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입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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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마수에서 빠져나온 나는 곧장 주찬이에게 연락했다.
- 어디야?
-- 학교. 정문으로 와.
일곱시에 다다른 시간에 주변은 벌써 어둑해지고 있었다. 낮에는 조금 한산했던 학교가 밤이 되자, 조금씩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외로운 남자, 외로운 여자. 즐거운 친구들, 멋진 선배 후배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길거리에 찼다.
“우리 학교는 아무래도 미래가 없어.”
나는 정문 앞에서 주찬이를 보자마자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녀석은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왜?”
“낮에 왔을 때는 그렇게 조용하던 학교가 밤이 되니까 붐비잖아. 이거 다 술 마시고 놀려고 나온 사람들이잖아.”
나는 끝까지 참으려던 웃음을 끝내 참지 못하고, 마지막에 피식 웃어버렸다.
“풉. 하긴 우리 학교 미래가 어둡지. 현우 너만 봐도.”
뭐?
“야 그게 무슨 뜻이야?”
“늦었다. 빨리 가자.”
나의 물음에 주찬이는 쓱 손목시계를 보더니 웃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젠장, 당했다.
“치사한 놈. 야! 같이 가!”
나는 금세 멀어진 주찬이에게 소리치며, 녀석을 뒤따랐다.
우리는 학교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주신’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아 여기 안주는 맛이 별론데. 아마 과 회장도 여기 안주가 맛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인원이 많은 과 특성상 넓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안주는 맛없지만 큰 술집인 이곳으로 술자리를 정한 게 틀림없다.
에이 좀 멀리 가더라도 안주 맛있는 데로 가야 돈이라도 안 아까운데.
“담배 한 대만 피고가자.”
“어.”
탁탁 라이터 켜는 소리가 몇 번 나더니 스멀스멀 연기가 퍼져나갔다. 근데 주찬이 녀석은 인정하기 싫지만 담배 피는 그림이 꽤 멋지단 말이야? 역시 흡연의 완성도 얼굴인건가.
“너도 필래?”
“됐어. 난 끊었잖아.”
“아 그랬나?”
그러니까 전 여자 친구를 만났을 때 끊었다. 내심 동기만 있다면 끊고 싶었던 담배를, 전 여자 친구가 끊으라고 성화를 내는 덕분에 내친김에 끊었지.
“미친놈. 독한 놈이네 이거. 우리 아버지 말씀이 담배 끊고, 다이어트 성공하는 애들은 상종을 말라던데.”
“왜?”
“진짜 독한 놈들이라고. 그런 애들이 한 번 잘못 엇나가면 답이 없다더라.”
주찬이는 씩 웃으며, 미처 반도 다 태우지 못한 장초를 탁탁 털어 근처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다.
“골인이네. 가자.”
뚜벅뚜벅 주찬이를 뒤따라 건물 3층에 위치한 술집으로 올라간다. 술자리 판이 벌써 벌려졌는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계단에서부터 났다. 하긴 원래는 여섯시 시작이라 했는데, 일곱 시쯤 왔으니 나름 지각인 셈이다. 뭐 일부러 늦게 온 거지만.
문을 열고 술집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조명과 알싸한 냄새가 우릴 먼저 반겼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눈치 빠른 회장 녀석이 이쪽을 보더니, 반가운 표정으로 바뀌어서 달려온다.
“형님들 오셨어요?”
“어 그래, 성환이 고생 많다. 우리 그냥 대충 우리끼리 앉아서 먹을게. 니들끼리 재밌게 놀아.”
주찬이가 회장 녀석의 어깨를 몇 번 토닥이며 말했다.
“에이, 형님 뭐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세요. 같이 앉아서 드세요.”
녀석이 넉살 좋게 주찬이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가 불편해서 그래. 우리가. 그치?”
“그럼. 우리 이 나이 먹고 괜히 오해받기 싫다. 늙은 선배들이 와서 수작 부렸어요. 이런 소문이라도 나면 어떡해?”
나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 녀석이 내 말이 장난임을 눈치 챘는지 미소짓는다.
“예. 그럼 앉아서 드시다가 편하실 때 오세요.”
“오냐.”
회장 녀석과의 대화는 그것을 끝으로 나와 주찬이는 대충 구석 진 곳에 빈 테이블을 찾아 앉았다.
“그래도 좋긴 좋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돌아보니, 역시 참 좋다. 이런 익숙한 분위기, 즐거운 느낌. 어쩌면 그리워질지도.
“그르게. 다시 느끼지만 시간 진짜 빨라.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주찬이는 신입생이 가득한 테이블을 가리켰다. 신입생들은 저마다 즐거운 표정으로 신나게 떠들며, 선배들이 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 있었다. 참 좋을 때지.
“궁상맞게 이런 감상은 치우고 술이나 마시자.”
나는 메뉴판을 탁 펼치며, 주찬이에게 들이밀었다.
“음 나는 계란말이로.”
“계란말이 좋지.”
띵동.
테이블 버튼을 누르자마자, 알바생 한 명이 다가왔다.
“여기 치즈계란말이 하나랑, 소주 한 병주세요.”
“네.”
“야! 왜 치즈 계란말이야. 나는 그냥 계란말이 말한 건데? 너 내가 치즈 싫어하는 거 알잖아.”
내가 멋대로 주문을 살짝 바꿔버리자 주찬이가 살짝 욱했는지 소리쳤다.
“나는 좋아하잖아. 어차피 이제 1년 동안 못 볼 텐데. 너랑 치즈계란말이 먹는 게 소원이다. 좀 들어주라.”
항상 녀석과의 술자리마다 벌어지는 안주쟁탈전. 허무하게도 오늘은 나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것 같다. 내 말에 주찬이는 표정이 탁 풀어져서, 하고 싶은 데로 하란 듯이 손을 휙휙 저었다.
왠지 너무 쉽게 승리한 기분이라 찝찝하다. 아직은 실감이 나질 않지만, 주찬이가 확실히 1년 동안 멀리 어딜 가긴가나 보구나.
하지만, 그런 찝찝함은 아주 잠깐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치즈계란말이가 나오고, 그 고소한 냄새를 맡는 순간 ‘역시 계란말이는 치즈계란말이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짠!”
서로의 잔을 채우고, 건배한다.
“캬!”
달다. 역시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먹는 소주는 꿀맛이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탁 내려친다.
“선배!”
컥. 사레가 들려버렸다.
“컥컥.”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한참 찾았어요. 그리고 음? 사람이 쫌 왔으면 왔다고 말이라도 하던가.”
연주는 사레 걸린 덕에 기침을 콜록거리는 나를 사정없이 흔들어 댄다.
“자, 잠.. 콜록. 콜록.”
그만 흔들어.
“후배님? 잠깐 그러다 애 죽어.”
주찬이는 그 광경을 한참 웃으며 구경하고 나서야 연주를 말렸다.
“아. 주찬 선배 안녕하세요! 아 선배 미안해요.”
연주는 그제야 손을 멈췄다.
“앉을래?”
“네.”
나는 전혀 동석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지만, 주찬이의 오지랖 덕에 연주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았다. 설마 기뻐야할 술자리에서 과제 얘기 같은 건 꺼내지 않겠지.
“아 맞다! 선배 근데 과제는 했어요?”
어떻게 이런 예상을 빗나가는 법이 없을까. 하지만, 다행히 어제 다했다. 대충이지만.
“응.”
“그래요?”
연주는 의심스러운지 도끼눈을 뜨며, 내게 얼굴을 바싹 들이댔다. 근데 너무 가깝다. 연주는, 내가 조금만 더 다가가면 서로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다가와 있었다. 향긋한 냄새와 술냄새가 동시에 풍겨왔다.
“너 취했구나.”
얼굴도 발그레한데?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알딸딸한 걸까. 얘는.
연주는 내 말에 얼굴을 쓱 빼더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안 취했는데요?”
취했네. 취했어.
“아무튼 왔으면 좀 나한테 인사라도 좀 하지 그랬어요.”
“미안.”
이럴 땐 역시 사과부터 하는 게 최고다. 소희로부터 오랜 시간 단련되어온 나다. 연주 정도는...
“미안하면 다에요? 미안하면, 아이스크림 사줘요 이따가.”
아, 깜빡했다. 연주는 소희랑은 또 다른 뉴타입이었지.
“그래.”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깟 아이스크림 그냥 사주고 넘어가는 게 낫다. 나중에 과제할 때 잘못이라도 하면 무슨 꼬투리를 잡히는 것보다.
“어!”
“또 왜?”
진정될 줄 알았더니, 갑자기 또 소리친다. 하지만, 그 소리는 나를 향한 소리가 아니었다.
“은성아 여기!”
연주는 저쪽에서 지나가는 은성이를 향해 손을 휙휙 저었고 그 모습에 은성이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요. 주찬 오빠 오랜만이에요!”
은성이가 밝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근데, 저기요 현우 선배도 있어.
“어. 안녕 은성아. 앉을래?”
주찬이의 권유에 은성이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다.
“네!”
오호라? 은성이 얘 봐라?
나의 날카로운 감에 촉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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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8화는 더 빨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