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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1/05 12:24:00
Name 라쇼
Subject [일반] [검술] 검에 코등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수정됨)
image.jpg
일본도의 코등이, 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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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롱소드의 크로스가드

1.jpg
롱소드보다 손 부위 방호력을 늘린 레이피어의 너클가드



유머게시판에 스타워즈 관련 글을 보다가 코등이 이야기가 나와서 몇자 적어봅니다.

옛날에 사용된 칼들을 살펴보면 칼날과 칼자루 경계 사이에 동그란 엽전처럼 생긴 코등이나, 가로 모양으로 검신과 십자를 이룬 크로스가드가 눈에 들어오실겁니다. 사극이나 칼싸움 액션 영화를 보며 별 생각없이 지나갈 부분이지만 문득 칼에 코등이가 달려 있는 이유가 뭐지하고 궁금해질 때도 있는 법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코등이, 일본어로 츠바는 칼자루를 쥔 손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뭔 당연한 얘기를 거창하게 하느냐 하시겠지만 조금 더 깊이 파고 들어보면 코등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몇가지 있습니다.

우선 코등이는 검을 다루는 당사자가 부주의로 발생한 실수에서 손을 보호해줍니다. 손에서 땀이 나거나 아니면 피가 묻어서 칼자루를 쥔 손이 미끄러졌을 때 코등이가 없으면 어떻게 될 지 상상해봅시다. 칼날까지 손이 쭈욱 미끄러져서 쩌억하고 베여버리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겠죠. 김성모의 대털 같은 조폭물 만화나 일본의 야쿠자 창작물을 보면 식칼이나 사시미 같은 회칼을 쥔 손에 붕대로 둘둘 메어 고정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칼을 놓치거나, 찔렀을 때 가한 힘을 견디지 못하고 칼자루를 쥔 손이 칼날쪽으로 밀려 들어가서 부상을 입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죠. 코등이가 있으면 구태여 붕대로 칭칭 감지 않더라도 손을 다치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검과 검을 부딪치는 진검 승부에선 의외로 손이 취약한 약점 부위이기 때문입니다. 머리나 목, 가슴 같은 칼을 맞으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급소 부위는 최대한 신경을 써서 수비를 하겠죠. 회피하거나 칼로 막아내거나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칼을 쥔 손은 무기의 공격 궤도를 따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숙련된 달인끼리의 승부에서 상대에게 공격을 읽히면 손이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얘기죠. 한편 만화나 영화에서 칼싸움 액션을 보면 서로 칼날을 부딪치고 힘대결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건 순전히 창작물의 허구로 사실 그렇게 밀고 자시고 할 틈이 나오지 않아요. 칼끼리 부딪쳤을 때 아래로 미끄러져서 스윽하면 그냥 손가락이 절단됩니다. 이런 진검승부에서 손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장치가 바로 코등이지요.

현대 검도와 일본 고류 검술에선 손목치기의 중요성을 가르칩니다. 윗 문단에서 말한 공격을 읽힐 경우 손이 무방비하게 노출된다는 약점 외에에도 상대의 간격 안으로 파고들지 않아도 최대한 바깥 간격에서 공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간격 조절이 용이하다는 점인데, 냉병기 싸움에서 리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여러분도 익히 아실겁니다. 손목치기를 중심으로 하면 이 리치 싸움에서 상당한 메리트를 얻을 수 있죠. 즉 상대의 검은 안닿는 거리에서 내 검은 맞출 수 있는 안전거리가 확보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굳이 급소를 노린 치명상을 입히지 않아도 손을 베어 상대의 무기를 떨구게 만들면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제가 몇번 재탕해서 좀 멋쩍긴 하지만 아래 영상을 보면 일본 검술이 어떤식으로 손을 노리는 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손목치기를 위주로 노리는 야규 신카게류 검술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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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류 검술에서 근접 후 손을 노리는 기술 시연




오와리 야규 신카게류에는 미야모토 무사시가 사용했다는 네바리오 카케루라는 기술이 전해져 온다고 합니다. 위 사진처럼 상대의 칼등을 미끄러지듯 타고 내려와서 손을 베어버리는 검술이죠.(이는 롱소드검술갤에서 본 글인데 제가 춘풍관 야규 신카게류 서적을 직접 본게 아니라 사실인지는 정확하지 않네요.)

한편 무사시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검호 야규 쥬베는 이설구구(異説まちまち)란 사료에서 이런 일화가 전해집니다. 어떤 사람이 쥬베에게 무른 구리로 만든 코등이를 사용하면 손이 베인다고 지적하자, 야규 쥬베는 "나는 코등이가 필요 없는 검술을 사용한다." 라고 대답합니다. 코등이가 없어도 검을 휘둘러서 다칠 일이 없고, 진검승부에서도 손에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본인의 검술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일화지요.

검이라는 무기에 당연히 코등이가 필요한 것을 쓸데없이 길게 설명한 감이 적잖이 있네요. 그냥 재미로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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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롯데몰
21/01/05 12:28
수정 아이콘
코에 검등이 필요한 이유로 보고.. 코에 검등이 뭐지? 블랙헤드 말하나? 그것도 진화에 필요했나보다..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검에 코등..
양파폭탄
21/01/05 12:32
수정 아이콘
정작 혼자 목검가지고 놀때는 코등이가 불편한...
21/01/05 12:35
수정 아이콘
딱딱한 과일 깎다가 손이 미끄러져서 칼날까지 간 적이 있어요. 다행히 별로 베지 않았지만 정말 오금이 저리더라고요.
六穴砲山猫
21/01/05 12:45
수정 아이콘
근데 조선시대 환도나 일본도를 보면 서양 도검들에 비해 코등이가 작은편인데 왜 그럴까요 코등이가 큰 편이 손을 보호하기 좋을거 같은데...사용하는 검술이 달라서 그런걸까요
21/01/05 13: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한국의 전통 검술은 서양, 일본 검술에 비해 아는바가 적어서 답해드리기 어렵겠네요. 일본도의 코등이가 발달되지 않은 이유는 우치카타나 와키자시, 사무라이라면 항상 차고 다니는 두자루 칼이 무사의 예법을 따른 복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고작 칼집 부딪쳤다고 사과하지 않으면 칼부림 날만큼 명예를 중시한 사회라서 무사의 목숨과도 같은 칼을 함부로 변형시킬 수 없었겠죠. 게다가 일본 고류 검술도 시간이 지날수록 폐쇄적이고 고루한 분위기로 바뀌어서 실용성을 따지지 않았을 겁니다. 레이피어나 세이버에 쓰이는 너클가드도 막부말 시기에나 도입될 정도였죠.
六穴砲山猫
21/01/05 13:45
수정 아이콘
일본 특유의 보수적인 무사도 문화가 칼의 형태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보아도 되겠네요
지하생활자
21/01/05 13:17
수정 아이콘
검도에서는 우리말로 손목치기라고 하지만 실제 손목을 치는게 아니고 전완부를 목표로 합니다. 선으로 타격이 이루어져야해서 손목이나 주먹쪽은 방어하는 쪽의 칼이 살짝만 비틀어져도 코등이에 걸쳐서 타격이 안되거든요
전완은 코등이로 보호될 수가 없는 부위여서 작은걸까 싶기도 합니다.

반면에 서양은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찌르는 동작이 주가 되어서 작은 코등이로는 방어가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21/01/05 13:25
수정 아이콘
오호라 그런 사용법이 있었군요. 제가 검도나 고류 검술 실수련자가 아닌 서적으로만 검술을 접하다보니 미처 몰랐습니다. 상세한 설명 감사드려요.
六穴砲山猫
21/01/05 13:56
수정 아이콘
역시 검술이 검의 형태에 많은 영향을 끼쳤군요 말씀하신대로라면 굳이 코등이를 크게 만들 필요를 못느꼈겠네요
지하생활자
21/01/05 13:28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이건 상당히 오래전에 커뮤니티에서 본 양질의 글 내용인데,
서양은 로마의 글래디우스 부터 칼이 십자가의 형상으로 종교적 권위와 정치적 권위의 상징으로 발달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코등이가 십자가 모양으로 길어졌을수 있겠네요.
六穴砲山猫
21/01/05 13:52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전체적인 실루엣이 십자가를 닮은 칼들이 많은듯 합니다. 이것도 일본도처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거 같네요
manymaster
21/01/05 12:52
수정 아이콘
두번째 이유는 알고 있었는데 첫번째 이유를 생각 못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름사니
21/01/05 13:56
수정 아이콘
롱소드 같은 경우는 거꾸로 쥐고 크로스가드로 두들겨 패는 기술도 있던 걸로...
六穴砲山猫
21/01/05 14:02
수정 아이콘
크로스가드로 상대를 패려면 검신을 손으로 잡아야 될거같은데 손에 건틀렛을 낀 기사가 아니면 불가능했겠네요
지나가던S
21/01/05 14:35
수정 아이콘
맨손으로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다만 파지법을 제대로 배우긴 해야되지만요.
六穴砲山猫
21/01/05 21:26
수정 아이콘
아 파지법이 따로 있었군요
abc초콜릿
21/01/05 16:17
수정 아이콘
하프소딩이라고 하는데 실제론 칼날을 그 정도로 날카롭게 세우지 않기 때문에 맨손으로 잡는다고 베이고 그러진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선 모르트하우라 해서 아예 칼을 거꾸로 잡고 후려 패는 것도 있었지만요
그리고 현실의 대갑주전에선 하프소딩보단 그냥 엉겨붙은 다음 단검을 꺼내서 겨드랑이 같이 보호가 잘 안 되는 부분을 찌르는 게 더 일반적이었죠
六穴砲山猫
21/01/05 21:31
수정 아이콘
아예 갑옷 뚫는 용도로 쓰이는 단검이 있었다는 소리를 들은거 같습니다
abc초콜릿
21/01/05 22:57
수정 아이콘
갑옷이라는 게 사슬갑옷이면 모르겠지만 판금갑옷이라면 당시에는 인간의 힘으로 뚫는 게 사실상 불가능 했습니다.
그 비스무리한 개념이라면 에스터크처럼 가늘고 길쭉한 칼날을 가진 칼로 갑옷 틈새를 공격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은데, 판금갑옷이 대중화 된 이후의 검술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생길 수밖에 없는 틈을 찌르는 검술이 꽤 많습니다.
Gottfried
21/01/05 14:29
수정 아이콘
실전 검격과 검투라는 것이 복싱이나 태권도같은 타격기 쪽이 아니라,

기회만 되면 바로 그래플링 들어가는 이종격투기에 가깝기 때문에... 서로 붙잡고 밀고 늘어지는 와중에 코등이가 방어 용도로도 공격 용도로도 유용하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크런치 하듯 붙어 검날로 서로 밀어내는 상황에서 코등이 있는 쪽이 없는 쪽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죠.
21/01/05 16:08
수정 아이콘
검이 서로 맞붙은 상태, 통상 바인딩 상태에서 어느 한쪽이 섵불리 검을 떼는 순간 상대는 그대로 검을 밀어서 써걱 해버린다는걸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대..영상매체에 길들여진 우리 고정 관념으론 받아들이기 힘들죠 크크
21/01/05 15:49
수정 아이콘
밑에도 저런게 달려 있으면 휘두룰 때 손의 그랩력이 약해도 좋을 것 같은데..야구방망이 밑에 처럼요.
abc초콜릿
21/01/05 16:15
수정 아이콘
그래서 서양의 경우엔 폼멜을 달긴 합니다.
근데 그것도 너무 크면 가지고 다닐 때 불편할 테니 일정 이상으로 커질 순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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