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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18 12:26:12
Name aura
Subject [일반] <단편> 카페, 그녀 -6 (부제 : 연애하고 싶으시죠?)
6회는 하루 걸러서 올라왔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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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무심코 있다 보면, 시간은 언제 갔는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흐른다. 특히 그 기간이 이틀 정도라면 지나고 나서 느껴지는 체감은 찰나에 불과한 것 같다.


역시 금요일이라 그런지 다른 평일보다는 학교가 한산하다.


어느새 금요일을 맞이한 나는 술 약속이나 소희와의 약속시간보다도 학교에 일찍 나와 캠퍼스를 거닐고 있었다. 딱히 감수성이 터질 듯이 풍부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신입생 이후로 금요일에 학교를 나와 본 적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이 금요일만이 만들어내는 약간 한산한 분위기가 신입생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는 강제적으로 주5일 시간표를 등록했어야 했지. 주찬이 녀석도 이때쯤 만나고 친해졌는데. 시간 참 빠르다.


맨날 무심히 보던 캠퍼스도 이런 저런 추억에 잠겨 곳곳을 살펴보니 장소마다 추억도 많다. 이제 앞으로 1년 안으로 4년, 군대까지 포함하면 근 6년을 함께한 캠퍼스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뭔가 미리 섭섭하면서도 시원한 감정이 들었다.


졸업한다 해도,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이 또 날 기다리고 있겠지.


그렇게 마지막으로 감상을 마치고, 소희를 만나기 전까지 혼자 있을 만한 곳을 탐색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있던 ‘카페 허니’가 떠올라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는 특유의 느낌 있는 분위기로,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테이블이 차있었다. 가게 안을 훑어서 앉을 곳을 찜해두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다.


주문과 동시에 살짝 눈을 돌려 커피를 만드는 곳으로 돌린다.


있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여전히 그녀는 이 카페에 있었다. 대충 평일 오후 파트 시간에 일하는 걸까?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뚝딱 만들어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이고, 커피를 가져와 카운터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았다.


뭔가를 훔쳐보는 건 나쁜 일지만, ‘그게 사람 얼굴이라면 어느 정도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작은 죄책감까지 지운 나는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봤다.


정말 감탄하고 싶을 정도다. 어떻게 저렇게 얼굴이 작을 수 있을까? 또 그 작은 얼굴에 아기자기한 이목구비는 다 들어가 있다. 또, 피부는 하얀 종이처럼 하얗다.


남자 친구 있을까? 생각해 보니, 번호를 물어보기 전에 남자 친구의 여부에 대한 것부터 알아야 하는데. 그러다 스스로 저런 여자가 남자 친구가 없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아주 조금 기분이 가라앉았다.


위이잉.


그 때, 메시지와 왔음을 알리는 작은 울림이 느껴졌다.


-- 어디야? 나왔음!


이제 메시지만 봐도 소희의 말투나 목소리가 재생된다. 나는 엊그제 있었던 무서운 일을 뜬금없이 떠올라 작게 몸을 떨었다. 그래도 다행히 소희의 이중적인 성격은 엊그제와 같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둘 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 나 학교 근처 카페야. 나갈까?
-- 아냐! 카페라니까 잘됐다. 거기 위치 좀 대충 설명해서 보내줘. 알아서 찾아갈게.


최대한 쉽게 위치를 적어 소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소희는 그 메시지를 읽었지만, 답장은 하지 않았다. 뭐, 알아서 잘 찾아오겠지.


그러다 갑자기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왠지 그녀가 있는 카페에 소희와 함께 있기 꺼려진 달까. 그래도 소꿉친구라고 소희라면, 어느 정도 내게서 흐르는 미묘함을 눈치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거 그냥 최대한 티를 안 내야지.


“하아, 힘들다.”


다짐하고 있을 무렵, 소희가 투덜거리며 카페로 들어섰다. 나는 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만 작게 손을 흔들었다.


“뭐야? 그 무성의한 태도는? 좀 더 반갑게 반길 순 없어?”


소희는 내 앞 자리에 털썩 앉으며, 메고 온 숄더백을 옆에다가 내팽개쳤다.


좀 더 반갑게 반기라니. 안 그래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네가 고민답지 않은 고민가지고 나를 괴롭혀서 보잖아. 더 이상 반가울 수가 없는 사이라고.


“소희야 왔어?”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행동은 생각보다 빠르니까. 나는 잽싸게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다정하게 소희의 이름을 불렀다.


“응. 나왔어!”


소희는 그에 장단을 맞추는 듯 화사하게 웃으며, 가지런히 테이블 위로 깍지 낀 손을 모았다. 그 모습이 꽤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은 딱 이 모습만 보고 소희 칭찬만 한단 말이지.


어렸을 적에 한번은, 다른 친구들에게 소희는 무서운 애라고 하자 비웃음을 산 적이 있었다. 그렇게 귀여운 애가 무서울 리 없어! 라며, 소희를 좋아하던 뭇 남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지금 이렇게 웃고 있는 소희를 보니, 그 당시 내가 놀림 받던 게 당연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이 모습만 보고 은소희를 나쁘게 생각할까.


“마실 건?”
“음. 뭐가 좋으려나... 추천 좀?”


소희는 벽에 붙은 메뉴판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내게 물었다.


“딱히 없는데. 나도 여기 두 번째라.”
“그럼, 나도 그냥 아메리카노 마실래.”


소희는 그대로 자리에서 슥 일어나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 받아들고 왔다. 그래도 예전부터 소희의 장점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이런 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기가 하거나 먹은 것에 대한 지불은 확실하게 자신이 한다.


하, 이런 모습에 남자들은 더욱 더 소희를 천사라고 생각하겠지. 그게 사실 천사의 탈을 쓴 무서운...


“무슨 생각하고 있어?”


커피를 들고 온 소희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순간 뜨끔했지만, 웃어 보이며 상황을 타개했다.


“아무것도. 근데 슬이는 학교 졸업 언제한데?”


재빨리 화제를 전환한다.


“글쎄? 아마도 이번 학기가 마지막일 거야.”
“쪼개서 휴학했구나. 1학기에 졸업인 걸 보니.”
“뭐 제대로 학점 못 채우면 이번 학기 졸업도 간당간당하긴 하지만. 후아 이거 되게 뜨겁네.”


소희는 볼을 부풀리며,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 보글보글하고, 소희의 아메리카노 잔에서 거품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스로 시키지 그랬어?”
“됐어. 난 뜨거운 게 좋아.”


소희는 항상 뜨거운 걸 마실 때 저렇게 바람을 부는 습관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있던 습관이라, 그 모습을 보니 소희와 소꿉놀이 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여보, 식사하세요.’


어린 소희는 플라스틱 된 소꿉놀이 세트로 요리하는 시늉을 하며, 나를 불렀다. 솔직히 그 소꿉놀이 엄청 하기 싫었는데, 안하면 때려서 했었지.


‘알았어.’
‘식사 다 하셨어요? 그럼 여기 따뜻한 차도 좀 드세요. 후. 후.’


장난감 컵에 바람 부는 시늉을 몇 번하고 장난감 컵을 내게 건넸다.


‘에이, 더러워. 야 남 먹는 거에 왜 침을 뱉어!’


순간 소희의 침이 컵에 튀는 것을 본 나는 참았어야 했는데...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 버렸다. 보통 여자 아이 같으면 울어버렸을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 소희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이윽고, 변신했다.


‘뭐. 라. 고. 요? 더럽다고요?’


그 말을 시작으로 소희는 그 플라스틱으로 만든 단단한 것들로 나를 개 패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때리는 와중에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한다는 점이 가히 충격과 공포였다. 다행히 조금 더 크고 나서는 소희에게 맞은 적은 없었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오한이 떨린다.


“뭐 여전하네.”


옛 생각을 접으며 피식 웃었다.


“응? 뭐가? 아 이거 부는 거?”


아니, 먹을 거에다가 침 뱉는 거. 더러운 거 여전하네.


“응. 뜨거운 건 한참 식혀서 먹어야할 정도로 잘 먹지는 못하는 애가 참 뜨거운 건 좋아하네.”


마인드 컨트롤로 원래 나왔어야할 대답은 죽이고, 최대한 상냥하게 다른 말을 갖다 붙인다.


“음, 차가운 건 너무 빨리 마셔서 별로야.”


나는 아연실색해서 천천히 페이스 조절해서 마시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참았다. 후 이러다가 화병 나겠다.


“슬이랑은 언제 만나?”
“이제 곧? 그러고 보니 벌써 시간이 저녁이 다 되어가네?”


소희의 말에 나는 왼 손에 차고 있던 시계를 봤다. 확실히 여섯 시가 살짝 넘은 걸보니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잠시 눈치를 살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만 나는 슬슬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어차피 슬이 곧 올 테니까 나는 가도 되지?”


째릿.
매서운 눈빛으로 소희가 나를 째려본다. 그 모습에 살짝 들었던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붙였다.


젠장! 망했다. 조금이라도 일찍 탈출을 시도하려다가 더 늦게 가게 생겼다. 째릿한 저 표정을 보자니 백퍼센트 소희의 설교가 시작될 것이다.


“현우야. 이 누나는 너를 그렇게 가르친 적이 없다.”


소희는 앞으로 내민 손에 검지 하나만을 펴서 좌우로 까딱거렸다. 이미 시작된 설교는 막을 수 없다. 그저 묵묵히 듣는 것이 최선일 뿐.


“여자가 왔으면, 다른 사람한테 에스코트 해 줄 때까지... 이런 여자를 혼자 놔두고 가고 싶니 그건 진짜... 그런 자상한 남자에 여자는 끌리는 법이라고.”


그냥 몇 분 일찍 가려던 것뿐인데, 결론은 ‘자상한 남자에 여자는 끌린다.’이다. 현기증이 나는 것 같다. 그때 예상 밖의, 아니 어느 정도 예상한 구원이 손길이 찾아왔다.


“와 소희야 여기 있었네? 여기 분위기 좋은 건 어떻게 알고.”
“꺅! 슬아!”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소희의 친구 이슬이 날 살렸다. 슬이가 도착하자마자 소희는 정신없이, 마치 비글처럼 기뻐 날뛰며 슬이를 반겼다. 순식간에 나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조심히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소희에게 말했다.


“나는 가도 될까 이제?”
“슬아, 진짜 오랜만이다!”


소희는 여전히 들떠서 내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암묵적인 허락으로 받아들이고 조심히 슥 일어나 자리를 벗어났다. 가방 따위 들고 오지 않기를 잘했다. 어쩌면 소희는 내가 화장실을 갔겠구나 생각할 지도 모른다.
나는 살짝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다. 아! 이 맛에 죄수들이 탈옥을 하는구나. 쫄깃한 해방감을 만끽한다. 프리덤!



7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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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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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에르
13/08/18 14:12
수정 아이콘
연주와 소희 둘 다 매력있네요. 하지만 주인공의 마음은 콩밭에..
13/08/18 14:31
수정 아이콘
그런가요. 흐흐 미카에르님은 어느쪽 타입이신가요
미카에르
13/08/18 14:34
수정 아이콘
굳이 정하자면 저는 연주 쪽이 끌리네요. 물론 두 타입 다 좋아합니다 하하 부러워요 ㅠ.ㅠ
13/08/18 14:58
수정 아이콘
흐흐 그렇군요... 카페에 있는 수영이도 매력어필을 차차할테니 지켜봐주세요! 아직 여자 한 명더 안나오기도 했구요. 눈치빠르신 분은 아시겠지만요
13/08/18 15:32
수정 아이콘
전 연주로 하겠습니다. 과 모임가서 또 이쁜 후배하나 나오면 좋겠네요 으흐흐
13/08/18 16:05
수정 아이콘
댓글로만 보면 연주쪽이 압도적인 지지인데요?^^
천진희
13/08/18 16:25
수정 아이콘
소희 좋습니다 소희!! 우왕! 물론 전 m은 아닙니다...
잘 봤어요~ 크크크
13/08/18 16:46
수정 아이콘
m이시군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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