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바비>를 볼 생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닥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고 해야할까요. '바비 인형'이라는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할 지, 솔직히 감이 오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감독과 각본의 이름을 보고 이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두 이름은, 노아 바움백과 그레타 거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보고서 평범한 영화는 아니겠다. 라고 생각했고, 그 예상은 한 60%에서 70%는 맞았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초반부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그러니까, 메타 코미디도 꽤 많이 나오구요. 진지한 얼굴로 뻥을 치거나 혹은 농담을 던지는 류의 코미디가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타율은... 솔직히 잘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웃기다가도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주 매끄러운 코미디나 혹은 매끄러운 전환들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동시에, 아무래도 여름철에 개봉하는 영화다 보니 넣게 된 요소들이 영화의 내적 요소들과 정확하게 맞물리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결국 감정을 배우게 된 어떤 존재, 혹은 인간의 삶에 대해서 깨닫게 된 어떤 존재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 영화의 결말부는 <소울> 내지 더 멀리 가자면 동화 피노키오가 생각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그런 선택을 하고, 그런 결말을 냈다는 점에서요.
결국 이 영화는 당연하지만 어떤 여성의 서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이면에서 '켄'을 통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놓고, 또 무게추를 너무 한 쪽에 쏠리지 않게 세심하게 배려했다곤 하지만, 결국 이 영화의 타이틀이 '바비'인 만큼 그런 이야기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세심한 연출에 덧붙여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찌질함과 이상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라이언 고슬링이 초반부를 캐리하면, 후반부에선 마고 로비가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켄'이라는 캐릭터의 스핀오프까진 바라지 않지만, 후일담 비슷한 짧은 OTT용 단편은 나와도 재밌을 거 같아요. 크크
개인적으로는 어떤 소재의 한계, 내지 서사 없는 원작의 어려움을 최대한 극복해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물론 영화의 요소들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저는 그래서 이 영화는 연출과 연기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그 허점을 가릴 수 있느냐 없느냐에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갈릴 지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