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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05 23:09:20
Name arq.Gstar
Subject [일반] [펌] 나는 68명 중 68등 이었다.
우연히 노래들으려다가 발견한 글인데요..
아, 정말 뭐랄까..
일요일에 있는 기사시험 공부하다가
에잇! 공부안돼! 하고서 노래듣고있는 제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ㅠㅠ;
저는 다시 공부하러 가야겠네요.

==========================================================================


경북대 총장을 역임하신 박찬석 교수님이 작년에 한국일보에 기고하신 글.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천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 되는 나를 대구로 보냈다.



대구중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恨)을 자식을 통해 풀자고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에게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찬석이는 공부를 잘 했더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앞으로 봐야제,,,,,이번에는 어쩌다 1등을 했는가배"  했다.

"명순(아버지)이는 자식 하나 잘 뒀어. 1등을 했으면 책걸이를 해야제"  했다.



당시 우리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살림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집 재산 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버지~~~"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나가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 했을 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때 되던 어느날,

부모님 앞에 33년 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어무이... 저 중학교 1학년때 1등은요..." 하고 말을 시작 하려고 했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

"알고 있었다. 그만 해라. 민우(손자)가 듣는다" 고 하셨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 재산 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 마음을,

박사이고 교수이고 대학총장인 나는 아직도 감히 알 수 없다.



-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

[출처] 아버지의 마음... (전 경북대 총장 박찬석 교수님의 감동스토리)|작성자 짱구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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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아들
10/05/05 23:12
수정 아이콘
제 자신의 과오 때문일까요.

상당히 씁쓸한 글이네요.
테란의 횡재
10/05/05 23:17
수정 아이콘
이 글 와이고수에서도 봤었던 글이었는데 굉장히 감명깊었습니다...ㅠㅠ
10/05/05 23:18
수정 아이콘
좋은글에 뻘댓글이지만...전 성적표로 혼날꺼보다 위조했다가 혼날게 무서워서 그냥 드렸었는데 ㅡ.ㅡ;;
Lionel Messi
10/05/05 23:29
수정 아이콘
만약 부모님이 성적표 위조한걸 잔치를 벌인 다음날 알아차린 거라면??
10/05/05 23:3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에 뻘댓글이지만... 이 분 때문에 편하게 지하철 타고 학교 갈 수 있었는데 못가게 된 걸로 알고 있어서 좀 감동이 꺾이네요..;;;
Zodiacor
10/05/05 23:31
수정 아이콘
자식의 심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속였지만 이렇게 하면 정신 차리고 진짜로 열심히 공부하겠지라는걸 부모님이 잘 아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때 그때 대충 넘기는 성격이었다면 부모님도 저렇게는 안하셨을 거 같습니다.
도달자
10/05/05 23:46
수정 아이콘
음..... 그렇게 자식을 격려한 아버지도 아버지고 그에 보답하듯 꼴지가 대학교수된것도 그 아들이네요.
제가 지금 컴퓨터할때가 아니네요;
10/05/06 00:08
수정 아이콘
아버님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박찬석 교수님 또한 그런 아버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테구요.
10/05/06 05:19
수정 아이콘
아버지는 위대합니다. 효도합시다.
네이버에 패밀리맨 보시는 분은 알거에요.흑- 재밌게 보던 그 웹툰도 곧 끝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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