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1/11 12:46:47
Name 담담
Subject [일반] 얼어버린 세탁기와의 싸음
기록적인 한파 잘 견뎌내셨나요?
저희는 세탁기가 얼어서 고생 좀 했습니다.

호스가 얼어서 빨래를 못해 빨래 일주일치가 그득 쌓여 있더라고요.
일요일이 조금 덜 추운거 같아 우리 부부는 오후에 세탁기 녹이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급수 호스 2개를 빼내서 욕조에 뜨거운 물 부어 담가두고, 수도꼭지랑 배수호스 등에 드라이기로 한참을 열을 가했습니다.
뒷베란다가 좁은데다가 세탁기 위에 프레임 짜서 얹은 의류건조기까지 있어서 세탁기를 조금 빼내었지만 공간이 좁습니다. 
둔한 남편이 몸 구겨 넣고 한참을 작업했습니다.
다시 호스를 조립하고 세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세탁 버튼을 누르니 물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오 되나부다 아~ 옆에 물샌다. 얼른 전원을 끕니다. 세제통 쪽에서 물이 못들어가고 조금 흘러 넘쳤습니다. 안을 훑어보니 얼은거 같지는 않지만 엄청 더럽네요. 옆에서 한소리 합니다. 청소 좀 하지. 청소는 니 담당이잖아. 서로 흘겨보며 다시 해봅니다.
세제통을 끼우고 뜨거운 물을 한컵 받아다가 세제통에 부은 후 시작 버튼을 누르니 동작이 됩니다. 됐다. 좋다고 방에 들어가 손발을 녹입니다. 한참 후에 가보니 세탁기가 멈춰있고 뭔 글자가 써있습니다. 사용설명서를 찾아보니 배수오류랍니다.
우선 세탁물을 빼내고 생각하자고 문을 열려고 하니 안열립니다.
우선 전원 코드를 뺏다 끼웁니다. 안열림.
드럼세탁기 강제로 문열기라고 인터넷 검색을 합니다.
헹굼 탈수 버튼을 동시에 3초 동안 누르기. 안열림.
계속 검색
세탁조 안에 물이 있으면 안전상 문을 못 열게 되어있다고 하부에 물빼기 선으로 물을 뺀 후 열라고 합니다. 찾아보니 작고 앙증맞은 선이 하나 있네요. 이거로 언제 저 물을 다빼나 싶지만 우선 빈 음료수병을 대고 마개를 빼봅니다. 물안나옴. 세탁기 안이 얼은거 같습니다.
다시 검색
전원코드를 2분이상 뺐다가 꼽고 열어보랍니다.
처음에 너무 금방 뺐다가 꼽아서 안된거 같습니다. 5분 후에 문 아래에 큰 사각 플라스틱통을 대고 문을 열니 잘 열립니다. 근데 물이 반은 바닥으로 흘러버렸네요. 빨래를 다 빼내고 바가지로 세탁조안에 남은 물을 퍼냅니다. 물을 끓여 한바가지 세탁기 안에 넣어놔둡니다. 물빼기 선으로 물을 빼내보기로 합니다. 음료수병을 몇 번을 갖다 버리게 잘 나옵니다. 오염물질 덩어리가 물에 섞여 나옵니다. 아마도 십년 묵은 의류잔류물들로 보입니다. 옆에서 한마디 거드네요. 청소 좀 하지. 한번 흘겨 주고 새 세탁기 사면 자주 청소하자.
이제 다 된거 같지만 그래도 불안하니 끓인 물 한 냄비를 세탁조 안에 부어 잠시 둡니다. 탈수 버튼을 누르니 잘 배수됩니다.
세탁물을 다시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르니 아까보다 소리도 경쾌하고 잘되는거 같습니다.
틈틈이 감시하며 세탁은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녹이는 시간만 둘이서 한 3시간 걸린거 같습니다. 세탁기 언 것은 처음이라 참 많이 당황했지만, 뭔지 엄청 뿌듯합니다. 안쓰는 낡은 이불을 세탁기 위에 덮어주고, 호스를 빼서 안에 물을 빼두었습니다. 호스 전용 보온재를 구매 신청해 놓았고요.

다음에 또 얼게 된다면,
호스를 빼서 녹이고, 세제통에 뜨거운 물 한컵 부어주고, 세탁조 안에 뜨거운 물 한냄비 넣어서 세탁기를 녹인 후 탈수 버튼을 눌러 배수까지 확인하고 세탁해야겠다는 매뉴얼을 머릿속에 입력합니다.
고생한 무용담을 회사사람들한테 말하니 코인빨래방에서 만원만 주면 두 번 빨래할 수 있는데 왜 고생하냐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노젓는뱃사공
21/01/11 12:54
수정 아이콘
토욜날 세탁기 2대 건조기 1대 다 얼어서 동작이 안됬는데
다행히 캠핑 때문에 가지고 있던 팬히터가 있어서
그냥 아파트 세탁실에 틀어 놓으니깐 모든게 해결 되더군요;;

없었으면 고생좀 했을꺼 같긴합니다 ㅠ
21/01/11 14:25
수정 아이콘
안그래도 히터 하나 살까하다가 잠깐 쓸려고 사기가 아깝고 둘데도 없어서 안샀는데 있었으면 쉽게 해결되었겠네요
21/01/11 12:57
수정 아이콘
괜히 이 날씨에 건들였다가 고장날까봐 세탁기 손도 안 대고 있습니다..
저야 혼자 사니까 괜찮긴한데 애들 옷 빨아야하는 부모들 입장에선 속이 타겠구나 싶더군요.
21/01/11 14:27
수정 아이콘
흰옷만 우선 빨았습니다. 겉옷은 한번씩 더 입으라고 ...
게르아믹
21/01/11 12:57
수정 아이콘
지금 구축아파트 1층에 전세사는데 토요일 오후에 누가 빨래를 돌렸는지 배란다에 물이 가득차서 3시간동안 물 퍼냈습니다...ㅠㅠ
21/01/11 14:27
수정 아이콘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네요. ㅠㅠ
거룩한황제
21/01/11 15:33
수정 아이콘
구축아파트 제일 꼭대기 층에 사는데...
저층 불편하신거 때문에 이런 추위에는 세탁 안하죠;;;
아니 오히려 못하죠.
먼저 얼어버려서;;;;;

여튼 구축 아파트의 문제점이 그거 같습니다.
세탁실이 거의 외부와 다름없는거라서 강추위면 그냥 얼어버리는;;;
21/01/12 00:37
수정 아이콘
구축 15층인데 1층역류했다고 세탁기돌리지말라는 방송을 하루에 두번씩합니다
엘케인
21/01/11 12:59
수정 아이콘
저희도 팬히터를 한시간 넘게 틀어놓았더니 냉수급수관이 녹더라구요.
그런데도 세탁기와 건조기가 2-30분마다 한번씩 멈춰서(배수해달라고) 각각 강제배수호스를 써서 무사히 마쳤네요.
아파트 1층이라, 윗집에서 물 많이 내려보내면 어쩌나 매일매일 확인하던게 스트레스였습니다.
21/01/11 14:29
수정 아이콘
아이고 윗분도 그렇고 1층은 여러모로 힘든가 보네요
산밑의왕
21/01/11 13:41
수정 아이콘
세탁기 자체도 문제지만 아파트 배수관이 어는 경우엔 진짜 답이 없는데 다행히 잘 대처하셨네요.
저도 세탁기 녹이는게 일이었는데 준신축으로 이사오니 너무 행복하네요 크크
21/01/11 14:30
수정 아이콘
축하드려요. 저도 새아파트 가고 싶네요
회장님
21/01/11 14:44
수정 아이콘
작년 오픈한 신축 대단지에 살고 있는데, 난리입니다.
저층세대 안방발코니 우수관이 얼어서 물이 역류해서 물이 넘쳐나고, 실외기실들이 꽁꽁 얼어서 고드름 열릴 정도인 곳들이 수두룩하고
거실/방/베란다 창문 결로는 거의 상수이고 지하 1~3층 주차장 천장 곳곳에서 물이 누수가 되어 차들에 떨어지고 엄청 납니다.
말만 새로 지은 아파트지 하자 부실이 폭설로 들어나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이런 것들 건설사에 이야기 하면 하자 아니라고 해서 다들 분노하고 아우성입니다.
21/01/11 18:31
수정 아이콘
아파트도 복불복인가보네요
스물다섯대째뺨
21/01/11 14:19
수정 아이콘
사무실 화장실이 얼어서 사투중입니다 유유
심지어 온수구하는것도 제한적이라..
21/01/11 14:31
수정 아이콘
와 이건 정말 사투네요. 작은거는 그렇다치고 큰거는 어쩐대요 ;;;
법돌법돌
21/01/11 14:53
수정 아이콘
어 이거 어제 제가 한 건데.. 크크크
21/01/11 17:27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크크
뒷산신령
21/01/11 14:57
수정 아이콘
수도꼭지 녹이고 뜨거운물 틀어서 호스 녹이고 호스 연결해서 뜨거운물로 세탁기 배수부분에 뿌려서 세탁기좀 녹이고 세탁기 통돌이에 물받아서 세탁기 사우나좀 시켜주고 돌리니
무슨 종자돈으로 빌딩산거같은 뿌듯함이 몰려왔습니다. 온수한잔으로 이 큰일을 하다니 하구요.
내일부터 날 풀리니 다행입니다.
21/01/11 17:30
수정 아이콘
저도 저거하고 엄청 뿌듯했답니다. 겨우내 지난주만큼 추운날이 다신 없길 바라고 있답니다.
Tyler Durden
21/01/11 15:04
수정 아이콘
고생 하셨습니다. 저런것도 혼자서 다 겪으면 현타 많이 옵니다 크크
옆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좀 덜하죠.
겪을땐 고통이긴 한데 경험이 돼서 지혜가 되긴 하더라구요.
저도 예전에 냉장고에 성에가 껴서 안에 음식물 다 빼고 정리하고, 성에 녹이고, 녹인거 수건으로 몇번이나 쥐어짜고
생고생 했던 경험이 생각나네요...
요번 한파때도 살짝 고생하긴 했는데, 극한상황으론 안 가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21/01/11 17:31
수정 아이콘
저런거 같이 겪고 나면 전우애가 생긴답니다. 크크
이쥴레이
21/01/11 15:09
수정 아이콘
아내 가게 수도관이 오늘 터져서 난리네요.
요즘 한파라 신경 써야된다고 이야기 했는데 기어코 터져서...

2년전에는 화장실이 터져서 다 침수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21/01/11 17:32
수정 아이콘
슬프네요. 잘 마무리 되시길
노둣돌
21/01/11 16:25
수정 아이콘
우리 아파트는 한 5일 정도 세탁 금지령이 내려졌습니다.
28년 장기거주자라 아파트의 모든 역사를 지켜봐 왔는데, 1층 배수관이 얼어서 물이 역류한다는 방송을 28년째 듣고 있습니다.
저도 귀찮아서 관리소에 대안 마련을 해보자는 말을 못했습니다.
어제도 1층 아저씨가 세탁한 집 찾으러 15층까지 모든 집을 방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입으로는 관리사무소를 욕했지만 속으로는 자괴감 만땅이었습니다.
21/01/11 17:34
수정 아이콘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할거 같은데, 대책 세우는게 어려운가 보네요.
21/01/11 17:46
수정 아이콘
추워서 보일러 틀고 자는데 왜 어는지.
21/01/11 18:31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ㅠ
고분자
21/01/12 10:45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네요 수도꼭지 주변에 얇은 행주라도 감아놓으면 수도는 거의안얼고 드럼은 수동배수관 열어서 물빼놔야합니다~ 날풀리면 자연히 녹으니 코인있으면 쓰는게낫죠
21/01/13 15:08
수정 아이콘
저도 저도요 하.. 급수관 얼어서 안되는거 녹이고 커피포트기로 뜨거운 물 세탁기 안에 한참두고 수동 배수관 열어보니 얼음들 녹아서 빠지면서 그제서야 되던데 하하 일주일치 빨래 돌리니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972 [일반] K 코로나와 현대문명 [12] 집으로돌아가야해10296 21/01/11 10296 22
89970 수정잠금 댓글잠금 [정치] 월성원전 방사능물질 누출 보도, 반전과 반전 [115] 이카루스8817227 21/01/11 17227 0
89969 [일반] 위장전입자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105] 회색사과22303 21/01/11 22303 17
89967 [정치] 대통령, "다음 달부터 백신 접종 시작" [139] 삭제됨18856 21/01/11 18856 0
89966 [일반] 얼어버린 세탁기와의 싸음 [30] 담담10268 21/01/11 10268 5
89965 [일반] 코로나 신규확진 451명, 41일만에 400명대로 [187] relax19048 21/01/11 19048 6
89964 [일반] 흑인역사문화박물관 in Washington, DC [8] Ms.Hudson8332 21/01/11 8332 12
89963 [일반] 저출산의 파급력과 현황 그리고 선택 [303] 아리쑤리랑59335 21/01/11 59335 100
89962 [일반] 2021년 세계경제 향방을 좌우할 7대 이슈 [5] 김홍기11483 21/01/10 11483 14
89961 [일반] 최근 넷플에서 본 영화 추천 [12] PENTAX11537 21/01/10 11537 5
89960 [정치] 검찰수사권 폐지 서약으로 진문감별중인 조국지지자모임 [74] 맥스훼인13082 21/01/10 13082 0
89959 [일반] 이 날씨에 운동한 이야기(사진데이터 주의) [13] 판을흔들어라7740 21/01/10 7740 4
89958 [일반] 인구변화로 상대 국력이 크게 변할 국가들 [59] 데브레첸18637 21/01/10 18637 21
89957 [정치] 채팅 AI 이루다와 다시금 올라온 연예인 팬픽(RPS)논란 [75] 추천16031 21/01/10 16031 0
89956 [일반] 한국(KOREA)에서의 생존법(6) [24] 성상우8276 21/01/10 8276 6
89955 [일반] 중국의 대인 한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20] 성아연15254 21/01/10 15254 50
89953 [일반] 초강대국, 패권등 국제정치 개념 정리. [43] 아리쑤리랑17030 21/01/10 17030 41
89952 [일반] 기갑전기 드라고나 [27] 우효10092 21/01/10 10092 6
89949 [일반] 대화면 타블렛 사용후기들(서피스, 아이패드프로, 갤럭시탭까지) [86] 나주꿀17028 21/01/09 17028 4
89948 [정치] 국민의힘 김웅 의원 필리버스터 영상 요약 [63] sakura18086 21/01/09 18086 0
89947 [일반] 자동차세 연납 신청·접수…9.15% 할인 [16] 피쟐러11047 21/01/09 11047 6
89946 [일반] 안 팔리던 중국 비행기 이야기 [28] 피알엘10865 21/01/09 10865 2
89945 [일반] 한강이 꽁꽁 [20] 及時雨8913 21/01/09 8913 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