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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4/25 13:55:02
Name 아우구스투스
Subject [일반] 세종대왕은 언제적 왕일까? (수정됨)
가끔씩 우리는 역사적 인물의 시점에 대하여 헷갈리게 되는데 특히나 자주 접하는 인물일수록 지나치게 가깝게 느끼곤 합니다.

반대로 우리와 관련이 크다고 느끼기 힘든 서양 국가들의 과거 이야기는 멀게 느끼게 되죠.

솔직히 제가 그래요.

예를 들자면 빅토리아 여왕은 우리나라로 치면 헌종부터 철종, 고종 시기의 왕이지만 동시대라는 생각은 잘 안해봤더라고요.

그런면에서 한번 봐보려하는 이유는 당연히 밑에 언급되었을 때 급 호기심이 나서입니다.

세종대왕은 15세기 전반기의 군주로 1418년부터 1450년 조선을 통치한 중세시대의 왕이죠.

즉위전 주요 사건

1405년 - 티무르 제국의 창시자 티무르가 명나라 원정을 꾀하던 도중 사망. 명나라 환관 정화의 해상 원정 (~1450)
1411년 - 몽골 제국의 칸국 가운데 하나인 일 칸국이 멸망.
1412년 - 메흐메트 1세의 주도로 오스만 제국이 재통합됨.
1415년 - 체코의 종교개혁자 얀 후스가 화형당함

통치중 주요 사건

1429년 - 프랑스의 소녀 장군, 잔 다르크가 오를레앙 공방전을 지휘하여 승리.
1431년 - 잔 다르크가 잉글랜드군에 포로가 되어 처형됨. 타이의 아유타야 왕국이 크메르 왕국을 무너뜨림.
1438년 - 합스부르크 왕조의 알브레히트 2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즉위.
1449년 - 명나라 황제가 포로가 되는 사상 최초의 굴욕인 '토목보의 변'을 겪음.
1450년 -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활판인쇄술 발명.

사후 주요 사건

1452년 - 레오나르도 다 빈치 탄생.
1453년 - 백년전쟁이 끝남.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켜 2천 년 역사의 로마 제국이 완전히 멸망.
1455년 - 잉글랜드 왕국에서 장미 전쟁이라는 내전이 발발, 이후 30년간 지속됨.
1456년 - 잔 다르크 명예회복재판, 이단 및 마녀 혐의 취소로 최종판결 내려짐.
1462년 - 모스크바 대공국의 이반 3세 즉위(~1505).
1467년 - 일본의 무로마치 막부 치하에서 센코쿠 시대가 시작. 막부가 실질적 통치력을 상실.
1469년 - 카스티야 여왕 이사벨 1세와 아라곤 왕 페르난도 2세가 결혼하여 에스파냐 왕국 탄생.
1485년 - 잉글랜드 왕 헨리 7세(~1509)가 즉위하여 튜더 왕조 개창.
1489년 - 베네치아 공화국이 키프로스 왕국을 병합하여 속령으로 삼음.
1492년 - 에스파냐 왕국의 군대가 그라나다를 함락시켜 이베리아 반도의 이슬람교도를 몰아내고 레콘키스타를 완성함. 이탈리아인 항해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
1498년 - 포르투갈의 항해가 바스코 다 가마가 유럽인의 인도 항로를 개척.
1500년 - 티무르 제국이 멸망하여 여러 소국으로 분열.

어지간하게 이름들어본 예술가들은 대부분 이후에 태어났거나 활동한거 같네요.

정조는 생각보다 최근의 왕으로 18세기 후반의 왕이죠.

미국독립전쟁과 증기기관의 발명은 정조 즉위 즈음에 일어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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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조련가
20/04/25 14:35
수정 아이콘
세종정도 까지는 동양도 문물수준이 딸리지는 않는거 같네요. 저때 이후로 급격히 테크트리가 벌어지기 시작.....
대충 상비수군이 5만명쯤 되고(편제상으론), 북방에 말도 엄청나게 많았고 경기병도 몇만 수준으로 있었던 시기니까 유럽의 꽤 큰 나라랑 맞짱떠도 이길만한 수준이니까요.
류지나
20/04/25 14:43
수정 아이콘
수치상으론 해볼만 한데 전투 경험상에서 좀 많이 차이가 나 보이긴 합니다. 유럽은 맨날 치고받는게 일상이었으니.
영원한초보
20/04/25 14:50
수정 아이콘
그래도 고려말 부터 세종시기까지가 그나마 전투 경험이 많지 않나요 그리고
화포 화력은 의미 없을 까요
류지나
20/04/25 15:18
수정 아이콘
고려말 황산전투 이후로는 아마 전면전, 회전 경험은 거의 없을 겁니다.
기사조련가
20/04/25 15:15
수정 아이콘
저때는 여진족이랑 맨날 싸우는게 일이여서 북방 정예기병은 유럽에 내놔도 손색없죠. 조잡하지만 화약무기도 쓰긴 쓰니까요.
오히려 역사서에 나오지 않는 소규모전투는 조선이 더 많이했을껄요.
류지나
20/04/25 15:17
수정 아이콘
카롤루스 이래로 서유럽은 중무장 기사 편제고 조선은 경무장 기병이라 전면전에서는 유럽의 편을 들고 싶습니다. 또 세종대에 있었던 대마도 정벌을 보면 미심쩍기도 하고...
기사조련가
20/04/25 15:24
수정 아이콘
중무장이면 경무장을 이긴다는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럽 중무장 기사가 몽고 경기병들 압살했겠죠?
류지나
20/04/25 15:30
수정 아이콘
안그래도 최근에 제가 몽골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사료를 보고 있는데
몽고의 위대한 정벌은 '몽고 기병이 유럽 기병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몽고 장군들이 역사에 남을 명장' 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에 가깝습니다. 제 결론은 그래요.

몽고의 1차 헝가리 침공만 유명하지만, 2차, 3차에서 패퇴한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몽고 기병이 우월해서 이긴거라면 이후에도 유리함을 잡아야했는데 그렇지 못하죠.
기사조련가
20/04/25 15:43
수정 아이콘
으음....아니 그럼 몽고에 정벌당한 그 수많은 유럽나라들은 장군들이 바보라서 당한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레그니차전투에서도, 모히전투에서도 바투가 소수병력으로 유럽 기사단들 때려부순건 이미 역사에 박제된 일인데 그걸 단순히 장군들이 명장이다 라고 해석할 수는 없는거죠. 병력의 질에서 이미 차이가 나는 상황이니까요.
애초에 유럽식 기사단은 전원 기사로 이뤄진게 아니라 시종도 보병이 혼합된 조직인거고, 몽골기병은 순수기병으로 이뤄진 집단이죠.
그리고 헝가리에 갔던 세력은 엄밀히 말하면 몽골 최정예 집단은 아닙니다. 타타르족 혼혈 + 일부 황금씨족 휘하부대가 섞여있는 형태인데, 다른 칸들이 데리고 있던 병력에 비해선 약체였죠. 그런게 그걸 가지고도 저렇게 활약한거에요.
류지나
20/04/25 15:52
수정 아이콘
일단 이걸 전제로 합시다.
[1] 몽골은 본거지에서 굉장히 긴 원정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몽골이 힘겨운 점)
[2] 몽골이 때려부순 나라는 러시아,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로 서유럽식 중무장 기병들을 완편하는 나라들이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몽골이 유리한 점)
[3] 몽골의 수부타이는 역대급 명장이다

몽골의 1차 유럽 원정에서 많은 전투들로 유럽을 연파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승전에서도 유럽의 소수 중장기병들은 분명히 몽골의 경장기병에 비해 우세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즉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병력의 질은 누가 더 낫느냐'에 대해서는 전면전에서는 중장기병이 경장기병에 비해 더 낫지 않을까 하고 언급할 수 있다는 얘기죠.

기사조련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몽골이 유럽을 격파한것이 몽골 기병이 뛰어나서인지, 지휘관 역량(그리고 국가의 역량)이 차이가 나서인지가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이후 몽골의 2, 3차 원정에서 수부타이 같은 명장이 없는 몽골이 그리 썩 좋은 전과를 내지 못한 것을 보면 병력의 질적차이 이전에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건 장군의 역량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중장기병이 전면전에서 강하다는 이야기는 꼭 여기에서뿐만이 아니라 이후 전사에서도 계속 언급되구요.
기사조련가
20/04/25 16:11
수정 아이콘
전제가 틀린곳이 좀 있습니다.
[1] 이건 맞음
[2] 이건 틀림. 튜튼 기사단은 서유럽식 중무장 완편기병입니다. 이건 수많은 사료가 있습니다. 종자까지 풀스쿼드로 완편된 기사단입니다.
[3] 이것도 맞지만 1차 정벌때는 수부타이랑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게 왜 유럽은 중장기병으로 싸우고 몽골은 경장기병으로 싸운다고 가정을 해야할까요? 소수대 소수로 경장기병 vs 중장기병 하면 당연히 중장기병이 이기는거죠. 몽골에도 중장기병이 있습니다. 2차 3차 정벌에서 중장기병이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몽골의 정예병. 즉 황금씨족들이 부리는 정예 몽골인 기병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무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타타르등지나 침공하면서 근처 부족을 징발하거나 한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당연히 무장이 빈약했죠.
류지나
20/04/25 16:21
수정 아이콘
계층이 안달려서 밑에 답니다.

바로 그겁니다. 레그니차 전투에서 폴란드가 참패했지만 중장기병 차징에 몽골이 후퇴해야 했을 정도로 파괴력이 대단했으며 경장기병은 정면으로는 당연히 맞서 싸우지 못했습니다. '유럽 중무장 기사가 몽고 경기병을 압살했겠죠?' 네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중장기병이 경장기병보다 우월하다는 거랑 전투의 승패랑은 연관이 없었을 뿐입니다.

주제가 조금 비껴나가는데 처음부터 [유럽 중무장 기사가 몽고 경기병을 압살했겠죠?] 를 가지고 토론을 하려고 하는데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네요.

제 입장은 이렇습니다. 중무장 기사는 경기병에 비해 전면전에서 강하다. 이것은 몽골 경기병도 예외는 아님. 그러나 경기병은 중기병에 비해 스태미너가 우월하고, 훨씬 다재다능하며 장거리 원정을 기획해야 하는 몽골 입장에서는 경기병 위주로 편성하는 것이 가성비가 뛰어났을 것이다. (말씀처럼 소규모 부족 기병을 규합하는 과정도 그렇고)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가서, 저는 조선의 북방 기병이 전면전에서 서구식 기사에겐 여전히 불리할거라 생각합니다. 몽골의 기병들조차 직접적인 맞싸움은 금했으며 (사요강 전투 등에서는 오히려 차징에 돌파당해 위험하던 적도 있었죠) 역사를 보더라도 중장기병은 항상 경기병에게 우세를 점했으니까요.
영원한초보
20/04/25 14:47
수정 아이콘
구텐베르크 인쇄술은 생산력이 얼마나 됐나요
종교개혁으로 이어지는 사회변혁에 큰 도움이 됐는데
이미 이전에 세종은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석보상절을 인쇄했는데 그 이후 조선은 별로 발전을 하지 못한 것 같아요
마우스질럿
20/04/25 20:20
수정 아이콘
구텐베르크때의 기술로는 분당 4장인가 하더군요

이 기술로 성경 한권 만들어 파는데 당시 일반적인 월급생활자의 월급여를 한~ 참 상회 하는 비싼가격이었다고 하고요

구텐베르크의 아들, 조카 등등이 이 인쇄술의 독점권을 차지 하기 위해서 다른나라로 가서 성경 찍어내기를 하는등

자본이 계속 돌았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해 갔던겁니다.

조선세종때 분당 3장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 )

그런데 조선세종때는 이미 종이의 발명이 된지 한참 후라서 필사본이 가득했죠

이러저러한 이유로 성경과 같은 킬러? 상품이 없었습니다.
-안군-
20/04/26 00:12
수정 아이콘
활판인쇄술 자체는 비슷한 시기지만, 조선은 국가차원에서 사용했고, 구텐베르크는 장사에 이용했다는게 이후의 인쇄술 차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20/04/25 15:10
수정 아이콘
동로마 제국이 조선초기까지 있었다는거 생각하면 기분이 참 묘합니다
Chandler
20/04/25 15:3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생산량 인구 기타등등을 보면 결국 산업혁명이 특이점이고 그 이전까진 유럽이 동양에 앞서있었다 보기는 어렵다고 보더군요. 유럽이 대항해시대라고 불리는 시기를 생각해보면 애초에 대항해시대 개막의 원인은 유라시아대륙교역에서 이슬람에 막혀서 소외되었기때문에 그 활로를 찾기 위함이였고요. 결국 특이점으로 서양이 동양문명을 확실히 추월한 시기는 산업혁명이후가 맞다고 봐요.

핵심은 석탄이라는 화석에너지를 활용해서 기존엔 농업 임업같은 태양에너지에만 의존하던 체제의 한계를 넘었다는 거죠. 뭐 산업혁명이 왜 하필 서양에서만 있었나라는건 동양에선 자생적으로 불가능했을까를 봐야하는데 이건 역만없의 영역이라 보구요.
20/04/25 15:40
수정 아이콘
반대로 동양이 서양보다 유의미하게 앞선적도 기간이 크게 길지 않죠. 송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간은 중동~서유럽이 더 나았거나 비슷했죠.
Chandler
20/04/25 15:43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생각으론 어차피 현대의 관점에서 비교해 봐야 모든 수치들은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가 아예 넘사벽으로 차이가 난다고 봐서. 어디가 앞섰네 아니네는 산업혁명이전시대비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핵심은 산업혁명이 제일 특이점이였던건 맞다고 생각해요.
20/04/25 15:51
수정 아이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댓글을 오독했더군요 ㅠㅠ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읽었던 기억이 나서 괜히 마음만 앞서 글을 써버렸습니다. 산업혁명 이전에 동서양 중에 누가더 앞선 문명이었냐를 따지면 왈가왈부할게 많지만, 산업혁명 이후부터는 논란의 여지조차 없죠. 그만큼 대단한 특이점이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오렌지꽃
20/04/25 16:01
수정 아이콘
보통 동양이 서양보다 유의미하게 앞선시기는 서 로마제국 멸망이후 명나라 초 중기까지 잡습니다. 송대는 독보적인 시기구요. 이게 기간이 크게 길진 않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네요. 대부분의 역사는 이 시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니까요
20/04/25 15:50
수정 아이콘
산업혁명 이전의 대항해시대와 가격혁명이 있죠.
범선이라는 글로벌 운송수단과 신대륙 식민지 운영, 은행과 주식회사의 탄생 등 산업혁명의 인프라가 되는 "자본주의"의 탄생이 동아시아에 없어서 산업혁명도 없었던...
답이머얌
20/04/25 17:23
수정 아이콘
가격혁명이라고 하니 이마트 등의 대형마트 초기가 생각나는군요. 가격파괴!
도라지
20/04/25 17:10
수정 아이콘
동서양 수준 차이는 페르시아쪽을 서양에 포함시키냐 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애초에 대항해시대라는것도 페르시아가 동서양 교역로를 끊어버려서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한거라...
ioi(아이오아이)
20/04/25 17:31
수정 아이콘
근데 서양쪽에서 페르시아를 서양으로 취급하려고 하나요?
young026
20/04/26 15:18
수정 아이콘
동아시아와 유럽을 양쪽으로 놓고 보면(인도까지 쳐서 3축일 수도 있고) 이란, 중동, 북아프리카는 서양에 가깝겠고 중앙아시아는 동양에 가깝겠죠.
됍늅이
20/04/25 17:28
수정 아이콘
유로파유니버설리스를 하면 됩니다. 그랜드 캠페인이 1444년이라서 조선은 세종대왕 스타트입니다 크크.... 메메드2세보다 능력치 좋고 세종대왕보다 능력치 좋은 왕은 알바니아의 스칸데르베그 뿐인데 알바니아 자체가 지옥난이도 수준이라... 조선이 땅도 구리고 이념도 구린데 유저가 잡으면 만주 다먹고 명나라 뚜드려패는 비결이죠
antidote
20/04/25 18:11
수정 아이콘
중세는 매우 길기 때문에 중세 전반이 아주 동질감이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위에 다른 분이 카롤루스 이래로 중장기병이~ 라고 하셨지만 사실 서양은 공업이 계속 발전해서(물론 지금 현대인이 상상하는 공장식 대량생산을 전제로 하는 과학을 수반하는 공업이 아니라 도시의 길드를 중심으로 하는 공방 수공업형이긴 합니다.) 중기병이라고 하더라도 카롤루스가 서유럽을 통일하던 시절과 1차 십자군 원정 시절, 100년 전쟁 시절, 서양 중세의 끝이라고 간주되는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공방전, 이베리아의 레콘키스타가 종결되던 시점의 중기병의 무장의 질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느리지만 분명히 중세 서양에서는 공업기술의 확연한 발달이 이뤄졌고, 대규모 노동력으로 만들던 사슬갑옷은 소수의 장인들이 공방에서 풍차나 수차 동력으로 단조가공 및 열처리한 판금갑옷으로 발달해서 워해머의 뾰족한 끝이나 에스터크같은 송곳형 무기, 기계식 석궁, 화약무기가 아니면 도저히 뚫을 수 없는 수준까지 발달했죠.
반명 동양은? 생각만큼 발달을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한반도의 경우 삼국시대 -> 고려시대 -> 조선시대로 오면서 동시기의 동아시아를 제외하면 다른 어떤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국가가 국민 전체를 컨트롤하는 관료제가 발달하기는 합니다만 시대의 발전에 따른 공업기술의 발달은 서양 대비 대단했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단적으로 고구려의 기병과 조선시대의 기병의 무기를 제작하는 기술이 과연 서양에 비해서 얼마나 대단한 차이가 있었을지는 다들 의문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좀 심하게 말해서 동아시아의 중기병은 금나라 철부도 이후로 딱히 갑옷의 대단한 발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안바뀐건 아니고 두정갑 같은 갑옷들이 주류를 차지하는 식으로 바뀌기는 했습니다만 공업의 발달이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죠.
동양은 르네상스라 할만한 개념조차도 안왔다는 점에서 결국 최소한 아편전쟁 이전까지는 중세가 계속되었다고 봐야하는데(물론 중세가 아니라 근세라고 보기도 합니다만 왕조개념이든 사회구조의 전면적인 변혁이 없었다는 점에서 글쎄요.) 중세를 서양보다 몇백년 더 끌어오고 나서조차도 기계공업능력은 그로부터 수백년 전의 서양의 중세 말만큼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중국도 한나라 때 초강법이 나와서 당대의 선진 철강기술을 가지고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주변을 제패하고 명실상부한 동아시아의 패권을 잡고 그 후 수천년간 중화제국이 흥성하게 되는 중국이라는 정체성을 만들게 되었고 송대까지는 세계의 선진지역이라 할만했다고 봅니다만, 송나라 이래로는 면적과 경제력 대비 공업의 기술력이 유럽의 공업대비 나을게 없었어요. 물론 가내수공업이나 공방 공업으로 공급되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생산물들은 서양에 비해 풍족하다고 볼만하긴 합니다만 정밀 기계공업같은 것들은 전혀 발전하지 못했죠.
중세 이후 제대로 된 휴대용 기계식 시계가 나오는 시점까지 가면 이미 정밀공업에서의 동서양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었고 이는 현재까지도 상당부분 지속됩니다. 그나마 격차를 줄인 나라가 일본정도입니다. 현재에도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만드는데 가장 정밀한 설비는 유럽에서 수입해오잖아요.
산업혁명이 그냥 나오는게 아닙니다. 직선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피스톤 블록을 깎는 기술은 결국 대포만드는 기술과 연결되는 기술이에요. 그나마 명나라가 홍이포를 수입해오자마자 바로 복제하는 수준으로 공업능력을 어느정도 유지하기는 했습니다만 조선은 명나라가 홍이포를 카피한 뒤로 100년 동안이나 그걸 복제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스페인이 신대륙으로부터 가져온 막대한 금/은으로 인한 상업혁명이 유럽의 상공업 발달에 큰 역할을 하기는 했을겁니다만 사회 전체의 생산력이 아닌 공업기술의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동서양의 격차는 동양의 우위는 송대 이후로 크게 앞섰다고 보기 힘들다고 봅니다. 한 - 송 시기까지는 동양이 앞섰다고 봅니다만 그 이후는 글쎄요.
차라리꽉눌러붙을
20/04/25 19:49
수정 아이콘
역알못인데 먼가 일리가 있어보이네요...
제도나 사상 같은 걸 떠나서 공업/기술의 발달 측면을 이렇게 보는 건 또 새로운 것 같아요...
20/04/26 07:26
수정 아이콘
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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