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11/18 00:11:33
Name Fig.1
Link #1 www.fig1.kr/history
Subject 마사지 기계의 시초는 바이브레이터?! / 안마기의 역사
처음 제작 의도와 다르게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두통약으로 만들어졌지만 맛있는 음료가 된 코카콜라,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는 비아그라 등등..

이제부터는 새로운 예시가 하나 더 추가될 것 같네요. 잘못한 믿음에 근거해 만들어진 안마기. 오늘 이 글을 보시면 아마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Fig.1 마사지 기계의 시초는 바이브레이터?!
Lf5dTwO.png
[최초의 안마기(?) 펄소콘]

최초의 마사지 기계는 제럴드 마카우라 박사Dr. Gerald Macaura 에 의해 발명된 펄소콘Pulsocon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기계는 크랭크를 돌리면 분당 최대 5,000번의 진동이 발생하는 장치로 1869년 ‘혈액 순환기’로 특허받았죠.

하지만 마카우라 박사의 숨겨진(?) 의도는 빅토리아 시기 억압된 여성의 성적 충동을 풀어주는 장치였습니다. 당시에는 여성의 많은 정신적 문제가 여성의 생식기에서 비롯된다고 규정지으며 히스테리라고 명명했는데요. (히스테리는 그리스어로 자궁을 의미하는 히스테리카에서 유래하기도 했고요) 많은 의사가 히스테리에 대한 치료법으로 생식기 마사지를 추천했죠.

그래서인지 마카우라 박사는 자신의 장치가 수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선전했는데요. 결국 마카우라 박사는 사기죄를 선고받아 1년간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펄소콘은 날개 돋친 듯 팔려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에만 7만 5천 달러를 벌었다고 하죠… 펄소콘의 성공을 보고 비슷한 제품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고 합니다.

1900년대 초반에는 마카우라 박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펄소콘은 실제 체육관에서 근육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마사지 건의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고요.

X1XSxKR.png
[조지 테일러의 골반 마사지기]

비슷한 시기 마사지에 진심인 미국 의사 조지 테일러*George H. Taylor* 가 있었습니다. 그는 재활 운동 치료 연구소도 설립하고, 운동 치료와 관련된 책을 출판하고, 마사지 기계를 만들어내죠. 그가 만든 마사지 기계는 증기로 작동하는 골반 마사지 장치였는데요. 이 장치도 여성의 히스테리를 치료하기 위한 장치였죠.



Fig.2 켈로그, 시리얼만 만든 줄 알았지?
0mEnA9w.png

시리얼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존 하비 켈로그 John Harvey Kellogg 는 ‘마사지의 예술Art of Massage’이라는 책을 집필할 정도로 마사지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수많은 마사지와 관련된 기계를 만들어 내기도 했고요.

켈로그는 약한 전류를 피부에 직접 자극하는 것이 납 중독, 결핵, 비만, 심지어는 시력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는데요. 그 믿음으로 전기 근육 자극기를 발명합니다. 실제로 오늘날에 물리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전극 패드의 시초라고 볼 수 있죠.

1900년 경에는 일종의 안마의자, 진동의자를 발명합니다. 딱딱한 나무 의자 전체를 진동시키는 장치였는데요. 캘로그는 이렇게 사람을 진동시킴으로서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죠. 같은 논리로 전기로 작동하는 마카우라 박사의 펄소콘과 같은 장치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 장치들은 요양원에서 사용되었죠.

5s0pg8U.png

1920년대에는 전기로 작동하는 승마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승마기는 미국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Calvin Coolidge 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하루에 세 번 백악관에 보내졌다고 하죠.



Fig.3 안마의자는 목욕탕에서 해야 제맛



제대로 된(?) 마사지 기계는 1954년에 등장합니다. 공중목욕탕에서 청소용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후지모토 노부오藤本信夫 라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후지모토는 목욕탕 탈의실에서 사람들이 피로를 풀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하며 쓰레기 더미에서 소프트볼, 자전거 체인, 자동차 손잡이 등을 수집해서 최초의 안마의자를 제작했다고 하죠.

첫 제품은 마사지 볼이 주무르는 동작을 반복하고, 의자 측면에 있는 손잡이를 돌리면 마사지 볼이 상하로 움직이는 방식이었습니다. 1975년이 되어서야 볼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핸들이 사라지고 스위치 방식으로 바뀌었고, 1979년에는 볼이 의자 내부로 들어갔죠.

1995년에 출시한 제품에서는 마사지 볼이 아닌 에어백에 공기를 넣었다 뺐다가 하면서 마사지하는 기능이 탄생합니다. 이 제품은 에어 마사지 기능뿐만 아니라 종아리, 허벅지 마사지 기능도 최초로 도입되었는데요. 2004년 출시한 제품에서는 어깨와 발바닥 마사지 기능도 추가되면서 오늘날의 모든 마사지 의자의 표준이 이때 완성되죠.



Fig.4 재활치료 가기 귀찮아 만든 마사지 건
riTPEeO.png
[맥시 프로 안마기]

1974년에는 전문적이고 제대로 된 마사지 기구가 등장합니다. 캐나다의 지압사였던 리만 존슨Lyman Johnson 이 환자에게 쓰기 위해서 만든 비브로토너Vibrotoner 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이 비브로토너는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는 맥시 프로 안마기Maxi Pro Massager 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데요. 현재도 물리치료에서는 많이 쓰이는 기구라고 합니다.

하지만 맥시 프로 안마기와 같은 기구들은 가격도 비싸고, 크고 무거워 혼자 사용하기에는 어려웠죠. 그래서 병원같은 곳에서 쓰기에는 괜찮았지만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bSJt8x8.png
[TheraGuns G1 ⓒtherabody.com]

2007년 제이슨 베르셀란드Jason Werseland 는 대학 시험을 치르러 가던 길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는데요. 이 사고로 디스크와 허리 통증을 겪게 되죠. 재활치료를 위해 매번 병원에 가는 것이 힘들었던 그는 휴대용 안마기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제품화 된 것이 바로 TheraGuns G1이라는 최초의 마사지 건이죠.



Reference.
- Bryony Gilbey. (2021). The evolution of the massage gun. chicagotribune.com URL: [https://www.chicagotribune.com/consumer-reviews/sns-bestreviews-wellness-evolution-of-the-massage-gun-20211019-rcrjqn33o5dgrngmrtil3hlmpi-story.html](https://www.chicagotribune.com/consumer-reviews/sns-bestreviews-wellness-evolution-of-the-massage-gun-20211019-rcrjqn33o5dgrngmrtil3hlmpi-story.html)
- Colton Kruse. (2018). VICTORIAN SELF-CARE: DR. MACAURA’S “BLOOD CIRCULATOR”. ripleys.com URL: [https://www.ripleys.com/weird-news/dr-macauras-blood-circulator/](https://www.ripleys.com/weird-news/dr-macauras-blood-circulator/)
- Greg Daugherty. (2019). Dr. John Kellogg Invented Cereal. Some of His Other Wellness Ideas Were Much Weirder. History.com. URL: [https://www.history.com/news/dr-john-kellogg-cereal-wellness-wacky-sanitarium-treatments](https://www.history.com/news/dr-john-kellogg-cereal-wellness-wacky-sanitarium-treatments)
- Rachel P. Maines. (2006). THE CLINICAL ORGASM A medical history of the vibrator. cabinetmagazine.org. URL : [https://www.cabinetmagazine.org/issues/21/maines.php](https://www.cabinetmagazine.org/issues/21/maines.php)
- Sarah Brooks. (2019). WHAT IS THE HISTORY OF THUMPER MASSAGER? | WHY THUMPER?. thumpermassager.com URL: [https://thumpermassager.com/blogs/blog/what-is-the-history-of-thumper-massager-why-thumper](https://thumpermassager.com/blogs/blog/what-is-the-history-of-thumper-massager-why-thumper)



<테크히스토리 이전글>
[테크히스토리] K(imchi)-냉장고와 아파트의 상관관계 / 냉장고의 역사
[테크히스토리]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무빙워크 셋 중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테크히스토리] 너의 마음을 Unlock / 자물쇠의 역사
[테크히스토리] 80년 동안 바뀌지 않던 기술을 바꾼 다이슨 / 청소기의 역사
[테크히스토리] 애플이 프린터도 만들어? / 프린터의 역사
[테크히스토리] 회오리 오븐 vs 레이더레인지
[테크히스토리] 선풍기와 에어서큘레이터의 차이를 아시나요? / 선풍기의 역사
[테크히스토리] 로지텍 첫 마우스는 진짜 이상한게 생긴 것을 아시나요? / 마우스의 역사
[테크히스토리] 로지텍 첫 마우스는 진짜 이상한게 생긴 것을 아시나요? / 마우스의 역사
[테크 히스토리] 다이슨이 왜 혁신적이냐면요 / 헤어드라이어의 역사
[테크 히스토리] 삐삐가 사라졌다고? 어제도 썼는데?! / 무선호출기역사
[테크 히스토리] 생각보다 더 대단한 윌리스 캐리어 / 에어컨의 역사
[테크 히스토리] 한때 메시와 호날두가 뛰놀던 K-MP3 시장 / MP3의 역사
[테크 히스토리] 전세계 콘센트 하나로 통일 좀 해줘라 / 전기 플러그 역사
[테크 히스토리] 인터넷, 위성으로 하는 거 아닌가요? / 해저 케이블의 역사
[테크 히스토리] 커피 부심이 있는 이탈리아인 아내를 두면 생기는 일 / 캡슐커피의 역사
[테크 히스토리] 기괴한 세탁기의 세계..
[테크 히스토리] 결국 애플이 다 이기는 이어폰의 역사
[테크 히스토리] 황사, 미세먼지, 방사능과의 사투 /공기청정기의 역사
[테크 히스토리] 청갈적축?! 기계식키보드 정리해드립니다 / 기계식 키보드의 역사
[테크 히스토리] 전두환이 만든 K-전기밥솥?! / 전기밥솥의 역사
[테크 히스토리] 22kg → 1kg 다이어트 성공기 / 노트북의 역사


* 오르골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6-25 10:52)
* 관리사유 :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다크드래곤
22/11/18 00:12
수정 아이콘
항상 잼있는 시리즈 감사합니다^^
22/11/18 08:0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다크드래곤
22/11/18 12:39
수정 아이콘
시리즈글 정말 체계적이고 좋은것 같습니다 혹시 이런 시리즈 글들을 따로 어떻게 보관하시나요?? 노션같은 툴로 DB화 시켜 정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22/11/18 14:27
수정 아이콘
노션으로 작성해두고 노션을 홈페이지화 하고 있습니다! 게시글 링크로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다크드래곤
22/11/19 10:16
수정 아이콘
아 그렇군요! 정말 잘해두셨네요 대단하십니다! 홈페이지화는 혹시 괜찮으시다면 어떻게 하신건지 여쭈어볼수 있을까요???
저도 이런형태를 만들어보고싶어서요
22/11/19 10:31
수정 아이콘
우피라고 노션에 도메인 연결해서 홈페이지화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유료서비스이긴 합니다만
노션에서 작성한 걸 블로그나 사이트 또 만들어서 정리하는 게 너무 번거로워서 저는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22/11/18 00:40
수정 아이콘
역시 발명은 귀찮음에서 나오나봅니다
22/11/18 08:06
수정 아이콘
크크 까라면까와 귀찮음이 모든 발명의 동력인 것 같습니다
오렌지 태양 아래
22/11/18 08:28
수정 아이콘
우리가 일본매체(?)에서 접하는 그 텐마가...

사실은 근본에 맞게 사용되고 있었던 것....크크크크
22/11/18 09:15
수정 아이콘
그건 지진 시뮬레이터입니다만?
파프리카
22/11/18 17:13
수정 아이콘
마사지건이 생각보단 역사가 짧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2/11/19 09:4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656 워킹맘의 주저리 주저리... [17] 로즈마리13092 23/01/28 13092
3655 육아가 보람차셨나요? [299] sm5cap13667 23/01/28 13667
3654 라오스 호스텔 알바 해보기 [26] reefer madness14849 23/01/12 14849
3653 나에게도 큰 꿈은 있었다네 – MS의 ARM 윈도우 개발 잔혹사 [20] NSpire CX II13813 23/01/03 13813
3652 첫 회사를 퇴사한 지 5년이 지났다. [20] 시라노 번스타인14195 23/01/04 14195
3651 더 퍼스트 슬램덩크 조금 아쉽게 본 감상 (슬램덩크, H2, 러프 스포유) [31] Daniel Plainview13341 23/01/08 13341
3650 지속불가능한 우리나라 의료비 재원 - 지금부터 시작이다. [145] 여왕의심복13588 23/01/04 13588
3649 Always Learning: 박사과정 5학기 차를 마무리하며 [56] Bread.R.Cake15205 22/12/30 15205
3648 개같은 남편 [63] 마스터충달16229 22/12/24 16229
3647 Ditto 사태. [45] stereo15573 22/12/24 15573
3646 여성향 장르물에서 재벌과 왕족이 늘상 등장하는 이유 [73] Gottfried15418 22/12/23 15418
3645 교육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 몇 개 [23] 토루14399 22/12/23 14399
3644 (pic)2022년 한해를 되짚는 2022 Best Of The Year(BOTY) A to Z 입니다 [42] 요하네14357 22/12/21 14357
3643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위해 [30] 오후2시14433 22/12/21 14433
3642 요양원 이야기2 - “즐기자! 발버둥을 치더라도!” [4] 김승구14219 22/12/15 14219
3641 빠른속도로 변화되어가고 있는 일본의 이민정책 [33] 흠흠흠14634 22/12/14 14634
3640 [풀스포] 사펑: 엣지러너, 친절한 2부짜리 비극 [46] Farce14389 22/12/13 14389
3639 팔굽혀펴기 30개 한달 후기 [43] 잠잘까15954 22/12/13 15954
3638 하루하루가 참 무서운 밤인걸 [20] 원미동사람들12558 22/12/12 12558
3637 사랑했던 너에게 [6] 걷자집앞이야12008 22/12/09 12008
3636 게으른 완벽주의자에서 벗어나기 [14] 나는모른다13150 22/12/08 13150
3635 [일상글] 나홀로 결혼기념일 보낸이야기 [37] Hammuzzi12086 22/12/08 12086
3634 이무진의 신호등을 오케스트라로 만들어 봤습니다. [23] 포졸작곡가13843 22/12/08 1384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