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8/01 20:37:30
Name noname11
Subject [일반] 아직도 소독분무기차가 있네요 (수정됨)
월요일 지방에서 회의 참석을 위해 전주로 내려가는 도중 일행과 함께 도로가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고 나서 일행이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간 사이 나는 식당 뒤 산책로를 걸었다.
식당 뒤 산책로에 이어진 곳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고 돌로 된 마을이름이 있었고 비는 그쳤지만 흙길은 축축하게 적셔져 있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가득한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자연 그대로의 냄새가 났다.
뒤에서 트럭소리가 났다. 빵빵 내가 길 한가운데 있어서 길을 비켜달라고 트럭이 경적을 울린 것이다.
잠깐 뭔가를 느껴보기도 전에 현실로 돌아와 다시 차로 돌아가려는데 트럭뒤에 실린 요상한 물건이 내 눈길을 끌었다.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갑자기 호기심이 들어서 마을로 가는 트럭을 따라가 보았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오래전에 보았던 소독분무기를 실은 트럭이었다.

일행에게 카톡으로 나도 배가 아프니 식당에서 믹스커피를 타서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마을로 따라갔다.
트럭은 소독분무기를 켰다. 요즘도 어린 시절 그 냄새일까?
어렸을때처럼 트럭 뒤를 같이 뛰어가던 사람들은 없고 마을은 아무도 없이 적막했지만 나 혼자 연기를 뿜으며 천천히 마을을 도는
트럭을 가는길가듯 슬그머니 따라가며 냄새를 맡아보았다.
어릴때 그냄새는 아니고 미묘하게 다르고 연기도 투명했지만 나는 소독분무기 냄새를 맡으며 내 머릿속에서 이상한 전기가 찌르르
흐르는것을 느꼈다.

나이가 들고 어떠한 자극에도 무미건조해졌던 내가 갑자기 이세상의 온갖 자극이 생경하게 다가오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어린시절로
돌아간듯 한 느낌이 들었다.
마를데로 말라 쩍 갈라진 흔적만 남은 실개천바닥같던 내 잊혀졌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갑자기 소독차냄새와 함께 생생하게 되살아오는
폭풍우속에서 한동안 가만히 서있었다.

멀리서 소독차가 오면 동네 꼬마들과 함께 다같이 어두워질때까지 뛰어갔던 그 시절
일요일 아침이면 잠자는 호랑이같은 아버지와 따뜻하고 상냥한 어머니몰래 TV를 켰을때 나오던 디즈니만화동산
어떻게든 동네와 야산을 다 뒤져서 모양이 좋은 돌을 찾아와서 동네 또래들과 함께 즐기던 비석치기 놀이
학교를 일찍마칠때면 항상 오는 병아리 파는 아저씨의 유혹을 결국 못뿌리치고 품속에 병아리한마리를 꼬옥 껴안고 가서 엄마와 절대 물러나지 않는 고집대결을 하던때
아빠가 출장을 갈때면 엄마가 동화책을 가지고 와서 내방에서 내가 잠들때까지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목소리로  동화이야기를 할때 아늑하고 은은한 스탠드 불빛아래 세상에 이야기를 하는 엄마와 이야기를 듣는 나 둘만이 존재하는 듯한 순수한 사랑이 가득한 경험

우연히 마주한 소독분무기 냄새가 나를 어린시절로 돌아가게 한듯한 기묘한 시간여행을 하게 한 것이다.

핸드폰소리가 울렸다.
다시 나는 현실로 돌아갔다.
마음이 들떠서 운전대를 동료에게 맡기고 하염없이 창밖을 보았다.
어머니에게 선물을 보내야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피잘모모
21/08/01 21:03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m6r6XUfoqhg

이 노래가 생각나는 따뜻한 이야기네요 흐흐
noname11
21/08/01 21:11
수정 아이콘
오 이 노래 너무 느낌적으로 와닿네요 크크
21/08/01 23:41
수정 아이콘
H2를 감명깊게 보고 쓴 곡이라 확실히 그 감성이 묻어있네요 흐흐
valewalker
21/08/01 21:04
수정 아이콘
어릴때 소독차 정말 자주 봤는데 영상매체에 나오는것처럼 쫓아다닌적은 없었고 옆에 지나가면서 연기 뿜는거 숨 깊게 들이신적은 많았습니다 크크
noname11
21/08/01 21:12
수정 아이콘
전 아이들과 함께 달리는 소독차를 계속 지칠때까지 쫒아다녔습니다. 그냄새가 너무 좋더라고요 크크
21/08/01 21:04
수정 아이콘
저희는 방구차라고 불렀습니다
noname11
21/08/01 21:13
수정 아이콘
저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방구차라고 불렸던거 같아요
21/08/01 21:04
수정 아이콘
소독 냄새 중독성있죠
noname11
21/08/01 21:14
수정 아이콘
뭔가 몸에는 안좋을꺼 같은데 그냥 좋아서 계속 맡고 싶은 냄새였던거 같아요
두동동
21/08/01 21:08
수정 아이콘
서울에서도 종종 돌아다녀요. 생각보다 그렇게 싹 없어지진 않았습니다 크크
noname11
21/08/01 21:15
수정 아이콘
저도 동료한테 물어보니 이제는 신청하면 신청한곳에 출동해서 해주는 모양이더라고요 크크 우리동네에도 한번신청해야겠습니다.
단비아빠
21/08/01 21:39
수정 아이콘
소독분무기차가 옛날처럼 쉽게 볼 수 있게 된건 아니지만
모기가 있는한 앞으로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겁니다.
단비아빠
21/08/01 21:40
수정 아이콘
요즘 더위 때문에 가끔 살수차가 물뿌리고 다니던데
그냥 물을 뿌릴게 아니라 안개 형태로 뿌리고 다니면
아마 애들이 엄청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유리한
21/08/01 21:57
수정 아이콘
그리고 성인들은 민원을.. ㅠ
양지원
21/08/01 22:11
수정 아이콘
예전에 나던 냄새는 경유 다량에 살충제 소량을 타서 쓰던 냄새였는데, 요즘은 물에다가 확산제랑 살충제를 타서 쓰는 방식이라 그 냄새가 안나더라구요.
21/08/01 23:41
수정 아이콘
소독분무 기차인 줄 알고
아니 그런게 있다니!!! 신나서 들어왔네요 흐흐
덕분에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21/08/02 01:04
수정 아이콘
냄새 기억이 안 나네
주유소 냄새 같은 거였나
Cookinie
21/08/02 07:54
수정 아이콘
사람들이 알긴 아는데, 정작 정식 명칭을 모르는 것 중 하나죠.
가열연무기라고 하며, 농가에서도 자주 쓰는 장비입니다.
21/08/02 07:55
수정 아이콘
요새 오토바이에 설치해서 하기도 합니다
다리기
21/08/02 08:03
수정 아이콘
저도 얼마 전에 봤습니다 재밌더라구요
요즘 부모는 기겁하면서 애들 대피시킬 것 같은데
예전엔 애들이 어찌 그리 잘 따라다니고
아무도 뭐라 안 했는지 세상이 많이 변했다 싶어요 크크
사울굿맨
21/08/02 08:16
수정 아이콘
그 땐 저녁 먹으며 만화영화 보기 전까지는 애들끼리 온동네를 쏘다니는 게 국룰이었죠.
지금은 아파트 놀이터 갈 때도 반드시 보호자가 배석해야 함...크크
다리기
21/08/02 08:36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요즘은 도보 5분 거리 등하교길도 비 조금만 오면 학교 앞이 차로 꽉 막히는 시대에요. 너도나도 차 태워 보내느라 크크

사건사고가 더 많았던 시대에 너무 강하게.. 혹은 무심하게 키우다 잘못된 경우를 보고 자란 탓이라 생각하면 서글픈 이야기기도 합니다.
안전불감증 시대에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과보호 부모가 된 모습은요..
21/08/02 08:31
수정 아이콘
우와 어렸을때 소독차 나타나면 동네꼬마들에게는 축제였었는데 크크크
추억이네요.
박용택_33
21/08/02 09:04
수정 아이콘
저의 시골집에는 아직도 가끔 옵니다. 집도 그렇고 주위에 목장 지대라 그런지 이따금씩 오곤 합니다. 근데 예전처럼 연기?가 심하지는 않더라고요.
개좋은빛살구
21/08/02 10:28
수정 아이콘
크크크 그때는 소독차 돌아가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면
"창문 닫아!" 하시던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저는 창문 닫고서 당장 밖으로 나가서 집에 있는 동네친구들 다 불러가지고 자전거 끌면서 열심히 따라갔던 기억이 크크크
21/08/02 12:47
수정 아이콘
소독분무가챠로봐서 뭘까했는데
가챠를끊어야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2] 오호 20/12/30 107333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4] empty 19/02/25 221672 6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0] OrBef 16/05/03 353297 27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193220 3
93430 [일반]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감상문(본작+기타 짱구극장판 스포주의) [4] 말랑607 21/09/20 607 0
93429 [일반] 군대있을때 제일 이해안가는거 두가지 [85] 허스키3191 21/09/20 3191 1
93428 [일반] 어제 운동하다가 본 달 [6] 판을흔들어라2733 21/09/20 2733 4
93427 [일반] 주식 시장에서 돈 버는 방법 (Regime & Frame) [8] 방과후계약직3266 21/09/20 3266 2
93426 [일반] [노스포] 오징어게임을 보고나서 간략한 평 [65] 김유라5487 21/09/20 5487 5
93425 [일반] 탈모약 살때는 종로5가 [67] 여기6501 21/09/20 6501 15
93424 [일반] [토막글]의외로 인종별 차이가 없다는 근거들이 나온 것. [37] kien.5728 21/09/20 5728 2
93423 [일반] [팝송] 레이니 새 앨범 "gg bb xx" 김치찌개724 21/09/20 724 0
93422 [일반] 3,4천번대 그래픽카드는 같이 판매될것 [18] SAS Tony Parker 4263 21/09/20 4263 0
93421 [일반] 출산율을 올릴만한 "혁명적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221] 트린다미어7949 21/09/19 7949 23
93420 [일반] 어라? 다반 다시 장사하는가요? [6] 공기청정기4626 21/09/19 4626 1
93419 [일반] 남성이 여성보다 불리한 것들 [492] 비후간휴13841 21/09/19 13841 30
93418 [일반] 여주인공의 모든 것이 눈부신 넷플릭스 중드 - 이지파 생활 [82] 아난7137 21/09/19 7137 2
93417 [정치] 화천대유애 대한 추가 이야기 [165] umc/uw9390 21/09/19 9390 0
93416 [일반] 명절기간 단기(하루)알바 경험담 [11] Croove4159 21/09/19 4159 9
93415 [일반] [책]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 후기 [2] aDayInTheLife2270 21/09/19 2270 3
93414 [일반] 영어 공부 꾸준히 하는 법 (부제: 진리의 사바사) [9] 수국3098 21/09/19 3098 1
93413 [일반]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 [80] 김홍기6729 21/09/19 6729 2
93412 [일반] 바둑에 흥미를 느끼십니까? [58] 수국4317 21/09/19 4317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