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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11 20:50
장문의 글을 써 주셨지만 그럼에도 제3자가 보기에 단편적인 일들이다보니 뭔가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긴 한데
써주신 내용만으로 보면 앞으로 안보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일단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말씀하신 친구분이 KOZE님 말씀처럼 살만해지니까 잊어버렸다거나 만만하게 본다거나 하는 것은 (아주 없진 않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아닌 것 같고요, 그냥 두 분이 인간관계에 대해서 가진 기준이 너무 다른 것 같네요. 이런 경우에 친밀하고 돈독한 인간관계가 유지되려면 어느 한 쪽이 양보하고 맞춰줘야하는데 친구분은 맞추기 힘들다고 판단하신 것 같고 글 내용으로 봐서는 KOZE님도 못 맞추실거예요. 맞춰주다가 스트레스 계속 쌓이면 어차피 끊어질 인간관계 더 안좋은 모습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16/07/11 23:48
명확한 근거가 있어서 드렸던 말씀은 일단 아니었고요,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한데 실제로 그런거라면 고민없이 연락 끊는게 좋은 상황이니까 '좋게 생각하면 이럴 것이다' 라는 관점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기본적으로" 라는 표현이 좀 잘못일수도 있겠네요.
그냥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원래 먼저 연락 잘 안하고, 친구와 뭔가 같이 한다는 것에 크게 의미도 두지않고 오히려 때에 따라 귀찮게 여기기도 하고요. 사실 제가 조금 그런 성격이긴 하거든요. 한참 전의 이야기지만 서울에서 우연히 고향 초등학교 동기랑 연락이 돼서 두어번 봤다가 그 쪽에서 너무 연락하고 자주 보자는 이야기를 해와서 (제 입장에서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연락을 끊었던 적이 있기도 합니다. 당시에도 그 친구는 저한테 매우 섭섭했을수도 있겠죠. 처음 오랜만에 만났을 땐 매우 반갑게 만났다가 얼마 지나지않아서 귀찮아하는 것 처럼 보였을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경우에는 원래 지속적으로 친하게 지내기가 어려워요. 이성적인 감정(죄송합니다 동성애에 대해서 이런 관점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할지 잘 몰라서 그냥 이렇게 썼습니다)이 이유일 가능성도 배제할 상황은 아닐수도 있지만 굳이 그러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두 분이 잘 안맞아요. 처음 친해지는 단계와 친해졌다고 생각한 이후의 단계가 항상 같을 수는 없는 법인데 KOZE님 처럼 친밀도를 수치로 나타냈을 때 처음에 5정도로 친해져서 친해지고나면 9-10까지 친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초기에 인간관계를 맺을 때 3-4 정도로 시작해서 친해지고난 다음엔 1-2 정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겁니다. "만나면" 친하게 지내는 것과 친하니까 "만나는"것은 생각보다 차이가 커요. 이게 그 친구분이 친해도 딱히 자주만나거나 하는걸 선호하지 않는 타입일수도 있고 그냥 KOZE님을 적당히 친한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문제로 지적받은적이 있다는 것으로 봐서 전자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뭐 요약해서 말하자면 제가 좀 저런 성격이라서 그런데 만약 저와 비슷한 유형의 성격이라면 딱히 살만해져서 잊었다거나 만만하게 보는건 아닐 가능성이 높아서 드린 말씀입니다. 실제로 그런거라면 아마 지금 딱 그 분이 위치한 포지션대로 따로 자주 연락해서 만나는 일 없고, 수업을 같이 듣거나 해서 같이 보게 되는 경우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그 정도로 지내면 큰 문제없이 지내실 수 있을텐데 아마 그건 KOZE님께서 스트레스 받으셔서 힘드실 것 같네요.
16/07/11 21:23
형 입장에서는, 글쓴이에게 잘해주면 오해할까봐 좀 피하려는 건 아닐까요? 예컨대 제가 이성후배를 대한다면, 친하더라도 집에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다거나 1대1로 만날 일은 굳이 만들지 않을겁니다. 동성애자 후배는 없지만(제게 커밍아웃한) 같은 이유로 그렇게 될 것 같은데요.
16/07/11 21:47
커밍아웃 때문일 이유가 80% 이상은 되어 보입니다. 친절이 부담스러웠다면서요? 저 말 보면 매우 높은 확률로 그렇게 봐도 될 거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아직 동성애에 관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외국 생활한다고 해도 석사유학이면 이미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된 상태니까요. 정말 잘 알고 잘 통하는 절친이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인간관계 끊기는 게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저 정도 관계에서 커밍아웃은 그냥 그 자체가 절교선언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런지. 님이 잘못했다는 건 아닙니다만 그냥 사회가 그런 걸 어쩌겠어요.
16/07/11 22:13
글만 보고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만, 글쓴 분은 형이란 분한테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있(었)나 보군요.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다던지, 먹을 걸 선물로 준다던지, 고맙단 말을 듣고 싶었다던지... 이런 건 보통 좋아하는 이성 간에 할 법한 행동인 것 같은데... 뭐, 그렇지 않더라도 글쓴 분의 행동은 평범한 이성애자가 동성으로부터 받기엔 부담스런 행동인 건 맞는 거 같습니다. 아마 그래서 피하려고 했던 것 아닐까요?
16/07/11 22:25
저도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기대하는 보답을 받지 못하자 짜증내는 걸로 보이네요. 솔직히 저 형이 크게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됩니다.
16/07/11 22:37
근데 막상 대화를 나누면 코드가 맞아서요. 형이 기분 좋으면 오늘 있었던 일, 전에 있었던 일,
사소한 일까지 저한태 말하는 스타일이예요. 저한태 그러더군요. 우리는 만나서 얘기하면 하루종일 얘기할 사람들이라고. 그러더가도 반대로 피하기도 하고, 솔직히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를때가 있어요.
16/07/11 23:03
흠... 제가 보기에 형은 다른 이성애자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대화 코드는 이성 간에도 충분히 맞을 수 있어요. 저도 친구랑 하루종일 이 얘기 저 얘기 하며 놀 수 있는데요 뭐. 근데 할 말 다 했으니 그만 대화하자거나, 할 얘기 있었으면 페북 메신저로 하면 되지 않냐느니 하는 소리는... 제 기준으로는 별로 서운할 것도 없는 얘깁니다. 그냥 형은 글쓴분과 명확한 선을 긋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16/07/11 23:37
명확한 선이라. 저도 그게 그 분의 의도라는 것을 알겠고, 존중해서 선을 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선을 넘어서 불쾌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구요. 근데 제가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명확하지 않네요. 지금은 화해한 상태이지만 예전처럼 잘 지낼수 있을지도 의문이구요.
16/07/11 22:52
제 기준에서는 오히려 KOZE 님이 더 피곤합니다.
본인이 필요하고, 좋다고 생각해서 먼저 연락하면서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건 피곤하고 숨막혀요.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의 사람이면 사람들을 막 먼저 연락해서 주도적으로 만나려고 안할 수도 있구요. 돈 문제 같은 경우에 친한 형 동생 사이에서 천원 가지고 막 돈 뽑아서 건네주고 이런거, 저 같은 경우에는 불편합니다. 밥 한끼 하나하나 기억하는 성격의 사람 개인적으로 너무 정 없어 보여서 싫거든요. 본인도 스스로가 계산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처럼, 저 처럼 친한 사람들에게는 손해를 감수하고 살아도 괜찮다라는 마인드의 사람과는 그냥 맞지 않는 겁니다.
16/07/11 23:33
돈 문제가지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다음에 줘도 된다는 얘기를 굳이 얼굴찌푸리면서 했었을까요?
그러면 굳이 제가 ATM기 까지 가서 돈 찾지않아도 됬었는데 말이죠. 솔직히 다음에 같이 밥먹을 기회가 있었을때 제가 밥을 사도 되는 문제인데 말이죠.
16/07/12 00:22
대화부분만 이야기 하자면 애초에 남자끼리 어지간히 주제가 맞는 상황이 아니면 길게 이야기 안하지 않나요? 저도 친구랑 게임 이야기 할때 하소연 들어줄 때 이외에는 절대 길게 이야기 안합니다. 본인이 더 이야기 하고 싶다 라는 요구에 동성의 남자가 특별한 이유없이 따라갈 턱이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환경상 자주 마주치고 성격적으로도 안 맞는것 같은데 길게 이야기가 될 턱이 없죠. 그리고 고마움을 잊어서 문제가 아니라 더 서로 알아가니깐 멀어진 케이스라고 봅니다.
16/07/12 01:12
근데 이게 사람마다 좀 달라요.
순수한? 여성을 0, 순수한? 남성을 100 이라고 했을때, 사람마다 그 값이 이 사이에서 꽤 다양하게 가지는것 같더라구요. 저랑 제 친구중의 한명도, 여자를 세상에서 제일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그와 별개로 여성성을 가지고 있는면이 많더라구요. 만나서 하루종일 놀면 그 중에 절반이 수다떠는 시간이고, 전화같은 경우에도 기본이 1~2시간씩하고 그러거든요. KOZE님께서 느낀것처럼 그런 감정적인것들에 삐지거나? 마음상할때도 굉장히많구요. 기타 그외에도 말이죠.
16/07/12 00:59
음...이런 고민에 대해서
털어놓기엔 피지알도 나쁘지 않긴한데, 뜬금없지만 여초 아닌 여초? 사이트에 글을 남겨보는것도 글쓴분께 많은 도움과 또 공감,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16/07/12 07:31
글만 읽어보면 그 형님분은 그냥 대한민국 평범에 수렴하는 남자 같고 글쓴이 분은 약간 애정 결핍에 본인이 느끼는 감정의 무게만큼 뭔가 피드백이 없으면 크게 상처 받는 타입인 것 같네요. 받은만큼 돌려 받기를 원하기 시작하는 순간 관계는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연애 관계도 아니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친구관계에서는 파국의 원인이죠.
16/07/12 08:23
그분이 여자친구도 아니고 뭐 이렇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판단하려하는지 모르겠네요.
기대하는게 많으니까 아쉬운거 아닌가요? 내가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고 그랬는데 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럴수가 있어! 우리 헤어져!도 아니고 좀 필요이상인 느낌도 있어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 글읽으면서 제 일도 아닌데 숨이 턱턱막히더군요. 그리고 왜 이렇게 숨이 턱턱 막히나 생각해봤는데 사소한거 하나하나 의미부여하던 전 여자친구기억이 나서더군요. 안보고 사는게 좋을 건 오히려 상대방분이 아닐까 싶을정도에요.
16/07/12 12:30
친구와 썸타는 연애대상을 대하는 방식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친구와는 어? 시간안되? 그럼 다른애랑 놀지 이런 애티튜드가 기본 장착일텐데요. 아, 사회에서 성인일때 만나는 친구 얘기입니다. 게다가 등사자라면 성정체성까지 밝혔으니 아무리 쿨하더라도 상대방이 자신과의 관계에서 감정선을 타는지를 의식 안할 수가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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