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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5/15 18: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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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1 https://pgr21.com/freedom/91714
Subject [일반] [역사] 참을 수 없이 슬프게 흐르는 강물 ─ 슬퍼서 견딜 수 없어 悲しくてやりきれない
https://pgr21.com/freedom/91714
위 글과 같이 읽으면 좋습니다.






흐르는 강은 멀리서 보면 모든 것을 집어삼킬것처럼 어둡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속에 깨끗함을 가지고 있어 아름답습니다.



부드럽고 맑은 것이 끝도 없이 흐르는 광경은 정말이지 그저 보고만 있어도 즐거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강은 풍요와 번영, 그리고 문명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강이 있는 곳에는 초록색 생명이 있고, 꽃이피고 열매가 맺고, 열매를 먹는 동물이 있고, 인간이 모여듭니다.



그렇기에 강은 연결입니다. 사람들은 강가에 모여 마을을 이루고 가족과 가족이 서로 연결됩니다.



그러나 모든 연결이 곧 번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강은 때때로 범람했고, 사람들은 때때로 서로를 죽였습니다.


그럴때면 강은 단절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을 가르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강을 건너는 일은 곧, 죽음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운 고향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저 강 건너에 있지만, 만날 수 없는 고통은 얼마나 클까요.





슬픔은 강물처럼 시간을 타고 끝도 없이 흘러가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강 건너의 그 곳에 닿아 추억이 깃든 고향에서 그리던 사람들과 재회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언젠간 반드시 강 건너 저 편에서 언어와 이념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이전 세상의 모든 고통을 잊고 함께 노래 부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胸にしみる 空のかがやき
가슴에 사무치는 하늘의 반짝임
今日も遠くながめ 涙をながす
오늘도 먼 곳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네
悲しくて 悲しくて
슬퍼서 슬퍼서
とてもやりきれな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このやるせない モヤモヤを
이 안타까운 뭉게마음을
だれかに告げようか
누구한테 전할 수 있을까

白い雲は 流れ流れて
하얀 구름은 흘러 흘러
今日も夢はもつれ わびしくゆれる
오늘도 꿈은 엉켜 쓸쓸히 흔들리네
悲しくて 悲しくて
슬퍼서 슬퍼서
とてもやりきれな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この限りない むなしさの
이 끝이 없는 허무함에
救いはないだろうか
구원은 없는 걸까

深い森の みどりにだかれ
깊은 숲의 푸르름에 안겨
今日も風の唄に しみじみ嘆く
오늘도 바람소리 사무쳐 한숨쉬네
悲しくて 悲しくて
슬퍼서 슬퍼서
とてもやりきれな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このもえたぎる 苦しさは
이 타는 듯한 고통은
明日も続くのか
내일도 이어지려나


일본의 전설적인 포크 그룹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ザ・フォーク・クルセダーズ 는 전쟁과 분단을 넘어, 낯선 문화와 낯선 언어의 나라에서 강 건너 도착한 아름다운 노래를 받아 거꾸로 다시 흘려보냈습니다.

노래를 노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그들은 임진강イムジン河을 부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임진강은 결국 발매금지 처분을 받았고, 폐기되었습니다. 호쿠루는 발매금지된 임진강 대신에 어떤 노래라도 당장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자, 이전에 임진강을 부르기 좋게 편곡했었던 가토 가즈히코는 골방에 틀어박혀(밖에서 아예 자물쇠로 잠가버렸는데, 그마저도 안에서 딴 짓하면서 놀다가 막판 30분만에 끝내버렸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3시간만에 작곡을 하게 됩니다.



이 때 이 노래를 임진강의 멜로디를 거꾸로 돌려서 만들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로는 거기에서 영감을 받았을 뿐 어느정도 과장된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단순 카피가 아닐뿐, 전혀 다른 노래는 아닙니다. 호쿠루의 멤버, 하시다 노리히코 씨의 말에 따르면 두 곡은 '형제곡'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두 곡의 멜로디는 왠지 통합니다. 그리고 가사도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 보면 서로에게 하는 말 같아요. 북쪽에서 남쪽을 추억하는 '임진강'. 남쪽에서 북쪽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슬퍼서 견딜 수 없어'."


작곡이 끝난 후, 작사를 맡은 사람은 사토 하치로 였습니다. 그는 당시 매우 유명한 원로 작사가였으나, 64세의 노인이었습니다. 가토 가즈히코는 과연 곡에 맞는 가사가 나올 수 있을지 의구심 반, 존경심 반이었다고 합니다.



가사는 1주일 뒤에 완성되었습니다.

胸にしみる 空のかがやき
가슴에 사무치는 하늘의 반짝임
今日も遠くながめ 涙をながす
오늘도 먼 곳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네
悲しくて 悲しくて
슬퍼서 슬퍼서
とてもやりきれな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このやるせない モヤモヤを
이 안타까운 뭉게마음을
だれかに告げようか
누구한테 전할 수 있을까

白い雲は 流れ流れて
하얀 구름은 흘러 흘러
今日も夢はもつれ わびしくゆれる
오늘도 꿈은 엉켜 쓸쓸히 흔들리네
悲しくて 悲しくて
슬퍼서 슬퍼서
とてもやりきれな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この限りない むなしさの
이 끝이 없는 허무함에
救いはないだろうか
구원은 없는 걸까

深い森の みどりにだかれ
깊은 숲의 푸르름에 안겨
今日も風の唄に しみじみ嘆く
오늘도 바람소리 사무쳐 한숨쉬네
悲しくて 悲しくて
슬퍼서 슬퍼서
とてもやりきれな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このもえたぎる 苦しさは
이 타는 듯한 고통은
明日も続くのか
내일도 이어지려나





가토는 가사를 받아 불러보고선, 마치 처음부터 이 가사 위에 멜로디를 입힌 것처럼 잘 어울려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モヤモヤ모야모야(뭉게뭉게)라던가, 이 가사 뭐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노래하니까 엄청난거에요. 그래서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녹음했는데... 역시 정말 대단하네요.



그렇게 임진강이 발매 중지된 뒤 1개월만에 '슬퍼서 견딜 수 없어'는 1968년 3월 21일(가토의 21번째 생일)에 발매되었고, 지금까지도 전설적인 곡으로 남게 됩니다.




'임진강'과 '슬퍼서 견딜 수 없어'는 두 곡 모두 〈박치기!〉 의 ost로 쓰여 다시금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 음악감독은 당연히 가토 가즈히코가 맡았습니다.




'슬퍼서 견딜 수 없어' 는 또, 비교적 최근에 전쟁의 참혹함을 주제로 하는  〈이 세상의 한 구석에〉 의 ost로 다시 불렸습니다.







북한에서 일본으로, 다시 일본에서 남한으로, 음악은 언어와 국경, 그리고 이념을 초월해서 자유자재로 강 건너편에 도착합니다. 비록 두 다리로는 건너갈 수 없어도, 대신 우리는 노래에 소망을 담습니다.





누군가가 음악마저 짓밟으려 해도, 음악은 또 다른 모습으로 유연하게 방향을 틀어 우리의 가슴속에 자리잡습니다. 그런 소중한 희망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났을지언정 가슴속에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음악은 강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 화해의 싹을 틔웁니다. 희망을 담은 노래는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그리고 미래로, 자유자재로 어디든지 도착합니다.





땅에 묻힌 임진강은 삼십년의 세월동안 흘러가 다시 꽃을 피웠고, 슬퍼서 견딜 수 없던 우리는 다시 강물을 거슬러 가 세상의 한 구석에서 마찬가지로 참을 수 없이 아파했던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음악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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及時雨
21/05/15 22:23
수정 아이콘
아니 멜로디가 역재생이 아니었군요 크크
21/05/15 23:15
수정 아이콘
네, 저도 처음엔 역재생인줄 알았는데 찾아보니까 그냥 작곡 영감을 역재생에서 얻은 것일 뿐 실제로는 아니었다고 하네요
김삼관
24/10/25 15:16
수정 아이콘
제가 추구하는 음악 방향성을 담은 글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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