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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1/10 01:18:06
Name 우효
Subject [일반] 기갑전기 드라고나 (수정됨)
어릴 때 처음 좋아했던 로봇은 가리안 시리즈였습니다. 그 전에도 철인 28호나 아톰 등을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썩 좋아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죠.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500원에 팔고있던 프라모델 - 당시에는 조립식이라고 불렀지만 - 이었던  ‘가리안’ 시리즈는 너무나 멋졌습니다. 어쩌다 생기는 용돈을 모아서 가리안 시리즈를 하나 둘 만들어 나갔습니다. 특히 그 시절 프라모델 안에 들어있던 조립 설명서의 대략적인 설정들은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하던 시절 머릿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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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나무위키에서 퍼왔습니다. 프로마시스, 아졸바, 쥬웰, 윙갈… 특히 반인반마 디자인의 프로마시스가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꽤 인기를 끌었습니다. 상급 기체인 프로마시스-지가 있다는 것도 나름 신선했죠.

가리안 이후로 자연스레 건프라로 주된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사실 구 건담 - RX-78의 디자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ZZ 건담의 떡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ZZ를 접한 이후 본격적으로 건담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아! 구 건담에서 샤아(당시엔 스어였죠)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열심히 따라그렸던 기억이 있네요. 어릴 땐 스어가 건담의 주인공인 줄 알았습니다. 제일 잘 생겼으니까…? 또 당시 우주 흑기사라는 해적판 만화에서 주인공이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뭐 하여간.

건프라 외에도 당시 들어오던 다른 로봇 애니들도, 역시나 프라모델을 통해 조금씩 접하고 있었습니다. 거신 고그나, 은하 표류 바이팜 등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는 어차피 애니메이션은 못 보니, 프라모델의 퀄리티가 더 중요했던 것 같네요. 아카데미에서 나왔던 거신 고그는 나름 괜찮은 퀄리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프라모델과 함께 설익은 오타쿠 새싹들의 갈증을 채워주던 물건으로 미니백과라는 게 있었죠. 로봇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특촬물, 미국 드라마, 어린이용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미니백과가 나왔는데, 이 미니백과의 빈약한 설명이 그 때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식이었죠. 물론 용돈이 넉넉치 않았기에 언제나 신중에 신중을 기해 책을 고를 수 밖에 없었고, 책을 사들고 오면 한 글자 한 글자 삼키듯 읽어 내려갔습니다.
몇년 전 다이나믹 콩콩 미니백과 시리즈 일부가 재판됐을 때 추억을 빌미로 비싸게 팔아먹는구만...이라고 생각하고 외면했는데 이제 그 때의 몇 배 가격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그 때 사둘 걸…! 은 주식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시 마크로스와 Z건담이라는 미니백과를 통해서 마크로스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후 중학생 때 극장판을 접하게 되는데… 이 얘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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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 신품에 가까운 물건이 12만원에 올라와 있군요. 덜덜덜…. 다행히 저는 아직 집에 갖고 있습니다. 상태는 별로 좋지 않지만.

제목은 드라고나인데 멀리 돌아왔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미니백과들을 사모으던 중, 드라고나 시리즈를 서점에서 접하게 됩니다.
사실 당시 아카데미에서 나온 드라고나 프라모델은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서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건프라들은 본드 떡칠이 기본이었다면 드라고나 프라모델은 먼저 내부 프레임을 나사를 이용해 조립하고, 위에 장갑을 덧씌운다는 충격적인 조립 방식을 채택했거든요(물론 아카데미 오리지널이 아니라 반다이의 기믹을 카피한 것이겠지만요). 대신 장갑이 너덜거려서 잘 고정되지 않고 툭툭 빠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래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모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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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나무위키 펌입니다. 저는 그냥 드라고나보다 개량형인 커스텀의 디자인을 더 좋아했습니다.
서점에서 접한 백과는 다이나믹의 미니백과보다 큰 판형의, 딱다구리 문고에서 나온 녀석이었습니다. 물론 일본에서 출판된 뉴타입 100% 콜렉션의 카피판이었죠. 가격은 만만치 않은 1500원. 3권을 모두 산다면 무려 4500원이라는, 당시 최고가 프라모델을 사고도 남을 가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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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네이버 블로그…

고민 끝에 부모님을 졸라서 결국 책을 사들고 집으로 와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3권이 인상적이었는데,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장면의 해설, 메카닉 및 캐릭터 설명 등으로 구성되던 당시 백과사전들과 달리 무려 소설이었습니다(사실 이 얘기를 하려고 길게 글을 써 왔네요).

애니메이션 드라고나는 콜로니가 습격당하며 우연히 로봇의 조종권을 손에 넣은 소년들이 출격한다는, 구 건담 스토리의 파쿠리처럼 전개되지만 소설판은 주인공 케인과 미지라는 소녀의 로맨스가 꽤 길게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마이오 푸래트(정식 이름은 마이요 플라토인가 보군요… 화루겐은 팔겐이었다고?!)는 글레스타 길돌이라는 이상한 소년의 꾀임에 빠져 그만… 어릴 때도 앞의 애니메이션 컷과 함께 전개되는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이 소설판의 전개에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나름...재미있어요. 필력도 나쁘지 않고, 끝도 그럭저럭 깔끔하게 맺습니다.
물론 당시의 서적에서 이 소설의 정체에 대한 단서를 찾기는 어렵고, 일본인이 쓴 뭔가를 번역한 건가? 같은 막연한 상상만 갖고 있습니다. 혹시 정체를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PGR에 현업 애니메이터 분들도 계시니 혹시 알려주시지 않을까...기대를 갖고 이런 글을 쓰게 됐습니다. 헤헤헤)

다른 얘긴데, 오바리 선생의 데포르메된 일러스트는 정말 대단합니다. AV만 표지 사기가 있는 게 아니다! 애니메이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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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0 01:24
수정 아이콘
드라고나 저도 기억나네요.
저시절 일본 완구들은 뭔가 로망이 있었네요, 제 나이가 그 때 어렸던 탓도 있겠지만요.
21/01/10 13:54
수정 아이콘
저는 아카데미에서 주는 달력에 있던 건담 EX-S가 너무 마음에 드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발매가 되지 않아 아카데미 본사에 찾아갔던 적이 있네요. 당시 막 싹트기 시작하던 디오라마들도 직접 구경하고... 굉장히 기억에 남는 추억입니다.
라투니
21/01/10 01:26
수정 아이콘
↑←↑
이웃집개발자
21/01/10 02:10
수정 아이콘
아 이거치려고 들어왔는데
다크 나이트
21/01/10 01:27
수정 아이콘
오프닝버전과 실제 방영버전 프라가 따로 있는 그 op 사기의 전설 드라고나죠.
공기청정기
21/01/10 01:28
수정 아이콘
저는 중전기 엘가임도 좋아했죠.

오바리 버전 드라고나는 바리고나라고 해서 별도 카테고리로 묶는 모양이더군요.(...)
21/01/10 14:02
수정 아이콘
엘가임 하면 FSS! FSS도 중학생 시절 여러모로 충격적이었습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이것도 추억팔이를...
(비록 고딕 메이든 이후로는 안 보게 됐지만...)
21/01/10 01:30
수정 아이콘
아 이거...건담도 안 보는 로봇물에 딱히 관심없는 사람인데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오프닝 보고 깜짝 놀라서 나무위키 찾아본 기억이 나네요.
일본 버블시절 애니..대단해! 하면서. 오프닝 사기였다고 해서 그럼 그렇지 하긴 했지만.
라라 안티포바
21/01/10 01:35
수정 아이콘
전 슈로대A를 좋아해서 거기서 잘 썼습니다.
3호기는 필수였는데, 1,2호기는 15기 출격제한때문에
우주루트로 시작하는 리얼계는 초반부터 정들어서 끝까지 키웠네요.
21/01/10 01: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소노다 히데키( https://ja.wikipedia.org/wiki/%E5%9C%92%E7%94%B0%E8%8B%B1%E6%A8%B9 ) 라는 사람이 쓴 한 권짜리 소설판( https://www.amazon.co.jp/dp/4044701016 )이 있네요. 아마도 이것일 듯?

본문 내용 중에서는 기갑계 가리안에 나온 그 프로마키스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가리안은 결국 한 번도 본 적 없고 프라모델만 봤는데 이런 디자인의 메카도 있다는 데에 큰 충격을 받았었죠. 그 뒤에는 좀처럼 그런 메카를 못 보다가, 라이트노벨 『나이츠 & 매직』에서 오래간만에 그런 인마일체형 메카를 봤던 것 같습니다. 첸도르그라고.
(그리고 완전히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상반신이 말이고 하반신도 말이며 인중적토 마중적토인 적토마…를 보고 모처럼 큰 충격을….)
21/01/10 13:5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댓글 내용으로 검색해보니 3권과 내용이 일치하네요.
나이츠 & 매직은 처음 보는데, 첸도르그라는 기체 디자인은 멋있네요!
요기요
21/01/10 02:16
수정 아이콘
오프닝곡 꿈빛 체이서가 좋아서 수시로 즐겨듣습니다. 물론 과거 슈퍼로봇대전에서도 자주 나와서 익숙하네요
자작나무
21/01/10 04:35
수정 아이콘
슈로대 할때마다 출격수 3을 잡아먹어서 싫었던 생각이 나네요. 힝힝
21/01/10 05:29
수정 아이콘
이건 오프닝이 역대급이죠. 진짜 오프닝은 엄청 멋있습니다.
피알엘
21/01/10 05:50
수정 아이콘
가리안 열심히 모았죠...
그 200원짜리 과자에 들어있던 Z건담 프라모델들도 좋았네요.
21/01/10 13:57
수정 아이콘
가리안은 저 성의없는? 허름한? 변신 기믹이 굉장히 특징적이죠. 덕분에 1000원짜리 키트로도 변신이 가능했다는 건 장점일 수도...
에이치블루
21/01/10 10:25
수정 아이콘
으아아아 드라고나를 보게 되다니
제 국민학교 6학년 시절을 소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1/01/10 13:58
수정 아이콘
저와 비슷한 연배시겠군요. 저 당시 드라고나 등을 보면서 20세가 넘어가면 중년...이라는 잘못된 나이 감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서린언니
21/01/10 11:19
수정 아이콘
이때쯤 드라고나님이 나오셔야 할 것 같은데...
21/01/10 13:51
수정 아이콘
사실 저도 드라고나님을 저격하려던 글인데 말입니다... ^^
물맛이좋아요
21/01/10 11:35
수정 아이콘
사촌형님이 소설을 가지고 계서서 잘 봤던 기억이 납니다.
지탄다 에루
21/01/10 12:32
수정 아이콘
저 프라모델도 굉장히 멋있었죠
방패 때문에 팔이 부러져서 순간접착제로 붙어놨던 기억이..
산밑의왕
21/01/10 14:25
수정 아이콘
단순히 멋있기만 한 기체를 떠나서 전자전기도 있는등 나름 설정에 힘을 많이 준 작품이었죠.
개인적으로 오프닝 사기라면 역시 히미코전이 갑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유니언스
21/01/10 17:52
수정 아이콘
제가 처음으로 했던 슈로대인 A에서 써먹으면서 알게된 만화네요.
빵pro점쟁이
21/01/10 18:46
수정 아이콘
저도 어릴 때 조립식으로 1호기 2호기 기본, 리프터, 커스텀 다 만들어봤어요
3호기는 없었던 건지 우리 동네에는 안나왔..

군대 휴가 나왔을 때 슈로대A 어떤가 보려고 에뮬 돌려봤는데
시작부터 드라고나에 꿈빛깔 체이서 듣고 바로 용산 달려가서 GBA랑 슈로대A 사와서 휴가 내내 플레이 했었네요
21/01/11 00:29
수정 아이콘
드라고나 3호기는 아카데미에서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생과학이란 곳에서 냈다고 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gVq0H18ooeI&ab_channel=RebirthTV
저도 방금 이 유튜브에서 알게 된 내용입니다 ^^;
21/01/11 00:16
수정 아이콘
드라고나1커스텀이 잘 나왔었죠. 엄청 단단하고 크기도 괜찮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드라고나2를 샀었는데 1이 비싸고 무장이 별로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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