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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1 19:53
고기 색깔로 온도를 판단하는 건 정확하지 않은 방법이긴 합니다만, 사진으로 볼 때 고기 내부의 최종적인 온도가 56도(미디움 레어)를 넘어서 미디움 정도(약 60도)로 오른 것 같습니다. 60도부터는 육즙 손실이 매우 크게 늘어나는 온도이므로 고기의 퍽퍽함이 잘 느껴지게 됩니다.
꽃등심은 마블링이 채끝에 비해 훨씬 좋아서 지방의 맛이 퍽퍽함을 커버하며, 아랫등심은 두툼한 새우살이 부드러운 촉감을 자랑합니다만, 등심의 알(정심) 부분이 단일 근육을 이룬 채끝은 조리가 간편하고 두툼하게 썰어 육즙을 즐기기엔 좋으나 등심에 비해 퍽퍽함이 더 쉽게 느껴지는 부위입니다. 따라서 채끝은 등심보다 살짝 덜 구워야 합니다. 지금까지 살짝 오버쿡된 등심을 드시고 계셨지만 아마도 강한 마블링 덕에 그걸 느끼지 못했던 경우일 겁니다. 고등급 한우 등심은 오히려 미디움 수준까지 익혀서 지방을 더 적극적으로 녹여주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어서 약간의 오버쿡이 문제가 될 일은 아닙니다만, 채끝에서는 지방 맛이 퍽퍽함을 잡아주지 못해 퍽퍽하다 느끼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확한 번역어를 모르겠습니다만, 오버쿡의 원인은 Carryover cooking이라 부르는 현상 탓일겁니다. 불에서 내린 이후에도 고기가 추가로 더 익는 현상을 말하는데, 고기가 두꺼울수록 그 현상이 더 잘 일어납니다. 팬에 닿아있는 표면은 매우 뜨겁지만, 그 안쪽으로는 열이 고기를 통해 전달될 수밖에 없지요. 결과적으로 고온에서 조리를 하면 외부에서 내부로 온도 그라데이션이 생겨납니다. 따라서 팬에서 내리더라도 상대적으로 뜨거운 바깥쪽에서 상대적으로 찬 안쪽으로 열이 퍼져나가게 됩니다. 쉽게 말해 바깥쪽의 뜨거운 고기가 안쪽의 고기를 익히는 겁니다. 당연히 두꺼울수록 쌓여 있는 열이 많을 것이고, 레스팅 중에 고기 안쪽으로 향하는 열의 양도 많아지겠죠. 따라서 두꺼운 고기를 구울 때는 최종 목표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팬에서 내린 뒤 레스팅을 진행해야 합니다. 호일로 싸놓느냐, 낮은 온도의 오븐에 넣느냐, 접시에 올려놓느냐 등의 레스팅 방법에 따라 불에서 내리는 온도를 조절하셔야 합니다. 우선 중심부 온도가 약 50도일 때 불에서 내리고, 그 뒤에도 계속 온도계를 고기 중심에 꽂아놓은 채로 지켜보세요. 팬에서 내릴 때가 아닌, 팬에서 내린 뒤 레스팅 중 온도계가 피크를 찍을 때의 온도가 56도여야 원하시는 미디움 레어 스테이크가 됩니다. 다만 다른 분들도 지적하셨듯, 온도가 낮아지면 지방의 고소함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채끝이라면 아예 등급을 살짝 낮춰서 기름보다는 육즙에 집중하시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아예 등급을 미친듯이 올려서 기름 맛으로 즐겨도 되긴 하는데 이건 많이 비싸서요...
21/03/02 15:54
뭔가 한마디 드리고 싶었는데 보니까 저보다 고수신데요?!
애초에 채끝이 좀 퍽퍽한 식감이 날수밖에 없는거 같은데요. 저도 비슷한 고민했는데 걍 겉면 시어링 후 레스팅 한다음에 (미디움레어 상태) 커팅후 양 단면에 펄펄 끓는 버터를 끼얹어주고 먹는게 젤 괜찮더라고요. 이때 버터 끼얹어 느끼하니 소스는 매콤한 당근퓨레로 하는게 젤 가족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채끝등심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위라 어쩔수 없는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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