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3/21 22:08:33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051676902
Subject [일반] <이니셰린의 밴시> - 본질 없는 사건이 커지듯.(노스포)

만약,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거나 혹은 이미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마틴 맥도나'라는 이름을 이미 알고 계시거나 혹은 익숙해지셔야 할 겁니다. <쓰리 빌보드>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확실하지도, 애매모호하지도 않은 이상한 영화였습니다. 그 오묘한 조준점을 완벽에 가깝게 쏴버린 <쓰리 빌보드>는 정말로 뛰어난 영화였습니다. 물론, 장르의 특성 상 호불호는 크게 갈리겠지만요.


<이니셰린의 밴시>는 마틴 맥도나 감독, 아니 극작가로서의 마틴 맥도나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본인의 연극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가상의 아일랜드 근처의 섬, '이니셰린'을 바탕으로 친했던 두 인물이 서로 멀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틴 맥도나 감독은 오묘하고 기묘한 지점을 짚어냅니다.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오묘하고 기묘한 이야기로 영화가 전개됩니다. 어찌보면 실체 없는 사건과 우연한 사건들이 이리저리 짜맞춰진 영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여전히, 호불호는 크게 갈릴 것 같습니다. 명확한 기승전결과 감정의 상승과 하강 대신 굉장히 미묘하게 변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거든요.


영화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갈등은 철저히 개인적인 사건이지만, 영화는 꽤 대놓고 아일랜드의 내전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워낙 직접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요. 그렇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세계의 어떤 종류의 갈등이라도 비슷하게 비유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모든 갈등은 어느 정도는 개인적인 이유에서, 그리고 사소한 이유에서 시작하는 거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짧고 허망한 삶과 영원불멸한 무엇인가에 대해 논하는 것 같다가도, 사소한 오류가 대화의 흐름을 무너뜨리곤 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저는 여전히 <쓰리 빌보드>가 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영화도 굉장히 잘 쓰인 각본 위에서 시작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은 영화관보다 극장 무대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긴 하지만, 아일랜드의 풍광과 배경을 생각하면, 영화화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네요.


영화의 결말은 소소한 마무리도, 시원통쾌한 결말도 아닌 애매모호한 결말입니다. 어떻게 끝나게 되는 지는 많은 부분을 가려놓고 있어요. 어찌보면 사소한 시작에 걸맞지 않은 폭발과 그에 걸맞는 결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게 합니다. 브렌단 글리슨의 연기도 좋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약간은 모자라보이지만 '사람은 참 착한' 콜린 패럴의 얼빠진 연기가 참 좋았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지네와꼬마
23/03/21 22:36
수정 아이콘
하찮은 갈등을 넘어 신념과 신념이 부딪힐 때 강렬함이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헤어진 결심 이후 가장 재밌게 봤습니다.
aDayInTheLife
23/03/21 22:39
수정 아이콘
중년판 헤어질 결심이라는 얘기도 하시는 분이 계시더라구요. 흐흐 호불호는 갈릴 지언정 저도 좋았습니다.
23/03/21 22:56
수정 아이콘
다음주쯤 보러 갈것 같은데 기대됩니다.
결말은 쓰리 빌보드 처럼 모든것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나나보니요.
aDayInTheLife
23/03/21 23:12
수정 아이콘
더 자세한건 직접.... 크크 재밌게 보십쇼!
23/03/21 23:00
수정 아이콘
아일랜드 내전은 잘 모르긴 한데 두 인물을 대입해보면 원칙론자와 타협론자가 싸운 전쟁인가 싶더군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꽉 막힌 사람 둘이 싸운다면 그런 모습이겠구나.
aDayInTheLife
23/03/21 23:13
수정 아이콘
어찌보면 모든 건 중간의 대사처럼 그 반대여도 상관 없는, 누가 매달고, 누가 매달리든 상관 없는 그런 성격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헛소동. 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더라구요.
23/03/21 23:16
수정 아이콘
호불호야 갈리겠지만 여러모로 매력이 많은 영화였어요. 콜린 패럴 캐릭터 너무 매력있어요 크크 계속 관객들과 밀당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aDayInTheLife
23/03/21 23:58
수정 아이콘
콜린 패럴의 찌질이도 멍청이도 아닌데 그런거 같기도 한 연기가 진국이었습니다. 크크
좋게 보셨다면 마틴 맥도나 감독의 다른 영화도 추천드려요.
23/03/21 23:27
수정 아이콘
저는 이런 영화는 나랑 안 맞는다는 사실을 통렬히 깨달았습니다.
어렴풋이 풍기는 아일랜드 내전에 관한 이야기, 대화마다 보여지는 엇갈림의 이유와 의미를 담은 듯한 표현이
느낄 수는 있었지만 그리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은 포우릭과 도미닉을 보면서 바닥에는 그 밑이 있다는
사실 정도였네요. 그래도 아일랜드의 풍경과 달구지의 속도를 느끼는 것은 참 좋았네요.
aDayInTheLife
23/03/21 23:57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이런 장르가 오묘한 맛이 있다보니까 호불호는 갈릴 수 밖에 없죠..ㅠㅠ 수고하셨습니다. 안 그래도 관 나오면서 실망스럽다는 관객 분들 얘기도 들리더라구요.
그냥켑스
23/03/22 00:03
수정 아이콘
예술과 대중의 관계를 비유한거같다는 리뷰도 와닿았고, 아일랜드 내전을 비유했다는 리뷰들도 인상깊었고, 저도 뭔가 비유가 많이 들어있다는건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게 뭔지 확실히 와닿진 않아서 정말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aDayInTheLife
23/03/22 00:17
수정 아이콘
난감하긴 합니다. 쓰리 빌보드보단 조금 아쉬웠다고 생각하는 지점도 그 지점이기도 하구요. 그냥 그 자체로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되게 노골적인 비유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콕 찝어 표현하기 애매하다고 해야할까요.
헛스윙어
23/03/22 00:29
수정 아이콘
쉬운듯 어려운 영화라서 너무 좋았습니다. 보고나서 몇일간 곱씹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외국 팬들 리뷰를 봐도 정말 주제가 다양하고 또 그 리뷰들이 다 일리가 있기도 했습니다. 내전, 인간관계, 신념충돌, 지적능력등 여러개의 주제중 어느것으로 해석해도 말이되는, 어떤 한 비유가 답이 아니라 자기가 느끼는게 답이되는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파우릭이 사실 도미닉급 지적능력이다 설을 좋아했습니다.

사실보고 한 몇주를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대사하나 하나 곱씹어보고 장면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제겐 역대급 영화였습니다!
aDayInTheLife
23/03/22 00:44
수정 아이콘
되게 다양하게, 혹은 단순하게 해석 가능한 영화고 그 부분에 대해 치밀하게 설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도 다양한 해석을 찾아보게 되는 후기였습니다. 크크
스파게티
23/03/22 09:04
수정 아이콘
저도 꽤 재밌게 봤습니다.
마침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그냥 갑자기 거리를 두게 된 친구가 있어서 그런지 콜름이 이해되기도 하고...
볼만한 영화가 너무 없어서 선택한 영화였는데 만족스러웠어요.
파우릭과 콜름의 관계성이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네요.
aDayInTheLife
23/03/22 09:24
수정 아이콘
사람 관계라는게 참 미묘하고 어려운거 같습니다. 사회 생활이 길지 않은 편인데도 그걸 참 많이 생각하게 만들더라구요.
세인트
23/03/22 09:17
수정 아이콘
콜린 패럴을 참 좋아하는데 언제부턴가 영화를 많이 안찍고 연극 많이 하는 것 같아서 한국에서는 많이 못 보니까 아쉬워요. 이렇게 출연작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찾아봐야겠네요.
aDayInTheLife
23/03/22 09:23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랍스터나 킬링 디어는 봐야지 하고선 못보고 있네요. 흐흐
Rorschach
23/03/22 09:35
수정 아이콘
배우들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저한테 오스카 후보작 다 보고 투표하라 했다면 남우조연 부문에서 배리 키오건에게 한 표 줬을 것 같아요.
전 쓰리빌보드와 비교해도 이 쪽이 좀 더 좋았습니다. 쓰리빌보드도 좋긴 했는데 극찬을 받던 평균적인 평가보다는 좀 별로긴 했었거든요 흐흐

개인적으로는 두 주인공의 관계로 내전을 그렸다기 보다는, 그냥 두 주인공의 관계에 역사 속의 아일랜드 내전을 한 스푼 얹었다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노스포 글이라 자세히 쓰긴 그런데, 철저하게 주인공 시각에서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도 흥미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영화 보면서 아주 당연하게 '주인공이 이런 인물이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었어요 크크
aDayInTheLife
23/03/22 09:37
수정 아이콘
그렇죠. 시각에 따라 참 다채로운 캐릭터 같긴 합니다. 크크크 배리 키오건도 참 좋았네요.
저는 그래도 그 미묘한 분위기와 기묘한 탄착점 때문에 쓰리 빌보드를 더 높게 볼 거 같지만, 평가야 개인적 영역이니까요. 흐흐
23/03/22 11:51
수정 아이콘
부조리극의 이해가 없으면 영화가 많이 어렵겠더라구요
aDayInTheLife
23/03/22 11:56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난감한 영화긴 한거 같아요. 흐흐
23/03/22 15:37
수정 아이콘
쓰리 빌보드는 재미있게 봤는데 이건 큰 서사의 흐름이 없다보니 ‘뭐 어쩌라는거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와 별개로 콜린 파웰의 얼빠진 연기는 저도 좋았습니다. 그 잘생긴 사람이 바보 느낌이 제대로 나더라고요.
aDayInTheLife
23/03/22 15:40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전작이 워낙 강렬하고 인상적이다보니 저도 많이 생각이 들긴 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괜찮았지만…
콜린 파렐은 이상하게 이런 역할할때 더 좋아보여요. 폰부스도 찌질했죠..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8240 [일반] 스압) AI로 만들어 본 레트로 애니메이션 느낌 그림들 [42] 안초비13505 23/03/23 13505 18
98239 [일반] 2023 WBC 후기 [48] 민머리요정12962 23/03/22 12962 58
98237 [정치] 노무현은 시대정신이 낳은 미숙아인가? [155] 노틀담의곱추19869 23/03/22 19869 0
98236 [정치] '4895억 배임·133억 뇌물' 이재명 기소…1년 6개월만(종합) [336] 아수날23940 23/03/22 23940 0
98235 [정치]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이 발의 후 철회, 재발의되었습니다. [74] 계층방정16111 23/03/22 16111 0
98234 [일반] Z세대의 위기와 해결책: 조너선 하이트 교수의 주장에 공감하는 이유 [31] 딸기거품11926 23/03/22 11926 7
98232 [정치] 국회로 번진 ‘챗 GPT’ 열풍…“법안도 축사도 AI로” [45] 기찻길14528 23/03/21 14528 0
98231 [일반] <이니셰린의 밴시> - 본질 없는 사건이 커지듯.(노스포) [24] aDayInTheLife7811 23/03/21 7811 2
98230 [일반] 오늘 있었던 해군 2함대 소속 4척의 기동훈련 [16] 아롱이다롱이10104 23/03/21 10104 0
98229 [일반] [할인] 리디페이퍼 4 + 전자책 450권 = 242,000원 [60] 아케르나르12300 23/03/21 12300 1
98228 [일반] 기가바이트 4070 12GB,4060 8GB 확인 [29] SAS Tony Parker 10343 23/03/21 10343 0
98227 [정치] MZ노조가 온다 [69] 졸업19048 23/03/21 19048 0
98226 [정치] 작년 바이든 사건.. 미국은.. [41] 대장햄토리14289 23/03/21 14289 0
98225 [정치] “2026년 7월 출범 목표”...‘경기북부특별자치도’ 청사진 제시 [78] 바둑아위험해12479 23/03/21 12479 0
98223 [정치] 오늘자 국무회의 중 윤석열 대통령 발언 (한일정상회담 + 근로시간) + 회담내용관련 공방 [139] 덴드로븀17290 23/03/21 17290 0
98222 [일반] 2022년 개봉 한국영화 흥행성적표 [76] theo11118 23/03/21 11118 6
98221 [정치] 윤석열 대통령 일본 관련 타임라인 [169] 빼사스20820 23/03/21 20820 0
98220 [일반] [이제 저 혼자 남았네요] [54] 문재인대통령12627 23/03/21 12627 9
98219 [일반] 잔소리, 논문, 꼰대 [30] Fig.17854 23/03/21 7854 19
98218 [일반] "음주 사망사고 내면 피해자 자녀 양육비 책임"…'벤틀리법' 발의 [117] dbq12318135 23/03/20 18135 37
98217 [정치] 정부의 탁상공론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16] 노틀담의곱추13204 23/03/20 13204 0
98216 [정치] 가정의 날 과 69시간의 상관관계 [69] StayAway12762 23/03/20 12762 0
98215 [일반] 쿠엔틴 타란티노의 마지막 영화(?)에 관한 몇가지 정보 [20] 후치네드발11464 23/03/20 11464 2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