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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8 06:15
징후가 없는게 아니라 못알아 차렸다고 생각합니다. 징후라는게 정해져있지 않고, 그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르기 때문이져. 님이 못보는 곳에서 징후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주변 사람들에게는 평소처럼 보였지만 인터넷 게시판에서 익명으로 우울한 글을 잔뜩 썼을지 알길이 없져. 밝고 의욕넘쳐보였다고 하는데 그게 그 사람의 사회 생활 관성이었을수도 있고, 혹은 그게 본모습이 아닌 연기였을 수도 있지요. 태도와 마음은 얼마든지 별개로 갈 수 있거든여. 대게는 일상 생활 하다 가는 경우가 많아요.
21/03/18 06:25
저도 1년 넘게 우울증으로 병원 다니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주변 사람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알리고 싶지 않아서 더 밝게, 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뒤에선 그로 인한 괴리감에 더 힘들고 그랬습니다.
21/03/18 06:28
우울하다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없지 않을까요? 사회생활에서 그런 감정적 파탄을 드러내놓는 것이 어떤 불이익이 될지 감당할 수 없으니까요. 우울감이나 탈출에 대한 갈증에 대해 아무리 가까운 친구나 혈육이라고 하더라도 온전히 받아드려지기 힘들고 실제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하고 오히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니 꾹 눌러 참는 경우도 많을거에요. 그런 생각을 드러내는건 가까운 주변 사람들 중 극소수 정도에게만이지 싶네요.
21/03/18 07:06
조울증의 경우 조증 삽화일 때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작, 의욕, 그리고 활달함과 인간적 매력이 병증의 한 표면일 수도 있어요. 그 의욕과 우울감에 대한 두려움이 결합되어 죽음까지 추진력있게 이어진다는게 제 주변의 경험.. 입니다. 안타깝지만 좋아하고 아껴주셨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합니다. 최근 몇 달만 알고 지내신거라면 상태 안 좋은 모습을 볼 기회가 없으셨거나 징후를 읽기 어려웠을 수도 있고 또 조울증 환자들이 울증인 상태에서는 대외활동을 스스로 줄여버리곤 하기 때문에 포착하기 쉽지 않아요. 저는 정신의학 전문가가 아니기때문에 그냥 그런 경우도 있다는구나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1/03/18 07:56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장소가 어딘가요?
아마도 그 장소에서 장후가 여러번 나올텐데, 그 장소 가까이에 있던 지인이 아니면 알기 어렵죠. 징후가 없다기보다 징후를 못본게 아닐까싶습니다. 아무 곳에서나 행동하기보다는 '여기다. 여기가 내 죽을 장소다' 하고 장소를 정하고 어떻게 죽을지 시뮬레이션 돌리는데, 그때가 징후가 잘 드러나는 때 같아요. 자꾸 그 장소에서 뭔가를 열심히 살펴본다던지, 각오를 다지는 듯한 모습... 뭔가 곧 사라질 것처럼 남겨질 사람들에게 미안해하거나 한풀이하는 모습. 만약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장소가 집안 욕실 같은 곳이라면, 가족과 함께 있는 사간에 자주 지인들과 어울리려고 외출한다면 가족도 알기 어렵겠죠.
21/03/18 08:57
아직 알게된 몇달 안되셨다면,
최근에 겪으신게 오히려 징후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징후라는게 평소와 다른 모습이라 생각하는데, 평소와 달라진 상태에서 인연을 맺었다면 본인 입장에선 그게 평범한거지만 그게 이미 징후였을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네요.
21/03/18 09:00
가족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일입니다..
가족이외에 가장 친하다 생각하는 코흘리개때부터 가족처럼 지내던 사람의 징후도 알아차리기 힘들더이다. 자책하실 필요 없습니다.
21/03/18 09:51
하하호호 술 마시고 헤이진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살한 친구가 있습니다
모두 그 날을 후회하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 했기에 할수있는게 없었죠
21/03/18 10:07
예전에 미드 하우스에서 출연중이던 배우 칼펜이 백악관에 들어가면서 극중 자살로 처리...한 경우가 있었죠. 그러면서 자막으로 징후없는 자살이 꽤 있다라는 식으로 처리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예 없는 경우는 아닐겁니다.
21/03/18 10:46
자살자들의 유서를 모아놓은 걸 읽은 적이 있었는데
자살에 도달하는 이유에 대해 굉장히 합리적인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더 나은 길이 없다고 납득했으니 굳이 남에게 티낼 필요도 없는 거 아닐까요?
21/03/18 11:03
징후를 보였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이 Unicorn님이 아니었을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자살시도자의 절대다수가 그 징후를 보이긴 하지만, 그걸 지인들 다 한데 불러놓고 보이는 것도 아니고, 지인들 모두에게 내보이는 것도 아니고요. 더군다나 긴밀한 관계가 아니었다면 내보였을 확률이 낮을 수 있고, 내보였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죽음에 대한 표현, 안부인사)이 아닌 간접적 징후라면 알아차리기 힘들었을 거고요. 계기에 대해서는 정말로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자살징후 관련해서 글 하나 링크합니다.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1905
21/03/18 17:22
회복기에 오히려 자살하는 우울증 걸린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심할때는 자살할 힘도 없어서 살아있다가 자살할 힘이 생겨서... 문턱까지는 가 봐서 뭔지는 알 거 같더군요.
21/03/18 21:17
답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처음 영정서진의 익숙한 얼굴에 멍하고.. 아들이 폐를 끼쳐 죄송하다는 아버님의 손을 잡고 또 한번 멍해졌네요. 그만 저도 정신 추스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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