10%대인 건호가 최소 2번째 경기 안에 1승을 할 수 있느냐다.
그게 아니면 사실상 2패로 탈락이다.”

문제는 쉽게 요약되었다. 풀기는 여전히 힘들지만

----

헬스테이션 504층
언제나 여러 가지 음모에 대한 새로운 음모가 일어나고 있는 곳.
바로 라데온의 개인 사무실이었다.
라데온은 컴퓨터를 통해서 대회 참가자의 내력을 물끄러미 분석하고 있었다.
여러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고 라데온의 시선을 오래 붙잡는 인물은 없었다.
그렇게 한명 한명의 인적사항을 체크하고 있다가 라데온은 곁에 있는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새로운 스킬을 가진 자들이 많더군. 그런데 그 중에서 용의자를 찾긴 힘들어.”

라데온이 고개를 돌려 바라본 것에는 창가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 그림자는 라데온이 그렇게 말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보면 예의가 없다고 해야할 행동이었지만,
라데온은 그런 것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라데온이 말을 꺼낸 것도 거의 잊혀질 무렵이 되자.
그 그림자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이 매우 긴 문장을 말했다.
창가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던 검은 그림자가 말했다. 이윽고 검은 그림자는 몸을 돌렸다.
약간 몸을 돌린 것만으로도 실날같은 반사광에 의해서 그의 모습이 약간 더 정확하게 보이게 되었다.
그는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는 바로 전대회 우승자 히로스였다.

“그 녀석들이 우승한다는 보장은 없지.

히로스는 웃고 있었다.
그의 말투가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달빛에 비친 히로스의 안면근육이 그가 웃고 있음을 논리적으로 알려주었다.
그런 고로 그의 말투엔 웃음기가 전혀 섞여 있지 않았다.
하지만 라데온은 그런 히로스의 말에 다정하게 응대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라데온은 웃으며 말했다. 라데온의 말은 히로스와는 반대였다.
말에는 웃음과 부드러움이 넘쳐흐르고 있었으나. 그의 표정에선 그런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504층의 두 사람은 카르마가 보이는 거대한 유리창 아래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면 질리도록 재미없는 속도로 알 수 없는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

개막전.
제43회 헬게이트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는 어쨌든 조지명식의 헤프닝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번 대회의 주요 관심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히로스의 행보였다.
그는 대회 3연속 우승자로서 실력과 인기로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런 히로스가 출전하는 HST 43회 개막전이었으므로 사람들에게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고
그리고 명경기를 기대했고 명경기가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HiRos left the game

“현재 경기 시작된 후 6초!!! 히로스 선수 돌연 GG!!! 선언!”
“히로스 선수 지금 이거 장난하나요?!!”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히로스가 GG를 선언하고 경기를 포기한 것이었다.
대회장인 헬스테이션 메인홀은 갑자기 험악한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 이건!? 히로스 선수 스텝의 말에 따르면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의로 GG를 쳤습니다.
최면 스킬 같은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패배가 맞습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자 경기를 기다리는 건호는 더더욱 불안해졌다.
1경기 히로스를 이긴 볼데카란 상대는 자신이 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경기 후 매스컴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볼데카 선수. 얼마나 뛰어나길래 전 대회 우승자가 그냥 GG를 치나요?”
“저기 기자님 저도 궁금하거든요.”

볼데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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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12 09:21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__)
진리는망내
09/06/12 09:45
수정 아이콘
다음 편도 기대되네요~
ElleNoeR
09/06/12 13:35
수정 아이콘
과연 어떠한 사기스킬들이 소개될지 상당히 궁금하네요~!
그리고 그 사기스킬의 해법은 어떤것들이 존재할지...!!
09/06/12 13:43
수정 아이콘
오오.. 기대됩니다~!!
모쪼록 작가님이 gg치는 일만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불멸의저그
09/06/12 15:12
수정 아이콘
곱추가 정체불명의 반인반마 게이머인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그렇다면 저 16명중에 이미 반인반마 게이머가 있다는 뜻인가요?
어떤 스킬과 어떤 마법이 등장할지 전혀 예측이 안 됩니다. 과연 건호는 어떻게 이겨나갈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헬게이트 스타리그... 드디어 시작인가요? 기대만빵입니다.
토니토니쵸파
09/06/12 18:25
수정 아이콘
베......지밀 토스같은건 안나오겠죠?...ㅡㅡ;;;;;설마....
꼽사리
09/06/12 19:13
수정 아이콘
왠지모르게 그.. 진짜 힘들게 건호가 올라갈꺼같아요. 2패 먼저하고 1승2패에서 뭐어떻게 재경기하고해서진짜힘들게올라갈꺼같은..
LunaticNight
09/06/13 01:24
수정 아이콘
오.. 기대기대..!
그런데 중간에 곱추 게이머는.. 오랜만에 보는 병맛 개그!
아무튼 잘 보고 있습니다~^^
프로토스의꿈
09/06/14 15:27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는공격력무한.테란은 생산1초 저그는 10/1 값 이게 사기스킬이지뭐겟냐..벙커러쉬가면대고
...교환하면 지기지다뿌수면대고
그럼게임끝이다..
The Greatest Hits
09/06/15 00:58
수정 아이콘
내일 시작되는군요...기대되는데요..~~^^
i_terran
09/06/16 12:59
수정 아이콘
LunaticNight님// 진짜 궁금했는데 웃겼나요? 아니면 웃길려고 노력했는데 안웃기는게 보여서 웃긴가요? 자음연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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