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4/12/31 10:35:40
Name sylent
Subject MSL 관전일기 - 新저그 블루스
MSL 관전일기 - 당신은골프왕배 MSL 승자조 4강(2004년 12월 30일)


新저그 블루스

박태민은 박태민 이었다. 모든 저그 플레이어들이 ‘폭풍’ 홍진호 선수와 ‘투신’ 박성준 선수로 대표되는 테란 킬러들의 문법인 ‘가난하지만 공격적인’ 플레이 패턴을 고스란히 답습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비슷한 스타일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발버둥 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난한 맵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유한 맵에서는 욕심을 부리는 여유를 잃지 않는 박태민 선수는 특별하고 한적한 오솔길을 찾는 대신 많은 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택하기로 했다. 승리의 비밀은 그 보편적인 길에 더 많이 묻혀 있을 거라 확신하면서.


1경기 <아리조나>/<인투더다크니스2>/<루나> : 박태민(Z) vs 서지훈(T)

확보한 가스 멀티의 수에 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전투력의 소유자인 박태민 선수는 비교적 앞마당 가스 멀티에 관대한 이번 시즌의 맵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비록 <아리조나>에서 펼쳐진 첫 경기에서는 서지훈 선수의 빠른 하이테크 견제에 이은 ‘임요환 식 홍길동 드랍’에 무릎을 꿇고 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말았지만, 디파일러의 다크스웜을 활용한 마지막 저항은 긴 호흡의 경기에서 드러나는 박태민 선수만의 자신감에 다름 아니었다.

서지훈 선수가 비교적 빠른 타이밍에 앞마당 멀티에 성공한 <인투더다크니스2>에서의 두 번째 경기는, 박태민 선수가 작정하고 준비한 스탑-러커와 폭탄 드랍이 모두 차단되는 불운에 겹쳐 서지훈 선수의 ‘왼손’이 쏟아내는 골리앗 부대에 모든 멀티가 쓸려나가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서지훈 선수의 주력 병력이 자신의 본진을 향해 센터를 가로 지르는 것을 확인한 직후 엘리전을 시도하였고, 서지훈 선수의 디텍팅을 봉쇄하면서 역전에 성공하였다. 특히 자신의 본진이 초토화 되고 있는 와중에도 ‘최후의 최후‘에 필요한 러커 생산을 위해 미네랄과 가스를 저축하는 침착함은 박태민 선수의 ‘포스’가 절정에 이르렀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어진 <루나>에서는 복수개의 가스멀티를 확보한 박태민 선수의 유연함과 유닛 구성의 조화로움 그리고 쏟아지는 물량의 오버플로우overflow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퍼펙트’한 승리를 낚아냈다.

최소한의 뮤탈리스크로 견제 하면서 서지훈 선수의 본진과 앞마당에 ‘삼지안 드랍’을 시도, 자원 채취를 방해하는데 성공한 박태민 선수는 4개의 가스가 뿜어내는 물량으로 상대의 진출을 적절히 소화fire extinguishing하며 하이브 테크트리를 확보하였다. 서지훈 선수는 ‘한 방의 달인’ 답게 대량의 바이오닉 부대와 탱크, 사이언스 베슬로 진출을 시도하였지만 진작부터 대기하고 있던 박태민 선수의 병력들은 서지훈 선수의 전진을 단숨에 궤멸 시키며 GG를 받아냈다.

다수의 가스에 기반한 ‘물량의 오버플로우’로 질주하는 박태민 선수의 기세는 쉽게 누그러들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의 리듬을 잃지 않는다면 MSL 최초의 저그 우승은 박태민 선수의 몫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괴물’ 최연성 선수를 꺾고 승자조 4강에 안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료에게 발목을 잡히고 만 서지훈 선수. [온게임넷 올림푸스 스타리그]이후 그렇게도 목말라 했던 메이저 대회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이가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괴물’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걷던 걸음을 잠시만 멈추자. 그리고 일어나 이렇게 외쳐보자. “날개야, 다시 돋아라!”.


2경기 <인투더다크니스2>/<루나> : 김정민(T) vs 이윤열(T)

어떤 일에 도전하기에 앞서 꼭 짚어봐야 할 세 가지 리스트가 있다. 첫째,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둘째,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셋째,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세 가지 문제에 답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며, 이미 절반은 이룬 셈이다.

‘정석’ 김정민 선수는 경기를 통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보다 ‘천재’ 이윤열 선수를 흔드는 것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테테전 패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이윤열 선수의 물량에 대한 원천 봉쇄라고 답했다. 그럼으로써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머쥐는 듯 했다.

하지만 <인투더다크니스2>에서 보여준 전진 배럭의 참신함은 매끄럽지 못한 마린 컨트롤로 인해 희석되었고, <루나>의 빠른 탱크 조이기는 제 몫을 해내지 못한 레이스 덕분에 실패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천재’ 이윤열 선수를 상대하는 테란 플레이어는 정확히 동일한 타이밍에 멀티를 쫓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멀티를 포기하고 택한 병력의 집중을 통해서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한 체 상대의 드랍십에 정신없이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비교적 싱겁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첫 번째 팩토리와 동시에 앞마당 멀티를 준비하는 이윤열 선수의 무모함(혹은 자신감)은 ‘괴물’ 최연성 선수를 의식한 것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무시무시한 이윤열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세 곳의 자원을 통해 7개의 팩토리를 돌리는 자신과, 동일한 자원으로 12개의 팩토리를 돌리는 최연성 선수의 근본적인 차이를 인식하기 전 까지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객관적인 경기력은 극강에서 몇 발작 물러나있지만, 김정민 선수는 ‘기적’같은 우승을 기대할 자격이 있다. 기적이란 거짓 없이 진지한 노력을 하는 자에게 보내는 신의 선물이니까. 그리고 우리는 그동안 김정민 선수의 성실함을 지겹도록 지켜봐왔으니까. 그 성실한 노력에 지겹도록 박수쳐왔으니까.


- sylent, e-sports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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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31 10:44
수정 아이콘
오옷...sylent님.....
04/12/31 10:47
수정 아이콘
후.. 숨막히네요.. 역시 sylent님!!
헤이주드
04/12/31 11:08
수정 아이콘
sylent 님 관전일기 최고네요 ㅠ
04/12/31 11:10
수정 아이콘
이번에도 후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오니즈카군
04/12/31 12:02
수정 아이콘
제가 광주 살아서 오늘 가는데 혹시 같이 가실분 계실까(혼자서 가면 무자게 뻘쭘해질것 같아서요...)해서요.. 쩝~~~
염주체육관에 아시는분계셔서 맨 앞자리로 예약 했났습니다..
혹시 가실분 계시면 오후 3시까지 akitoe85@hanmail.net
이메일 주세요... ^^ 그럼 염주 체육관에서 뵈요~~
04/12/31 14:27
수정 아이콘
sylent님 안녕하세요- 여전히 글 잘 쓰시네요- 휴가 나오신 건가요? ^^ 근황이 궁금-
04/12/31 15:2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never end
04/12/31 15:51
수정 아이콘
언제나 저희를 실망시키시지 않으시는군요...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04/12/31 16:46
수정 아이콘
최연성 선수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당췌 이해가 안되는건 나뿐인가요 -.-
04/12/31 16:52
수정 아이콘
그리고 팩토리수에서 차이가 나는건 스타일상의 차이라고 보는데요...이윤열선수도 마음만 먹으면 12팩 돌립니다 -_-;; 세곳의 자원을 통해 12팩토리를 돌리는건 배틀넷의 아마추어들도 흔히 보여주는 플레이인데요
한종훈
04/12/31 18:48
수정 아이콘
뒤에 최연성 선수와 비교 이야기는 공감할 수 없습니다. 우선 이윤열 선수가 최연성 선수를 의식했다고 보는것은 지나친 비약이며,('근본적인 차이'라.....;;) 윗분 말씀대로 스타일 차이도 있습니다. 뭐, 결정적으로는 자원 3곳 파먹는 걸로 12팩은 꾸준히 돌릴 순 없습니다.
THE LAKE
04/12/31 18:59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이번 후기도 역시 너무 재밌습니다! ㅡ.ㅜ
휴가 나오신거 같은데 편하게 쉬시다 복귀하세요.
The Drizzle
04/12/31 19:21
수정 아이콘
tiger, 한종훈님// sylent 님의 비유는 단순비교가 아닌것 같네요. 최근 이윤열 선수가 상대전적에서 최연성 선수에게 조금 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또한 이윤열 선수가 최연성 선수를 '의식'하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래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마라'는 의미에서 저런 표현을 사용하신것 같습니다. 너무 그렇게 한 부분으로 걸고 넘어지지 마세요^^;; 저도 이윤열 선수팬이고, 그래서 이윤열 선수의 승전보를 기대한답니다.

sylent 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Return Of The Panic
04/12/31 19:26
수정 아이콘
허헛... 참 스타리그에 저그 셋 올라왔다고 암울하다고 한게 엇그제 같은데요...
한종훈
04/12/31 21:19
수정 아이콘
The Drizzle//팬의 입장에서 그렇게 봤다면 어쩔 수 없군요. 제 생각은 첫째로, 사실 전략 등을 짤 때, 자신보다 성적이 좋은 타 선수를 의식하고 짠다는 것은 정말 지나친 비약이라고 보고,(그리고 러쉬거리가 먼 인투 더 다크니스에서의 원팩 더블은 정말 일반적인 빌드입니다.) 둘째로, '근본적인 차이'라는 것도 말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그런데 남의 의견보고 '걸고 넘어진다'니....;;)
//글쓰신 분 수고하셨는데 이런 덧글 남기는 건 정말 죄송합니다.
아케미
04/12/31 21:21
수정 아이콘
sylent님의 후기가 올라온 줄 이제야 알았네요T_T 잘 읽었습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저그의 시대…겨우 8개월만에…;;)
deathnote
05/01/01 11:28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보는 멋진 후기...
몇몇의 리플에 눈쌀찌프려지긴 하지만...
David Cone
05/01/01 12:03
수정 아이콘
글쓴 분 말이 너무 심하지 않나?? 근본적인 차이라니... 당장 2004 승률이나 다승 랭킹 보고 와보시요. 나다가 우브에 비해서 뒤지는게 하나라도 있나 ? 객관적 지표에서 2004년 한 해 전혀 뒤질게 없는데 근본적 차이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참고로 테테전 승률도 이윤열이 10%가까이 더 높습니다.
아이엠포유
05/01/01 15:20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남은 군생활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가격인하대
05/01/01 17:1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멋진글이네요^^
하지만 이런글에 꼭 저런 리플을 달아야 할까..? 라는 의문이 드는 리플이 몇몇 있군요...단지 관전일기일 뿐인데..
[S&F]-Lions71
05/01/02 21:2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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