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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03 17:50:58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썩씨딩 유 파더!!!



어제 "이제까지 지구상에 나타났던 공룡들 가운데 가장 큰 놈"으로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공룡"이란 뜻의 드레드노투스(Dreadnoughtus)를 말씀 드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드레드노투스가 공룡왕국을 철권통치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알아봤더니 의외로 허약한 왕권 때문에 끊임없이 왕국을 전복시키려는 쿠데타 세력에게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쿠데타 세력의 배후에는 개인 욕심으로 가득한 고생물학자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절대 권력을 놓고 벌어지는 공룡왕국의 암투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요?


아르헨티노사우루스 (Argentinosaurus)


현재 드레드노투스의 권력에 도전하고 있는 쿠데타 세력은 두 곳입니다. 우선 첫 번째 반란군 수괴(?)는 바로 아르헨티노사우루스(Argentinosaurus)...말 그대로 "아르헨티나의 도마뱀"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룡이지요. 사실 이 공룡의 발견은 의외로 시간을 많이 거슬러 올라가서 시계를 1987년으로 맞춰야 한다고 합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한 농부가 이 공룡의 대퇴골을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그냥 아주 오래된 큰 나무토막인줄 알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보니 공룡의 뼈였던 것이지요. 그 뒤로도 이 공룡의 척추뼈 일부가 발견이 되었습니다.

발견된 뼈들로 추정해 본 결과 이 공룡은 무려 몸길이가 37미터 정도에 몸무게는 75톤에서 100톤 정도가 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드레드노투스가 몸길이 약 26미터, 몸무게 약 60톤 이었던 것에 비하면 아르헨티노사우루스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공룡이 되는 셈이니 이 추정이 정확하다면 자연히 "이제까지 지구상에 나타났던 공룡들 가운데 가장 큰 공룡"의 타이틀은 드레드노투스로부터 아르헨티노사우루스에게로 이양이 되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푸에르타사우루스 (Puertasaurus)



하지만 절대 권력을 갈망하는 공룡은 아르헨티노사우루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세력이 들고 일어나 권력을 쟁탈하겠다고 나섰으니 이 무슨 로마시대 삼두정치도 아니고 말입니다. 자신이야말로 정말로 최고의 거대공룡이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놈은 발견한 사람들의 이름을 따서 "푸에르타사우루스(Puertasaurus)"라고 불립니다. 이 공룡의 화석은 목뼈, 척추뼈, 그리고 꼬리뼈 일부가 발견이 된 상태인데 척추뼈의 크기로 봤을 때 몸길이는 35미터에서 40미터 사이, 몸무게는 80에서 100톤 사이로 추정이 된다고 합니다. 추정치로만 본다면 드레드노투스는 간단히 제치고 위에서 언급한 아르헨티노사우루스와 자웅을 겨룰만한 사이즈인 것입니다.


푸에르타사우루스 지지세력 쪽에서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삐라(!?)...자신이 가장 크고 그 다음으로 아르헨티노사우루스...현 집권세력인 드레드노투스는 3위에 배치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서 유념해야 할 사실은 드레드노투스는 드물게 거대 공룡 치고는 비교적 완전한 형태의 골격이 발굴이 되어 있는 상태 (약 70% 정도)인데 반해서 아르헨티노사우루스나 푸에르타사우루스의 경우는 발견된 뼈들이 골격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어서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화석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드레드노투스의 경우 완전한 성체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데 이 아르헨티노사우루스나 푸에르타사우루스의 경우 드레드노투스와 전혀 다른 종이 아니라 성체 드레드노투스일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룡의 화석과 관련해서는 처음에는 전혀 다른 종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봤더니 같은 종의 성체였거나 그보다 어린 개체로 드러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왔다고 하니까요.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공룡왕국이 하루도 편할 날 없이 매일 쿠데타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불안한 정세를 보이게 되는 것에는 이들을 뒤에서 배후조종(?)하고 있는 일부 "고생물학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고생물학자들이 빈약한 화석 몇 조각을 바탕으로 해서 본인들이 발견한 공룡이 바로 세계에서 제일 커다란 공룡이라고 하나같이 주장을 해대는 바람에 공룡왕국이 이렇게 바람 잘 날 없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A가 이미 발견한 것을 재차 발견한 B"가 되기보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발견한 B"로 남고 싶어 하는 심리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전체 골격의 겨우 일부분일 뿐이지만 자신이 발굴한 것을 가지고 "내가 발굴한 공룡이 제일 크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원래 고생물학 분야가 전체 골격이 완전하게 발굴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서 더 파본다고 앞으로 뭔가 더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잠자코 있자니 존재감은 없어지고 학계에 이름이 남지도 않을 것 같고 그러다 보니 그마나 손에 든 것을 가지고 무리해서라도 센세이셔널 한 주장을 하게 되곤 한다는 것이지요...

과연 드레드노투스는 공룡왕국 최대의 거대공룡이라는 타이틀 지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쿠데타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아르헨티노사우루스나 푸에르타사우루스가 새로운 권력의 주인으로 부상하게 될 까요?...

오늘도 공룡왕국에는 등골 서늘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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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4/11/03 17:56
수정 아이콘
오늘도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이치죠 호타루
14/11/03 17:57
수정 아이콘
그야말로 군인 황제... 아니, 공룡 황제 시대로군요.
Rorschach
14/11/03 17:59
수정 아이콘
공룡에 대한 학설들은 뭔가 빠르게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변화가 나오고 해서 가끔씩 찾아보면 재밌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크크
이미 공룡 세계는 내가 어릴 때 알고 있던 그 세계가 아니고...

그나저나 함께 올리신 영상은 진짜 블리자드 게임의 역사에서 전설의 레전드라고 불릴만한 시네마틱인 듯.
영상, 분위기, 스토리, 대사에 번역 대사까지 완벽해요 크크
(일리단vs아서스를 인게임으로 처리한 블리자드놈들 잊지않겠다...)
당근매니아
14/11/03 18:14
수정 아이콘
일전에 듣기론 공룡 전문으로 하는 고생물학자 수가 전세계에서 세자리수가 안되는 걸로 기억하는데 맞는 기억인지 모르겠네요.
닉네임을바꾸다
14/11/03 18:49
수정 아이콘
저 공룡을 튀겨먹으면 치킨맛날까요?
14/11/03 18:58
수정 아이콘
이렇게 큰놈들은 일반적인 뼈가 아니라 아다만티움 정도는 써줘야 버틸 수 있을꺼 같은데. 후덜덜하네요
모른다는것을안다
14/11/03 19:25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과학을 다루는 인간을 통해 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은 언제나 흥미롭네요..
그건 그렇고 목 길이가 저만치 길면 금방 멸종할것 같은데 신기하네요..
페일에일
14/11/03 19:3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아직 배후조종 갑중갑은 리오플레우로돈 페룩스인듯하네요.
BBC의 하드캐리와 더불어 ㅡㅡ
14/11/03 19:37
수정 아이콘
공룡이야기 완전 재미있어요 자주써주세요.
14/11/03 19:39
수정 아이콘
젤 부피가 큰 놈은 브론토사우루스, 젤 키가 크고 무거운(?) 놈은 브라키오사우루스, 젤 긴놈은 디플로도쿠스라고 심플하게 정리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 먼가 새로운 것들이 막 등장하는 것 같더군요.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었다면 울트라사우르스라고 명명된 것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얘는 사장되었나 보네요?
14/11/03 20:31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대략 30년쯤 전이겠네요.) 우연히 과학전집을 읽게 되었는데, 공룡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공룡을 좋아해서 닉네임도 공룡을 쓰게 되었죠.
당시에 가장 유명한 공룡은 육식공룡의 제왕 티라노사우르스, 하늘의 제왕 테라노돈, 스테고사우르스, 트리케라톱스, 브론토사우르스 등이었습니다. 후에 이들 중 네 마리의 공룡이 주인공인 만화영화도 나왔었죠.
책에 나온 가장 긴 공룡은 디플로도쿠스, 그리고 가장 육중한 공룡은 브라키오사우르스였습니다.
꽤 오랫동안 이들이 가장 크고 무거운 공룡들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더군요.

세이스모사우르스(Seismosaurus)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신문 아니면 티비에서였는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군요.), 몸길이가 50미터가 넘고 몸무게가 백 톤이 넘는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죠. 그러나 점차 크기와 무게가 줄어들었고, 결국에는 디플로도쿠스의 한 종이라는 결론이 나와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는 윗 글에 있는 공룡들처럼 초기 복원 시에 일부 골격만으로 추정을 했던 이유인데, 좀 미심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학자들이 그렇게 성급한 결론을 내는 것이 이상했죠. 본문에도 말씀하셨듯이 그런 경쟁심리에 더하여 어쩌면 연구비가 더 필요해서 좀 더 크고 새로운 종이라는 약간의 거짓말을 섞어넣는 것은 아닐까 하네요. ^^

흥미진진한 공룡 소식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
王天君
14/11/03 20:33
수정 아이콘
저격글인데 신고 안하세요?
14/11/03 20:39
수정 아이콘
잊혀진 종족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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