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8/12/03 09:23:48
Name 영원한 초보
File #1 Cowboy_Bebop.jpg (33.8 KB), Download : 76
Subject [일반] 오랜 만에 '카우보이 비밥' 을 보았습니다.



모처럼 시간이 나서 그동안 소장해 둔 DVD 나 볼까 하고 뒤적인 순간 '카우보이 비밥(Cowboy Bebop)' 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하, 이거 한 때는 꽤 열광하면서 봤었는데...... 본지 참 오래되었군. 전에는 제목만 보면 그게 몇 번째 에피소드고 내용이 어떤지 다 알 수 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생각도 안 나네..... 하면서 쭉 보다가, 그래, 그럼 오랜 만에 이거나 볼까? 하고 집어든 것이 4번째 DVD 였습니다. 처음 나오는 것은 10 번째 에피소드로 '가니메데 비가(Ganymede Elegy)' 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아,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였는데...... 스파이크 일행이 제트의 고향인 가니메데에 도착하면서 제트의 옛 연인과 그 연인의 현재 남친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메인 스토리와는 좀 많이 떨어져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고요. 제트와 옛 연인의 감정이 그 분위기에 잘 녹아 있으면서, 특히 표정연기(!)가 뛰어난 에피소드였습니다. 오래 전 자기를 떠난 연인을 재회했을 때의 제트의 표정. 그 연인과 현상범인 연인의 현재의 남자친구를 잡으러 갈 때의 제트의 표정, 그리고 잡히기 직전의 옛 연인이 제트를 바라보는 표정...... 과연 실제 배우가 연기를 하더라도 인물의 안타까움이라든가 하는 감정이 저렇게 묻어나오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표정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원래는 한 편만 보고 그만 보려고 했는데, 계속 보게 되더군요. 그 다음은 '심야의 헤비록', 이건 공포물을 가장한 코미디물이라고 할 수 있고, 나름대로 재미있는 에피소드이고, 그 다음이 '주피터 재즈'...... 그렌이 클럽에서 연주하던 재즈곡의 아련한 선율과 함께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죠. 그렌이 비셔스로부터 느낀 전우애, 그리고 비셔스의 배신, 그렇지만, 그렌은 타이탄에서 느낀 전우애를 여전히 그리워해 결국 마지막에는 타이탄으로 향하고...... 어쩌면 마지막까지 비셔스에게 배신을 당한 그렌은 타이탄에서의 비셔스에게 느꼈던 전우애를 부정하고 싶지 않아 마지막 순간에 타이탄으로 향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오랜 만에 본 카우보이 비밥...... 1998년 작품으로 제작된 지 벌써 10년이 되었지만, 역시 명작은 명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사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에 비해서도 스토리나 그림, 음악 등 모든 점에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것 같고요. 또한 이 작품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것이 '성인용' 이 아니라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 분위기, 캐릭터성, 그런 것들이야말로 제대로 '성인용' 작품을 표현하는 수단이 됨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똑같이 보더라도 보는 사람의 연령에 따라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를 것 같습니다. 10대 때 본 느낌이 다르고, 20대 때 본 느낌이 다르고, 30대 때 본 느낌이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는 20XX 년, 인류는 우주로 진출한 상태로 인구가 많아지고 그에 따른 범죄도 많아져 경찰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자 현상금 제도를 두게 되고, 이 현상범들을 전문적으로 잡는 현상금 사냥꾼(바운티 헌터)이 생기게 됩니다. 주인공인 스파이크 역시 현상금 사냥꾼으로 줄리아라는 옛 연인을 찾고 있으며, 전직 경찰인 제트와 파트너로 일합니다. 거기에 우여곡절 끝에 아인이라는 웰시 코기 천재 강아지, 또 페이라는 다소 수수께끼의 돈밝힘증 여자가 끼게 되고 에드라는 천재 소녀(처음엔 소년인 줄 알았음)가 합류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지요. 기본적으로는 현상범을 잡으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입니다만, 등장인물들의 과거사라든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뼈대가 되는 스파이크와 비셔스, 줄리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악인데요, 음악은 칸노 요코씨가 담당했고 재즈 성향을 띱니다. 하긴 애니메이션 제목부터 재즈 냄새를 풀풀 풍기니...... ('비밥' 이라는 것이 재즈의 한 쟝르이죠.) 그 외에 각각 에피소드의 제목 또한 유명한 재즈곡의 제목을 그대로 썼거나 차용하였습니다. 음악은 상당히 좋고, 아마 이 애니메이션을 모르시더라도 TV 쇼 같은 곳에서 한두 번 정도는 들어 보셨을 겁니다. 애니메이션을 안 봤더라도 OST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곡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유명한 오프닝곡 'Tank!', 잊을 수 없는 다소 염세적인 가사의 엔딩곡 'The Real Fork Blues', 5화의 성당에서의 비셔스와의 대결에서 나오는 'Rain', 그리고 마지막화에서 스파이크가 레드 드래곤 조직을 부수러 갈 때 흘러나오는 가사만 약간  변형시킨 'The Real Fork Blues'(국내 더빙에서는 박완규씨가 부른 'Alone' 이 사용되었죠. 투니버스에서 만든 애니 노래 앨범인 'We' 1집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 곡 또한 좋습니다.), 비셔스를 쓰러뜨린 스파이크가 역시 계단에서 쓰러진 후 흘러나오는 'BLUE'...... 지금도 그 장면장면과 음악들이 아련히 떠오르는군요. 다른 좋은 곡들도 하나씩 떠오르고......음악에 있어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곡들이 모두 칸노 요코씨의 오리지날 작곡이 아니라 표절한 곡이 몇 개 있다는 것이긴 합니다만......

오랜 만에 '카우보이 비밥' 을 보고 예전의 감흥이 떠올라 적어 보았습니다. 제가 글솜씨가 모자라 카우보이 비밥의 매력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네요. 어쨌든 제게 있어서 이 작품은 하나의 레전드이며 평생 보고 즐기고 싶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8/12/03 09:42
수정 아이콘
저도 한때 미친듯이 빠져들었었죠 ^^ 음악도 음악이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들하며, 탄탄한구성력 ...
그 .. 늙지 않는 꼬마애가 나오는게 몇화였었죠 ? 저는 그 에피소드에 삽입됬었던 음악들이 좋더라구요 ^^
08/12/03 10:19
수정 아이콘
칸노 요코씨의 음악은 나올 때 마다 수집하고 있습니다. 아 물론 비밥도 무지 재미있게 봤던 만화 중 하나이구요.
저는 SPACE LION이란 곡..(제목이 맞나 모르겠습니다.) 을 가장 좋아합니다.
☆낼름낼름☆
08/12/03 10:39
수정 아이콘
전 call me call me, the real fork blues 를 참 좋아했는데..
애니자체도 재미있지만 음악도 참 훌륭했죠!

뒤늦게 칸노요코씨의 음악이 표절설에 휘말리긴 했지만..
ForEveR)HipHop
08/12/03 11:01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1학년때 정말 미친듯이 버닝했던 작품입니다。

지금껏 제가 봤던 애니메이션들 중에서 단연 최고예요。
Anarchie
08/12/03 11:21
수정 아이콘
금연중이라 보지않고 있습니다. 담배를 부르는 애니매이션 -_-;
wo qui non coin 이었나? 그게 제일 맘에 들어요.
너구리를 형으
08/12/03 11:53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때 보고 확실히 스무살때쯤 다시보면서 담배를 많이 피면서 봤던 에니메이션,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 화장실 갔다 실수로 마주치게되 거울속 제 모습....담배를 부르는 세가지입니다.............
참 오프닝곡은 SBS 예능에서 상당히 많이 나올때가 있었죠.........
담배피는씨
08/12/03 12:17
수정 아이콘
전 5화 스파이크 성당에서 떨어지면서 나오는 몽롱한 Green bird를..
08/12/03 12:39
수정 아이콘
전 듣고 있으면 낮잠을 자야할 것만 같던 waltz for zizi가.....
08/12/03 13:25
수정 아이콘
전 개인적으로 투니버스판 더빙이 굉장히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 마음속에서는 '정글은 언제나 맑은뒤 흐림'과 함께 성우 캐스팅 1,2위를 다투는 작품입니다^^;;
티파남편
08/12/03 14:02
수정 아이콘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 정말 대단한거같아요;
다른 작품중 "엑셀사가" 있는데 스파이크 복장 똑같이 한 나베신 나올때 정말 놀랐습니다
비밥 rain 이 곡도 너무 좋아했었는데^^
태바리
08/12/03 14:40
수정 아이콘
저도 몇일전부터 다시 보고 있습니다.
이유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OST소개코너에서 비밥노래가 나와 급 땡김으로 인해...

일본어 버전으로 보고있는데 투니버스 버전이 상당한 수준이었다는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HoSiZoRa
08/12/03 16:1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극장판 삽입곡 What planet is this?!(추격씬에서 나오죠) 과
Gotta knock a little harder를 좋아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질문은 정말...)
칸노요코 노래가 좀 좋죠...
김무경
08/12/03 16:20
수정 아이콘
- 와타나베 신이치로 : 카우보이 비밥, 마크로스 플러스 감독
- 와타나베 신이치 : 엑셀 사가, 푸니푸니 포에미 감독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구분해서 말할 것! 이라고 와타나베 신이치 감독이 공개석상에서 장난삼아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둘 다 이름에서 유래한 '나베신' 이라는 별명을 쓰고 있죠.
08/12/03 16:22
수정 아이콘
불후의 명작이죠
특히 중간중간에 삽입된 OST가 정말 좋죠
coverdale
08/12/03 17:07
수정 아이콘
제가 본 애니 중 최고로 뽑는 애니입니다.
특히 투니버스 판도 DVD 로 소장하고 싶은 맘이....
성우들 배치도 그러고...
투니버스 판에만 삽입된 음악인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 과 "alone", 이 두 곡도 굉장히
좋아요....
물론 칸노 요코의 음악도 최고죠 (그녀의 표절에 대해서는 차치하고서도..)
blue 나 green bird, rain 이런 노래도 주목할 만한 노래들이죠...
coolasice
08/12/03 18:43
수정 아이콘
전 중학생때...멋모르고 우연찮게 1화를 보고 빠졌죠 ^^;
시간대가 새벽3신가 2신가 했느데..
자다가도 알람맞추고 일어나서 몰래 거실에서 녹화시키구;
다음날 학교갔다와서 보고...
마지막에피소드는 도저히 녹화시키고 그냥 잠들수가 없더라구요..
결국 그자리에서 생방으로 봤던 기억이 나네요 ^^;
초보저그
08/12/03 23:3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piano black을 좋아합니다. OST를 네 장이나 산 작품은 영화, 애니, 게임을 통털어서 처음이었죠.
OpenEnded
08/12/04 10:44
수정 아이콘
이작품은 단순 만화가 아닌 예술의 경지아닐까 해요. 그나저나 Adieu의 피아노 버젼을 찾고 싶은데 찾지 못해서 엄청 실망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자게 운영위 현황 및 정치카테고리 관련 안내 드립니다. + 선거게시판 오픈 안내 [28] jjohny=쿠마 25/03/16 20942 18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303607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57717 10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60694 4
104227 [일반] 옥스퍼드대 연구팀 "위고비 복용 중지한 사람 대부분 1년 이내 원래 체중으로 복귀" [20] EnergyFlow1631 25/05/28 1631 0
104226 [일반] 오늘자 지름 보고 - 피마새 바둑미니어처 세트 닉언급금지622 25/05/28 622 1
104225 [일반] 기연 [2] 초모완3553 25/05/27 3553 9
104224 [일반] 광무제를 낳은 용릉후 가문 (9) - 뒤늦은 깨달음, 경시제 유현 (1) [6] 계층방정2972 25/05/27 2972 3
104223 [일반] AI야~ Timeless풍으로 pgr에 글 하나만 써줘! [11] Timeless6001 25/05/27 6001 7
104222 [일반] 희귀병에 걸렸을까요 [36] 삭제됨8336 25/05/26 8336 38
104221 [일반] ChatGPT 열풍과 강방천의 관점: 엔비디아 이후의 시대 [7] Eternity4906 25/05/26 4906 3
104220 [일반] BYD의 4월 독일 전기차 판매량 분석 [30] 타츠야5023 25/05/26 5023 2
104219 [일반] 경제침체와 연금붕괴는 모두 저출산 때문인가? [12] meson3616 25/05/26 3616 9
104218 [일반] WWF의 추억. 레슬매니아6를 다시 보고 [7] 빵pro점쟁이1158 25/05/26 1158 0
104217 [일반] 나라가 망하는 것보단, 이민을 대규모로 받는게 맞지 않을까요? [182] 마르키아르6978 25/05/26 6978 5
104216 [일반] 삼대가 모여사는 대가족이 받아들이는 국민연금 개혁안 [178] 호텔아프리카9711 25/05/26 9711 26
104215 [일반] 식당 자영업 문제 해결 방송(TV,유튜브)에 나오는 것에 대한 생각 [39] 깐부9693 25/05/25 9693 2
104214 [일반] <전,란> - 한국판 그래픽 노블을 기대해..도 될까요? (노스포) [2] aDayInTheLife6308 25/05/24 6308 1
104213 [일반] (스압,10mb)[515454]이세계 페스티벌 논란된 KOPIS 관객수 정정 [58] Neptune8146 25/05/24 8146 5
104212 [일반] 2025년 여름 코로나19 유행 주의하세요 [35] 여왕의심복11711 25/05/24 11711 77
104211 [일반] 롯데리아 크랩 얼라이브 버거(블랙페퍼) 평가 [34] 닉언급금지12547 25/05/23 12547 3
104210 [일반] I hate ALL!! [27] onDemand10684 25/05/23 10684 8
104209 [일반] MBC, 故오요안나 관련 기상캐스터 3명과 재계약 결정... 1명은 계약해지 [120] 홍검18146 25/05/22 18146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