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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8 23:05
짧은 지식밖에 없어 원하시는 답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중국어는 중국-티베트 어족으로 분류됩니다. 언어는 누군가가 만든 게 아니라 마치 생물의 진화와 같이 변화해 왔습니다. 가령 한국어의 방언들을 보면, 지형적으로 고립되어 교류가 어려운 지역에서 발음이 변하거나 어법이 변하는 등 사투리가 발생했던 걸 볼 수 있습니다. 생물의 진화에서 고립이 같은 역할을 하는 것처럼요. 이 현상이 심화되면 같은 어족 안에서 새로운 언어가 나올 것이고(예를 들어 제주어가 있습니다. 다만 제주어가 단순한 지역 방언인지 한국어족 내의 다른 언어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습니다.), 더욱 심화되면 아예 다른 어족으로 분류될 정도로 달라지겠죠. 오늘날이야 통신의 발달로 교류가 잦고(즉 고립이 사라짐.) 이로 인해 소수 언어들이 사어가 되고, 유력 언어들 중에서도 방언이 사라지는 양상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언어의 등장은 요원하겠죠. 그러나 먼 옛날 인류는 넓은 지구에 드문드문 퍼져 살았고 그나마 빙하기를 거치며 상당수의 인구가 줄었으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고립된 부락이나 부족들을 많이 만들었겠고, 언어들이 갈라져 나왔으리라 생각합니다. 전공자 분들이 말씀 잘 해주시겠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는 이 정도.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은 대만을 비롯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 섬들 및 태평양의 군도들, 아프리카 연안의 마다가스카르 섬에까지 분포하는 넓은 어족입니다. 여기서 대만은 현재의 대만 주류인 중국인들이 아닌 대만 원주민들을 말하는데요, 대만을 강조한 건 대만에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하위 어파들이 전부 대만에 있기 때문입니다. 즉, 대만이 원조라는 거예요. 대만에서 퍼져 나간 원주민들이 태평양의 섬들과 마다가스카르 섬까지 거주하고 있다는 거죠. 그 섬들의 언어는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로 분류되는데, 이 어파가 속한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다른 어파들은 대만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섬이란 고립된 조건에서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의 어떤 옛 언어가 각각의 언어들로 짧은 시간 안에 변한 게 재미있죠.
17/01/18 23:32
계통학적으로 한국어는 고립어입니다. 게르만어파, 슬라브어파, 로망스어군 등으로 묶어 설명할 수 있는 언어들과 달리 한국어, 일본어 등은 친척(?)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 유래했다, 발전했다를 알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우리 민족(Ethnic Korean)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특별한 이동 없이 꽤 오랜 시간을 정착 생활해서 고유의 언어가 발전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17/01/18 23:37
저 학부때는 한국어랑 일본어는 계통을 밝힐 수 없다고 배웠습니다. 윗 분이 설명해주신 고립어죠. 다만 알타이제어에 속할 가능성을 아예 버리지는 않고 연구 중이라고...
기본적으로 인도-유러피언 어족 등에 비해 남아있는 자료가 현저하게 적어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졸업한 지가 꽤 됐으니...
17/01/19 04:05
한국어의 계통 연구는 1960년대 정도까지 '학문적으로' 불타올랐었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한국어를 어딘가에 편입시키려는 노력이 있었고, 1930년대 람스테트, 1950년대 이후 그의 제자인 포페로 이어져 한국어 알타이어족설이 인기가 있었습니다(교과서에 나오는 우랄알타이 어족설은 심지어 그 이전의 학설입니다). 한국의 유명한 학자들도 한국어 계통 연구에 뛰어들었고 1960년대까지 붐을 이룹니다.
그런데 1970년대 포페가 한국어의 계통론에 대한 기존의 의견을 수정하였고, 심지어 '알타이 어족'이라는 것이 성립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오고 있으며, 그런 과정에서 계통 연구하던 한국인 학자들도 한국어 알타이 어족설을 수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한국어의 계통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원인이 지적 가능한데,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인구어의 계통을 밝히는 데 사용했던 방법을 알타이 언어들에 대해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당시 계통론을 연구하던 분들도 우회적인 방법으로 연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즘 한국어의 계통에 대해서는 비전공자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누구는 인도에 다녀오더니 인도어와 한국어가 관련이 있다고 하고, 누구는 중국 어디 소수민족과 한국어과 동계라고 합니다. 위에 인도-아리안 이야기를 하셨었는데, 인도아리안 설은 19세기~20세기 초반에도 나왔던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대표적으로 벵갈 어가 있죠. 뭐 수메르 어와 동계어 설도 있고 (...) 미국 쪽 역사언어학계에서는 아직도 한국어-일본어의 계통적 관련성을 찾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박사 논문이 하나 나왔네요. 대략 한국어-일본어-유구어의 공통조어를 설정하고 한국어가 먼저 떨어져나갔고 일본어 유구어가 늦게 분화했다고 봅니다. 뭐 사실 어떤 언어의 사전만 준다면, 현재 연구하는 방식으로는 한국어와 모든 언어의 접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요즘은 계통 연구보다는 지역 연구가 더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여러 언어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어떤 식으로 발달을 했는가..를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역 유형론(areal typology)이라고 하고, 한국어는 환태평양 언어권에 속해 있으며 해당 언어들과 어느 정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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