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2/18 11:38:29
Name Respublica
Subject [정치] 언론에 대한 소고 - 뉴스의 종교성에 대하여 (수정됨)
내용 자체는 정치카테고리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정치적인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기에 일단 정치 머리말을 달았습니다.

이 글은 [알랭 드 보통]의 책  [뉴스의 시대 (The News: A User's Manual)]에 대한 독후감이기도 합니다.

뉴스는 매일같이 우리 삶에 화두를 던집니다. 우리의 일상 시계에 맞추어 자기 전에, 또 출근하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들을 보여줍니다. 뉴스는 이렇듯 중세시대 종교의 자리 (서양적인 관점에서 수도사들의 삶과 비교하여 - 수도사들의 일과는 일어나서 기도한 노동을 시작했고 노동이 끝난 후 기도를 드리고 취침했습니다.) 슬그머니 가져 왔습니다. 또 우리는 뉴스를 보기 위해 다른 활동을 잠시 멈추기도 합니다.
다만 종교와 뉴스의 다른 점이라면 강론자는 [종교나 사상적인 색채가 하나도 없다는 듯이] 이야기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뉴스는 그 누구보다 종교적이며 사상적입니다. 언론은 그들이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뉴스거리를 찾아내고 그 기준은 그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세계의 모습]에 맞는 이야기들을 모아 [사실만을 전달하는 척]합니다. 그들은 교묘하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그들이 걸러낸 이야기만 들려줌으로] 그 독자들이 자신들의 이상향과 같은 방향 속에 스며들기를 원합니다.

세상 저 멀리 떨어진 나라의 비극을 전하며 [그 참상에 대한 슬픔에 공감하길] 원하고, 먼 나라에서 일어난 개혁 실패와 부패에 대하여도 [분노하며 공감하기를] 원합니다. 또한 어디선가 일어난 사고들을 우리에게 전하며 [두려워하기를] 원합니다. 인간의 부정적 감정들을 자극합니다.

뉴스 진행자는 권위를 가진 것처럼 보이며, 우리는 그 권위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가 전하는 것들은 대개 사실이며, 중요한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뉴스가 보여주는 모습으로 국가와 제도와 체제를 바라봅니다. 그것이 국가 자체, 제도 자체, 체제 자체가 아님에도 뉴스가 제공하는 표상만으로 바라봅니다.

뉴스는 세상의 긍정적인 단면을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뉴스가 가득한 시대에서, 가뭄에 내리는 비처럼 가끔 나타나는 긍정적인 뉴스는 우리에게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야]라는 일말의 안도감을 어쩌면 유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뉴스는 이제 우리의 삶에서 종교의 영역과도 비슷한 위상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경전의 말씀이 아니라, 그저 현실의 작은 이야기들을 [언론의 시각으로 전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들을 비판적으로 보기보다는 뉴스의 시각에 동조하기를 선택합니다.

어쩌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는 전체주의와 집단주의의 망령은, 언론을 비판적으로 읽지 않은 우리와, 교묘하게 사상을 주입해 온 언론사들과 그 뒤에 얽힌 정치가들과 자본가들의 합작품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뉴스는 겁먹고 동요하고 괴로워하는 대중을 필요로 한다.]
[언론은 결코 민주주의의 부수적 존재가 아니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보증인이다.]
[현대 사회는 자신의 발전에 필요한 뉴스가 어떤 것인지 모른다.]

이 세가지 말이 모순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맞다고 느껴지는 것은 뉴스, 다시 말해서 언론 자체가 모순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순적인 존재를 절대적으로 신뢰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의심해야 할 대상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각자의 다양한 생각과 시각을 뉴스의 무덤에 파묻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트럼프
20/12/18 12:16
수정 아이콘
신선한 시각이네요
어릴적엔 학교에서 가르쳐주면 아 그렇구나 했고 커서는 뉴스에서 보도하면 아 그렇구나 했는데..
어느 순간 내 생각이 내께 아니다라는 느낌이 확 온적이 있어요.
Respublica
20/12/18 15:30
수정 아이콘
당연한 것들에도 때로는 의심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매체에 너무나도 익숙하게 노출되어 있다 보니까요.
20/12/18 16:4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Respublica
20/12/18 18:3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퀀텀리프
20/12/19 00:28
수정 아이콘
그렇죠. 언론은 자기들이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척 하지만 현장에서 그걸 본 사람이 아닌이상
필터링 생략 추가 각색된 내용을 내보는 거죠. 화자 단어하나 조사 한개로도 의미는 천양지차가 나죠.
Respublica
20/12/19 00:34
수정 아이콘
각 언론사의 스탠스에 따라 단어라든지 화술이라든지 여러모로 다르고, 언론은 기사 속에 본인들의 저의를 항상 심겨 놓죠. 언론매체의 뉴스를 하루 내내 수동적으로 받는 입장에서는 그 뒤에서 흐르는 기류를 보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분해해 보고 의심해 보고 자신의 생각을 다져보는 그런 시간이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는 저도 사실은 제목만 보고 내용은 띄엄띄엄 스킵하긴 하지만요.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380 [일반] 드론은 전쟁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20] 나주꿀9606 20/12/18 9606 3
89379 [정치] 최근 KBS다큐 채널에 올라오는 부동산 다큐 [37] 맥스훼인11730 20/12/18 11730 0
89378 [일반] 벨기에에서 장관 실수로, 백신 3종 가격이 공개되었습니다. [184] Leeka20748 20/12/18 20748 6
89377 [일반] 브렉시트 합의기한이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9] 훈타8525 20/12/18 8525 0
89376 [일반] 미국 젊은 성인들의 Covid-19 사망률 (번역) [17] 아난12070 20/12/18 12070 2
89375 [일반] 무엇을 위한 피해자 중심주의인가 [100] 烏鳳13956 20/12/18 13956 42
89374 [정치] 문재인 지지율 40% 회복의 의미 및 향후 전망 [203] 삭제됨18034 20/12/18 18034 0
89373 [일반] 정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도입 계획 발표 요약 및 해설 [134] 여왕의심복17952 20/12/18 17952 124
89372 [일반] 일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먼저 가네요... [220] 우주전쟁20578 20/12/18 20578 8
89371 [정치] 언론에 대한 소고 - 뉴스의 종교성에 대하여 [6] Respublica5496 20/12/18 5496 0
89370 [일반] 용병의 역사 2 - 현대편 [7] 트린7744 20/12/18 7744 13
89369 [일반] 1986년생 이후는 조성모 노래 잘 모르죠? [102] 말할수없는비밀11513 20/12/18 11513 0
89367 [일반] 집앞 일식 돈까스가게 '정성' 방문기 [39] 커티삭10818 20/12/17 10818 17
89366 [일반] 진상 사설 모니터 수리기사 썰 [28] Zwei8756 20/12/17 8756 9
89365 [정치] 노무현이 까였던 레파토리 feat 짜장면. [279] kien19654 20/12/17 19654 0
89364 [정치] 진중권, "페이스북 그만하겠다...오마이뉴스에서 본질털어야" [124] aurelius14174 20/12/17 14174 0
89363 [일반] [성경이야기]야곱의 세겜땅 정착 [20] BK_Zju11890 20/12/17 11890 11
89362 [일반] 5년 동안 일기쓰고 6년 째도 일기 쓰는 이야기 [22] 판을흔들어라6003 20/12/17 6003 9
89360 [일반] 천하를 다스리는 검 야규 신카게류 - 야규 삼대 이야기 1편 [11] 라쇼8067 20/12/17 8067 14
89359 [정치] [단상] 검찰총장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이상한 정권 [143] aurelius14212 20/12/17 14212 0
89358 [일반] 일하다 보면 만나는 별난 사람들. [39] 공기청정기7776 20/12/17 7776 4
89357 [일반] 2016년 롤드컵 4강전,맨해튼에서 있던 국뽕의 추억 [23] 나주꿀7484 20/12/17 7484 6
89356 [일반] 18-19세기 일본의 방구석 키신저들 [6] aurelius9742 20/12/17 9742 1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